코로나19 이후…사는 것도 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거 트렌드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주택시장 또한 변화된 주거 트렌드를 반영해 수요자의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 차별화된 커뮤니티 시설과 외관, 단지 내 조경에 경쟁력을 갖춘 단지들을 선보이고 있다.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단지를 향한 선호 현상이 높아지고 있다. 갤럽코리아서 조사한 2021년 부동산 트렌드와 지난해 부동산 트렌드서 선호 아파트 특화 유형을 조사한 결과 9개 항목(▲스마트주택 ▲건강 주택 ▲조경 특화 주택 ▲커뮤니티 시설 특화 주택 ▲고급 인테리어 주택 ▲수납 특화 주택 ▲조용한 주택 ▲에너지 절감형 주택 ▲외관 디자인 차별화 주택) 중 1년 사이 가장 높은 비율로 증가한 항목은 커뮤니티 시설을 다양하게 갖춘 특화 아파트로, 2021년 19%에서 지난해 24%로 증가했다.

2021년 19%
2022년 24%

팬데믹 이후 휴식·여가공간의 필요성을 느낀 수요자의 선호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이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단지 내 무료 영어교육·돌봄과 소모임 공유 주방, 악기를 갖춘 음악연주실 등 차별화 서비스와 시설이 입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커뮤니티 시설은 아파트 브랜드 가치를 평가하는 바로미터가 돼가고 있다.

건설사들은 최근 커뮤니티 시설 차별화는 물론 단지 외관에 공들이고 있다.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아파트 공급이 늘면서 건설사들이 차별화 전략으로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내세우고 있는데 단순한 커뮤니티 시설이 아닌 수요자들의 문화, 여가의 질을 고려한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입주민이 자유롭게 취미 생활할 수 있는 공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이에스동서가 시공한 경북 경주시 ‘경주 뉴센트로 에일린의뜰’ 단지에는 음악연주실을 마련했다. 공동주택 특성상 소음 등 문제로 세대 안에서 악기를 자유롭게 연주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 전문 방음시설과 악기를 갖춘 연주실을 조성했다.

음악이 취미인 입주민의 방음부스 설치와 악기 구매 부담을 경감한다는 취지다.

과거에는 단지 내 시설을 중요시 여기는 비중이 높지 않아 놀이터, 경로당 등 필수적인 시설만 설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질 높은 주거생활과 편의성에 관한 기대가 커지면서 고급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수영장, 헬스장, 어린이집 등 대규모 커뮤니티 시설과 우수한 조경시설 등 차별화를 위해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단지들은 꾸준한 수요를 바탕으로 불황 속 타 단지들에 비해 빠르게 반등 추세를 보이고 있다.

팬데믹 후 주거 트렌드 변화
특화 경쟁력 갖춘 단지 인기

분양 단지의 외관도 갈수록 화려해지고 있다. 분양업계의 수요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색적인 외관 디자인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요자들 사이서 더 나은 주거환경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건설·부동산업계서도 신규 공급 단지 외벽에 고급 디자인을 입히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초 인천 송도국제도시서 분양한 ‘더샵 송도아크베이’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486가구 모집에 2만4245건이 접수, 평균 49.8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웨이브형 외관 특화를 적용한 것이 호응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2020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공급된 ‘원에디션 강남’도 유선형 외관 설계로 인기를 끌며, 고급 주거시설로는 이례적으로 빠르게 완판에 성공한 바 있다.


이색적인 외관설계가 도입된 단지는 몸값 오름세도 뚜렷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과천시 원문동 소재 ‘과천위버필드’ 전용 84.98㎡ 타입은 지난 1월 15억3000만원에 거래되던 것이 지난달에는 1억7000만원 오른 17억원에 손바꿈됐다.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소재 ‘과천푸르지오써밋’ 전용 59.934㎡ 타입 역시 지난 6월 14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 1월 거래된 12억2000만원 대비 2억3000만원 오른 것이다. 이들 단지는 공통적으로 입면에 커튼월 설계가 적용돼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현했다.

