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는 기본 풋살장까지

차별화된 커뮤니티 시설이 구비된 단지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여전히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집이 단순히 주거공간이라는 생각을 넘어 운동과 여가, 휴식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차별화된 커뮤니티 시설 도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엔데믹을 거치며 주거 트렌드 변화로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평면설계 및 마감재, 외관 등 기본사항 외에도 입주민들을 위한 다채로운 커뮤니티 시설을 조성해 타 분양 단지와의 차별을 꾀하고 있다.

실제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주거상품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지고 있다. 여론 조사기관 갤럽코리아에서 조사한 ‘2021년 부동산 트렌드와 2022년 부동산 트렌드’에 따르면 커뮤니티 시설을 다양하게 갖춘 커뮤니티 특화 아파트가 9개의 항목 중 가장 높은 증가 폭(2021년 19%→2022년 24%)을 기록했다.

이런 선호도에 맞춰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이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커뮤니티 시설은 놀이터, 경로당, 독서실 등이 전부였지만 최근 공급되는 단지에는 수영장, 골프연습장 등 고급화된 다양한 시설이 조성된다.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커뮤니티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게 조성되고, 일반적인 단지 내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커뮤니티가 다채롭게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엔데믹 거쳐
트렌드 변화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주까지 수도권 제외 지방 분양단지 가운데 1순위 경쟁률을 차지한 상위 10개 단지의 평균 가구수가 934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539가구에서 시작해 2021년 723가구, 지난해 1213가구로 급증하는 등 대단지 아파트 선호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 최근 분양시장과 일관된 흐름이다.


전체 단지로 살펴봐도, 1000가구 이상 대단지의 인기는 올해도 여전하다. 지난달 넷째주까지 수도권 외 지방 분양단지 가운데 1000가구 이상 대단지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8.67대1로 2.26대1을 기록한 500가구 미만 단지와 3.84배 차이를 보였다. 이는 최근 3년 가운데 대단지 아파트와 소규모 단지 간 청약 성적이 가장 크게 벌어졌던 지난해와 맞먹는 수치다.

지난해 1000가구 이상 대단지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1.58대1을 기록한 반면, 500가구 미만 단지는 2.77대1에 그쳐 4.18배 차이가 났다. 1000가구 이상 대단지와 500가구 미만 소규모 단지의 청약 경쟁률은 3년 전인 2020년에는 각각 24.56대1과 24.93대1로 거의 차이가 없었고, 이듬해인 2021년에도 14.7대1과 8.44대1로 불과 1.74배 차이를 나타낸 바 있다.

업계에선 대단지 아파트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로 분양시장 내 달라진 커뮤니티 위상을 꼽는다. 실제 올해 청약시장에선 차별화된 커뮤니티를 앞세운 대단지 아파트의 선전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단순 주거공간? 운동, 여가, 휴식…
차별화된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 눈길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5월 충북 청주시에서 분양에 나서 1순위 평균 경쟁률 73.75대1로 올해 지방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신영 지웰푸르지오 테크노폴리스 센트럴(1034가구)’은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보기 드문 풋살장을 필두로 피트니스, 골프클럽, 멀티플레이룸, 사우나, 라이브러리 카페, 키즈라운지, 1인 독서실 등을 다양하게 조성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월 경남 창원시에서 분양에 나선 ‘창원 롯데캐슬 포레스트 1단지와 2단지(도합 1965가구)’ 역시 수경시설과 함께 입주민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티 하우스’를 필두로 다이닝 카페, 작은 도서관, GX룸, 피트니스클럽, 실내골프연습장 등 대단지 규모에 걸맞은 다채로운 커뮤니티를 마련했다. 불황 속에서도 28.4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우수한 청약 성적을 올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주 52시간근무제 시행과 코로나 후폭풍, 재택근무 활성화 등이 맞물리면서 단지 내에서 다양한 여가활동을 경험한 이가 급증했다”며 “과거 주목받지 못했던 단지 내 커뮤니티의 가치가 재평가됨에 따라 규모는 물론 다양성 측면에서 차별성이 부각된 대단지 아파트의 위상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피트니스
골프클럽

이어 “주택 시장이 금리인상, 경기침체 등과 같은 조정기를 겪으며 매수 심리가 하락했지만, 입지가 우수하고 상품성이 뛰어난 아파트에는 여전히 수요자가 몰리고 있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이러한 수요를 잡기 위해 차별화된 커뮤니티 시설 조성에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차별화된 커뮤니티 단지가 조성되는 신규 대단지 아파트.

 

 

▲광명 센트럴 아이파크= HDC현대산업개발이 경기 광명뉴타운에서 총 1957가구 규모의 ‘광명 센트럴 아이파크’를 분양한다.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역 역세권, 광명초등학교 학세권의 입지를 갖췄다. 다만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평균 분양가격이 12억원대로 책정되면서 고분양가란 평가를 받는다.

지하 3층~지상 36층, 11개 동, 전용 39~113㎡ 총 1957가구의 대단지로 조성된다. 일반분양 물량은 425가구다. 총 10개의 타입으로 구성해 소형부터 중·대형 평형까지 고루 갖췄고, 일반분양분 전체에 가구별 창고를 기본 제공 예정이다. 커뮤니티센터 지상층에는 패밀리카페, 키즈카페, 클럽하우스, 문화강좌실, 돌봄센터를, 지하층은 스터디존, 스포츠존 등 2개 구역으로 나눠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짓는다. 

