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길 산책 ⑤고양 원당목장

‘초록의 서정시’ 펼쳐지는 고양 원당목장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오월”이다. 이해인 수녀의 시구에 담긴 초록의 서정시를 제대로 감상하기에 목장이 제격이다. 목장은 왠지 먼 자연 속에나 있을 것 같은데, 다행히 도심 가까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 서울 근교의 원당목장(원당종마목장)을 꼽는다. 번화한 도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말이 뛰노는 초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반갑다.

수도권 전철 3호선 원흥역을 기준으로 자동차로는 6분, 걸어서 35분 남짓한 거리에 원당목장이 있다. 원흥역을 지나 목장으로 가는 길, 주변 풍경의 변화가 인상적이다. 빌딩 숲을 거쳐 주택가가 나타나더니,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푸릇하고 시골스러운 길이 이어진다. 회색빛 세상에서 초록빛 세상으로 ‘순간 이동’하는 기분이다. 나무가 울창한 싱그러운 길을 달려 목장에 도착한다.

순간 이동

경기도 고양에 자리한 원당목장은 세계문화유산인 서삼릉(사적)과 입구가 나란하다. 목장에 들어서면 가로수가 늘어선 산책로가 먼저 눈에 띈다. 이 길에서 앞만 보고 걷기는 금지다. 열심히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걸어가자. 산책로 오른쪽에 하얀 목책 너머 초원이 펼쳐지고, 왼쪽에는 소나무가 우거진 서삼릉이 내다보인다. 왕과 왕비가 잠든 능과 말이 노니는 목장이 낮은 울타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존한다. 오묘한 조화다.

초원과 능을 양쪽에 끼고 조금 걸어가면 경마용 출발대가 보인다. 출발대란 공정한 경주를 위해 말 여러 마리를 일렬로 정렬한 뒤 동시에 출발시키기 위한 장치다. 이곳에 전시된 출발대는 1998년 포항공과대학교에 연구 용역을 의뢰해서 제작한 최초의 국산 모델이다. 서울경마공원에서 훈련용으로 쓰다가 2010년 여기로 옮겨 기수 후보생 교육에 사용했다고 한다.

이 출발대를 통해 원당목장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1984년 한국마사회가 경주마를 육성하고 사육할 목적으로 조성한 원당목장은 현재 경마 관계자 교육 공간으로 활용한다. 목장을 일반에 개방한 때는 1997년. 이국적인 경치 덕분에 입소문이 나면서 많은 사람이 찾아들었고, 드라마 〈시크릿 가든〉 〈커피프린스 1호점〉 등에도 등장했다.


원당목장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은 산책과 피크닉을 하며 여유롭게 머무는 것. 방문객을 위한 피크닉존, 포토존, 벤치 등이 마련됐다. 업무 시설이라 개방 구역이 제한되지만, 목장을 즐기기에 불편함이 없다. 음식물과 돗자리 반입이 허용되며, 일반인 출입 구역에서는 어디든 피크닉이 가능하다. 파라솔이 딸린 테이블 자리는 모두가 노리는 명당이다. 목장에는 음료 자동판매기 외 식음 시설이 없으므로 음식은 각자 준비해야 한다. 취사나 음주, 텐트 설치는 불가하다.

원당목장을 더 잘 즐기기 위해
피크닉존, 포토존 등 마련

사진 찍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초록 물감으로 색칠한 듯한 초원과 구릉 위로 하얀 목책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이어진다. 그리고 점점이 흩어져 풀을 뜯는 말이 포인트를 살린다. 알록달록한 벤치와 파라솔은 사진에 감성을 더한다. 눈에만 담기 아쉬워 자꾸 셔터를 누르게 된다. 목장 곳곳을 사진에 담고 포토존에서 인증 사진도 남긴다. 아쉽게도 말과 함께 인증 사진을 찍기는 쉽지 않다. 말이 대부분 목책 너머 멀찌감치 머물기 때문이다. 귀여운 말 조형물과 포즈를 취하며 아쉬움을 달래자. 원당목장 이용 시간은 수~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입장료는 없다.

