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당 부위원장 뒷돈 피소 내막

“유력 정치인과 친해” 4000만원 진실공방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정치인과 맺는 관계는 특수한 만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한 번 잘못 얽혀버리면 관련된 모두가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경북 포항의 한 지역서 정치인과 당원이 돈 문제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과연 진실이 뭘까?

정치인이 또 다른 정치인과 친분을 과시하면 그 자체로 신뢰가 생긴다. 유력 정치인과의 관계를 과시하면 더욱 그렇다. 평범한 더불어민주당 당원인 A씨도 똑같이 믿었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시장 선거에 출마할 정도의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A씨는 빚까지 짊어지면서 돈을 써가며 요구사항을 들어줬다고 주장하는 반면, 고소를 당한 측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인연서
악연으로

민주당 당원인 A씨에 따르면 B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을 처음 만난 것은 2019년이다. 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의 소개로 B 부위원장을 소개받았다. 소개받은 정치인은 지역서 야무지고, 똑똑한 이미지로 당원들 사이서 평가가 좋았다. 

B 부위원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중앙당 부대변인 출신의 정치인으로 2014년엔 단체장 선거서 포항시장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포항 지역의 첫 야당 여성 후보로 인지도를 쌓았다. 이후 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으로도 출마했고, 현재는 민주당 부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A씨는 평범한 식품 소스 사업을 하던 중 2019년경 B 부위원장과 인연이 생겼다. 처음 만난 B 부위원장은 영락 없이 정치를 하려는 사람으로 보였다. A씨는 “항상 피켓을 들고 누군가를 위해, 이 나라를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어 그의 여러 요구를 대부분 들어줬다”고 말했다. 


그랬던 A씨는 최근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을 찾아 B 위원장에 대해 사기죄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고소장에는 A씨가 운영하는 가게에 어느 날 B 부위원장 자주 동행하는 C씨와 함께 찾아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B 부위원장은 “이번에 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에 출마하는데 반드시 위원장이 된다”며 “만들고 있는 소스류를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에 공급하도록 해주겠다. 자신이 농수산부 장관 민주당 유력 의원, 도지사 등과 막역한 사이”라고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듯 접근해왔다. 

식품 소스류를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하고 민주당과 관련 있는 전국 공공기관에 납품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한 것.

의원들에게 부탁해 국가지원금 20억원을 받아 식품 제조 공장을 지을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에 A씨는 혹할 수밖에 없었다. B 부위원장의 말을 믿고 4억원의 돈을 마련해 380평가량의 땅을 매입해 공장 설립을 준비했다. 

정면 대치되는 고소장 속 인물들 진술
A씨 “그들이 먼저 찾아와 돈 달라 해”

이후 A씨는 용지를 매입한 뒤 설립자금이 필요해 “약속한 대로 공장설립 지원금 20억원을 지원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공장 사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A씨의 주장대로라면 B 부위원장이 “개인 명의로 지원은 할 수 없고 법인을 설립해 법인 명의로 부지 이전 시 돈을 받을 수 있다”고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사정이 급해진 A씨는 B 부위원장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다시 영어조합법인을 설립하고 같은 해 법인 명의로 A씨 부지를 이전등기하고 상황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후 상황은 점차 악화돼갔다. 부지 이전등기 이후 경제진흥원에 대출을 알아봐주겠다고 말을 바꾸었으나 대출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결국 A씨는 영어조합법인을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

공장 관련 지원금을 받으려면 3년간 재무제표가 있어야 하고, 3년 이상 동종업계에 종사한 경력 등 5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조건이 되지 않아 대출받기 힘든 구조였던 셈이다. 현재 A씨는 빚만 6억원~7억원이다. 

A씨에 따르면 이후에도 B 부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지속적으로 선거 출마 공탁금, 정치인들과의 식사를 위한 경비 마련, 선거운동 비용, 생활비 등 명목 등으로 돈을 요구해왔다. 

A씨의 주장대로라면 B 부위원장이 C씨의 계좌를 통해 해당 명목으로 빌려 간 돈만 12회에 걸쳐 4000만원이 넘는다. <일요시사>가 A씨 측으로부터 입수한 거래 내역서에도 실제 C씨에게 4000만원가량 돈이 송금된 이력이 남아 있다.

