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한 숲으로의 초대 ①강릉솔향수목원

낮과 밤, 모두 즐겁다!

여름은 숲이 가장 다정해지는 계절이 아닐까 싶다. 초록빛 숲은 누구에게나 싱그러운 휴식을 선물하고, 어둠이 내린 상쾌한 숲에서 더위도 잠시 잊을 수 있다. 시원한 수평선까지 눈에 담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처럼 여름 숲이 주는 모든 즐거움이 강릉솔향수목원에 있다.

강릉솔향수목원은 칠성산 자락에 자리한다. 구정면 어단리와 왕산면 도마리·목계리 사이에 있는 칠성산은 산꼭대기에 7개 바위가 칠성(七星)을 닮았다고 붙은 이름이다. 높이 953m에 기암괴석과 우거진 숲이 주민들 사이에서도 꽤 험한 등산 코스로 꼽힌다. 1996년 강릉 안인해변에 침투한 무장 공비가 칠성산을 도주로로 이용한 것도 그 때문이다. 뜻하지 않게 전국에 이름을 알린 이곳은 2013년 강릉솔향수목원이 개원하면서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

떠오르는 관광명소

여러 나무가 섞여서 자생하는 일반적인 산과 달리, 칠성산은 능선을 경계로 동쪽에는 참나무가, 서쪽에는 키 큰 노송이 군락을 이룬다. 특히 줄기가 붉고 곧게 자라는 금강소나무가 집단으로 자생한다. 우리나라 대표 수종인 금강소나무는 피톤치드를 다량 발산하고 자태가 빼어나 ‘나무의 제왕’이라 일컫는다. 오랜 세월 강릉의 흙과 물, 바람이 키워낸 금강소나무 원시림 덕분에 강릉솔향수목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소나무를 주제로 꾸민 수목원이다. 대표적인 관찰로가 천년숨결치유의길이다.

천년숨결치유의길은 금강소나무 외에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주목 ▲피톤치드는 물론 항산화 물질인 플라보놀이 풍부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는 서양측백이 어우러져 최적의 삼림욕 코스를 완성했다. 나무 사이로 경사가 완만한 덱이 설치돼 어린아이나 어르신도 걷기에 부담 없다.

강릉솔향수목원에서 놓치면 안 될 또 다른 볼거리, 하늘정원이다. 이름 그대로 수목원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소나무뿐 아니라 바위틈에 피어난 들꽃이 자연의 끈질긴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이곳 전망대에서 강릉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 너머로 푸른 바다가 거짓말처럼 펼쳐진다. 마침 상쾌한 바람이 불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올라온 길인데, 전망대에서 만난 호사스러운 풍경에 걸음을 멈추고 여유를 만끽한다.


강릉솔향수목원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맑은 계곡을 만난다. 예부터 용소골이라 불린 이곳은 칠성산과 매봉산 사이를 흐르는 계곡으로, 주민들이 즐겨 찾은 피서지다. 바닥이 훤히 보일 만큼 깨끗한 일급수여서 버들치와 가재도 흔하다. 계곡 상류에는 용소가 신비로운 푸른빛을 뽐낸다. 비가 내린 직후엔 관찰로 일부에 계곡물이 흘러 징검다리를 건너는 낭만도 누릴 수 있다.

전국 유일 소나무를 주제로 꾸민 수목원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포토 존도 마련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수국원이 한여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수국은 흙이 산성이면 푸른색 꽃을, 염기성이면 붉은색 꽃을 피운다. 그래서인지 흰색 수국은 ‘순결’, 보라색 수국은 ‘진심’, 분홍색 수국은 ‘처녀의 꿈’으로 꽃말도 제각각이다. 산수국은 바깥쪽 크고 화려한 색 꽃잎이 벌과 나비를 유인하기 위한 헛꽃이다. 안쪽에 있는 작고 소박한 꽃이 진짜 꽃이고, 헛꽃은 꽃가루받이하고 나면 고개를 숙인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솔숲광장에서 마음껏 뛰어놀아도 좋다. 널찍한 잔디밭과 귀여운 곰을 형상화한 포토 존이 인기다. 여름을 맞아 비비추원에는 보랏빛 꽃이 만발했다. 산지 냇가에서 자라는 비비추는 생명력이 강한 약용식물로, 어린잎을 무쳐 먹기도 한다. 광장 곳곳에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쉬었다 가기 적당하다.

