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㉚불구자 향한 동병상련 감정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3.04.26 08:56:50
  • 호수 14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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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피에로씨는 꼽추 하씨에게 넉살 좋게 접근해 성공학과 통일대박론을 설파해서 성공통일교의 신도로 포섭해 보려 애썼으나 별 효과가 없자 무시해 버렸다. 

그저 하나의 괴물 인간, 자신보다 훨씬 더 불구인 존재, 육체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변질된 불구자로 판단한 모양이었다.

아마 처음엔 좀 도와주려는 일종의 동정심이 발동했던 듯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자 자기 자신의 무의식적인 불구 열등감까지 덤터기로 더해서 경원시하고 비웃는 것 같았다.

어린 철학자

나로서는 드러내 놓고 호기심을 보이진 않았지만 꾸준히 관심을 지니고 있었다. 인간의 육신과 정신은 어떤 관계인지, 무슨 상호작용을 하는지 늘 궁금증을 가진 채 살았다고 할까.


난 어릴 때 서혜부 탈장 증세가 있어 힘을 좀 주면 한쪽 붕알이 커지곤 했다. 불편하기도 했으나 동무 녀석들이 놀려대는 통에 더 괴로웠었다.

작은 점 하나 갖고도 사람을 병신으로 만들어 버리는 게 순진한 어린애들이지만, 특히 미지의 성과 관련된 부위라서 더 극성스러웠고 나 자신도 실제보다 더 과장되게 받아들여 수치심에 젖었던 듯싶다.

덕분에 어린 철학자가 돼 홀로 인생과 인간에 대해 이모저모 생각해 보았었다. 

‘사람은 천사보다 악마에 더 가까운 게 아닐까? 아! 과연 몸의 작은 부분 때문에 마음이 이토록 서글퍼져야만 하는가?’ 

사춘기에 접어들 무렵엔 고민과 자괴감이 한층 심해져 어둡고 폐쇄적인 성격으로 변했던 것 같다. 어느 방학 때 엄마를 졸라 결국 수술을 받아 ‘정상인’이 되긴 했지만, 그리하여 마치 삶을 다시 얻은 듯 기뻤지만…

내 마음속 한 귀퉁이엔 아직도 그때의 슬픈 기억이 잠재돼 있는 것 같고, 아마 그런 까닭에 꼽추 아저씨뿐만 아니라 불구자를 보면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는지 몰랐다.

어느 토요일 저녁녘, 방을 나와 기지개를 켜며 식당으로 내려가려는데 꼽추씨가 계단을 오르다가 잠시 멈춰 섰다. 나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식사하러 가세요?” 

“아, 네…. 이제 오세요?”

“혹시 맥주 한잔 어떠세요, 안줏감도 좀 사왔는데….” 

“아 네, 좋지요.” 

난 선뜻 응낙했다. 그리고 그의 뒤를 따라 3층으로 향한 계단을 올랐다. 

사실 그의 제안은 꽤 의외였다. 무슨 변덕인가, 혹은 어떤 필요 때문일까? 나로서는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냥 간단히 생각기로 했다. 술친구로서의 역할이랄까. 그게 마음 편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 등 공휴일엔 하숙생들이 하숙집 식당에서 밥을 잘 먹지 않는다. 특히 점심과 저녁이 그렇다.

식당이 문을 닫는 경우라도 밥을 안 주는 건 아니건만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늙은이보다 젊은이들이 더….

인간의 육신과 정신 상호작용
꼽추 하씨 방에서 맥주 한잔

평일 아닌 휴일에 젊은 사람이 데이트하러 나가지도 않고 하숙에서 어정대다가 한 끼니를 얻어 먹는 게 겸연쩍은지 모른다. 사실은 그럴 필요도 없으련만…. 

