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당 부위원장 뒷돈 피소 내막

“유력 정치인과 친해” 4000만원 진실공방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정치인과 맺는 관계는 특수한 만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한 번 잘못 얽혀버리면 관련된 모두가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경북 포항의 한 지역서 정치인과 당원이 돈 문제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과연 진실이 뭘까?

정치인이 또 다른 정치인과 친분을 과시하면 그 자체로 신뢰가 생긴다. 유력 정치인과의 관계를 과시하면 더욱 그렇다. 평범한 더불어민주당 당원인 A씨도 똑같이 믿었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시장 선거에 출마할 정도의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A씨는 빚까지 짊어지면서 돈을 써가며 요구사항을 들어줬다고 주장하는 반면, 고소를 당한 측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인연서
악연으로

민주당 당원인 A씨에 따르면 B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을 처음 만난 것은 2019년이다. 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의 소개로 B 부위원장을 소개받았다. 소개받은 정치인은 지역서 야무지고, 똑똑한 이미지로 당원들 사이서 평가가 좋았다. 

B 부위원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중앙당 부대변인 출신의 정치인으로 2014년엔 단체장 선거서 포항시장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포항 지역의 첫 야당 여성 후보로 인지도를 쌓았다. 이후 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으로도 출마했고, 현재는 민주당 부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A씨는 평범한 식품 소스 사업을 하던 중 2019년경 B 부위원장과 인연이 생겼다. 처음 만난 B 부위원장은 영락 없이 정치를 하려는 사람으로 보였다. A씨는 “항상 피켓을 들고 누군가를 위해, 이 나라를 위해 뭔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어 그의 여러 요구를 대부분 들어줬다”고 말했다. 

그랬던 A씨는 최근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을 찾아 B 위원장에 대해 사기죄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고소장에는 A씨가 운영하는 가게에 어느 날 B 부위원장 자주 동행하는 C씨와 함께 찾아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B 부위원장은 “이번에 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에 출마하는데 반드시 위원장이 된다”며 “만들고 있는 소스류를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에 공급하도록 해주겠다. 자신이 농수산부 장관 민주당 유력 의원, 도지사 등과 막역한 사이”라고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듯 접근해왔다. 

식품 소스류를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하고 민주당과 관련 있는 전국 공공기관에 납품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한 것.

의원들에게 부탁해 국가지원금 20억원을 받아 식품 제조 공장을 지을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에 A씨는 혹할 수밖에 없었다. B 부위원장의 말을 믿고 4억원의 돈을 마련해 380평가량의 땅을 매입해 공장 설립을 준비했다. 

정면 대치되는 고소장 속 인물들 진술
A씨 “그들이 먼저 찾아와 돈 달라 해”

이후 A씨는 용지를 매입한 뒤 설립자금이 필요해 “약속한 대로 공장설립 지원금 20억원을 지원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공장 사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A씨의 주장대로라면 B 부위원장이 “개인 명의로 지원은 할 수 없고 법인을 설립해 법인 명의로 부지 이전 시 돈을 받을 수 있다”고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사정이 급해진 A씨는 B 부위원장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다시 영어조합법인을 설립하고 같은 해 법인 명의로 A씨 부지를 이전등기하고 상황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후 상황은 점차 악화돼갔다. 부지 이전등기 이후 경제진흥원에 대출을 알아봐주겠다고 말을 바꾸었으나 대출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결국 A씨는 영어조합법인을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

공장 관련 지원금을 받으려면 3년간 재무제표가 있어야 하고, 3년 이상 동종업계에 종사한 경력 등 5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조건이 되지 않아 대출받기 힘든 구조였던 셈이다. 현재 A씨는 빚만 6억원~7억원이다. 

A씨에 따르면 이후에도 B 부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지속적으로 선거 출마 공탁금, 정치인들과의 식사를 위한 경비 마련, 선거운동 비용, 생활비 등 명목 등으로 돈을 요구해왔다. 

A씨의 주장대로라면 B 부위원장이 C씨의 계좌를 통해 해당 명목으로 빌려 간 돈만 12회에 걸쳐 4000만원이 넘는다. <일요시사>가 A씨 측으로부터 입수한 거래 내역서에도 실제 C씨에게 4000만원가량 돈이 송금된 이력이 남아 있다.

