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좌우하는 3개의 ○세권

부동산 시장에서 ○세권에 대한 관심이 높다. 개인별로 어떤 생활권에 살고 싶은지 선호도가 다르겠지만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다. 

거주하는 주택 주변에 편의시설이 있다고 해서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연령에 따라 싫어하는 편의시설도 있다. 대표적으로 병세권(병원 생활권) 또는 의세권(의료시설 생활권)은 연령에 따라 선호가 엇갈린다. 의료서비스 수요가 높은 고연령층은 병세권을 선호하지만, 젊은 층은 병세권을 싫어하는 경향이 짙다. 집 주변에 환자가 돌아다니거나 수시로 울리는 앰뷸런스 소리를 싫어하는 젊은 층이 상당하다. 

입맛대로
고르세요

수세권(수변지역 생활권)과 뷰세권(경관을 즐길 수 있는 주거 위치)에 대한 선호도 엇갈린다. ‘경치는 한 달만 보면 끝난다’고 여기는 일부 사람은 수세권과 뷰세권의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린다. 높은 가격을 내고 집을 마련할 때 수세권이나 뷰세권보다 차라리 전통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역세권이나 학세권 등 물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선택을 내리겠다는 취향이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인기를 끌었던 숲세권과 공세권도 산책과 조용한 환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선호되지만 벌레를 싫어하고 북적거리는 환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선호 대상이다. 

학세권(학교 생활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데, 대표적인 층으로 주로 자동차를 보유한 젊은 싱글 가구다. 스쿨존에서 차량은 이동속도가 제한되고, 속칭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시행으로 교통사고시 더 높은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맞는 ○세권은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업계에선 ‘생활 패턴을 기준으로 ○세권을 선택하라’는 조언이 있다.

예컨대 식사를 직접 만들어 먹는 사람은 백화점·대형마트나 편의점이 가까운 곳을, 배달 음식을 선호하는 사람은 맥세권(맥도날드 생활권)이나 스세권(스타벅스 생활권) 등이 적합하다는 조언이다. 또한 밤에 근무하는 사람에게는 낮에 조용한 주세권(술집이 많은 곳을 의미)도 생활 지역으로 적합하지만, 낮에 근무하는 사람은 피해야 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다양한 ○세권을 갖춘 입지가 탁월한 주거 단지는 수요가 많아 사람들이 몰리고 그만큼 집값이 오르게 된다. 집값을 좌우하는 뜨는 ○세권 3인방으로 ▲올(All)세권 ▲뷰세권 ▲반세권(반도체 생활권) 등이 있다.

올세권 아파트는 주변에 교통·교육·공원·편의시설 등의 인프라가 잘 갖춰진 단지를 의미한다. 역세권, 학세권, 공세권, 몰세권, 의세권 등 인기 주거지 키워드가 다수 겹친 곳으로, 다양한 인프라를 가깝게 누릴 수 있어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의 선호도가 높다.

환금성이 우수하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이들 단지는 우수한 입지여건을 갖춘 만큼 매매시장서 거래가 활발해 시세가 높게 형성되고, 불황기에는 가격 방어가 뛰어나 투자처로 관심을 갖는 이도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래미안 대치 팰리스’ 1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4월 33억원에 거래됐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 5월 30억3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불황기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

역세권, 학세권, 공세권, 의세권… 
요즘 뜨는 올세권·뷰세권·반세권


해당 단지는 지하철 3호선 대치역과 분당선 도곡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더블 역세권이다. 대치동 학원가와 롯데백화점, 강남세브란스병원, 양재천, 한티근린공원 등 교통·교육·상업시설·녹지 환경까지 모두 갖춘 다세권 아파트라는 평가다. 

올세권 아파트는 부동산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분양시장서 선방하고 있다. 다양한 인프라를 쉽고 빠르게 누리면서 높은 프리미엄까지 기대할 수 있는 올세권 아파트는 수요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만큼 앞으로도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 수요자들의 옥석 고르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우수한 주거 편의성과 높은 미래가치까지 기대할 수 있는 올세권 단지의 가치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청약 통장도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강과 천, 호수, 바다 등 조망권 여부에 따라 아파트 청약경쟁률 편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조망권 프리미엄’이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R114가 지난해 수도권과 광역시 도심에서 청약 접수에 나선 239개 단지 청약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강과 바다 조망 가능 여부에 따라 편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조망권이 있는 단지의 경우 평균 11.4대1을 기록한 반면, 조망권이 없는 단지는 8.6대1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가격 방어
뛰어나다

조망권 프리미엄은 동일 생활권 내에서도 가격 편차를 불러온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서 바다 조망이 가능한 수영구와 해운대구 일대는 지역 평균 시세 대비 3.3㎡당 700만~800만원 비싼데, 전용 84㎡로 적용해 보면 2억~3억원 차이가 나는 수준이다.