커튼월은 콘크리트나 벽돌 등 일반적인 외장재가 아닌 유리나 금속재 판넬 등의 자재로 외벽을 마감한 공법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 전반에 걸쳐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며 최근 부동산시장서도 조경 특화 단지 또한 주목받고 있다. 멀리 가지 않고도 쾌적한 공기와 녹지 환경을 통한 휴식으로 건강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조경 비율이 높을수록 공원이나 정원, 숲길 등이 다수 마련돼 단지 내에서 건강한 여가생활이 가능하다. 

특히 조경률을 단지의 40% 이상으로 끌어올린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주거 쾌적성, 삶의 질을 높이는 주거생활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단지 내 환경의 중요도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높은 조경률은 고급 아파트’란 이미지도 더해져 인기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파트 매매시장에서는 40% 이상으로 조경율을 높인 단지가 지역 시세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에 위치한 ‘운정신도시 아이파크’는 조경면적을 약 45%로 높여 선보인 결과, 운정신도시 대장주로 불리며 시세를 이끌어가고 있다.

브랜드
바로미터

이 단지는 거래 가격에서도 주변 단지 대비 많게는 억원대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운정신도시 아이파크 전용 84㎡는 지난달 7억4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같은 달 주변 단지 동일 면적이 6억4000만원에서 6억9000만원 사이에 거래된 것과 비교된다.

분양시장서도 조경률을 높인 단지는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동탄2신도시에서는 지난 4월 공급된 ‘동탄신도시 금강펜테리움 6차 센트럴파크’는 전체 부지의 50%를 조경공간으로 채운 결과 총 1103가구가 모두 단기간에 완판 됐다. 

파주 운정신도시서 지난 5월 공급된 ‘운정자이 시그니처’는 조경률을 45% 수준으로 높인 결과 1순위 청약에 올해 최다 접수인 4만1802개의 청약통장이 접수되면서 완판에 성공했다. 춘천서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춘천 레이크시티 아이파크’는 41%의 높은 조경률로 주목받으며, 1만3237명의 청약 속에서 평균 27.75대1, 최고 104대1의 경쟁률로 1순위를 마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건설사들이 주거 공간 등으로 차별점을 보여주기에 이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차별화된 커뮤니티 공간을 내세우고 있는데 입주민 수요가 다양해지는 만큼 단지 안에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은 현재도 진화 중”이라며 “단지의 외관 디자인의 중요성 또한 커지면서 건설사들도 이 같은 관심에 외관 디자인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조경과 녹지공간에 관심을 가지면서 ‘조경이 곧 경쟁력’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조경비율을 40% 이상으로 설계된 단지들은 그 자체로 희소성까지 갖춰 분양시장서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분양 중이거나 분양 예정인 특화 단지.

▲원주 동문 디 이스트= 동문건설이 강원도 원주서 합리적인 분양가와 다양한 금융 혜택을 제공하는 ‘원주 동문 디 이스트’를 공급 중이다. 동문건설에 따르면 강원도 원주시 관설동 일원에 들어서는 해당 사업장은 지하 2층~지상 15층, 11개동, 전용 80·84·115㎡, 873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색적인 
외관공법

단지는 채광과 통풍에 유리한 남향 위주 배치와 4베이 판상형 위주(일부 세대 제외) 설계가 적용됐다. 펜트리와 드레스룸 등 수납공간도 넉넉히 제공한다. 일부 가구는 원주천, 치악산, 백운산 등을 조망할 수 있다. 단지 외부는 산책로와 놀이터 등 다양한 테마 조경이 마련된 공원형 단지로 조성한다. 피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 코인세탁실, 작은도서관 등 입주민 시설도 마련될 예정이다. 

관설초·영서고 등의 교육 시설을 걸어서 통학할 수 있고, 단지 안에 째깍악어 키즈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향후 어린 자녀를 둔 수요자들은 2년 동안 이곳에서 무상으로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대치동 학원가 출신 강사진으로 구성된 유명 학원 브랜드인 대치누리교육도 입점한다.


