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제일건설이 괄목할만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매년 급격히 자산을 불리면서, 어느덧 대기업 진입을 바라보는 위치로 올라선 모양새다. 다만 대기업 지정을 눈앞에 둔 현실을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 힘들다. 강도 높은 규제에 노출된다는 현실적 문제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일건설은 1978년 창업주인 유경열 회장이 설립한 제일주택건설에 뿌리를 두고 있다. 호반건설그룹, 우미건설 등과 함께 호남지역을 대표하는 건설사로 분류되며, 2010년대 중반 이후 공격적으로 주택 공급량 확대를 꾀한 결과 현재는 전국구 건설사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폭풍 성장
이 과정에서 제일건설의 대외 위상은 한층 높아졌다. 2010년 시공능력평가 165위에 불과했던 제일건설은 2014년 100위권 진입에 성공한 데 이어, 2017년까지 매해 두 자릿수 순위 상승세를 나타냈다. 급기야 2019년 26위, 지난해에는 20위에 이름을 올렸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상승은 사업영역을 확대한 데 따른 부산물이다. 제일건설은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거점인 호남지역에서 소규모 택지를 활용해 주택사업을 영위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2014년 이후 사업영역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이 무렵부터 주요 실적 지표가 비약적인 성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2011년 기준 882억원에 불과했던 별도 매출은 2017년 1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1조6837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늘어난 매출만큼이나 수익성도 양호했다. 제일건설의 최근 5년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2018년 1504억원 ▲2019년 919억원 ▲2020년 1181억원 ▲2021년 1408억원 ▲지난해 1305억원 등으로, 2019년을 제외한 나머지 회계연도에는 1000억원대 흑자를 달성했다.
실적은 물론이고 재무상태 역시 매우 건전한 수준이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총자산은 1조8608억원으로, 전년(1조4475억원) 대비 4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자산 가운데 부채는 7630억원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1년 새 3000억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제일건설의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지자, 일각에서는 조만간 대기업집단에 편입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들어 총자산이 매년 30%가량 확대된다는 점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제일건설의 연결기준 총자산은 2020년 2조1968억원으로 사상 첫 2조원대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3조8614억원으로 4조원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최근 성장세가 지속될 경우 1~2년 안에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인 총자산 5조원을 충족할 수 있다.
예고된 대기업 진입 수순
마냥 좋기 힘든 현실
제일건설이 보유한 관계회사 지분이 어떻게 변동되느냐가 대기업 지정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제일건설의 관계회사로 이름을 올린 법인은 총 28곳이고, 이들의 자산 총합은 4조원대로 추산된다. 자산규모가 큰 몇몇 관계회사의 지분을 늘릴 경우 연결기준 제일건설 총자산이 증가할 가능성을 따져봄직하다.
다만 총자산이 5조원을 돌파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릴 경우 강도 높은 규제라는 현실적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공정위는 매년 5월 기업의 직전 사업연도 자산총액 합계액을 평가해 5조원 이상이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공시 의무를 부여한다.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소속되면 공정거래법에 따라 대규모 내부거래 등을 공시해야 한다. 재무와 손익뿐 아니라 임원과 이사회, 소유 지분, 계열사 간 주식소유 등도 공개된다.
이 과정에서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여부가 부각될 수 있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은 특수관계인이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이들 회사가 자회사 지분 50%를 초과 보유한 경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이는 베일에 감춰져 있던 제일건설 총수 일가의 정보가 외부에 노출된다는 걸 의미한다.
그간 제일건설 총수 일가의 지배력은 극히 제한적으로 노출된 상태였다. 비상장사인 제일건설이 2013년부터 주요주주구성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게 결정적이었다.
2012년 기준 최대주주는 유 회장의 장남인 유재훈 사장으로 41.8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나머지 지분은 유 회장(11.14%), 동생 유승헌씨(17.59%), 어머니 박현해씨(14.93%) 등 오너 일가 구성원이 나눠갖는 형태였다.
현재 유 사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는 경영에서 한 발 떨어져 있다. 2007년 유 사장은 유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았고, 2016년까지 오너 경영 체제가 이어졌다. 이후 유 사장은 전문경영인에게 제일건설 경영 전권을 일임하고 일선에서 자취를 감췄다.
부담 커져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변경하는 사안이 언제부터 적용되느냐가 제일건설의 대기업집단 편입 여부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공정위는 최근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 변경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상향 수준에 대한 검토에 착수한 상황이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