“사업에 도움”
12회에 걸쳐?

2020년 5월4일부터 같은 해 11월11일까지 적게는 몇 만원부터 크게는 500만원까지 이체됐다. A씨의 말처럼 민주당의 중진 정치인도 몇몇 만났다. 직접 준비해간 회도 함께 제공했다.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A씨는 “B 부위원장이 빌려놓고 자기 이름으로 빌리지 않아 자신은 안 빌렸다며 C씨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원들과 조금은 친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친한지는 모르겠다. 자기가 어떤 위치에 있다는 걸 과시하려고 해왔다”고 말했다.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A씨는 피고소인들이 했던 말과 행동이 전부 거짓이라고 깨달았다. 당시에는 정치인으로써 지지했기 때문에 지원했지만 이제라도 돈을 돌려 받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C씨의 계좌로 입금된 돈이 1년 넘었으니 되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A씨의 주장에 따르면 B 부위원장은 “돈이 없다. 지진 피해금 받을 돈이 있는데 돈이 나오면 갚겠다”며 감감 무소식 중이다. 

시간이 지나도 돈을 갚지 않자, B 부위원장과 C씨를 고소했는데 이후로 B 부위원장은 연락이 닿질 않았다. ‘돈을 반드시 돌려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A씨는 지난해 7월, 민주당 경북도당 사무실에 사정을 이야기했다.

이후 500만원이 송금됐고, 현재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다. A씨의 이야기대로라면 B 부위원장이 자신의 활동을 위해 평범한 사업을 하는 일반 당원을 기망해 재물을 교부받았기 때문에 사기죄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일요시사>는 돈을 입금받은 C씨에게도 상황을 물었다. 그는 자신의 계좌에 돈이 입금된 점은 시인했으나 B 부위원장이 관련돼있다는 점에 대해선 강력 부인했다. C씨는 “계좌에 돈이 들어온 것은 맞다”면서도 “B 부위원장은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오히려 A씨가 공장 부지를 샀다고 먼저 땅을 보여줬다”고 반박했다. 

식품회사를 운영 중이던 C씨 주장에 따르면 오히려 A씨가 “도와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C씨는 패스 업 기준의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여러 곳을 둘러보고, 전문가를 찾아다녔다. 설계 도면 역시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HACCP) 기준에 맞는 설계 방식을 알아내 경제진흥원서도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충족시키려 노력했다. 

지속적으로
돈 요구?

그는 A씨의 고소에 대해 꼬집기도 했다. A씨가 B 부위원장을 상당히 지지하는 인물로 기억하고 있는 데다 오히려 늘 도우려고 했다는 것이다. C씨는 “A씨가 오히려 B 부위원장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B 부위원장이 경북도당위원장에 나가야 하는데, 돈이 없다고 하니 자신이 빌려주겠다며 나서서 말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미용실도 운영하고 있었다. 당시 미용실 임대 보증금 2000만원을 갖고 있는데, 미용실이 나가면 돈이 준비되니 자신이 빌려주겠다며 발 벗고 나섰다는 것이다. 

C씨에 따르면 이후 A씨는 차용증도 요구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자신이 “차용증을 써야 하지 않겠냐”고 해 차용증을 작성했다고 단호히 말했다. 또 앞서 500만원도 빌렸던 이력이 있어 해당 비용까지 2500만원을 한꺼번에 적어 차용증을 썼다고 주장했다. 

당시 작성했던 차용증의 변제기간은 1년으로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노력도 했다. 노력을 기울였으나 자신 역시 상황이 어려워져 갚지 못했다고도 했다. 어느 덧 돈을 못 갚은 지 만 3년째인데, 변제 시기보다 2년이 지났다. 

다만 그는 실제 A씨가 갚아야 한다고 주장한 액수와 다르다는 입장이다. 즉, 4000만원을 빌린 적이 없고, 차용증에 명시된 2000만원만 갚으면 된다는 것이다. 앞서 500만원은 이미 갚았기 때문이다. 

