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좋은 곳에 돈이 몰린다

지하철·버스·택시를 한곳에서 탈 수 있는 대중교통 환승센터가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교통 좋은 곳에 돈이 몰린다’는 격언처럼 부동산 시장에서는 대형 호재로 꼽힌다.

대부분 환승센터는 교통 편의성이 뛰어나 유동 인구가 몰리고 백화점·쇼핑몰 등을 갖춘 매머드 상권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그 때문에 지역 개발을 위해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복합환승센터 확충에 사활을 걸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변 집값이나 상가 가격도 들썩일 것으로 전망한다.

경기 곳곳서
복합환승센터

복합환승센터 조성사업이 경기도 곳곳에서 한창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제4차 대도시권 광역교통시행계획(2021~2025년)’에 반영돼 추진 중인 도내 (복합)환승센터는 평택지제역 복합환승센터, 동탄역 환승센터 등 17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수원역 동측 환승센터 등 4개 사업은 계속사업이고, 나머지 운정역 환승센터 등 13개 사업은 신규 사업이다.

철도역 복합환승센터는 철도는 물론, 버스 정류장, 택시 승차대 등 대중교통 시설들을 한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광역교통시설을 말한다. 이 가운데 부지 확보 및 재원 조달의 어려움으로 사업 철회를 한 뒤 역세권 도시개발을 통한 환승기능시설 설치를 검토 중인 부천 종합운동장역 환승센터와 현재 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기본구상용역 발주 중인 금정역 복합환승센터를 제외한 15곳의 총사업비 규모는 3조500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승센터 사업비 분담비율은 국비 30%, 도비 21%, 시군비 49%다. 이를 사업 내용별로 보면 병점역 환승센터는 지역주민의 요구에 따라 올해 11월 완료예정으로 타당성평가용역 진행 중이다.


평택시는 용역결과 타당성이 확보되면 사업비 150억원을 투입해 2027년까지 환승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평택지제역 복합환승센터는 지난해 3월 서측 역세권 개발사업 기본계획이 수립됐으며, 현재 사업부지 확보를 위한 농지를 매입 중이다. 올해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타당성이 확보되면 사업비 5417억원을 투입해 2028년까지 복합환승센터를 건립한다.

수원역 동측 환승센터는 현재 타당성 평가 및 기본계획 용역을 추진 중이다. 킨텍스역 환승센터는 실시설계 준비 중으로, 킨텍스 일원 지하복합개발과 연계한 개발이 검토되고 있다. 이들 4개 계속 사업과 함께 용인역 복합환승센터 등 13개 신규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하철·버스·택시 ‘한곳에서’
경기 철도역 환승센터 건설 바람

운정역 환승센터는 2021년 12월 기본 및 실시설계를 완료한 데 이어 지난해 4월 공사에 들어간 상태다. 사업비 915억원을 투입해 다음 해 완공할 예정이다.

의정부역환승센터는 이달 완료 목표로 지방재정투사업 타당성조사 중으로, 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라 투자심사 진행 예정이다. 사업비는 693억원이 투입된다. 

대곡역 복합환승센터는 올해 기본구상 및 사업화 방안 용역 결과를 근거로 개발방식 등을 결정한 뒤 추진될 예정이다. 사업비는 7684억원이 투입된다.

아주대삼거리역환승센터(사업비 350억원)의 경우 과도한 시 재정 부담 등으로 사업 규모 축소 여부가 검토되고 있다. 이 밖에 동탄역 환승센터(사업기간 2023~20 27년, 사업비 1951억원), 덕정역 환승센터(2025~2027년, 63억원), 초지역 환승센터(2024 ~2025년, 488억원), 인덕원역 복합환승센터(2024~2026년, 7405억원), 구리역 환승센터(2024~2026년, 130억원), 걸포북변역 복합환승센터(2025 ~2026년, 1705억원) 등도 계획 수립, 타당성조사, 타당성 조사 등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타당성 용역 등 과정에서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대해선 추진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사업계획을 조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도는 3월 완료 예정으로 ‘경기도 철도역 환승센터 중기계획(2023~2027년) 수립 정책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용역은 대중교통포럼과 신성엔지니어링이 공동 수행하고 있다. 용역에서는 도내 철도역 환승센터 현황 조사 및 분석을 바탕으로 철도역 환승센터 개발 후보지 발굴 조사를 중점 추진하게 된다. 