올해 수도권과 광역시 등 도심에서 분양을 앞둔 단지 가운데 강이나 바다 등 조망이 가능한 단지는 분양이 예정된 단지 177개 중 17개 단지만 해당됐다. 이 가운데 부산에 위치한 단지는 11개였다. 리조트나 호텔 등지서 볼 수 있었던 조망권에 대한 입지가 아파트 단지 희소가치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입지 희소성에 따른 장기적인 가치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분양을 앞둔 단지들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겠다.

반세권에 대한 열기도 뜨겁다. 대표적인 반세권으로 급부상 중인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아파트 가격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발표하면서다. 투자 규모는 300조원에 이른다.

대기업이…
오지의 변신

특히 K칩스법으로 용인 부동산 시장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K칩스법이 국회를 통과해 삼성이 발표한 반도체 클러스터 대규모 투자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K칩스법은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전략산업에 기업이 시설투자를 단행하면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기업·중견기업은 현행 8%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확대된다. 


정부가 지난달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과 이동읍 일대에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인근 부동산이 요동치고 있다. 처인구는 오랜 기간 개발에서 소외당해왔다. 그나마 남사읍에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마저 ‘오지’라 놀림 당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 이 아파트 주민들이 별안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에게 감사의 큰절을 올렸다고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용인시 처인구 남사·이동읍 일원에 들어서는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는 710만㎡ 규모로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이곳에는 삼성전자가 5개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을 짓는 등 총 30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 직간접적 생산 유발 효과가 700조원에 달하며, 고용유발 효과는 16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전자 외에 SK하이닉스도 처인구 원삼면 일원에 415만㎡ 규모의 첨단 메모리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정 투자비만 121조8000억원에 이른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계획은 즉각적으로 아파트 거래량과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에 있는 6725가구 규모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는 지난달 15일부터 26일까지 총 34건의 거래가 신고됐다. 5단지 전용 84㎡는 지난 17일 4억5500만원에 팔렸다.

해당 평형은 지난달 2일만 해도 3억3500만원에 팔렸는데, 순식간에 1억2000만원이 올랐다. 6단지 전용 84㎡ 역시 지난 20일 4억4000만원에 거래돼 11일 거래가격 3억4000만원보다 1억원 올랐다.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면 고소득 노동자가 대거 유입되어 지역상권을 활성화할 것이고, 집값을 더 올리는 데 기여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다. 워낙 대형 호재인 만큼, 당분간 부동산 시장의 관심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단, 부동산 투기꾼들이 엉터리 정보로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 

침체기 불구하고 분양시장서 선방
동일 생활권서도 가격 편차 보여 

이들 지역에 토지 투자를 눈여겨보는 이들도 많지만 현실적으로 토지 거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용인시가 처인구 남사읍과 이동읍 전역을 2026년 3월19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남사, 이동읍 내 주거지역은 60 ㎡, 상업지역과 공업지역은 150㎡, 녹지지역은 100㎡를 초과할 경우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한다. 비도시 지역에서는 농지 500㎡, 임야 1000㎡, 그 외의 토지는 250㎡를 초과할 때 해당된다. 주택은 취득 후 2년간 실거주하는 조건으로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국토부는 실제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호재를 노린 땅 투기를 방지하고자 지난달 20일부터 남사읍과 이동읍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되면 일정 규모를 초과하는 토지를 거래할 때 관할 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거용지는 거주해야 하고, 상업용이나 공업용지는 실제 사업을 해야 거래를 허가해 주기 때문에 투자 목적의 토지 매입이 어렵다는 의미다. 

하지만 반도체 클러스터 발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효 사이에 5일의 시차가 있었던 탓에 투자 수요가 일부 유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19일까지 남사읍에서는 45건, 이동읍에선 44건의 토지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 2월 같은 기간 거래량은 남사읍 10건, 이동읍은 7건에 불과했다.

부동산에는 분명 호재지만, 최종 완공 시기가 2042년으로 20년가량 소요되는 장기 사업이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거래된 토지의 지번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최근 거래가 사업 예정지에 포함되는지는 확인이 어렵지만, 반도체 호재를 겨냥한 투자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토지를 강제로 수용당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지보다는 개발로 인한 시세차익을 오롯이 누릴 수 있는 주변 토지에 투자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장기 사업
투자 신중 

신도시나 산업단지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이 발표되면 단기적으로 지역 부동산시장이 과열되는 것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기획 부동산처럼 잘못된 정보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지 않도록 꾸준한 시장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집값을 좌우하는 다양한 ○세권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편리하면서도 쾌적한 주거환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올세권, 뷰세권이 뜨고 있다. 반도체 단지 조성 호재는 반세권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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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