“사업에 도움”
12회에 걸쳐?

2020년 5월4일부터 같은 해 11월11일까지 적게는 몇 만원부터 크게는 500만원까지 이체됐다. A씨의 말처럼 민주당의 중진 정치인도 몇몇 만났다. 직접 준비해간 회도 함께 제공했다.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A씨는 “B 부위원장이 빌려놓고 자기 이름으로 빌리지 않아 자신은 안 빌렸다며 C씨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원들과 조금은 친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친한지는 모르겠다. 자기가 어떤 위치에 있다는 걸 과시하려고 해왔다”고 말했다.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A씨는 피고소인들이 했던 말과 행동이 전부 거짓이라고 깨달았다. 당시에는 정치인으로써 지지했기 때문에 지원했지만 이제라도 돈을 돌려 받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C씨의 계좌로 입금된 돈이 1년 넘었으니 되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A씨의 주장에 따르면 B 부위원장은 “돈이 없다. 지진 피해금 받을 돈이 있는데 돈이 나오면 갚겠다”며 감감 무소식 중이다. 

시간이 지나도 돈을 갚지 않자, B 부위원장과 C씨를 고소했는데 이후로 B 부위원장은 연락이 닿질 않았다. ‘돈을 반드시 돌려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A씨는 지난해 7월, 민주당 경북도당 사무실에 사정을 이야기했다.

이후 500만원이 송금됐고, 현재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다. A씨의 이야기대로라면 B 부위원장이 자신의 활동을 위해 평범한 사업을 하는 일반 당원을 기망해 재물을 교부받았기 때문에 사기죄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일요시사>는 돈을 입금받은 C씨에게도 상황을 물었다. 그는 자신의 계좌에 돈이 입금된 점은 시인했으나 B 부위원장이 관련돼있다는 점에 대해선 강력 부인했다. C씨는 “계좌에 돈이 들어온 것은 맞다”면서도 “B 부위원장은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오히려 A씨가 공장 부지를 샀다고 먼저 땅을 보여줬다”고 반박했다. 


식품회사를 운영 중이던 C씨 주장에 따르면 오히려 A씨가 “도와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C씨는 패스 업 기준의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여러 곳을 둘러보고, 전문가를 찾아다녔다. 설계 도면 역시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HACCP) 기준에 맞는 설계 방식을 알아내 경제진흥원서도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충족시키려 노력했다. 

지속적으로
돈 요구?

그는 A씨의 고소에 대해 꼬집기도 했다. A씨가 B 부위원장을 상당히 지지하는 인물로 기억하고 있는 데다 오히려 늘 도우려고 했다는 것이다. C씨는 “A씨가 오히려 B 부위원장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B 부위원장이 경북도당위원장에 나가야 하는데, 돈이 없다고 하니 자신이 빌려주겠다며 나서서 말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미용실도 운영하고 있었다. 당시 미용실 임대 보증금 2000만원을 갖고 있는데, 미용실이 나가면 돈이 준비되니 자신이 빌려주겠다며 발 벗고 나섰다는 것이다. 

C씨에 따르면 이후 A씨는 차용증도 요구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자신이 “차용증을 써야 하지 않겠냐”고 해 차용증을 작성했다고 단호히 말했다. 또 앞서 500만원도 빌렸던 이력이 있어 해당 비용까지 2500만원을 한꺼번에 적어 차용증을 썼다고 주장했다. 

당시 작성했던 차용증의 변제기간은 1년으로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노력도 했다. 노력을 기울였으나 자신 역시 상황이 어려워져 갚지 못했다고도 했다. 어느 덧 돈을 못 갚은 지 만 3년째인데, 변제 시기보다 2년이 지났다. 


다만 그는 실제 A씨가 갚아야 한다고 주장한 액수와 다르다는 입장이다. 즉, 4000만원을 빌린 적이 없고, 차용증에 명시된 2000만원만 갚으면 된다는 것이다. 앞서 500만원은 이미 갚았기 때문이다. 

A씨가 C씨에게 입금했다는 돈 역시 단순히 빌린 게 아니라 공장을 위해 자신이 활동하며 받은 활동비라고 했다. 당시 C씨는 “그냥은 못 다닌다. 기름값, 공장과 관련된 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을 만나 자문을 구하고, 인사 등을 한 경비”라고 못 박았다. 한마디로 빌린 게 아니라 시장조사를 위해 받았던 돈이라는 셈이다. 