강릉솔향수목원을 특별하게 즐기는 방법, 바로 야간 개장이다. 수목원 입구부터 알전구로 장식한 쉼터가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낮에는 화려한 꽃이 주인공이라면, 밤에는 조명이 들어오는 숲길이 주인공이다. 초록빛 조명이 반짝이는 숲길은 반딧불이의 향연을 떠올리게 할 만큼 신비롭다. 어둠이 내린 용소에는 빛으로 구현한 용 한 마리가 솟아오른다. 강릉솔향수목원 하절기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야간 개장 오후 8~11시 / 월요일 휴원), 입장료는 없다.

강릉에 왔으니 커피거리를 들러봐야겠다. 해마다 가을에 커피축제가 열릴 정도로 커피 관련 콘텐츠가 다양한 강릉은 안목해변을 중심으로 커피거리가 형성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늘어선 커피 자판기에서 시작한 강릉커피거리는 이제 커피콩을 직접 볶는 로스터리 카페로 채워졌다. 카페마다 맛과 향이 다른 커피가 유혹하고, 푸른 바다가 풍미를 돋운다.

해 질 무렵엔 월화거리를 거닐어보자. 무월랑과 연화부인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이들의 자손인 명주군왕이 강릉 김씨 시조다. 낙후한 구도심에 월화거리가 조성되면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밀집해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남대천철교를 리모델링한 월화교에선 분수 쇼가 벌어진다. 화~일요일 오후 2시에 분수 쇼를, 8시에 분수 쇼와 어우러진 조명과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금·토요일에는 9시에 분수 쇼가 한 번 더 펼쳐지고, 오후 6~11시에 야시장도 열린다.


색다른 하룻밤

강릉에서 색다른 하룻밤을 계획한다면 연곡해변솔향기캠핑장을 추천한다.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가 그림 같은 연곡해변에 자리하고, 덱이 대부분 울창한 솔숲에 마련돼 강릉의 멋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덕분에 캠핑장으로는 드물게 지난해 ‘한국관광의 별’을 수상했다. 캠핑이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한 캐러밴도 운영 중이며, 올여름부터 간편하게 캠핑을 맛보는 글램핑 시설이 추가됐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강릉솔향수목원→강릉커피거리→월화거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강릉솔향수목원→연곡해변솔향기캠핑장→월화거리
-둘째 날: 강릉커피거리→강릉 선교장→아르떼뮤지엄강릉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강릉관광 www.gn.go.kr/tour
-강릉솔향수목원 www.gn.go.kr/sol hyang
-강릉커피거리 https://ggcoffeestreet.modoo.at
-연곡해변솔향기캠핑장 https://camping.gtdc.or.kr

문의 전화
-강릉시청 관광정책과 033)640-5424
-강릉역관광안내소 033) 642-8692
-강릉솔향수목원 033)660-2322
-연곡해변솔향기캠핑장 033)662-2900

대중교통
[버스] 서울-강릉,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6~29회(06: 20~22:20) 운행, 2시간20분~2시간50분 소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1회(06:00~20:2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강릉시외·고속터미널에서 강릉의료원 정류장까지 도보 약 1.3㎞, 104번·104-2번 일반버스 이용, 강릉솔향수목원 정류장 하차, 도보 약 660m.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강릉시버스정보시스템 https://bis.gn.go.kr 

[기차] 서울역-강릉역, KTX 하루 14회(05:11~22:11) 운행, 약 2시간 소요. 강릉역에서 용지각 정류장까지 도보 약 780m, 104번 일반버스 이용, 강릉솔향수목원 정류장 하차, 도보 약 66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강릉시버스정보시스템 https://bis.gn.go.kr

자가운전
서울양양고속도로→양양 JC에서 속초·강릉 방면→강릉 IC에서 강릉 방면→강릉톨게이트→강릉 IC에서 대관령·성산 방면→금산2교차로에서 가톨릭관동대학교·제비리 방면→구정면·굴산사지·솔향수목원 방면→강릉솔향수목원

숙박 정보
-하이오션 경포: 강릉시 경포로463번길, 033)646-9999, http://hiocean.kr
-강릉오죽한옥마을: 강릉시 죽헌길, 033)655-1117~8, https://ojuk.gtdc.or.kr
-호텔탑스빌: 강동면 헌화로, 033)643-10 54, www.정동진호텔.com

식당 정보
-강릉짬뽕순두부 동화가든본점(원조짬순·안송자청국장): 강릉시 초당순두부길77번길, 033)652-9885, www.instagram.com/donghwagarden
-배니닭강정(닭강정·프라이드): 강릉시 금성로13번길, 033)643-9038, https://gsbaenni.modoo.at
-테라로사커피공장 강릉본점(커피·판나코타): 구정면 현천길, 1668-2764, https://terarosa.com

주변 볼거리
강릉 오죽헌, 손성목영화박물관, 경포가시연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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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