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길 따라 나아지려나

지난달 23일 한국은행은 올해 두 번째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3.5%에서 동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기준금리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부동산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21년 하반기부터 약 1년 반 동안 전례 없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온 한국은행이 인상 행보를 멈추면서 업계에서는 ‘금리 정점론’이 부상하고 있다. 올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했으며, 현 3.5%는 한은이 상한선으로 언급해온 수준으로 추가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3.5%서 동결
금리 정점론

한국부동산원 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가장 최근 금리 하락기인 2018년(1.75%)부터 2020년(0.5%)까지 기준금리는 1.7%p 떨어졌지만, 이 시기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총 6% 올랐다. 소비자심리지수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50을 넘긴 금리수준전망 지수는 지난달을 기준으로 113까지 떨어졌다. 이는 전월(132) 대비 19p 하락한 수치며, 2020년 3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지난해 내리막길을 걷던 주택가격 전망 지수는 71을 기록하며 전월(68) 대비 3p 상승했다.

1년 뒤 집값 상승을 점치는 소비자의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부동산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교통호재가 많은 수도권 분양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신규 개통되는 교통망은 역 주변으로 주거시설 및 다양한 편의시설 등을 들어서게 해 지역가치를 높아지게 만들어 인구 유입을 이끌게 되는데 이를 바로 ‘새 길 효과’라고 한다.

부동산시장의 흐름이 개선되면 대형 교통호재를 품은 지역들에 부동산 수요자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교통호재는 단순한 교통망 확충뿐 아니라 인구 유입, 인프라 발달 등 전체적인 지역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규 교통망이 형성되면 인근 지역으로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통학 및 통근이 편리해지고 인구 유입도 활발해진다. 더 나아가 유동인구 증가로 인한 상권 형성은 물론 생활 인프라가 조성되는 등 주거 여건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교통호재 지역 시장 회복 기대
새롭게 뚫리는 주변 잇단 분양

분양 성수기인 3월부터 철도, 지하철 등이 새롭게 뚫리는 수도권 지역에서 분양이 잇따른다. 부동산시장 침체 속에서도 신설 철도 개통 주변은 여전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수요자들의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GTX(수도권광역철도), 신안산선, 서해선, 신구로선 등이 개통 시 파괴력이 높은 대표적인 교통호재다.

GTX가 개통은 물론 착공에 속도가 붙고 있다. 내년 조기 개통 소식이 알려진 GTX-A 노선 주변은 수요가 급증하며 매매가격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실거래가에 따르면 다음 해 상반기 개통이 예정된 GTX-A 동탄역 주변 ‘동탄역 시범우남퍼스트빌’ 전용 84㎡는 지난달 10억500만원에 거래되며, 전월 거래가(9억2000만원) 대비 8000만원 올랐다. 하반기 개통을 앞둔 GTX-A 운정역(예정) 인근 ‘운정신도시 아이파크’는 같은 달 전용 84㎡가 6억8000만원에 손바뀜되며 전월 거래가(6억2000만원) 대비 6000만원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광역교통망 확충 계획 보고를 통해 GTX-A 노선의 다음 해 조기 개통 추진을 알렸다. 또 그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GTX-A 노선 전동차가 첫 출고식을 갖기도 했다.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의 이동시간을 크게 단축시키는 GTX는 첫 개발 시작 단계부터 수도권 부동산시장의 큰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 몇 년간 GTX 노선이 지나는 지역들의 부동산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은 상당했다. 실제 부동산 상승장에서 GTX 노선이 지나가는 경기 파주, 동탄 등지의 집값 상승세가 그 어느 곳보다도 뜨거웠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GTX-A 노선 조기 개통 추진계획은 다음과 같다. 

먼저 올 하반기 GTX-A를 시험 운행하고 내년 상반기 수서역~동탄역 구간, 하반기 파주운정~서울역 구간을 순차적으로 개통하는 것이 목표다. 이후 2025년 하반기에는 전 구간을 개통해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삼성역의 경우는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과 연계돼있어 2028년 완공 및 연결을 추진하고, 이전까지는 무정차 통과로 운영할 예정이다. 

