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돈봉투·코인…’ 민주당 잡을 4번째 스캔들

태양광 게이트 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의 정책이 또 한 번 뒤집히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표적이 됐다. 그중에서도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 다른 변수가 나타났다는 말이 들린다.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윤석열정부의 1년을 되짚는 과정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부분이 ‘문재인정부 지우기’다. 윤정부는 정치, 경제, 사회 할 것 없이 모든 분야서 문정부의 정책을 손보고 있다.

취임 1주년
흔적 지우기

문정부의 주력 정책 중 하나였던 검찰개혁 법안을 시행령을 통해 일정 정도 무력화시킨 게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하게 밀어붙여 결국 통과시킨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 국무회의를 주재해 법안을 공포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내각 조각 과정서 한동훈 당시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법무부 장관으로 깜짝 발탁했다. 한 장관은 시행령을 손봐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문정부서 증발했던 금융범죄합동수사단도 부활시켰다. 검찰의 권한이 다시 커지면서 그 칼끝은 문정부로 향하고 있다.

외교 분야도 마찬가지다. 문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서 줄타기 하면서 ‘중립외교’ 정책을 고수했다. 일본과는 ‘등졌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관계가 악화됐다. 반면 윤정부는 한·미·일 관계를 공고히 하는 쪽으로 외교정책 방향을 잡았다. 문정부의 ‘친중’ 스탠스를 뒤엎고 중국과도 거리를 두고 있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불렸던 의료 정책도 뒤집혔다. 2017년 8월 문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따라 초음파와 MRI 검사 급여 기준을 중증질환서 일반 질환으로 확대했다. 윤 대통령은 문정부의 의료정책을 손보겠다고 공언했고 실제 보건복지부는 뇌·두경부 MRI 급여 기준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문정부서 일어난 사건이 하나둘 사정기관의 레이더망에 걸리고 있다. 문정부서 이미 결론을 내린 서해공무원 피살‧귀순어부 강제북송 사건이 윤석열정부 취임과 동시에 다시 불거졌다. 특히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결론이 뒤집힌 것은 물론 문정부 관계자에 대한 수사로 이어졌다.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비리 혐의
군산시장 포함해 13명 수사 의뢰

문정부 시절 집권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윤정부의 행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 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연루된 사건이 줄줄이 터지면서 내년 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송영길 전 대표 캠프의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의혹 등 악재들이 산재해 있다. 

이런 상황서 또 다시 문정부 시절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정책이 감사원 그물망에 걸렸다. 문정부는 임기 초부터 ‘탈원전’을 기조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야심차게 진행했다. 그중에서도 태양광 사업 관련 지원이 두드러졌는데, 이와 관련해 비리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서 비리 혐의가 발견돼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상황이다. 강임준 군산시장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 전직 과장 2명 등 총 13명이 직권남용, 사기, 보조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외 비리 행위에 동참한 민간업체 대표와 직원 등 25명도 수사 참고 사항으로 첨부했다.  


감사원은 충남 태안군 안면도 태양광발전소 허가 과정을 들여다보는 과정서 민간업체와 산자부 공무원 간의 유착 비리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300㎿ 규모의 민간 주도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단지로 추진된 곳이다. 

이미 많은데
거듭된 악재

감사원에 따르면 모 태양광 개발기업은 2018~2019년 안면도 발전소 건설 계획을 추진했지만 개발을 추진하던 부지의 1/3가량이 ‘목장용지’로 돼있어 토지용도를 변경해야 했다. 해당 기업은 주민 등의 반대로 태안군서 전용 허가가 나지 않자 산자부서 유권해석을 받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기업 관계자는 자신이 알던 당시 산자부 과장으로부터 다른 산자부 과장을 소개받아 ‘용지 전용이 가능한 시설인 것으로 판단해달라’고 청탁했다. 산자부의 두 과장은 행정고시 동기로 드러났다. 

2019년 1월 청탁을 받은 과장은 부하 사무관을 시켜 ‘산지관리법에 따르면 이 태양광 발전 시설이 용지 전용이 가능한 중요 산업시설에 해당한다’는 틀린 내용의 유권해석을 만들어 태안군에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산자부 과장 1명은 이 기업 대표이사로, 또 다른 과장은 이 기업의 협력업체 전무로 재취업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해당 부지가 목장용지서 잡종지로 바뀌면서 공시지가만 100억원이 뛰었다. 또 개발업체는 허가가 지연될 때 내야 하는 지연이자 45억원을 굳혔고 향후 원상복구에 드는 비용 7억8000만원도 아꼈다.

