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대위?’ 여의도 드리운 김종인 그림자, 왜?

‘돌고 돌아’ 도로 민주당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22대 총선 전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면, 비대위원장은 어떤 인물이 맡아야 할까? 민주당의 플랜B를 걱정하고 있는 의원들은 벌써부터 비대위원장에 누구를 앉힐지 고민하고 있다. 몇몇 비명계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의 복귀를 주장하고 있고, 친명계는 새로운 인물의 영입을 염두에 놓고 있다. 일각에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영입설이 나오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는 유권자들에게 매우 익숙한 광경이다. 민주당 당사 앞에서 한 민주당 지지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정상적인 지도체제보다 비상체제인 기간이 훨씬 긴 것 같다. 올 연말에도 비슷한 상황이 올 것”이라며 “마치 2016년 비대위 체제가 생각난다. 다가오는 내년 총선서도 비슷한 그림이 연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측했다.

내년 총선도 
비슷한 그림?

이 같은 예측은 최근 민주당에서 나온 ‘질서 있는 퇴진론’에 그 기반을 둔다. 질서 있는 퇴진론은 3월 둘째 주, 한 친명(친 이재명)계 중진 의원이 <문화일보>와 한 단독 인터뷰서 제기한 이 대표의 ‘퇴진 시나리오’다. 해당 의원은 인터뷰서 “이재명 대표가 질서 있는 퇴장을 할 것으로 본다”며 “당이 소프트 랜딩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재판이 많아지는 연말쯤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 지도자가 공당을 자신으로 인한 논란 속에 오래 놔둘 수는 없다. 적어도 대권을 꿈꾸는 지도자라면 그렇게 못한다”며 “총선에 관여하지 않고, 불출마 선언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해당 인터뷰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민주당 의원들이 애써 외면하고 있던 ‘이 대표 퇴진론’을 대놓고 말할 명분을 줬다. 비명(비 이재명)계 대표 스피커들은 질서 있는 퇴진론이 친명계 내부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너도나도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심지어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연말은 너무 늦다며 퇴진 시기를 더 앞당기자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서 “연말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멀다. 내년 총선이 4월인데 그때쯤은 (민주당의)침몰 직전일 수도 있다”며 “지금 지도부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단일 색채다. 선출된 최고위원은 어쩔 수 없지만 (지금부터라도)임명직, 지명직은 다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도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재판이 몰려 있어서 연말이라고 하는데, 그때쯤이면 당 지지율이 이미 다 빠져 있는 상태일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사퇴하는 의미가 매우 퇴색될 것이다. 지금 물러서면 ‘당을 구하기 위해’ 퇴진하는 것이 되지만, 그때 퇴진 하면 ‘살려고 혼자 나가는’ 퇴진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말까지 기다리는 몽니 자체가 이미 퇴진의 의미를 크게 퇴색시킨다는 것이 비명계 의원들의 설명이다. 이왕 퇴진할 거라면 당 지지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지금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민주당 지지율은 수많은 논란 속에서도 국민의힘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중이다. 

정치적으로 가장 중립적이라고 평가받는 리얼미터 정기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이 대표의 검찰 출석 당시인 1, 2월 소폭 하락했다가 가장 최근인 3월 둘째 주 여론조사에서는 42.6%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41.5%의 국민의힘을 근소하게 앞질렀다.

이 대표의 조기 퇴진을 원하고 있는 민주당 관계자들은 아직 민주당의 인기가 완전히 빠지지 않은 ‘지금의 퇴진’이 지지자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미 지난 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출석했고, 올해 말쯤에는 적어도 세 번 이상 법정에 더 출석할 예정이다.

친명서 이 대표 ‘질서 있는 퇴진론’
“연말쯤 각종 송사 전 먼저 나가야”

총선을 앞두고 당 대표가 법원에 계속해서 출두하는 것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정부를 중간평가하는 ‘중간 선거’ 성격을 띤다. 정계 전문가들은 역대 중간 선거에서 여당이 항상 유리했다고 입을 모은다.


여의도 소식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통령 임기 중간에 치러지는 선거는 대부분 야당이 ‘언더독’ 역할을 하는 형태였다”며 “선거라는 것은 항상 중도층 싸움인데, 중도층 유권자들은 의회와 정부가 협조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번에 민주당은 쉽지 않은 선거를 치르게 될 것”이라 분석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가뜩이나 힘겨운 싸움에서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까지 안고 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있다. <일요시사>와 만난 민주당 관계자는 “퇴진 시점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을 뿐, 민주당 의원 과반 이상이 그(이재명 대표)가 퇴진해야 한다는 데 어느 정도 동의하는 걸로 안다”며 “이 대표 스스로도 연말쯤이면 각종 공판에 참여하는 상황인데, 제대로 총선을 준비할 수 있겠나. 자진 사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혹은 2016년 총선 때처럼 새로운 리더에게 전권을 맡기고 2선으로 후퇴하는 방법도 있다”며 “실제로 그런 준비를 하고 있는 의원님이 몇 분 계신다. 총선에서 전권을 맡길 인물을 외부에서 찾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2016년 민주당은 지금과 비슷한 정도의 위기를 맞았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연합 공동 대표를 맡던 시절, 안 의원이 민주당 비노(비 노무현)계 의원을 대거 이끌고 신당을 창당한 것이다. ‘호남 홀대론’을 들고나온 비노계는 문 전 대통령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며 그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이후 당내 인사권을 독단적으로 행사한 점,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 패배한 점을 문제삼아 비노계는 문 전 대통령이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은 끝까지 사퇴하지 않았고, 돌아선 이들의 마음을 다시 붙잡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비노계는 문 전 대통령의 손을 뿌리치고 모두 당을 떠났다.