총 15곳
3조5005억

조사내용을 토대로 환승센터 개발 후보지 선별과 우선순위 결정을 추진하고, 투자 및 재원 조달 계획, 후보지별 유형 분류 및 개발·운영계획을 수립한다. 특히 기존 환승 기능에 더해 공유업무시설, 복지 공간 등을 연계하는 ‘(가칭)경기도형 환승센터’에 대한 기본구상도 도출할 계획이다. 도는 환승센터 중기계획이 수립되면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의 ‘제5차 대도시권 광역교통시행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건의·협의 등을 추진하는 등 도내 철도역 환승센터 확충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도 관계자는 “4차 대도시권 광역교통시행계획에 포함된 17개 환승센터사업 중 운정역 환승센터 등 일부는 공사 중이고, 나머지는 타당성 조사, 투자심사 등 추진 중”이라며 “4차 계획 수립이후 사업추진 여건 등이 많이 변화했기 때문에 시·군의 의견을 들어 5차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공사 완료돼 운영 중인 환승센터는 송내역, 수원역, 오산역 등 3곳이다. 사업비는 각각 292억원, 750억원, 578억원이 투입됐다.

직장인 몰려 
알짜 투자처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분양시장에서 환승센터와 가까운 입지는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데 일반적으로 환승센터 주변은 출퇴근하는 직장인 수요가 몰려 투자자들에게 알짜 투자처로 손꼽힌다.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주변 상권도 발달돼 실수요자에게는 주거 만족도가 높아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호재”라며 “규모가 큰 복합환승센터의 경우 상업·문화시설 등을 갖춰 단순히 역사 기능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 잡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경기도 주요 철도역 환승센터 일대 분양단지.

 

 

▲인덕원역 씨엘로= ㈜송정종합건설은 인덕원역 역세권 입지로 즉시 입주가 가능한 후분양 3룸 소형 아파트와 오피스텔 ‘인덕원역 씨엘로’를 분양 중이다. 인덕원역 일대 최저가인 4억원 대부터 시작하는 착한 분양가로 인덕원 4번 출구 도보 5분 거리의 역세권 입지다.

전용 75.86~84.07㎡, 최고 높이 11층이며 지상 2~7층은 주거용 오피스텔(12실), 지상 8~11층은 소형 아파트(도시형 생활주택, 8세대)로 구성된다. 총 20세대, 3베이 3룸 구조, 화장실 2개, 다용도실 1개, 트인 조망, 시스템에어컨, 100% 주차, 풀옵션을 갖췄다. 한 층에 2가구씩 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좌우측에 세대가 있어 옆집 때문에 발생하는 사생활 피해가 거의 없다. 

호실에 따른 면적은 조금 다른데 구조는 동일하게 나와 2층부터 11층까지 전 세대가 모두 거실이 남향이다. 막힘이 없어서 채광이 좋은 실내가 하루 종일 밝다. 전 세대 막힘이 없는 학의천 영구 조망, 엘리베이터, 자동문, 보안시스템, 주차장 등 편의시설이 있다. 시스템에어컨을 비롯해 기본 옵션이 잘 갖춰져 실거주 시 만족도가 높은 타입으로 이뤄졌다.

인덕원역은 안양 핵심 교통망인 지하철 4호선이 정차하는 역이라 4호선 이용이 편하고 향후 GTX-C노선(2029년 예정), 월판선(2025년 개통 예정), 인동선(2026년 개통 예정) 등 다양한 지하철이 지나가는 호재가 있어 수요가 몰리고 있는 지역 중 한 곳이다.

인구 몰리고 매머드 상권 형성
주변 집값·상가 가격도 들썩


인덕원역 복합도시개발사업도 예정돼 있다. 월판선이 생기면 시흥과 판교로 가기 편하고 인동선을 통해 동탄으로 이동하기 쉽다. GTX-C노선을 통해서는 인덕원역에서 삼성역까지 10분대이면 닿을 수 있다. 이는 기존 대비 50분 이상 빠른 수준이다. 지하철뿐만 아니라 서울로 가는 버스가 다양하게 있고 수시로 지나가 대중교통 환경이 교통의 중심지에 위치해 있어 서울 출퇴근이 편하고 다른 지역으로도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 과천대로를 통해 강남 서초까지 10분 내외면 도착 가능하다. 안양판교로, 제2경인고속도로를 이용하면 판교까지 10분대에 도달할 수 있다.

