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구원 등판한 우종수 신임 국가수사본부장

“이번엔 자녀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우여곡절 끝에 국가수사본부의 새 수장이 결정됐다. 우종수 전 경기남부경찰청장이다. 돌고 돌아 경찰 내부 발탁이 이뤄진 셈이다. 우 본부장은 취임 직후부터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국수본에는 사실상 조직의 온 미래가 걸린 과제가 산적했다. 수사 독립성 확보, 수사 역량 강화, 대공 수사권 이관 등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우종수 경기남부경찰청장을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지난 2월25일 검사 출신의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 학교폭력 논란으로 낙마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검찰 출신 내정자가 야기한 공백을 경찰 내부 출신으로 메우면서, 국수본부장 자리는 돌고 돌아 경찰 몫으로 남게 됐다.

돌고 돌아 
경찰 몫으로

윤희근 경찰청장은 우 본부장을 추천한 배경에 대해 “우 본부장은 치안행정 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고 투철한 공직관과 합리적인 업무 스타일로 조직 내에서 신망이 높다”며 “균형 잡힌 시각과 적극적 소통으로 경찰 수사조직을 미래지향적으로 이끌 적임자”라고 밝혔다.

정 변호사 발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윤 청장은 후속 인선을 두고 한 달간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외부 재공모 대신 내부 발탁으로 가닥을 잡고, 우 본부장을 대통령실에 추천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정에는 외부 재공모를 벌일 경우, 인선 절차로 공백이 길어질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조직 내에선 경찰 출신을 희망하고, 정 변호사 사태 이후로 외부인사가 공모를 꺼리는 등의 안팎 사정을 고려한 결과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우 본부장은 경찰 내의 대표적인 비경찰대 ‘수사통’이다. 윤 청장을 비롯해 조지호 경찰청 차장 등 경찰 고위 인사가 경찰대 일색인 가운데, 우 본부장 임명을 기점으로 경찰 인사가 균형감을 찾아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는 1968년 서울 출생으로, 환일고등학교와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제38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에 발을 들였다. 이후 외교통상부·국가정보원 등에서 근무하다 1999년 경정 특채로 경찰에 입직했다.

서울 용산경찰서장, 경찰청 인사담당관, 행정안전부 치안정책관, 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 경찰청 형사국장 등 여러 요직을 두루 거쳤다. 

굵직한 사건의 수사 지휘 경험도 쌓았다. 우 본부장은 2018년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경무관) 시절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 경찰 수사를 지휘했다. 서울경찰청 수사차장(치안감) 재직 중에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수사를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다.

경찰 내부는 우 본부장 임명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 본부장은 인사와 현장 이해도가 모두 풍부하므로 조직 안정화를 잘 이뤄낼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내부 출신이지만 ‘비경찰대’ 
굵직한 사건 수사 지휘 경험

다만 일각에선 “우 본부장이 수사부장을 맡기 전까지 수사 실무경험이 적었다”거나 “전임자인 남구준 전 국수본부장 때에 비해 수사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 본부장은 지난해 8월 윤 청장 취임 당시 공석을 메우며 경찰청 차장(치안정감)으로 승진했다. 이때는 경찰제도발전 TF 단장을 맡아 경찰 4대 현안(경찰의 중립성·책임성 강화, 복수 직급제, 기본급 인상, 수사역량 강화) 논의를 이끌었다. 

우 본부장은 지난해 12월28일 경기남부경찰청장으로 전보된 지 불과 석 달 만에 국수본부장으로 내정됐다. 지난달 27일, 내정 사실이 알려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국가수사본부장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지나온 경찰 생활 28년보다 앞으로 남은 2년(국수본부장 임기)이 공직생활 평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수본 1기 체제가 지났고,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확보한 이후로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 기대치가 높아졌다”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수본에 있는 유능한 직원들과 소통해서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수사 체제와 위상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우 본부장은 조직개편 방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수사종결권을 확보한 만큼 경찰은 공정하고 전문성 있는 수사를 해야 한다”며 “각 지방경찰청의 수사력을 강화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개편안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우 본부장은 숨돌릴 새도 없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국수본 앞에 닥친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국수본은 출범 두 돌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입지가 애매하다는 비판 섞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수사 독립성 확보 ▲수사역량 강화 ▲대공 수사권 이관 준비 등의 과제 해결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곧바로
시험대

국수본부장은 직제상 경찰 내 ‘2인자’이지만, 자리를 능가하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경찰 수사의 책임성·전문성 강화’ ‘수사 경찰과 행정경찰의 분리’ 등의 국수본 출범 취지를 살리기 위한 포석이다.

우선 국수본부장은 전국 18개 시·도 경찰청장과 3만여명에 달하는 수사 경찰의 지휘권자다. 경찰 수사에 관해서는 경찰청장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경찰청장은 일부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고는 국수본부장에게 개별사건을 지휘할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국수본은 경찰청장의 지휘서 사실상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더군다나 남 본부장은 김창룡 당시 경찰청장의 경찰대 1년 후배였다. 독립성 확보의 ‘첫 단추’인 인사부터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반면 우 본부장은 국수본 독립성을 제고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여럿 가지고 있다. 우 본부장은 행정고시 특채로 입직한 만큼, 경찰 고위직의 고질병인 경찰대 기수 문화서 자유롭다. 게다가 직제상 상급자인 윤 청장과 나이도 같다.

정부가 경찰대 출신 고위직 인사를 견제하고, 비경찰대 출신을 밀어주는 자세를 취한 점 역시 우 본부장 운신의 폭을 넓혀 준다는 분석이다.

경찰뿐 아니라 정치권에서 가해지는 압박을 견뎌내는 것 역시 국수본 독립성 확보의 관건으로 꼽힌다.