한국 사회가 만들어 놓은 진풍경이라면 어폐가 있을까? 그래서 그런지 어쩐지 휴일엔 꼭 어떤 외식 약속이 없더라도 혼자 밖에서 먹고 들어오든가, 혹은 음식을 사서 자기 방에 앉아 조용히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그렇잖은 사람도 있다. 평일이든 휴일이든 아무 부끄럼 없이 자기 형편에 따라 찾아 먹기도 하고 며칠씩 코빼기도 안 보이는 사람은 조금쯤 우대를 받기도 했다. 


꼽추 아저씨는 이쪽도 저쪽도 아니었다. 일찍 출근해 늦게 퇴근했기 때문에 간혹 밤중이라도 아주머니가 보면 밥상을 차려 주었다. 너무 배가 고픈데 그런 사실도 모른 채 들어왔을 경우…. 

이번엔 어떤 경우일까? 계단을 올라가며 나는 그냥 떠오르는 대로 생각해 보았다. 때론 토요일엔 호젓이 한잔 하고 싶을 때도 있지.

밖에서 친구나 연인과 함께 지내면 물론 좋겠지만 그런 형편이 아니라면 하숙방에서 홀로 고독을 음미하는 맛도 괜찮아. 특이한 추억의 향연이 될 수도 있고. 식당 밥을 꾸역꾸역 삼키는 것보다….

그런데 왜 나를 초대하는 걸까? 심심풀이 술 상대가 되고 싶진 않은데 말야. 음, 적어도 그런 것 같진 않군. 아무튼 10분쯤 후면 알게 되겠지. 

3층 복도 한구석은 이미 저녁 어스름이 스며들어 어둑했다. 고지대라 그런지 창문으로 서쪽 하늘을 물들이다가 차츰 스러져 가는 노을이 아름답고 애잔스레 보였다.

아아, 조선 말기와 일제 식민지 시대 그리고 해방 후 가난한 마을을 이루고 산 사람들도 아마 저 노을을 바라보았으리라. 저마다 무슨 생각을 했을는지…. 


꼽추 사내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서며 전등을 켰다. 방은 상상했던 만큼 그닥 넓지 않았다. 공간적으로는 내가 쓰는 합숙방에 비해 퍽 좁은 편이었지만 조용히 홀로 지낼 수 있다는 게 부러웠다.

나에겐 하나의 습관이 있다. 일단 남의 방에 들어가면 나 자신의 주관을 버리고 가능하면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내가 뭐 대단히 이지적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오래도록 누추한 자취방 혹은 하숙에서 살아오다 보니 방과 나(또는 방과 타인)를 동일시하기가 싫었다고나 할까.

‘방은 그 사람이다’라는 속담을 가능하면 거부하고 싶었다. 물론 맞는 점도 있지만 부적절한 면도 많은 것 같았다. 표피적으로만 그럴 뿐 내면의 실상은 정반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혹은 속담 자체가 진실을 담지 못한 채 시대착오적인 객담을 내세워 사람 마음을 우롱했달까. 미래엔 어떨지 모르되 현재도 그렇고 과거에도 그랬던 것 같다. 

사상누각

방이 인간의 삶 또는 초상을 대변한다는 이상 아마 방에도 진실이 있을 터이다. 즉, 방은 내밀한 공간이기도 하면서 남에게 보이기 위한 일종의 전시장인 셈이다.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방은 암묵적으로 다른 사람의 평가를 받기 위한 사상누각이 아닐까?

서구 유럽 사람들의 눈엔 지옥으로 보일 수 있을 텐데, 한국인들은 시멘트 성냥곽 혹은 관 같은 아파트에서 방을 자신의 궁전이라 여기며 허장성세로 꾸며댄다.