B 부위원장 “당사자 아니고 내용 몰라”
C씨 “사실 아냐, 오히려 먼저 주려 해”

그는 “A씨가 먼저 ‘경비로 얼마를 주면 되겠느냐’고 물었고 최소 150만원이 필요하다는 말에 200만원씩 몇 달을 줬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A씨와 C씨가 차용증을 작성한 것은 2500만원과 관련된 부분이다. 경비 명목으로 통장에 지급한 부분을 증거로 제시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간 작성해온 파일과 창업 및 사업계획서를 증거로 내밀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파일에는 법인 소개와 건축시설 개요가 기록돼있다. 사업계획서 역시 위치, 목적, 기대 효과 등 꽤 구체적이었다. 총 10페이지로 이뤄져있으며 자금 조달 계획, 세부 투자 계획 등도 함께 명시돼있다. 

C씨는 오히려 A씨가 실수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출 70%를 받으려면 자기자본 30%가 필요했던 상황으로 자본 지출을 많이 갖추긴 했었다. 업장 자산이 있어야 하고 수산협동조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A씨의 실수 지점은 100만원으로도 법인을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적은 금액으로 법인을 만드는 바람에 출자 자산이 없어졌다는 주장이다. 

당시 서류만 넣으면 대출 집행이 이뤄진다고 안내받았는데, 결국 증명이 안 돼 자산가치로 편입할 수 없어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C씨는 A씨가 일방적인 주장만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갚았던 500만원 역시 “경북도당 사람도 아닌데 경북도당에 제소하니 갚았다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국회의원들과의 만남 역시 자신들은 강요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소개시켜주긴 했지만 오히려 A씨가 만나게 해달라고 지속적으료 요청했기 때문에 만났을 뿐이라는 것. 그는 “경비를 마련하라는 지시도 없었고, 오히려 고급 어종 회를 썰어 박스에 넣어서 왔다”고 말했다. 

차용증 작성
진짜? 가짜?

이처럼 A씨와 C씨의 주장은 정면으로 대치되는 상황이다. A씨는 요구에 의해, C씨는 자발적이라는 게 쟁점이다. 

B 부위원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4000만원이라는 금액에 관해선 잘 모른다. 사실이 아닌 부분이 많다. C씨와 관련된 일”이라며 “조사가 아직 안 끝났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다. 결론적으로 나는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보좌관 성추행’ 박완주 의원, 노래방서 무슨 일이…

보좌관 성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무소속 박완주 의원이 노래방서 피해자에 신체접촉을 하는 등 추행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 의원은 2021년 12월9일 보좌관 A씨, 비서 B씨와 함께 서울 영등포구의 한 음식점서 저녁식사를 한 뒤 노래주점으로 이동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경 박 의원은 노래주점서 B씨를 잠시 나가도록 하고 피해자 A씨와 단둘이 대화하다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놀란 A씨는 박 의원의 정강이를 걷어차며 강하게 거부했지만 박 의원은 여러 차례 성적인 발언을 하며 성관계를 요구한 것으로 공소장에 적시됐다.

이후 박 의원은 A씨가 회식을 마친 후 귀가하려 하자 함께 차에 타라며 강권했고, A씨는 마지 못해 박 의원이 거주하는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까지 함께 이동했다.

차에서 먼저 내린 박 의원은 A씨의 손목을 붙잡으며 “올라가서 한 잔 더 하자”고 말했고, A씨가 거절하자 또다시 강제로 신체를 접촉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A씨는 지난해 4월22일 민주당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에 성추행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A씨의 신고 사실을 인지한 박 의원은 A씨를 면직시키기 위해 제3자를 동원해 위조된 사직서를 국회 사무처에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이어 A씨는 지난해 5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직권남용,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박 의원을 고소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5월12일 의원 총회를 열고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박 의원을 제명했다.

검찰은 지난달 4일 박 의원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박 의원에 대한 첫 재판은 오는 9일 열린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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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를 내면서 지급보증 섰던 롯데건설에 보유지분 25%를 넘겼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사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사는 롯데건설로부터 지분을 일부 양도받은 것으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롯데건설인 셈이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49%)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