▲아페르 파크=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에 들어서는 ‘아페르 파크’는 지하 6층~지상 9층, 전용 176~265㎡, 24가구 규모의 고급 주거단지다. 기존 물량의 성공적인 분양에 힘입어 새롭게 선보인 펜트하우스 타입을 현재 분양 중이다. 

커뮤니티, 외관, 조경… 
휴식·여가공간 필요성↑

유명 건축가와의 협업을 통해 기존 고급 주거단지 대비 한 차원 진일보한 형태의 럭셔리 주거공간을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독일 디자인 어워드(German Design Award) 2018 수상, 25회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 수상 등 국내외 다양한 건축상 수상 경력을 지닌 유현준건축사사무소 대표 유현준 교수가 건축 디자인을 맡았다.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콘셉트가 적용된다.

화이트 색채와 고급스러운 자재를 사용해 적층을 이루도록 디자인 된 외관은 자연과의 조화가 돋보이는 백색의 랜드마크로 시선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내부는 ‘사람과 자연, 건물의 안과 밖을 화목하게 만들어야 좋은 건축’이란 유 교수의 철학이 반영돼 연결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공간으로 구현된다.

입주민들 취향에 따라 홈 카페나 개인 정원, 미니 캠핑장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테라스 설계가 적용된다. 프라이빗하게 이용할 수 있는 옥상 루프톱 정원도 가치를 더하는 요소다. 

색상의 조화를 통한 우아하고 세련된 주거공간을 구현하는 한편, 천장의 높낮이를 활용해 품격 있는 공간을 연출했다. 이탈리아 명품 주방가구인 ‘아리탈 쿠치네’를 비롯해 ‘가게나우’ ‘보쉬’ 등 해외 유명 브랜드 가전 및 가구 등도 제공된다. 파크 소사이어티 간 사교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어메니티도 돋보인다. 

“현재도 
진화 중”

첨단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고품격 피트니스센터, GX룸, 스크린골프장 등 운동시설이 다수 들어선다. 음악과 영화감상이 가능한 AV룸과 악기, 성악 등 개인 레슨이 가능한 프라이빗한 룸도 마련된다. 입주민들 간 사교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미니 라운지도 기대를 모은다. 

가구당 최대 4대의 차량 수용이 가능한 넉넉한 자주식 주차공간도 마련된다. 생활안내, 예약·택배 발송 및 보관 등 컨시어지와 세탁·세차 등의 서비스가 도입된다. 가구 내부 살균 및 소독 청소 등 하우스 클리닝 서비스와 기사 2명이 상시 대기하는 리무진 서비스도 가치를 더하는 요소다.

▲래미안 라그란데= 삼성물산 건설 부문(삼성물산)은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이문1구역을 재개발하는 ‘래미안 라그란데’를 분양한다. 지하 5층~지상 최고 27층 총 39개동 규모다. 라그란데(La Grande)는 스페인어로 유일한 것을 의미하는 ‘La’와 대도시를 뜻하는 ‘Grande’의 합성어다. 

총 3069세대 규모의 대단지로 구성되고, 이 중 920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전용면적 별 세대수는 52㎡ 45세대, 55㎡ 173세대, 59㎡ 379세대, 74㎡ 123세대, 84㎡ 182세대, 99㎡ 10세대, 114㎡ 8세대 등이다. 일반분양가는 3.3㎡당 평균 3285만원으로, 전용 84㎡ 기준 10억~11억원 책정됐다. 

단지 세대 내부에는 타입별 침실 붙박이장과 드레스룸(일부 타입), 팬트리 등이 제공된다. 전 세대에 세대 창고도 있으며, 음성·얼굴인식 등 첨단 시스템을 적용하고 숲을 테마로 한 다양한 테마정원과 순환형 산책로 등도 조성될 계획이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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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