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코로나19 수혜를 만끽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씨젠이 실적 및 주가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단순히 진단키트 수요 급감에 따른 ‘제자리 찾기’ 수순이라고 보기에는 잡음이 예사롭지 않다.
씨젠은 코로나19 펜데믹에 따른 PCR 진단키트 수요 급증을 계기로 엄청난 성장세를 나타냈다. 코로나 여파가 한창이던 2020년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20년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1252억원, 6762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대비 매출은 약 9배, 영업이익은 약 30배 수준으로 급증한 것이었다. 2021년에도 역대 최대 매출 1조3708억원, 영업이익 6667억원으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원래대로…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 엔데믹 추세에 접어들면서 진단키트 수요가 줄어들자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씨젠은 지난해 매출 8534억원, 영업이익 195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 71%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많은 국가가 코로나 방역 규제를 완화하면서 코로나 진단시약의 매출이 크게 감소한 여파였다.
실적 하락세는 올해 들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1분기 매출액(901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80.1% 급감했고, 1997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순이익은 21억원으로 98.8% 줄었다. 씨젠 측은 코로나 검사 건수 감소가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씨젠의 올해 실적 하락세가 작년보다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씨젠의 올해 실적 전망치는 매출액 4820억원, 영업이익 954억원이다. 전년 대비 43.5%, 51.5% 감소한 수치다.
실적 악화에도 현금배당은 계속되고 있다. 씨젠은 지난 10일, 보통주 1주당 200원(시가배당율0.8%)의 현금배당(분기배당)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시중서 사라진 진간키트 대박 신화
좋은 시절 다 끝난 후 마주한 현실
전년 동기 대비 총배당금은 8억원 줄었지만, 배당성향은 466%를 나타냈다. 씨젠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총 1300억원대에 달한다.
통 큰 배당이 지속되면서 오너 일가는 막대한 현금을 수령할 수 있었다. 올해 1분기 기준 씨젠은 천종윤 대표와 천 대표 삼촌인 천경준 회장, 부인 안정숙씨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 31.14%를 보유 중이다. 지난해의 경우 오너 일가에 귀속된 배당금은 431억원이었고, 이 가운데 239억원이 천 대표 몫이었다.
씨젠의 소액주주들이 경영진 사퇴를 촉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난 10일, 씨엔 주주연합회는 씨젠 본사가 있는 서울 송파구 KT송파빌딩 인근에서 주주가치 제고 이행을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집회에는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와 씨젠 주주들이 참여해 씨젠의 경영진 사퇴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최근 주가 하락에 대한 경영진의 대처를 비판하고 있다. 2019년 70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했던 씨젠 주가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2020년 8월7일 주가가 31만2200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엔데믹 전환 이후로 심각한 실적 악화의 여파로 주가는 급락했고, 지난 10일 씨젠 주가는 주당 1만943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혼란 가중
지난 13일에도 씨젠주주연합회는 본사 앞에서 주주가치 제고 이행 및 천종윤 대표와의 대면 간담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그동안 씨젠의 주가 폭락사태에도 천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들이 주가 하락을 방치하고 오너 일가의 잇속 챙기기에만 몰두해 있다며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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