자기 집을 한 채 가졌다고 자랑스레 떠벌이고 치장하는데 과연 그게 집다운 집인지 의심스럽다. 아마 본인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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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구속됐다. ‘정교유착 의혹’ 수사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김건희 특검팀의 활동 기간도 30일 연장됐다. ‘시간 압박’의 짐을 덜게 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과 윤석열 전 대통령 간 연관성, 통일교 교인 국민의힘 집단 입당 의혹 등이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인력·시간 압박에 고민이 깊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신병 확보 여부도 수사에 차질을 줄 수 있는 중대 기로 상황이었다. 한 총재가 구속되면서 수사 물줄기가 이어지게 됐다. 관건은 남은 시간 안에 모든 의혹을 수사할 수 있느냐다. 설마설마 했는데… 한 총재는 지난 23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각종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한 총재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정치자금법 위반·청탁금지법 위반·업무상 횡령·증거인멸 교사 등 4개 혐의를 적용했다. 한 총재 구속 직후 통일교 측은 입장문을 통해 “수사와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총재에 이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정원주 전 비서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공범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책임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 전 실장은 최근까지 천무원(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 부원장을 맡아 교단 내 실세로 꼽힌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한 총재가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하고,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씨에 명품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건네는 등 ‘통일교 현안 청탁’ 과정을 승인하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영장심사에 팀장급을 포함해 검사 8명을 투입한 특검팀은 한 총재가 특검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가 공범인 권 의원이 구속되는 것까지 지켜본 뒤 임의로 출석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 점과 증거인멸 우려 의견 등을 420쪽 분량의 의견서에 담아 제출했다. 반면 한 총재 측은 이달 초 심장 시술을 받았고 각종 합병증 우려에도 자진 출석했다며 구속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권, 통일교 측 경찰 수사 정보 미리 알려 특검, 일부 교인 국민의힘 실제 입당 확인 한 총재는 전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전관 출신의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마지막까지 변론 전략 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재명정부에서 첫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다가 사퇴한 오광수 변호사도 한 총재 변호인단에 합류했지만, 이후 논란이 일자 사흘 만에 변호인 사임계를 내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날 한 총재와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정 전 실장의 수첩에서 한 총재가 연루된 해외 원정도박 수사 사건과 관련해 “자금 관련해 (경찰이) 수사 중이고 압수수색이 나올 것”이란 취지로 적힌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한 총재 측은 ‘도박 수사 무마’ 사건이나 ‘금품 전달 의혹’ 등에 대해 “전달자인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 전 실장이 원정도박 수사 사건을 미리 보고받고 챙긴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22년 10월3일 권 의원으로부터 한 총재의 해외 원정도박과 관련한 경찰 수사 정보를 들은 뒤, 이를 한 총재와 정 전 실장에게 보고하고 통일교 직원들을 시켜 관련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총재 측은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승낙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 총재는 특검 조사를 받은 뒤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했느냐’고 묻는 질문에 “내가 왜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신병 확보에 성공함에 따라 향후 수사를 통해 권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 1억원과 윤 전 대통령 간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추적할 전망이다. 해당 자금의 전달 시점이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로 추정되는 만큼 윤 전 대통령선거에 쓰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9부 능선 넘었다 이와 함께 대선 전후 통일교의 재정·조직 지원에 따라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배정 등 통일교 현안이 정부 정책에 반영됐는지 규명하는 것이 향후 수사의 핵심이다. 특검팀은 한 총재 구속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통일교 교인 집단 입당 의혹 등 남은 혐의 수사에도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앞서 특검은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둔 2022년 10월∼2023년 3월과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4월 등을 특정해 통일교 교인 명단과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대조했다. 해당 기간 국민의힘에 신규 입당한 통일교 교인은 39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권 의원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윤석열정부 시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측에 지원을 요청한 단서를 포착했다. 