GTX-A 노선은 파주운정신도시서 서울역을 거쳐 화성동탄으로 이어지는 총 83.1㎞ 길이의 노선이다. 서울을 비롯해 경기 파주시, 고양시, 서울시, 성남시, 용인시, 화성시 등 총 6개 시를 지나게 된다. 6개 시에는 총 11개역이 분포하는데 주요 역은 ▲운정역(파주시) ▲킨텍스역 ▲대곡역 ▲창릉역(이상 고양시) ▲연신내역 ▲서울역 ▲삼성역 ▲수서역(이상 서울) ▲성남역(성남시) ▲구성역(용인시) ▲동탄역(화성시) 이다.

이 노선이 개통되면 파주운정에서는 서울역까지 18분, 동탄역에서 수서역까지는 19분대로 이동이 가능, 기존 1시간 이상 소요됐던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마친 노선은 A·B·C 세 구간이다. D 노선의 경우 김포~부천 구간만 사전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했다. D 노선은 김포~부천〜강남〜하남〜팔당을 잇는다. E, F는 아직 노선이 확정되지 않았다.

첫 삽 뜨는 
GTX 노선들

높은 진척도를 보이는 다른 노선과 달리 GTX C는 다소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일부 지역서 설계변경을 요구하는 등 제동을 걸고 있어서다. C 노선은 경기 북부 양주 덕정역과 경기 남부 수원역을 연결하는 노선이다. 도봉구 창동과 청량리, 왕십리 등 강북 주요 지역과 삼성, 양재 등 강남 도심을 지나간다.

국토부는 C 노선을 올해 안에 착공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강남 구간에서는 ‘은마아파트 우회안’이 문제로 떠올랐다. C 노선은 삼성~양재 구간 일부가 은마아파트 지하를 지나간다. 이에 아파트 주민들이 ‘안전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지하에 GTX가 통과하면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GTX C 삼성역~양재역 구간이 단지를 관통하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두 역을 직선으로 연결하거나 탄천 방향으로 우회하도록 설계를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크게 바뀌는
수도권 지도

이를 두고 국토부는 2014년부터 기술·법률 검토를 거쳐 선정된 노선이라며 원안을 고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A·B 노선 수혜 지역에 비해 C 노선 수혜 지역들은 다소 부진한 흐름을 보인다.


양주 덕정, 도봉 창동, 청량리, 왕십리, 안양 평촌 등이 대표 수혜 지역으로 거론되지만, GTX C 노선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하고 있다. 안양 평촌 일대 아파트들은 GTX C 노선 개통 효과로 집값이 수억원씩 뛰었지만 최근 상승분을 거의 반납했다.

신안산선은 ‘광역교통시행계획’에 기반, 2020년 4월 착공해 2025년 4월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인 광역철도 확충사업이다. 위험 분담형 민간투자사업(BTO-rs) 방식으로 시행 중이며, 사업시행자는 넥스트레인이다. 총사업비는 4조3055억원이 투입된다.

이 노선은 Y자 형태다. 여의도서 출발 광명역서 화성·시흥 방면, 안산(한양대) 방면 등 두 갈래로 나눠진다. 이 중 일부 노선은 소사-원시선 등과 공용한다. 신안산선 민투사업자가 건설하는 구간은 여의도-광명역-한양대 간 30.7㎞, 광명역-시흥시청 간 10㎞, 원시역(서행선)-송산차량기지 간 4㎞다. 

이 노선이 완공되면 안산, 시흥서 여의도까지 30분대에 운행할 수 있다. 서해선, 월곶-판교선, 인천발 KTX 등과 연계돼 수도권 서남부 광역교통 개선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충청남도 홍성군과 경기 화성시 송산을 연결하는 서해선도 주목을 받고 있다. 당초 개통 예정 시기였던 올해 12월보다 6개월 지연됐는데, 국가철도공단은 서해선 전 구간을 다음 해 6월 개통할 예정이다. 

서해선엔 KTX 이음을 투입한다. 당초 공단은 2023년 12월 서해선 전 구간을 개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레미콘 등 자재 수급 불안으로 개통 시기가 미뤄졌다. 다만, 국토교통부가 서해선 복선전철화 사업 기간을 다음 해 12월 말로 고시해 개통 시기가 더 늦춰질 수도 있다.


