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방팸’ 강남 여학생 투신사건 내막

죽음 부추긴 온라인 커뮤니티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서울 강남구 한복판서 10대 여학생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 내막에 관해 경찰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A씨가 활동했던 인터넷 커뮤니티가 그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커뮤니티에는 약물 오남용 방법과 후기가 꾸준히 공유됐다. 일부 이용자가 모인 ‘신대방팸’이 A씨 외에도 여러 희생자를 만들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6일 오후 2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고층 오피스텔 옥상서 투신해 숨졌다. 그는 극단적 선택 직전까지 SNS 방송을 진행했다. 시청자들이 만류했지만, 그는 “여러분은 꼭 꿈을 찾고 이루라. 인생 허비하지 말고 커뮤니티 접어라”는 말을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때 A씨가 뛰어내리는 장면이나 비명 등이 고스란히 중계된 것으로 전해지며 충격을 안겼다.

고스란히 
생중계

시청자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A씨는 이들이 진입하기 전에 이미 숨졌다. 지난 17일경찰 관계자는 A씨 사망사건에 관해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투신 동기 및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사고 직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A씨의 사망 영상과 사진이 유포됐다. 얼마 뒤 대부분이 삭제 처리됐지만, A씨를 향한 2차 가해는 끊이질 않았다.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이하 우울증 갤러리)’서 고정 닉네임(일명 ‘고닉’)으로 활동했다. 그는 단순히 온라인상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걸 넘어, 현실서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들을 만나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사망 이후 우울증 갤러리는 2차 가해의 장으로 변했다.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가 A씨를 조롱했다. 성희롱에 가까운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A씨의 사망 영상과 사진이 올라왔다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아직 못 봤다. 나도 보고 싶다”며 자료 위치를 묻는 이도 적지 않았다.

일각에선 “우울증 갤러리가 A씨 죽음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들이 직접 A씨를 살해한 건 아니더라도, 그중 일부는 A씨가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기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미쳤다는 것이다.

이용자 복수의 증언을 종합하면, 당시 이 같은 지적을 담은 글 여러 개가 ‘개념글(이용자 추천을 많이 받은 게시물로, 노출 우선도가 높아짐)’이 되고도 금방 내려가는 상황이 반복됐다.

한 이용자는 <일요시사>에 “저격 대상으로 몰린 이들과 가까운 이용자들이 비판 글은 ‘신고 폭탄’으로 없애고, 옹호하는 글은 여럿 작성하는 식으로 여론을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다 보니 A씨를 폄하하는 게 갤러리의 주된 여론처럼 보이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최모씨와 ‘신대방팸’ 등이 A씨 사망과 연관돼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씨는 A씨 사망 당일 그와 함께 있었던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다. 신대방팸은 우울증 갤러리서 파생된 이용자 모임으로, 서울 동작구 신대방 인근서 함께 살거나 어울리던 이용자들을 가리킨다.

극단적 선택 직전까지 SNS 방송 진행
경, 자살 방조·성착취 혐의 내사 돌입

최씨는 A양과 사전에 동반 극단 선택을 모의했다. 그는 지난 16일 “동반으로 떨어질 사람을 구한다”는 내용이 담긴 글을 우울증 갤러리에 게시했다. 이를 본 A씨는 최씨에게 연락했고, 이들은 세부 계획을 논의했다. 


수시간 뒤 이들은 지하철 강남역서 만났다. 최씨는 A씨와 식당과 노래방, PC방 등을 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계획 실행을 재촉했지만, 결국 최씨는 계획을 접었다. 이후 A씨는 최씨가 알려준 오피스텔 옥상서 혼자 방송을 켰다. 

이날 최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입장문을 올리고 관련 사실 대부분을 인정했다. 그는 “지난 16일 동반으로 떨어질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적고 말았다”며 “죽기 전 맛있는 고기를 먹고 노래방서 스트레스도 풀고 카페에 가서 서로 힘든 점을 나누고, 제가 찾은 건물서 같이 뛸 계획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같이 뛰는 게 싫어져 일단 PC방에 가서 생각해보자고 하고 이동했다”며 “게임이 끝나기도 전에 빨리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 들어 전철을 타고 이동하자 하고 빠져나왔다”고 부연했다.

