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그룹 옥죄는 대기업 완장의 대가

혹시 모를 ‘승자의 저주’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올해 대기업 명단에서 유독 낯선 이름이 주목받고 있다. DN그룹이 바로 그 주인공. 소리 없이 몸집을 키워온 이곳은 거대 매물을 집어삼키며 주류로 올라설 수 있었다. 다만 불안요소가 엿보인다. 무리하게 끌어 모은 돈으로 사들인 공룡이 그룹의 재정에 커다란 구멍을 낸 모양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일 ‘국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 발표했다. 자산총액 기준 5조원을 넘긴 기업집단을 따로 분류한 것으로, 이 명단에 이름에 올렸다는 건 공식적으로 ‘대기업’으로 분류됐음을 의미한다. 자산총액 규모는 대기업 서열을 나누는 척도로 쓰인다.

어느새…
높아진 위상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는 기업집단의 수는 최근 들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1년 71곳이었던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지난해 76곳으로 늘었고, 올해는 82개 기업집단이 해당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신규 지정된 기업집단은 ▲LX ▲에코프로 ▲고려에이치씨 ▲글로벌세아 ▲DN ▲한솔 ▲삼표 ▲BGF 등 8곳이다. 이 가운데 DN그룹은 가장 생소함이 부각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DN그룹의 모체는 1971년 설립된 동아타이어공업이다. 동아타이어공업은 1992년 방진사업부를 설립하면서 자동차용 방진부품 분야에 진출했고, 이후 방진부품 계열사 설립 등을 통해 자동차부품 영역에서 확고한 기반을 닦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DN그룹은 8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집단으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는 5조8200억원으로, 전년(3조3100억원) 대비 2조5000억원가량 증가했다.

그룹에 속한 법인 가운데 핵심이 되는 곳은 DN오토모티브다. 이 회사는 자동차의 방진부품 업계 글로벌 4위에 올라 있다. DN오토모티브 최대주주는 지분 30.30%를 보유한 김상헌 대표이며, 특수관계인 지분은 50.89%에 달한다.

김 대표는 2017년 말 동아타이어공업 분할 과정에서 DN오토모티브가 존속법인이 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이 무렵 김 대표는 2017년 12월 부친인 김만수 회장으로부터 주식 285만8851주(28.61%)를 넘겨받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현재 DN그룹은 큰 틀에서 ‘김 대표→DN오토모티브→동아타이어공업’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춘 상태다.

물밑에서
키운 덩치

DN오토모티브의 중요성은 단순히 지배구조상에서만 부각되는 건 아니다. 신사업 진출 계획 역시 DN오토모티브를 중심으로 짜여졌다. DN그룹의 대기업 편입에 방점을 찍은 두산공작기계 인수가 대표적이다.

DN오토모티브는 지난해 1월28일 신설 자회사인 지엠티홀딩스를 통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로부터 두산공작기계 지분 100% 인수를 완료했다. 사업다각화 및 신성장 동력 모색 차원에서 결정된 사안이었다. 

최종 인수금액은 2조950억원으로, 이 회사의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자기자본(7009억원)의 298.9%에 달하는 규모였다. DN오토모티브는 인수자금 중 4500억원을 자체 현금, 2200억원을 영구채 발행으로 조달했고, 나머지 1조5100억원은 차입으로 끌어모았다. 


DN오토모티브의 두산공작기계 인수는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집어삼킨 모양새였다. 실제로 2021년 3분기까지 DN오토모티브의 누적 매출은 6968억원으로, 같은 기간 두산공작기계(1조4103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두산공작기계 인수 이후 DN그룹은 그룹사 체제로 개편이 본격화됐다. 두산공작기계는 디티알오토모티브의 자회사로 새롭게 출범했고, 지난해 6월 두산공작기계의 사명을 ‘DN솔루션즈’로 변경됐다. 같은 시기에 디티알오토모티브 역시 DN오토모티브로 변경했다.

순식간에 재벌 환골탈태
재무 리스크 해소 어떻게?

다만 대기업으로 올라선 것과 별개로, DN그룹은 불안정한 재무상태에 놓여 있다. 두산공작기계 인수에서 파생된 문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시일에 재무 관련 리스크를 해소하기란 쉽지 않은 분위기다.

사실 DN그룹이 두산공작기계 인수 움직임이 부각된 직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실제로 2021년 8월 나이스신용평가는 DN오토모티브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 하향 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등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두산공작기계 인수를 진행하는 것과 관련, 대규모 차입금 조달로 인해 재무안정성이 큰 폭으로 저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특히 과중한 차입금 보유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로 잉여현금 창출력이 둔화돼 가시적인 차입금 감축 등 재무부담 완화에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2월 DN오토모티브의 장기신용등급을 A에서 A-/안정적으로, 단기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하향조정했다. 두산공작기계 지분 인수과정에서 약 1조5100억원을 신규차입으로 조달하는 등 회사 전반의 재무안정성 지표가 급격히 저하된 것으로 보이는 점을 반영했다.

이 무렵 이 회사의 연결기준 부채비율 및 순차입금 의존도는 인수 전인 2021년 3분기 기준 각각 66.5%, 11.5%에서 인수 후 각각 267.6%, 48.8%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던 상황이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과중한 차입금 보유에 따른 금용비용 증가로 잉여현금 창출력이 둔화돼, 가시적인 차입금 감축 등 재무부담 완화에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함께 고려했다.

급기야 최근에는 부실 위험성을 지닌 곳으로 분류되기에 이르렀다. 지난달 17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이 2조717억원 이상이고, 은행권 신용공여 잔액이 1조2094억원 이상인 38개 계열기업군을 올해 ‘주채무계열’로 선정했다.

주채무계열은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면서 빚이 많아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재무구조를 평가받아야 하는 대기업을 말한다. 올해는 7개 계열이 주채무계열에 새로 선정됐다. 이 항목에는 DN그룹을 비롯해 ▲이랜드 ▲카카오 ▲태영 ▲현대백화점 ▲한온시스템 ▲LX 등이 포함됐다. 

불안요소
어떻게?


금감원은 매년 총차입금과 은행권 신용공여가 일정금액 이상인 계열기업군을 주채무계열로 선정하고 있다. 필요 시 선제적 구조조정을 실시함으로써 대기업의 부실을 사전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다.

금감원은 정성평가 과정에서 최근 수출 부진 등으로 인한 실적 악화 추세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우발채무 위험 등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은 잠재 위험요소를 반영할 계획이다. 부채비율 구간별 기준점수 미만인 계열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고, 기준점수의 110% 미만인 계열은 정보제공약정을 체결해야 한다.

<heaty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