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도 개성 있게 ‘성형’

실수요자 및 주거 트렌드에 맞춘 특화 설계 아파트가 청약시장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실용성을 높이는 설계부터 취향에 따른 다채로운 평면, 실내 쾌적성을 위한 시스템 등으로 주거 만족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천편일률적이던 아파트 설계가 변하고 있다. 공간 효율성을 위한 알파룸부터 개방감을 극대화하는 높은 층고와 팬트리·드레스룸과 같은 넉넉한 수납공간,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다양한 평면 타입 등으로 실수요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개성을 존중하고 다양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주거 공간도 획일적인 모습서 벗어나 수요자의 입맛에 맞는 각양각색의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실제 최근 높은 층수로 설계하거나, 세대 내 공간을 넓히기도 하는 실속형 분양단지까지 등장하고 있다. 안방 공간의 확장, 팬트리 등 다양한 수납공간과 평면 기술의 진화까지 더해지며, 다가올 가을 분양시장서 내 집 마련을 앞둔 수요자들의 청약 욕구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수납공간

부동산 개발업체 피데스개발이 실시한 ‘2021년 주거공간 소비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주거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내적 요소 중 1위로 ‘평면구조’(22.9%)가 꼽혔다. 또 행정안전부 세대원수별 자료에 따르면 1인 세대부터 10인 이상 세대까지 가구 형태가 다양해 1인 세대의 확대를 감안해도 하나의 주거공간 안에서도 개개인의 니즈에 따른 다양한 공간이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건설사들 역시 수요자들의 다채로운 스타일에 맞춰 ‘특화설계’를 적용한 주거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획일적인 평면설계는 수요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기가 어려워 발 빠르게 다양한 평면과 특화설계 제공으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특화설계는 ▲방의 수와 규모를 줄이되 거실을 넓히는 ‘거실 특화’ ▲각 독립된 공간으로 이용 가능한 ‘분리형 세대’ ▲취향에 맞춰 평면을 변형할 수 있는 ‘가변형 설계’ ▲용도에 맞게 활용 가능한 ‘알파룸’ ‘펜트리’ ‘테라스’ ‘다락방’ ▲1층의 단점을 보완한 ‘정원 특화설계’ 등이다. 

최근 경기도 파주시 목동동 일원에 분양한 ‘운정자이 시그니처’는 ▲한 가구 내에 두 가구가 독립적으로 거주하는 세대 분리형 타입 ▲개방감 및 활용도가 높은 옥외공간형 및 오픈형 발코니 타입 ▲넓고 독립적인 형태로 거주가 가능한 펜트하우스 타입 등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이 단지는 평균 64.3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지난 5월 서울 은평구 일원에 분양한 ‘새절역 두산위브 트레지움’은 넉넉한 수납공간과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드레스룸, 팬트리, 복층 다락 등을 선보였다. 이 단지는 1순위 평균 78.9대1을 기록하며 정당 계약기간 동안 완판에 성공했다.

특화 설계 단지는 분양 침체기 속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11월 서울 중랑구 일원에 공급한 ‘리버센 SK뷰 롯데캐슬’은 미세먼지 저감 특화설계인 ‘클린에어 솔루션’을 비롯해 중랑구 최초로 두 가구의 독립 거주 및 프라이버시 보호가 가능한 세대 분리형 평면을 적용했다. 이 단지는 1순위 청약 때 전 타입 모두 마감에 성공했다.

거실 넓히고
독립된 공간


한 부동산 전문가는 “특화설계가 입주민의 편의성을 높여 주거 만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만큼 주거지 선택 시 중요한 요소가 됐다”며 “최근 실내 공간에 대한 니즈가 더욱 커지고 있고, 각 건설사가 특화설계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어 차별화된 신규 단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특화설계가 적용된 신규 단지.

