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3월 대선’ 프레임의 덫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
  • 등록 2023.07.31 16:42:23
  • 호수 1438호
  • 댓글 8개

우리나라 3대 선거 중 대통령선거(대선)는 5년마다 치르고, 국회의원선거(총선) 와 지방선거(지선)는 4년마다 치른다. 그리고 3대 선거서 대통령은 1명, 총선은 300명, 지선은 4000명 이상을 뽑지만, 우리 국민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거는 대선 → 총선 → 지선 순이다.

최근 20여년 동안 우리나라 3대 선거를 살펴보니, 총선은 4월, 지선은 6월(4회 지선은 2006년 5월31일)에 치렀다.

대선은 원래 12월에 치렀는데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19대 대선은 5월9일에 치른 후 바로 취임해 20대 대선은 3월9일에 치렀다. 그러니까 앞으로 대선은 대통령 탄핵이나 유고 같은 이변이 없는 한 계속 3월에 치르게 된다.

사실 총선과 지선은 2년 간격으로 각각 4년마다 번갈아 치르기 때문에 같은 해 서로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대선은 5년마다 치르기 때문에, 같은 해에 치르는 총선(2012년, 2032년)이나 지선(2022년, 2042년)에 대선이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3대 선거는 주기적으로 ‘3월 대선’ 프레임의 덫에 걸리게 돼있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보면, 대선은 20년마다 총선·지선과 같은 해에 치르게 되고, 대선은 10년마다 총선·지선을 번갈아가면서 동시에 치르게 된다.


예를 들어, 2012년엔 18대 대선과 19대 총선을, 2022년엔 20대 대선과 8회 지선을 동시에 치렀고, 2032년에는 22대 대선과 21대 총선을, 2042년에는 24대 대선과 10회 지선을 동시에 치르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대선과 같은 해에 치러지는 총선이나 지선이 대선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대선이 총선이나 지선과 같은 해에 치러진다면, 전엔 12월 대선이 끝난 후 각 정당은 4월 총선이나 6월 지선 공천에 그래도 어느 정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유권자도 최소한의 검증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대선이 3월로 변경되면서부턴 각 정당이 대선이 끝날 때까진 총선이나 지선 공천에 손도 못 대고, 그래서 결국은 짧은 기간에 졸속 공천을 해야 하고, 유권자도 무검증 선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만약, 대선 기간에 총선이나 지선에 나가는 후보를 공천할 경우, 공천서 탈락한 자들에 의해 대선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대선 기간 중 공천할 수 없다. 지난해 6월1일에 치러진 8회 지선이 바로 ‘3월 대선’ 프레임의 덫에 걸린 선거였다.

2032년 선거도 문제다. 대선을 3월에 치르고, 한 달 후인 4월에 총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2032년 총선도 졸속 공천과 무검증이라는 ‘3월 대선' 프레임의 덫에 걸려 엉망이 될 게 뻔하다.

그렇다면, 선거법을 바꿔서라도 대선을 다시 12월로 돌리거나, 아니면 4월과 6월서 멀리 있는 달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짝수 해에 총선이나 지선을 치르며 끝이 2나 7로 끝나는 해에 대선을 치르기 때문에, 2로 끝나는 해의 대선은 총선이나 지선과 동시에 치르고, 7로 끝나는 해를 제외한 모든 홀수(1,3,5,9) 해엔 3대 선거 중 어느 선거도 치르지 않는다.

그런데, 홀수 해에도 대부분 보궐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우리 국민은 매 해마다 선거를 치르는 것으로 체감하고 있다.

민주주의서 선거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매해마다 선거를 치른다면, 선거로 인해 국민정서가 갈라지고, 경제도 멈추고, 결국 우리 국민만 지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리 정치권이 간과해선 안 된다.

최근 작년 8회 지방선거서 당선된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만나 대화하면서 뭔가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년 대선 이후 3개월 만에 치러진 지선이 공천도 검증도 엉망이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월 대선’ 프레임이 대선을 준비하는 정당엔 총선이나 지선 출마자에게 공천권을 휘두를 수 있어 유리하게 작용될 지 모른다. 그리고 대선서 승리한 정당은 새 정부의 검증 없이 승리의 여세를 몰아 총선이나 지선서도 유리할지 모른다.

그러나 대선서 승리한 정당이 ‘3월 대선’ 프레임을 이용해 능력도 없는 자를 공천해 당선시킬 경우, 우리 국민은 4년 동안 중앙정부의 눈치만 보는 무능력한 지도자의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우리나라 3대 선거는 원래 목요일에 치렀는데 2004년 공직선거법 개정에 의해 임기 만료일 전, 대선은 70일, 총선은 50일, 지선은 3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에 치르고 있다.

주5일제가 시행되면서 한 주의 워킹데이 중간인 수요일에 선거를 치러야 선거 효과가 크기 때문에 수요일로 개정된 것 같다. 대선도 총선의 4월과 지선 6월의 중간(5월, 11월) 중 멀리 떨어진 11월에 치르면 어떨까? 우리나라 3대 선거가 안정적으로 치러져야 하기 때문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사건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정치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111일 만이자, 탄핵 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것이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이날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국회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 판단했어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취임한지 2년 후 이뤄진 총선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결과가 피청구인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안 됐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을 남용하는 역사를 재현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도 퇴거해야 한다. 다만, 사저 경호 문제 등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즉시 관저를 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에 청와대 관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대부분 박탈당했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상 최대 15년(10년+5년 연장)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으나, 임기만료 전 퇴임한 경우에는 최대 10년(5년+5년 연장)으로 줄어든다. 전직 대통령 예우 모두 박탈 정치권 ‘장미 대선’ 현실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받았을 대통령 연금 수령 자격도 상실됐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보수연액(월급여의 8.85배)의 95%를 12개월로 나눠 받는다. 올해 윤 전 대통령 연봉은 약 2억6258만원(세전)이고, 이 기준에 따른 매월 연금액은 약 1533만원(연 기준 1억8397만원)이다. 이 밖에 기념사업 지원과 개인 사무실 및 보좌진 지원도 중단됐으며, 사후 국립묘지 안장 대상서도 제외된다. 공직 취임의 기회도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4조 2항은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선고된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형사재판 절차 뿐이다. 형사재판은 탄핵 심판 결과와 별개로 그대로 진행되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첫 정식 공판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상실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을 기준으로 하면 60일째 되는 날은 오는 6월3일이므로 이날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오말육초’(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고, 정확히 60일째인 5월9일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선례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도 60일째 되는 날인 6월3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선 시점이 6월3일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60일째 되는 날에서 가장 가까운 수요일인 5월28일이 조기 대선일로 유력하다는 예상도 나왔다. 어느 날짜에 선거가 치러지든,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변했고, 이제 차기 권력을 향한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 잠룡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정권 재장출의 목표를 두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당선 즉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