최씨는 A씨의 죽음이 자신과 무관하다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 매체에 보낸 이메일에서 “아무 문제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몇 시간 뒤에 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CCTV 분석 중 A씨가 건물에 혼자 들어가는 장면을 확인했다.

법조계는 최씨가 자살방조 혐의로 입건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비록 최씨가 직접 극단 선택을 시도한 것은 아닐지라도, 그럴 의사를 가진 상태서 A씨의 계획 설정을 도왔다면 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살방조죄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서울 강남경찰서 역시 최씨를 해당 혐의로 입건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최씨는 강남경찰서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았다. 

신대방팸에 관한 의혹도 점차 확산되는 양상이다.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 다수의 증언을 종합하면, 신대방팸은 2020년 말 조직됐다. 기존에 운영되던 현실 모임에 끼지 못한 이들이 주축이 돼 뭉쳤다. 이들은 신대방동의 한 다세대주택을 아지트로 삼았다. 닉네임 ‘김피트’와 ‘신야리’를 쓰는 이용자들을 주축으로 모임 핵심 멤버가 꾸려졌고, 이들 외에도 ‘객원 멤버’가 수시로 모임과 숙식을 함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지닌 가장 큰 의혹은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미성년자들을 객원 멤버로 들이고 성폭력, 유사 마약 투약, 폭행 등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성착취 의혹이 제기되면서, 생전 성착취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A씨와의 연결고리도 의문점으로 부상했다.

다만 이들은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김피트는 지난 19일, 주간신문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의혹들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다. 당황스럽다”며 “신대방팸으로 불리는 단체 대화방과 공간은 다른 사람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이날 김피트의 설명에 따르면 신대방팸 아지트에선 구성원 6명이 함께 살고 있다. 이들은 한 빌라의 같은 층에 두 집을 전세로 구했고, 3명씩 살고 있다. 


김피트는 “우울증 갤러리서 만난 지인 몇 명이 놀러 오기는 한다”면서도 “결코 우울증 갤러리의 정모 장소로 이용되거나 성매매나 성착취, 술 마시고 졸피뎀을 하는 등 범죄를 저지른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미성년 여성 성착취 의혹에 대해서는 “미성년자가 오면 부모님에게 연락해 해당 사실을 알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부모님들이 걱정하는 부분들을 얘기하고 집 주소도 공개한다. 실제로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찾아서 데리고 간 적도 있다. 부모님들이 고맙다고 쌀이나 김치를 보내주시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우울증 갤러리 내부서 나온 비판과 실상은 전혀 다르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외려 우울증 갤러리의 문제를 들춰내기도 했다. 신대방팸을 둘러싼 의혹은 정작 우울증 갤러리서 발생하는 여성 대상 범죄의 규모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김피트는 “허위 사실 유포나 미성년자 성매매·의제강간 등 심리적으로 힘든 여성들을 상대로 발생하는 문제가 너무 많다. 우울증 갤러리를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혐의 부인
고소 예정


미성년자 성착취 주범으로 지목된 신야리의 의혹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피트는 “신야리는 열심히 살려고 하는 친구다. 이번 의혹으로 인해 죽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신야리는 과거 정치권 진출을 시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각종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신야리는 2021년 6월부터 지난해까지 국민의힘 강남갑 당원협의회의 미래세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위원회가 발족 약 6개월 만에 위원장의 다른 논란으로 해산될 때까지 계속 활동했다. 전원 해촉이 결정될 때까지 위원 신분을 유지한 것이다.

그는 같은 달 서울 강남역 앞에서 개최된 당 행사에도 발언자로 참여했다. 당시 당 대표였던 이준석 전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신야리는 A씨를 향해 성희롱성 댓글을 다수 남긴 의혹도 받고 있다. 자신의 성적 취향을 드러낸 글에서 A씨가 우울증갤러리서 사용한 닉네임을 언급한 것이 포착됐다. 그는 댓글을 직접 달았냐는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고함을 호소하고 있는 신대방팸은 의혹 유포자들을 고소할 계획이다.