강임준 군산시장의 경우는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은 강 시장이 2020년 10월 99㎿ 규모 태양광 사업의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때 고교 동문이 대표이사로 있는 기업을 밀어주려고 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기업이 연대보증 조건을 갖추려는 의지가 없는데도 이 문제를 해결해주라고 직원에게 지시하는 등 계약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연대보증은 이 사업의 자금 조달을 담당한 금융사가 내건 조건이었다. 결국 군산시는 최소 연 1.8%p 높은 금리를 제시한 다른 금융사와 자금 약정을 다시 체결했다.

감사원은 이로 인해 향후 15년간 군산시에 약 110억원의 이자 손해가 예상된다고 봤다. 

부처 과장에
지자체장까지

허위 기술평가서를 제출해 대규모 국고보조금을 받은 업체도 적발됐다. 해당 업체는 2020~2021년 3차례에 걸쳐 산자부가 총괄하는 스마트계량기 보급사업에 참여하면서 기술평가 자격도 없는 곳에 기술감정 평가를 맡겨 보조금 500억원 상당을 부당하게 받은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전북대 교수도 감사원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해당 교수는 개발업체 주주명부를 조작하고 사업 규모를 부풀려 지역 풍력사업을 추진 허가를 받아 검찰에 수사 의뢰됐다. 이뿐만 아니라 사실상 자기 가족 소유인 사업시행사(SPC)를 설립한 후, 시행사가 이 교수 회사의 발전 사업을 넘겨받는 인가를 신청하면서 개발비와 자금 조달 계약을 부풀렸다. 


문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감사가 현재진행형인 만큼 앞으로 비리 연루자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태양광 관련 공공기관 임직원 다수가 자신 또는 가족 이름으로 태양광 사업을 하는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하지 않고 태양광 사업과 관련해 업무를 수행하거나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얻은 경우다.

감사원은 한전 등 유관기관 8곳서 비위 추정 사례자 250여명을 확인해 수사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최재해 감사원장은 이번 감사 도중 한국전력, 한전 발전 자회사, 지자체 공무원 등의 건강보험 가입 이력 자료를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윤, “의사결정 라인 감찰” 지시
야, ‘총선 악재 될라’ 전전긍긍

감사원은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밀접한 기관의 공직자, 지자체장 등 민간업자와 공모해 인허가·계약상 특혜를 제공한 사례와 함께 허위서류 등을 통해 사업권을 편법으로 취득하거나 국고보조금을 부당 교부받은 사례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감사원 감사 과정서 대거 드러난 비리 혐의와 관련해 “당시 태양광 사업 의사 결정 라인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라”고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지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문재인정부 의사결정 라인을 지목한 것인데 조사가 가능한지’에 관한 질문에 “전임 정부 라인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태양광 비리에 대한 라인을 들여다보는 것”이라며 “감사원서 감사했지만 미처 못한 것을 공직감찰 차원서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14일 강경성 산자부 2차관이 기자회견을 갖고 감사원 감사에 대해 언급했다.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취재진과 공식 만남을 가진 강 차관은 감사원 감사에 산자부가 연루된 점에 대해 개인 비위라면서도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강 차관은 “재생에너지 담당 부처로서 죄송하다.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발견된 여러 문제점 등 사업 전반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철저히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재생에너지 확산·보급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예산이나 보조금이 많이 늘지 않았나. 감사원이 산자부에 지적한 것은 개인 비위”라며 “사적 이익을 취하거나 위법, 부당, 직권남용 등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 감사에 윤 대통령의 감찰 지시 등 문정부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가 확대되면서 여야는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을 셈하는 모양새다. 특히 민주당은 태양광 비리 의혹이 ‘제2의 대장동 사태’로 번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감사나 감찰 과정서 혹여나 정치인이 나오게 되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어디까지?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혈세 도둑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이번 ‘태양광 비리 카르텔’의 본질은 사실상 당시 문정권이 판을 벌여줬고 여기에 정책을 추진하는 산자부와 인허가를 담당하는 산하 공공기관, 그리고 눈먼 돈을 보고 모여든 태양광 업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태양광 이권 트로이카”라고 지적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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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