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중구에 위치한 아라리오갤러리서 박웅규 작가의 개인전 ‘의례를 위한 창자’를 준비했다. 박웅규는 양가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을 소재로 정-부정의 상징적인 조형 질서를 만들며 동양화의 회화적 가능성을 살펴보는 작업을 제시해왔다.
박웅규의 ‘의례를 위한 창자’는 아라리오서울서 진행하는 그의 첫 번째 개인전이다. 작업세계의 중심에 있는 ‘더미(Dummy)’ 연작과 그 연장선에 있는 신작 및 구작으로 이뤄진 작품 14점으로 구성됐다.
괴물과 신
동양화를 전공한 박웅규는 한국과 일본의 고전 불화에 대한 조형적 감응을 토대로 양가적 특성을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를 화면에 담아냈다. 특히 의태, 구도, 형태, 질감, 변용, 응용으로 이뤄진 동양화의 화육법을 참고삼아 부정한 것, 부정한 상황, 그리고 부정한 감정 등 ‘부정성’으로부터 촉발한 모호한 감정과 감각을 그림의 형식에 개입시켰다.
이번 전시는 먹기 좋은 음식이지만 죽은 동물의 창자가 주재료인 ‘순대’를 소재로 하고 있다. 박웅규의 사적인 기억과 정서, 그리고 미학적 태도의 얼개를 더한다. 특히 가장자리를 여백으로 해 화면 중앙에 점, 선, 도형 등의 요소를 활용해 밀도 있게 동물의 창자를 그려냈다.
동양화의 회화적 가능성
더미 연작 포함해 14점
종교를 주제로 한 성상화 같은 작품 형식을 빌려 정서적 연대를 이어간다. 조형적 관점이 다채롭게 연장된 순대는 정과 부정의 계열을 발산하며 깨끗한 것과 더러운 것,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 등 양극서 느껴지는 모호한 감정과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2015년에 시작된 더미 연작이 특정한 대상 없이 괴물과 신의 형상을 그려왔다면 2019년부터는 나방과 지네와 같은 여러 가지 벌레와 괴생명체 같은 구체적인 대상과 사실적인 형상을 빌려오기 시작했다.
괴생명체
이번 전시에서는 소의 각 내장 부위서 보이는 조형적 특이점을 부분 확대하고 묘사한 작품 ‘더미 91~100’ 10점을 감상할 수 있다. 그 외 인간의 본성을 10단계로 구명하는 선화 십우도를 모티브로 해 소를 먹고, 소화하고 배설하는 의식과 같은 과정을 10개의 화면으로 집약한 작품 ‘십우도’를 비롯해 소의 내장 10개의 종류를 한자로 풀어서 쓴 작품 ‘흉 No.17’도 한자리에 소개된다. 전시는 다음 달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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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규는?]
▲개인전
아트스페이스 보안1(2022)
온그라운드2(2018)
스페이스 니트(2017)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2016)
▲단체전
일민미술관(2022)
서울시립미술관 프로젝트 갤러리(2022)
단원미술관(2021)
아트선재센터(2021)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