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돈봉투·코인…’ 민주당 잡을 4번째 스캔들

태양광 게이트 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의 정책이 또 한 번 뒤집히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표적이 됐다. 그중에서도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 다른 변수가 나타났다는 말이 들린다.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윤석열정부의 1년을 되짚는 과정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부분이 ‘문재인정부 지우기’다. 윤정부는 정치, 경제, 사회 할 것 없이 모든 분야서 문정부의 정책을 손보고 있다.

취임 1주년
흔적 지우기

문정부의 주력 정책 중 하나였던 검찰개혁 법안을 시행령을 통해 일정 정도 무력화시킨 게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하게 밀어붙여 결국 통과시킨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 국무회의를 주재해 법안을 공포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내각 조각 과정서 한동훈 당시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법무부 장관으로 깜짝 발탁했다. 한 장관은 시행령을 손봐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문정부서 증발했던 금융범죄합동수사단도 부활시켰다. 검찰의 권한이 다시 커지면서 그 칼끝은 문정부로 향하고 있다.

외교 분야도 마찬가지다. 문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서 줄타기 하면서 ‘중립외교’ 정책을 고수했다. 일본과는 ‘등졌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관계가 악화됐다. 반면 윤정부는 한·미·일 관계를 공고히 하는 쪽으로 외교정책 방향을 잡았다. 문정부의 ‘친중’ 스탠스를 뒤엎고 중국과도 거리를 두고 있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불렸던 의료 정책도 뒤집혔다. 2017년 8월 문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따라 초음파와 MRI 검사 급여 기준을 중증질환서 일반 질환으로 확대했다. 윤 대통령은 문정부의 의료정책을 손보겠다고 공언했고 실제 보건복지부는 뇌·두경부 MRI 급여 기준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문정부서 일어난 사건이 하나둘 사정기관의 레이더망에 걸리고 있다. 문정부서 이미 결론을 내린 서해공무원 피살‧귀순어부 강제북송 사건이 윤석열정부 취임과 동시에 다시 불거졌다. 특히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결론이 뒤집힌 것은 물론 문정부 관계자에 대한 수사로 이어졌다.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비리 혐의
군산시장 포함해 13명 수사 의뢰

문정부 시절 집권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윤정부의 행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 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연루된 사건이 줄줄이 터지면서 내년 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송영길 전 대표 캠프의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의혹 등 악재들이 산재해 있다. 

이런 상황서 또 다시 문정부 시절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정책이 감사원 그물망에 걸렸다. 문정부는 임기 초부터 ‘탈원전’을 기조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야심차게 진행했다. 그중에서도 태양광 사업 관련 지원이 두드러졌는데, 이와 관련해 비리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서 비리 혐의가 발견돼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상황이다. 강임준 군산시장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 전직 과장 2명 등 총 13명이 직권남용, 사기, 보조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외 비리 행위에 동참한 민간업체 대표와 직원 등 25명도 수사 참고 사항으로 첨부했다.  


감사원은 충남 태안군 안면도 태양광발전소 허가 과정을 들여다보는 과정서 민간업체와 산자부 공무원 간의 유착 비리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300㎿ 규모의 민간 주도 국내 최대 태양광 발전단지로 추진된 곳이다. 

이미 많은데
거듭된 악재

감사원에 따르면 모 태양광 개발기업은 2018~2019년 안면도 발전소 건설 계획을 추진했지만 개발을 추진하던 부지의 1/3가량이 ‘목장용지’로 돼있어 토지용도를 변경해야 했다. 해당 기업은 주민 등의 반대로 태안군서 전용 허가가 나지 않자 산자부서 유권해석을 받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기업 관계자는 자신이 알던 당시 산자부 과장으로부터 다른 산자부 과장을 소개받아 ‘용지 전용이 가능한 시설인 것으로 판단해달라’고 청탁했다. 산자부의 두 과장은 행정고시 동기로 드러났다. 

2019년 1월 청탁을 받은 과장은 부하 사무관을 시켜 ‘산지관리법에 따르면 이 태양광 발전 시설이 용지 전용이 가능한 중요 산업시설에 해당한다’는 틀린 내용의 유권해석을 만들어 태안군에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산자부 과장 1명은 이 기업 대표이사로, 또 다른 과장은 이 기업의 협력업체 전무로 재취업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해당 부지가 목장용지서 잡종지로 바뀌면서 공시지가만 100억원이 뛰었다. 또 개발업체는 허가가 지연될 때 내야 하는 지연이자 45억원을 굳혔고 향후 원상복구에 드는 비용 7억8000만원도 아꼈다.