▲구의역 롯데캐슬 이스트폴= 롯데건설이 서울 광진구 자양동 680 -63 일원 자양1재정비촉진구역의 재개발을 통해 ‘구의역 롯데캐슬 이스트폴’을 공급한다. 단지는 지하 7층~지상 최고 48층, 6개동, 전용면적 74~138㎡ 총 1063가구다. 이 중 631가구를 일반분양으로 공급한다.

수요자들의 다양한 생활 패턴에 맞춰 테라스 특화 타입 및 펜트하우스 등 11개에 달하는 다양한 주택형을 선보인다. 여기에는 ▲전용면적 74㎡(88가구) ▲84㎡A(195가구) ▲84㎡B(44가구) ▲84㎡C(18가구) ▲전용면적 84㎡D(16가구) ▲101㎡A(84가구) ▲101㎡B(26가구) ▲101㎡C(24가구) ▲124㎡(44가구) ▲138㎡(90가구) ▲125㎡P(2가구) 등 중소형 주택부터 중대형과 펜트하우스 등 다양한 주택형이 일반에 분양될 예정이다. 

실수요자·주거 트렌드 맞춤형 
건설사별 특화설계 단지 눈길

단지가 들어서는 자양1구역 복합개발지엔 8개관 규모의 멀티플렉스 메가박스, 172실 규모의 5성급 글로벌 브랜드 호텔, 282실 규모의 프리미엄 오피스텔인 ‘리마크빌’과 업무시설 등이 들어선다. 가장 큰 장점은 2호선 구의역 초역세권 단지라는 점이다.

강남은 물론 서울 전역으로 이동이 편리하고 잠실대교,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등 뛰어난 도로 교통망을 갖추고 있다. 

인근에 동서울종합터미널도 위치하고 있어 외곽 지역 이동도 편리하다. 교육 환경도 뛰어나 자녀를 둔 수요자들의 관심도 높을 전망이다. 입주민 자녀들은 단지 반경 500m 내에 위치한 서울양남초등학교로 통학하면 대로변을 건너지 않고도 도보로 다닐 수 있다.

▲둔산 자이 아이파크=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대전 서구 탄방동(숭어리샘주택재건축정비사업) 일원에서 ‘둔산 자이 아이파크’를 분양한다. 단지는 지하 2층~지상 42층, 12개동, 전용면적 59~145㎡ 총 1974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남향 위주(남동·남서) 단지 배치로 채광성을 높였으며, 일부 타입에 양면 개방, 3면 개방 등의 특화설계가 적용돼 개방감도 극대화했다. 커뮤니티시설로는 수영장 및 키즈풀이 있다. 실내골프연습장, 피트니스클럽, 탁구장, 작은도서관 및 독서실, 카페테리아 등도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롯데백화점, 이마트, 이마트 트레이더스, 세이브존, CGV, 메가박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행정타운 내 정부대전청사, 시청, 교육청, 검찰청, 경찰청 등 각종 공공기관과 금융기관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을지대학교 병원이 가깝고 보라매공원, 남선공원 등의 공원도 생활권 내에 있다. 

주거 만족도
직접적 영향

단지 인근에는 정부대전청사를 비롯한 다양한 공공기관과 다수의 대학교 등이 있어 직주근접이 우수한 입지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국가산단 후보지로 지정된 유성구와도 가까워 국가산단 개발이 완료되면, 주거 배후 수요가 더욱 풍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지와 접해 있는 32번 국도 이용이 편리하고, 대전 지하철1호선 탄방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 입지다. KTX 서대전역, 대전역 등 광역철도는 물론 경부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 지선 등 고속도로 진입도 용이하다. 여기에 백운초, 괴정중·고 등의 학교가 도보권에 위치해 있고,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은 둔산 학원가를 이용할 수 있는 우수한 교육 여건도 갖췄다.