김피트는 “걷잡을 수 없이 의혹이 퍼지는 상황이 무섭다. 결백을 입증할 방법은 고소 뿐”이라며 “지금 처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일상생활을 온전히 할 수 있다. 지인들에게 떳떳하고 다니는 회사에 당당히 말할 수 있고 싶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이용자들은 여전히 이들의 과거 행적을 지적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자신이 ‘신대방팸’의 아지트를 방문해봤다는 이용자와 연락이 닿았다. 그는 “(아지트에) 한 시간가량 머물다 나왔다. 거실 하나에 방 두 개가 있는 구조였다. 3~4평 남짓한 거실에 사람 20명 안팎이 빼곡히 앉아있었다”고 회상했다.

또 “천장에는 등도 없었다. 중간에 램프 하나 놓고 술 담배를 막 하고 있었다. 밀폐된 곳이라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연기가 자욱했었다”며 “사람들이 ‘먹어봐라’ ‘마셔봐라’ 권유했지만 무서워서 먹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가 기억하는 성비는 남자 3, 여자 1이었다. 남자 중에서는 알아볼만한 이가 없었지만, 5명 남짓한 여자들은 모두 우울증 갤러리 내부서 인지도가 높은 ‘고정 닉네임’이었다고 했다. 이들 중 2명은 극단 선택으로 사망했다. 이들 역시 우울증 갤러리 내부서 성착취를 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사자들은 “억울하다”…증언 쏟아져
공동체 내 2차 가해, 약물 남용 흔적도 

또 이 중 1명은 생전 신대방팸 멤버와 연애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 당사자는 자신의 SNS에 “자신은 해당 여성의 죽음과 관련이 없으며, 악성 루머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게시했다.

이들이 미성년자와 함께 일명 ‘술피뎀’이라는 약물 오남용 방식을 즐겼다는 증언도 나왔다. 졸피뎀(불면증 치료를 위한 향정신성의약품)을 감기약과 소주에 타서 복용하는 방식이다. 시판되는 마약은 아니지만, 비슷한 효과를 보기 위해 투약 방식을 극단화한 것이다. 향정신성의약품의 입수 경로에서도 불법성이 의심된다.

실제로 술피뎀은 우울증 갤러리 내부서 널리 알려진 투약 방식인 것으로 보인다. 우울증 갤러리에는 술피뎀 투약 방식과 후기에 관한 게시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이용자는 <일요시사>에 “술피뎀은 2020년부터 우울증 갤러리 내에서 유행처럼 퍼졌다”며 “투약을 권유하는 일도 적지 않았고, 만나서 같이 할 사람을 구하는 글도 적지 않게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 중 일부는 ‘술피뎀’ 뿐만 아니라 일명 ‘덱스’를 함께 이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덱스는 시판 감기약이나, 과다복용 시 환각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신대방팸의 각종 의혹에 관한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중심으로, 폭행과 약물 오남용 관련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실종아동법에선 정당한 이유 없이 실종된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행위 자체를 불허한다.

강남경찰서는 지난 1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 공문을 보내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 게시판에 대한 일시 차단을 요청했다. 디시인사이드 측에 사건 발생 당일 올라온 관련 게시물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가해를 막는 차원이다. 

일시 차단
심의 예정

경찰 관계자는 “디시인사이드 측에도 사건 발생 당일 관련 게시물 삭제 요청을 했다”며 “2차 가해가 점점 심해지는 점을 고려해 일시 차단 요청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방심위는 조속히 경찰 요청을 심의해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지난 20일 밝혔다. 이날 방심위 관계자는 “경찰서 요청한 내용과 관련해 심의는 아직 안 됐지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틀 사이 강남서 연달아…동급생 피습 뒤 투신한 중학생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한복판서 미성년자 투신 사건이 벌어진 데 이어, 17일에는 강남구 도곡동서 중학생이 동급생을 피습하고 투신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17일 오전 한 중학교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남학생은 곧바로 인근 아파트로 가 투신했고,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 여학생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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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