개통까지 오랜 시간 걸려
실수요는 좀 더 신중하게 

충남도 서해선이 경부고속철도와 연결되면 수도권 간의 이동시간 단축으로 철도교통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고 환승 이동 불편사항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향후 장항선 복선전철과 연계되면 수도권과 충남도, 전라남·북도를 연결하는 지역 간 중추 교통로로 지역 균형발전 및 지역경제 활성화 등 파급효과 상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해선과 경부고속철도 연결에 따른 경제효과는 생산유발효과 8507억원, 고용유발효과 8037명, 취업유발효과 6973명 등에 달할 것으로 충남도청은 분석했다. 서해선은 현재 수도권 전철 경인선 소사역(경기도 부천)서 원시역(경기도 안산)까지 운행하고 있다. 주요 환승역은 소사역과 초지역이다.

서해선 복선전철 전 구간 개통 시 주요 환승역은 대곡역(경의중앙선), 김포공항역(공항철도, 서울5·9호선), 소사역(경인선), 시흥시청역(신안산선, 경강선), 초지역(수인분당선, 서울4호선, 인천KTX) 등이 될 전망이다.

3기 신도시와 연관된 경기 시흥서 서울 목동을 잇는 전철 신구로선(시흥대야~목동) 확정으로 관련 지역에 수요자가 몰리며 있다. 이들 지역은 그간 교통혼잡으로 교통망 확충 필요성을 줄곧 제기해온 곳이다. 

신구로선은 경기 시흥 대야역서 옥길역·항동역·온수역·궁동·개봉·고척·양천구청을 지나 서울 목동까지 연결되는 노선을 말한다. 신구로선이 개통되면 시흥서 목동까지 45분에서 15분으로 단축된다. 국토교통부는 2021년 4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서 이 같은 내용의 신구로선을 새롭게 포함시켰다. 다음은 수도권 교통호재 수혜 단지.

▲동탄신도시 금강펜테리움 6차 센트럴파크= 금강주택이 ‘동탄신도시 금강펜테리움 6차 센트럴파크’를 분양한다. 신주거문화타운 A59블록에 지하 1층~지상 최고 20층, 14개동, 총 1103세대의 대단지로 조성된다. 전 세대가 전용면적 84㎡·100㎡의 중대형 아파트로 구성된다. 타입별 분양 세대 수는 84㎡ 718세대, 100㎡ 385세대다.

내년 개통이 예정된 GTX-A 노선이 지나갈 SRT동탄역을 이용하기 수월하고, 신리IC를 통해 경부고속도로,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등 접근성도 용이하다. 여기에 인근에는 동탄도시철도(트램) 2호선도 지나갈 예정이어서 광역교통망도 우수하다는 평가다.

▲시흥능곡역 하이스퀘어= 시흥장현지구 ‘시흥능곡역 하이스퀘어’가 분양 중이다. 업무형과 주거형 공간의 장점을 더한 신개념 라이브오피스로 계획돼 희소성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균형발전
지역경제

불과 210m 거리에 서해선 및 신안산선(예정) 더블역세권인 시흥능곡역 4번 출구가 자리해 지하철 이용이 편리하다. 한 정거장 거리인 시흥시청역에는 신안산선(2024년 예정)과 월곶판교선(2027년 예정)이 개통될 예정으로, 트리플역세권 단지가 장점도 누릴 수 있다. 

▲개봉 디스페이스 구로= 서울특별시 구로구 개봉동 144-5번지 일대 개봉동 첫 지식산업센터 ‘개봉 디스페이스(D-SPACE) 구로’가 분양한다. 대지면적 1986.00㎡, 연면적 1만6862.49㎡, 지하 5층~지상 13층 규모다. 서울지하철 1호선 개봉역 400m 내에 있는 역세권이다.

신도림역을 통한 KTX, GTX-B 등을 이용할 수 있어 광역교통망 우수하고 신구로선 개통 시 더블역세권으로 재탄생한다. 신구로선 개봉역 예정에 따라 1호선 개봉역과 함께 대중교통 환경 역시 더욱 편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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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