A씨가 C씨에게 입금했다는 돈 역시 단순히 빌린 게 아니라 공장을 위해 자신이 활동하며 받은 활동비라고 했다. 당시 C씨는 “그냥은 못 다닌다. 기름값, 공장과 관련된 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을 만나 자문을 구하고, 인사 등을 한 경비”라고 못 박았다. 한마디로 빌린 게 아니라 시장조사를 위해 받았던 돈이라는 셈이다. 

B 부위원장 “당사자 아니고 내용 몰라”
C씨 “사실 아냐, 오히려 먼저 주려 해”

그는 “A씨가 먼저 ‘경비로 얼마를 주면 되겠느냐’고 물었고 최소 150만원이 필요하다는 말에 200만원씩 몇 달을 줬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A씨와 C씨가 차용증을 작성한 것은 2500만원과 관련된 부분이다. 경비 명목으로 통장에 지급한 부분을 증거로 제시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간 작성해온 파일과 창업 및 사업계획서를 증거로 내밀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파일에는 법인 소개와 건축시설 개요가 기록돼있다. 사업계획서 역시 위치, 목적, 기대 효과 등 꽤 구체적이었다. 총 10페이지로 이뤄져있으며 자금 조달 계획, 세부 투자 계획 등도 함께 명시돼있다. 

C씨는 오히려 A씨가 실수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출 70%를 받으려면 자기자본 30%가 필요했던 상황으로 자본 지출을 많이 갖추긴 했었다. 업장 자산이 있어야 하고 수산협동조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A씨의 실수 지점은 100만원으로도 법인을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적은 금액으로 법인을 만드는 바람에 출자 자산이 없어졌다는 주장이다. 

당시 서류만 넣으면 대출 집행이 이뤄진다고 안내받았는데, 결국 증명이 안 돼 자산가치로 편입할 수 없어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C씨는 A씨가 일방적인 주장만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갚았던 500만원 역시 “경북도당 사람도 아닌데 경북도당에 제소하니 갚았다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국회의원들과의 만남 역시 자신들은 강요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소개시켜주긴 했지만 오히려 A씨가 만나게 해달라고 지속적으료 요청했기 때문에 만났을 뿐이라는 것. 그는 “경비를 마련하라는 지시도 없었고, 오히려 고급 어종 회를 썰어 박스에 넣어서 왔다”고 말했다. 

차용증 작성
진짜? 가짜?

이처럼 A씨와 C씨의 주장은 정면으로 대치되는 상황이다. A씨는 요구에 의해, C씨는 자발적이라는 게 쟁점이다. 

B 부위원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4000만원이라는 금액에 관해선 잘 모른다. 사실이 아닌 부분이 많다. C씨와 관련된 일”이라며 “조사가 아직 안 끝났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다. 결론적으로 나는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보좌관 성추행’ 박완주 의원, 노래방서 무슨 일이…

보좌관 성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무소속 박완주 의원이 노래방서 피해자에 신체접촉을 하는 등 추행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 의원은 2021년 12월9일 보좌관 A씨, 비서 B씨와 함께 서울 영등포구의 한 음식점서 저녁식사를 한 뒤 노래주점으로 이동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경 박 의원은 노래주점서 B씨를 잠시 나가도록 하고 피해자 A씨와 단둘이 대화하다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놀란 A씨는 박 의원의 정강이를 걷어차며 강하게 거부했지만 박 의원은 여러 차례 성적인 발언을 하며 성관계를 요구한 것으로 공소장에 적시됐다.

이후 박 의원은 A씨가 회식을 마친 후 귀가하려 하자 함께 차에 타라며 강권했고, A씨는 마지 못해 박 의원이 거주하는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까지 함께 이동했다.

차에서 먼저 내린 박 의원은 A씨의 손목을 붙잡으며 “올라가서 한 잔 더 하자”고 말했고, A씨가 거절하자 또다시 강제로 신체를 접촉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A씨는 지난해 4월22일 민주당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에 성추행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A씨의 신고 사실을 인지한 박 의원은 A씨를 면직시키기 위해 제3자를 동원해 위조된 사직서를 국회 사무처에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이어 A씨는 지난해 5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직권남용,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박 의원을 고소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5월12일 의원 총회를 열고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박 의원을 제명했다.

검찰은 지난달 4일 박 의원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박 의원에 대한 첫 재판은 오는 9일 열린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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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