▲e편한세상 원주 프리모원= DL이앤씨가 신규 분양하는 ‘e편한세상 원주 프리모원’은 강원 원주시 판부면 일원에 지하 2층~지상 25층, 6개동, 전용 59 ~102㎡ 총 572세대 규모로 들어선다. 전용면적별로 ▲59㎡ 137세대 ▲74㎡ 213세대 총 350가구로 소형 평형대 위주로 구성된다.

원주 최초로 ‘e편한세상’만의 기술과 상품, 디자인, 철학이 집약된 주거 플랫폼 ‘C2 하우스’ 특화설계가 적용된다. 단지 내·외부에는 ‘스마트 클린&케어 솔루션’이 도입돼 공기질을 깨끗하게 유지하며, ‘웨더스테이션’이 설치돼 미세먼지 상태를 쉽게 확인 가능하다. 

반경 약 1㎞ 거리에는 서원주초등학교와 남원주중학교도 자리 잡고 있다. 단구근린공원, 중앙공원, 무실체육공원 등 녹지도 가깝다.

획일적인 모습서 벗어나 
수요자 입맛 맞는 형태로

지난해 여름 이후 원주시에서는 30㎡ 미만 소형 평형의 공급이 전무하고 중대형 평형만 공급됐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형 평형의 거래 수요가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분양 관계자는 “기관 이전으로 임대 수요가 높은 원주시장에 공급되는 이번 소형 위주 물량은 지역민들에게 높은 호응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며 “중도금 무이자 등 우수한 계약조건과 더불어 합리적인 분양가까지 책정돼 광역적인 투자 수요자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라고 전했다.

▲힐스테이트 자이 아산센=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충남 아산시 아산탕정지구 일원에 ‘힐스테이트 자이 아산센텀’을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29층, 8개동, 전용 74~114㎡, 총 787가구 규모다. 

타입별로 알파룸은 물론 복도·주방 팬트리까지 구성하는 등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 가능한 특화평면을 선보인다. 특히 74㎡A·B타입은 중·소형 타입임에도 불구하고 2개 이상의 팬트리를 구성해 넉넉한 수납공간을 구성하며, 84㎡B타입은 최대 3개의 팬트리를 구성할 수 있어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84㎡B타입은 최대 3개의 팬트리와 알파룸까지 구성할 수 있어,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한 평면설계가 돋보인다. 96㎡A타입은 넓은 주방 구성과 더불어 최대 3개의 팬트리를 구성할 수 있게 했다. 4Bay 판상형 구조를 적용해 채광과 통풍이 우수한 것이 특징이다.

96㎡C는 세대분리형 구조로 주거공간을 2개로 분리, 거주와 동시에 임대수익까지 창출 가능한 평면이다. 114㎡타입은 테라스 4개를 서비스 면적으로 제공했다. 

11개에 달하는 
다양한 주택형

같은 타입의 일반 아파트 대비 실사용 면적이 매우 넓은 만큼 입주자들의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74㎡A·B타입은 중·소형 타입임에도 불구하고 2개 이상의 팬트리를 구성해 넉넉한 수납공간을 구성했다. 휴게 공간인 힐스라운지와 스튜디오가 있는 업무공간인 워크라운지를 비롯해 게스트하우스, 스터디룸, 독서실, 피트니스, 스크린골프룸, 어린이집, 다함께돌봄센터 등 다양한 시설이 마련된다.

아산탕정지구 마지막 일반분양단지로 이 단지는 아산 탕정지구와 불당지구까지 이어지는 입지여건이 뛰어나다. 신설 예정인 아산애현초(가칭), 아산세교중(가칭)을 비롯해 이순신고가 인근에 위치해 있어 초·중·고를 모두 도보권으로 누릴 수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을 비롯한 불당 중심상업지구와 인접해 생활편의성을 갖췄다. 또 아산탕정지구에 위치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분양가가 합리적으로 책정됐다. 힐스테이트 자이 아산센텀의 분양가격은 주력 타입인 전용 84㎡가 3억7300만~4억4200만원 선으로 책정됐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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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