대단지 아파트 선호 추세 뚜렷
단지 내 편의시설 다채롭게 구성

광명뉴타운 내에서도 중심부 입지를 갖췄다. 원도심에 들어서는 만큼 주변에 입주 즉시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다양하다. 단지 반경 500m 내 도보권에 광명전통시장, 대형 마트는 물론 영화관, 공공복합청사(예정)도 있다. 특히 도보 약 5분 거리에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역이 있다. 도로 교통망도 우수해 서울 서부 핵심 도로인 서부간선도로로 진입이 용이하고, 이를 통해 서울 핵심지 등 광역 이동도 빠를 것으로 보인다. 

학세권 입지도 갖췄다. 단지 내에는 어린이집이 들어서고 반경 1㎞ 내에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까지 모두 모여 있다. 특히 광명초등학교는 도보로 약 1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명 센트럴 아이파크에 특화 설계를 적용한다. 단지는 지상에 차가 없는 ‘공원형 아파트’로 설계됐고, 커뮤니티 시설도 2개 층에 걸쳐 대규모로 설계됐다. 

최근 분양한 ‘광명 자이더샵포레나’보다 분양가가 20%가량 비싸 고분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광명 센트럴 아이파크 조합이 확정한 분양가는 3.3㎡당 평균 약 3271만5000원이다. 전용 84㎡ 분양가는 12억원을 웃돈다. 광명 자이더샵포레나 전용 84㎡ 분양가는 9억8290만~10억45 50만원이다. 광명 자이더샵포레나보다 분양가가 2억원가량 비싸다.

키즈카페
스터디존

 

▲더샵 신문그리니티= 포스코이앤씨는 경남 김해시 신문1도시개발구역 A7-1블록에서 ‘더샵 신문그리니티’를 분양한다. 지하 3층~지상 29층, 10개동 전용면적 84~102㎡ 총 1146가구 규모다. 전용면적별로는 84㎡ 652가구, 102㎡ 494가구로 전 가구가 중대형으로 구성됐다. 김해 장유·율하 권역 최초로 조성되는 테라스형의 게스트하우스와 냉온탕 사우나를 필두로 작은도서관(북카페), 피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 필라테스·GX룸 등 대규모 커뮤니티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김해시의 새로운 주거타운으로 형성되고 있는 신문1지구에 들어선다. 신문 1지구는 총 2902세대가 조성되는 도시개발구역으로, 인근 장유신문지구와 무계지구, 김해관광유통단지, 신문·무계 입주단지 등 주거시설 조성이 완료되면 일대가 약 1만5000여 세대에 달하는 신도시급 신흥주거지로 기대되는 지역이다. 

단지 강점으로는 풍부한 인프라가 꼽힌다. 반경 1㎞ 내에는 김해 최대 규모의 김해관광유통단지가 위치하고 있다. 김해관광유통단지에는 김해롯데워터파크의 놀이시설과, 롯데아울렛, 농협하나로클럽 등 쇼핑시설이 마련돼 있다. 향후 테마파크와 쇼핑몰, 콘도, 호텔 등 추가적인 인프라 확장을 통해 지역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지 좌측에는 초등학교 부지가 계획돼 있어 자녀의 안전한 통학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갑을장유병원, 롯데마트 장유점, 장유재래시장 등도 이용에 용이하다. 


새로운 
주거타운

교통 환경도 우수하다. 신문1지구는 대도시인 부산과 창원을 잇는 광역권 교통 요충지다. 차량 이용 시 남해고속도로 제2지선과 남해고속도로 제3지선 및 장유IC, 서김해IC, 창원1,2터널, 58번 국도 등을 통해 창원 성산구와 부산서구 등 인접 주요 도시로 이동이 빠르다. 여기에 단지 인근 장유역을 지나는 부전~마산 복선전철이 빠르면 2024년 개통을 앞두고 있어 부산, 창원 등 인근 지역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예정이다. 

단지 약 1㎞ 내 위치한 장유여객터미널도 올해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장유여객터미널은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의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후 이를 통해 서울과 수도권, 인천국제공항까지 편리한 이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연 디아이엘= 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부산 남구 대연동 1619번지 일원에 ‘대연 디아이엘’을 분양 중이다. 단지는 지하 6층~지상 36층, 총 3개 단지 28개동, 전용 38~115㎡ 총 4488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고층부에 스카이 라운지가 들어서고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 가능한 실내체육관이 마련돼 농구장, 테니스장, 배드민턴장 등 각종 체육활동이 가능하다. 실내 인도어골프연습장 등도 들어선다. 

KB부동산시세 자료에 따르면 부산 북구 화명동의 ‘화명 롯데캐슬 카이저(5239가구)’를 제외하면 대연 디아이엘보다 큰 단일 아파트 단지는 보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남구에서는 지금까지 4000가구가 넘는 매머드급 아파트 공급이 드물었으며, 단일 아파트로는 이번 대연 디아이엘이 최대 규모나 마찬가지다. 또한 대연동 일대는 남구 내 선호도가 높은 지역으로 여러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1만6000여 가구의 신흥 주거벨트로 탈바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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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