특검팀은 “다른 잠재 주자들도 요청해 왔다”는 윤 전 본부장의 문자메시지 등을 토대로 통일교가 전방위적으로 국민의힘 후보들과 유착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우선 특검팀은 2023년 3월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연락한 정황과 통일교 지구별 책임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역을 분석 중이다. 특검팀이 2022년 11월 중순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보낸 메시지를 주목하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당시 전씨에게 “내년 전당대회에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한지, 윤심은 어떤지”라고 물으며 “몇몇 잠재 주자들도 요청이 왔다. 저희와 과거에 연결됐던 주자들”이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실제 일부 입당 정황 전씨는 이에 “윤심은 변함없이 권(성동 의원)”이라고 답하며 당 대표 출마를 검토하던 몇몇 국민의힘 잠재 주자들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심판이라 포기했고, B씨는 윤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됐다. C씨는 이기적’이라는 취지였다. 윤 전 본부장이 D 의원은 어떤지 묻자, 전씨는 “윤심 근처에도 못 갔다”고 답했다. D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했지만, 당선권 안에 들지 못했다. 특검팀은 이 같은 문자 내역 등을 토대로,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했던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통일교 교인들을 동원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18일 국민의힘 당사에 대한 세 번째 압수수색 시도 끝에 데이터베이스(DB) 관리업체에서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2022년 10월~2023년 3월 조직적으로 가입한 당원들과 당 대표 선거 참여가 가능한 책임 당원들을 파악할 계획이다. 책임 당원은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 특검팀이 통일교 교인과 국민의힘 당원 명단 대조를 통해 ‘집단 가입’ 교인들을 찾으면 ‘통일교 3만명 지원’ 의혹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2023년 2월 초 윤 전 본부장이 ‘신규 입당원이 1만1101명, 기존 당원이 2만1250명’ ‘중앙 차원에서 지침을 내렸다’며 김씨에게 보내달라고 전씨에게 전달한 문자메시지도 확보했다. 특검팀은 당시 김씨와 한 총재의 승인하에 통일교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을 집단적으로 지지했다고 판단한다. 전씨가 윤 전 본부장에게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으로 정리하라네요”라는 취지로 문자를 보내자, 윤 전 본부장은 “움직이라고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당 대표에 당선됐고, 조수진 의원과 장예찬 후보도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수차례 논의” 당 대표 선거에도 직접 개입? 수사 기간 한 달 늘었는데 규명 의혹 산더미 그러나 김씨는 특검팀 조사에서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고 해당 후보들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며, 당시 당 상황에 관심이 없었다”는 취지로 반발했다. 전씨도 “그냥 광을 판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 등에게 정당법 제42조(입당강요죄)와 제49조(당대표 경선 자유방해죄)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정당법 위반 혐의가 성립하려면 통일교 측이 교인들 의사에 반해 강제로 입당시켰고, 당내 선거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조직적으로 투표 지시를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혐의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특검팀이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하는 건 ‘정교 유착’ 의혹의 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이다. 권 의원에게 전달된 1억원 중 윤 전 대통령 몫으로 추정되는 돈이 별도로 준비돼있었던 만큼 한 총재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내야 한다. 지난 23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1월5일 서울 여의도 중식당에서 종이상자에 담긴 ‘관봉권’ 형태의 현금 1억원을 권 의원에게 전달했다. 당시 1억원은 5000만원씩 각자 다른 색의 비단으로 포장됐고 노리개가 달려있었으며 이 중 하나에는 임금을 뜻하는 ‘왕(王)자’가 자수돼있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의 배우자인 당시 통일교 재정국장 이모씨는 같은 날 오전 10시께 두 개 상자 사진을 모두 찍어뒀다. 통일교 내부에서는 당시 전달된 자금 일부가 대선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의 몫으로 준비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 전 본부장 역시 특검팀 조사에서 권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한 이유에 대해 “대선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은 권 의원 주선으로 윤 전 본부장을 실제 만나기도 했다. 권 의원은 2022년 3월22일 경기도 가평 천정궁을 방문해 한 총재에게 금품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쇼핑백을 받은 뒤 같은 날 오후 윤 전 본부장을 데리고 당선자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만나게 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수천만원 따로 전달? 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 총재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했고, 윤 전 본부장의 통일교 현안 청탁에 “향후 그와 같은 사항들을 논의해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통일교의 현안 중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 규모 확대 등 일부는 실현되기도 했다. 금품을 직접 주고받은 윤 전 본부장과 권 의원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금품을 전달받았는지, 통일교 현안이 추진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