목장에서 충분히 휴식한 뒤 조선 시대 세 능(희릉·효릉·예릉)이 있는 서삼릉 산책으로 마무리하면 완벽하다. 원당목장과 서삼릉은 이웃해 함께 돌아보기에 무리가 없다. 솔숲 산책로를 거닐며 희릉과 예릉을 방문하자. 희릉은 중종의 계비 장경왕후, 예릉은 철종과 철인왕후의 능이다. 인종과 인성왕후가 묻힌 효릉은 비공개 구역이라 관람이 제한된다. 서삼릉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휴무), 입장료는 어른(만 25~64세) 1000원이다.

고양에는 서오릉(사적)도 자리한다. 서쪽에 있는 다섯 능(창릉·경릉·명릉·익릉·홍릉)을 일컫는데, 능 외에 원과 묘도 만나볼 수 있다. 명종의 원자 순회세자와 공회빈이 묻힌 순창원, 영조의 후궁이자 추존 장조(사도세자)의 생모 영빈 이씨가 잠든 수경원, 숙종의 후궁 장희빈의 대빈묘다. 능 사이사이를 걷는 길, 나무가 우거져 상쾌하다. 입구에 있는 서오릉역사문화관부터 방문하면 능 관람에 큰 도움이 된다.

아이와 함께 나선 길이라면 고양가와지볍씨박물관을 추천한다. 가와지볍씨라는 말이 생소한데, 1991년 일산신도시 개발 당시 대화동 일대 가와지마을에서 발견된 볍씨를 가리킨다. 약 5000년 전 한반도에서 처음 재배된 볍씨로 측정되어 역사적으로 가치가 크다. 박물관에서 가와지볍씨는 물론, 가와지마을 출토 유적과 농경문화 관련 전시품도 살펴볼 수 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체험·교육관과 아담한 야외 전시장을 완비해 흥미를 돋운다.

배다골테마파크


배다골테마파크는 서울 근교 가족 나들이 장소로 인기다. 알파카농장과 비단잉어관, 고양민속박물관, 무박캠핑장, 난타교육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비누, 달고나, 솜사탕, 아이스크림, 피자 만들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여기에 계절별로 딸기농장, 수영장, 눈썰매장을 운영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놀 거리가 풍성해 아이들과 온종일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원당목장→고양 서삼릉→고양가와지볍씨박물관→고양 서오릉→배다골테마파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원당목장→고양 서삼릉→고양가와지볍씨박물관→고양 서오릉→배다골테마파크
-둘째 날: 아쿠아플라넷 일산→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고양생태공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원당목장 https://park.kra.co.kr/parkuserseoul/wondangInfo.do
-서삼릉·서오릉(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조선왕릉) http://royal tombs.cha.go.kr
-고양가와지볍씨박물관 www.goyang.go.kr/agr/agr02/agr02_8.jsp
-배다골테마파크 http://baedagol.com

문의 전화
-원당목장 02)509-2672
-고양 서삼릉 031)962-6009
-고양 서오릉 02)359-0090
-고양가와지볍씨박물관 031)968-3399
-배다골테마파크 031)970-6330

대중교통
[전철-버스] 수도권 전철 3호선 원흥역 7번 출구 정류장에서 43번 마을버스 이용, 서삼릉·종마목장입구 정류장 하차, 원당목장까지 도보 약 11분.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 metro.co.kr 고양시버스정보 시스템 1577-0961, https://bis.goya ng.go.kr 

자가운전
자하문로→진흥로→서오릉로→권율대로→서삼릉길→원당목장

숙박 정보
-어반이스트호텔: 덕양구 고양대로, 031)966-8202, www.urban-est.co.kr
-호텔더윈: 덕양구 원흥3로, 031)966-0033, http://hotelthewynn.kr
-호텔라엘르 고양일산본점: 덕양구 고양시청로, 031)966-7761, www.instagram.com/la_ell_re_hotel

식당 정보
-서삼릉보리밥(보리밥): 덕양구 서삼릉길, 031)963-5694
-원당쇠고기국밥(쇠고기국밥): 덕양구 서오릉로, 031)965-9001 https://wondang.modoo.at
-일산교자(닭칼국수·바지락칼국수): 덕양구 원당로, 031)968-7388, https://ilsannoodle.modoo.at

주변 볼거리
행주산성역사공원, 고양어린이박물관, 일산호수공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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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