취임 일성
범죄 척결

경찰 수사력 강화와 신뢰 회복 역시 중요한 과제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력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국수본은 이태원 참사를 비롯한 사회적 참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부동산 투기 의혹 등 권력형 비리 수사 등 국민 관심이 집중된 주요 사건에서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부실한 수사 과정에 따른 마뜩잖은 성과는 비판 여론만 키웠다. 이를테면 국수본은 LH 투기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국회의원 5명 가운데 고작 1명을 강제 수사하는 데 그쳤다. 수사통으로 분류되는 우 본부장이 사회적 관심이 쏠린 사안에서 확실한 ‘업적’을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듬해로 다가온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경찰 이관을 차질 없이 준비하는 것도 당면 과제다. 문재인정부는 2024년부로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폐지하고, 관련 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도록 했다. 하지만 정권교체 이후 정부와 여권을 중심으로 이를 백지화하거나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터진 대규모 간첩단 사건이 기존의 경찰 수사역량 부족 비판과 맞물리면서 이 같은 주장에 점차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우려를 불식할 유일한 수는 국수본의 ‘결자해지’라는 진단이다. 국정원·검찰·경찰은 과도기의 대공 수사역량 저하를 막기 위해 올해 초 ‘대공 합동 수사단’을 출범했다. 이에 경찰 역시 대공 혐의점을 수사해 검찰에 넘겨주고 있지만, 대공 수사 관련 실적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국수본이 남은 기간 어떻게든 안보 수사역량을 입증하고, 가시적인 실적을 거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공 수사권 이관에 차질이 없도록 국정원과 협조체계를 원활히 유지할 것도 함께 요구된다. 우 본부장의 취임 일성은 ‘진일보한 수사경찰’과 ‘서민 대상 범죄 척결’이었다.

출범 3년 차, 자리 못 잡은 조직 운영은?
독립성 확보·대공 수사권 등 과제 산적

우 본부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서 “그동안의 기틀을 바탕으로 진일보한 수사 경찰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의 길을 더 단단히 가져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국수본의 현 위치를 먼저 진단했다.

우 본부장은 “국수본이 책임수사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음에도 국민들의 기대 수준은 여전히 높고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며 “내부적으로 수사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으나 현장의 어려움은 여전하고 사건 수사의 난도는 계속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국수본부장으로서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여러분의 버팀목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우 본부장은 국수본의 우선 해결 과제를 꼽았다. 첫째는 ‘범죄 척결’이었다. 그는 “일선 개별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수사 지휘와 감독을 보다 확대·강화해 범죄 척결을 선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전세사기·보이스피싱 등 악성사기는 한 가족의 인생을 파멸시키는 경제적 살인”이라며 “선량한 시민이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서민대상 금융 범죄에 보다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또 “마약류 범죄의 심각성을 무겁게 인식하고 경찰의 수사역량을 집중해 총력 대응하겠다”며 “특히 건설현장 폭력행위 등에 적극 대처해 법치질서를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범죄 피해자 피해 회복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우 본부장은 “스토킹·가정폭력·아동학대와 같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는 더 신속하게 피해자의 안전이 확보되도록 더욱 세심히 살펴보겠다”며 “국민 관점서 경제범죄 수사의 패러다임을 피해 회복, 범죄수익 환수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직 발전과 처우개선에 관한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우 본부장은 “진화하는 범죄 수법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최신 과학기술을 수사와 접목해 세계를 선도하는 첨단 수사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당부하는 한편 “우수한 수사관이 오랫동안 근무하는 수사 부서를 만들기 위해 책임 수사역량 강화와 처우개선을 계속해서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정 변호사 사태 이후, 여론은 후임자 인선 검증과정에 주목했다. 정부의 검증 능력에 대한 불신과, 이에 따른 검증 미비 사태 재발 우려가 겹친 탓이다.

‘한국형 FBI’ 
조직 안정화

이와 관련해 윤 청장은 “경찰이 인사검증의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전반적인 확인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우 본부장)본인은 물론 자녀 등 가족 문제와 기타 여러 문제서 자기관리가 돼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 본부장은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우 본부장의 아들은 병역을 정상적으로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수장 바뀐 국수본 눈길 쏠리는 수사 목록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건 여럿을 동시에 수사하고 있다.

과연 국수본은 유의미한 결과를 내 수사역량을 인정받고, 한국형 FBI로 거듭날 수 있을까?

우선 국수본은 현재 성폭력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의 추가 성범죄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정씨가 구속된 뒤 추가 피해 신고를 접수한 피해자 3명에 대한 조사와 조력자 수사·신병 확보 등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수본은 고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씨의 ‘마약 폭로’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폭로 직후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내사를 진행해왔다.

지난달 28일 새벽 귀국한 전우원씨를 현장 체포한 뒤 조사하기도 했다.

이날 경찰은 전우원씨에게 직접 마약 투약 사실과 폭로의 진위여부를 물었다.

경찰은 전우원씨의 체포 시한과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불구속 수사를 결정했다.

국수본 관계자는 “관련 범죄사실이 특정되면 관련자들을 피의자 전환해 수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의 폭로로 불거진 ‘천공 대통령실 관저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역시 진행 중이다.

해당 수사는 대통령실이 방송에서 관련 의혹을 제기한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과 김어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역술인 천공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양측은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

다만 경찰은 수사 추진력 확보에 난항을 겪는 분위기다.

사건의 핵심인 천공의 강제 소환 조사 등이 어려운 탓이다. 

이와 관련해 국수본 관계자는 “천공은 참고인 신분인데, 참고인을 강제로 소환할 수 있는 방법은 지금 단계서 없다. 통상적 참고인 수준에서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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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