개발 호재도 풍부하다. 인덕원 주변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되면서 약 4만5000평에 달하는 대규모 인덕원 도시개발사업이 추진 중이다. 복합환승센터와 공공지식산업센터 조성(2023년 말 착공예정), ‘내손 다 구역’ ‘내손 라 구역’ 등 여러 부지에서 재개발정비사업이 줄을 잇고 있다.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 DL이앤씨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에 조성하는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를 분양한다. 지하 3층~지상 32층에 공동주택 999가구로 구성돼 있다. 전용면적별 가구수는 59㎡타입 129가구, 74㎡타입 152가구, 84㎡타입 718가구 등이다.

전 세대 남향 위주 배치 및 세대간섭이 적은 단지 배치로 쾌적성과 개방감을 확보했다. 84㎡타입의 경우 4·5bay의 평면구성으로 채광과 환기를 극대화하고 각 세대는 기본 아파트 층고보다 5㎝ 높은 2.35m 층고를 확보했다. 초대형 부대시설(약 5000㎡)도 조성된다. 스포츠존과 컬쳐아카데미존, 펜션형 게스트하우스로 나뉜다. 스포츠존에는 25m 4레인의 호텔식 실내수영장 등이 들어서고, 컬쳐아카데미존에는 100평 규모의 복층형 북카페를 비롯해 유튜브 방송촬영이 가능한 멀티미디어룸 등이 조성된다. 게스트하우스는 전용면적 56㎡의 4개실로 구성돼 있다.

단지는 수도권 남부의 핵심 거점이 될 첨단자족도시 ‘용인 플랫폼시티’의 수혜단지로 평가받는다.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일대 약 273만㎡(약 82만평)에 조성된다. 판교테노밸리(66만㎡, 20만여평)의 4배 규모며, 반도체와 의료 등의 첨단산업과 GTX-A 용인역 복합환승센터, 분당선 구상역, 백화점, 쇼핑몰, 호텔, 업무복합, MICE, 주거가 모인 복합신도시다.

용인역 복합환승센터는 수도권 남부 초대형 규모로 GTX-A노선, 분당선, 경부고속도로, 광역버스가 연계된다. 지하 공간을 활용해 기존의 구성역(분당선)과 GTX-A 용인역이 연결된다. GTX-A 용인역에선 강남(수서역)까지 두 정거장, 삼성역까지는 세 정거장 만에 도착할 수 있다. 단지는 지난 3월 이후 분양 시작한 후분양 아파트로 입주시점이 다음 해 4월 이후다. GTX-A 용인역 개통시점(2024년 상반기)과 입주시점이 맞물려 입주와 동시에 이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지제역 반도체밸리 제일풍경채 2BL= 제일건설㈜은 가재지구 공동2블록에 조성되는 ‘지제역 반도체밸리 제일풍경채 2BL’ 1152세대 공급을 시작으로 향후 1블록과 3블록에도 제일풍경채 브랜드 아파트의 공급을 계획 중이다. 이들 사업이 완료되면 가재지구는 총 3701세대의 제일풍경채 브랜드타운이 형성돼 프리미엄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가재지구 공동2블록에 지하 2층~지상 최고 29층, 12개동, 총 1152세대의 대단지로 조성된다. 전 가구가 최근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진 전용면적 84·103㎡의 중대형 아파트로 구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전 가구가 남향 위주로 배치되며 넓은 동 간 거리를 확보해 채광과 통풍, 개방감을 높였다. 또한 전 가구에는 4베이 판상형 평면 설계와 넉넉한 수납공간이 적용돼 공간활용성도 우수할 것으로 보인다. 

단지는 100% 지하주차장 설계를 통해 지상에 차가 없는 공원형 단지를 구성하고 다양한 테마가든을 도입해 입주민의 쾌적함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또한 1인 독서실, 스터디룸, 스크린 야구·테니스장, 런드리카페, 피트니스, 사우나, 스크린 골프연습장, 작은도서관 등 고품격 커뮤니티도 마련될 예정이다. 

단순 역사?
랜드마크로!

가재지구는 평택시 여건 변화에 따른 계획적·체계적 도시 개발 도모와 평택 동부지역에 원활한 택지를 공급하기 위한 친환경 직주근접의 배후 주거단지로 조성되는 도시개발사업이다. 평택시 가재동 일원 약 62만㎡ 부지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공동주택 3개 블록과 단독주택용지 등을 통해 약 4900세대, 인구 1만2700명이 거주하게 될 예정이다. 

단지는 편리한 교통 환경도 강점으로 특히 SRT와 1호선이 지나가는 지제역이 인접해 광역교통망이 뛰어나다. 평택지제역은 수원발 KTX 정차, 미래형 환승센터 시범사업 선정 등의 호재와 함께 GTX-A, C노선 연장도 추진되고 있어 교통여건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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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