강임준 군산시장의 경우는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은 강 시장이 2020년 10월 99㎿ 규모 태양광 사업의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때 고교 동문이 대표이사로 있는 기업을 밀어주려고 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기업이 연대보증 조건을 갖추려는 의지가 없는데도 이 문제를 해결해주라고 직원에게 지시하는 등 계약을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연대보증은 이 사업의 자금 조달을 담당한 금융사가 내건 조건이었다. 결국 군산시는 최소 연 1.8%p 높은 금리를 제시한 다른 금융사와 자금 약정을 다시 체결했다.

감사원은 이로 인해 향후 15년간 군산시에 약 110억원의 이자 손해가 예상된다고 봤다. 

부처 과장에
지자체장까지

허위 기술평가서를 제출해 대규모 국고보조금을 받은 업체도 적발됐다. 해당 업체는 2020~2021년 3차례에 걸쳐 산자부가 총괄하는 스마트계량기 보급사업에 참여하면서 기술평가 자격도 없는 곳에 기술감정 평가를 맡겨 보조금 500억원 상당을 부당하게 받은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전북대 교수도 감사원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해당 교수는 개발업체 주주명부를 조작하고 사업 규모를 부풀려 지역 풍력사업을 추진 허가를 받아 검찰에 수사 의뢰됐다. 이뿐만 아니라 사실상 자기 가족 소유인 사업시행사(SPC)를 설립한 후, 시행사가 이 교수 회사의 발전 사업을 넘겨받는 인가를 신청하면서 개발비와 자금 조달 계약을 부풀렸다. 


문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감사가 현재진행형인 만큼 앞으로 비리 연루자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태양광 관련 공공기관 임직원 다수가 자신 또는 가족 이름으로 태양광 사업을 하는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하지 않고 태양광 사업과 관련해 업무를 수행하거나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얻은 경우다.

감사원은 한전 등 유관기관 8곳서 비위 추정 사례자 250여명을 확인해 수사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최재해 감사원장은 이번 감사 도중 한국전력, 한전 발전 자회사, 지자체 공무원 등의 건강보험 가입 이력 자료를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윤, “의사결정 라인 감찰” 지시
야, ‘총선 악재 될라’ 전전긍긍

감사원은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밀접한 기관의 공직자, 지자체장 등 민간업자와 공모해 인허가·계약상 특혜를 제공한 사례와 함께 허위서류 등을 통해 사업권을 편법으로 취득하거나 국고보조금을 부당 교부받은 사례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감사원 감사 과정서 대거 드러난 비리 혐의와 관련해 “당시 태양광 사업 의사 결정 라인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라”고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지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문재인정부 의사결정 라인을 지목한 것인데 조사가 가능한지’에 관한 질문에 “전임 정부 라인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태양광 비리에 대한 라인을 들여다보는 것”이라며 “감사원서 감사했지만 미처 못한 것을 공직감찰 차원서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14일 강경성 산자부 2차관이 기자회견을 갖고 감사원 감사에 대해 언급했다.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취재진과 공식 만남을 가진 강 차관은 감사원 감사에 산자부가 연루된 점에 대해 개인 비위라면서도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강 차관은 “재생에너지 담당 부처로서 죄송하다.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발견된 여러 문제점 등 사업 전반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철저히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재생에너지 확산·보급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예산이나 보조금이 많이 늘지 않았나. 감사원이 산자부에 지적한 것은 개인 비위”라며 “사적 이익을 취하거나 위법, 부당, 직권남용 등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 감사에 윤 대통령의 감찰 지시 등 문정부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가 확대되면서 여야는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을 셈하는 모양새다. 특히 민주당은 태양광 비리 의혹이 ‘제2의 대장동 사태’로 번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감사나 감찰 과정서 혹여나 정치인이 나오게 되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어디까지?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혈세 도둑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이번 ‘태양광 비리 카르텔’의 본질은 사실상 당시 문정권이 판을 벌여줬고 여기에 정책을 추진하는 산자부와 인허가를 담당하는 산하 공공기관, 그리고 눈먼 돈을 보고 모여든 태양광 업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태양광 이권 트로이카”라고 지적했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