박지원 전 의원을 중심으로 비노계가 뭉치기 시작했고, 여기에 천정배계, 김한길계, 박주선계, 정동영계 등 탈당한 모든 야권 인사들이 안 의원이 창당한 국민의당으로 모였다. 이들은 대부분 호남 출신 인사들로 ‘호남홀대론’을 새로운 당의 원천으로 삼았다.

전면 등장?
2선 후퇴?

호남에 정치적 뿌리를 둔 민주당으로선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일 수밖에 없었다.

흔들리던 새천년민주연합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교체한 뒤, 새로운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했다. 이때 문 전 대통령이 야심차게 영입한 인물이 바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다.

문 전 대통령은 본인의 힘으로는 다가오는 선거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전권을 김 전 비대위원장에게 넘긴 후 스스로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문 전 대통령은 그해 1월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선대위에 권한을 모두 이양하고 2선으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고, 다음 날인 20일 정청래 의원 등 당시 민주당의 최고위원이 모두 동반 사퇴했다. 문 전 대통령도 그로부터 5일 뒤인 25일, 당 대표에서 공식 사퇴하기에 이른다.


선출된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다시 평의원 신분으로 돌아간 것이다.

사퇴 당시 문 전 대통령은 SNS에 “지난 1년간 저와 동고동락하며 어려운 시기에 당을 이끌어주신 최고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변화와 혁신을 간절히 염원하는 국민과 당원들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당 대표 시절을 회고했다.

다수의 정계 관계자는 이때 문 전 대통령이 사퇴한 것이 ‘신의 한 수’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의 사퇴 이후 새로운 사령탑이 된 김 전 위원장은 광폭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테러방지법 독소 개정을 주장하며 필리버스터를 주도하더니, 주요 당내 인선을 중도층을 끌어올 수 있는 인물들로 임명했다.

같은 해 3월 중순 김 전 위원장은 총선 출정식을 열고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심판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명박정부 5년과 박근혜정부의 3년은 ‘잃어버린 8년’이었다”고 선거 전 프레임 전쟁에 돌입했다.

문 전 대통령도 대표직에서 사퇴한 신분이었지만 전국 선거유세를 다니며 동료 의원들을 지원했다. 그는 특히 총선을 앞두고 광주를 방문해 ‘호남홀대론’에 대해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그는 “노무현정부가 호남을 홀대했다는 ‘호남홀대론’은 제 인생을 부정하는 치욕을 안겨주는 것”이라며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패해 호남을 실망시켰던 질책은 모두 제가 받겠다. 호남이 지지를 거둔다면 정계를 떠날 것”이라고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어필했다.


당 대표직 사퇴와 믿을만한 인물 영입 등은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먹혔고, 민주당은 2012년 대패의 치욕을 2016년에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다. 총선서 123석을 확보해 122석을 확보한 새누리당을 누르고 원내1당 자리를 되찾아온 것이다.

이낙연은…
생각 없다”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강세를 보이며 38석을 확보해 범야권은 총 161석을 확보할 수 있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당시의 성공을 ‘문재인의 결단’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이 쪼개지는 어수선한 분위기를 잠재울 수 있었던 것은 문 전 대통령이 공천권을 내려놓고 공정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물론 새누리당 내부의 내홍도 원인이었겠지만, 문 전 대통령이 전권을 잡고 친노(친 노무현) 대 비노 싸움으로 몰고 갔다면 선거서 대패했을 가능성이 높았다”며 “그렇게 됐으면 유권자들이 보기에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별반 다를 거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7년이 지나 민주당은 비슷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한 민주당은 총선서도 뚜렷한 승부수를 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 대표의 퇴진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 외부인사 영입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6년 향수를 잊지 못하는 몇몇 민주당 인사들은 조용히 ‘김종인 추대론’을 다시 꺼내들고 있다. 김 전 위원장만큼 경제지식도, 정치적 감각도 있는 무게감 있는 인사가 어디 있냐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김 전 위원장 영입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이제는 경제민주화를 부활시켜야 할 때”라며 “그러기 위해선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고, 이에 국민들 대부분은 호응했다. 2016년 선거를 승리로 김 전 위원장은 이후 몸값이 한층 높아졌고 2020년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영입되며 보수당 선거를 돕기도 했다.

비명 “지금으로선 김종인이 대안”
이번엔 어떤 제안으로 유혹하나?

당초 민주당의 새로운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됐던 인물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였으나, 민주당 소식통에 따르면 이 전 대표 측이 아직은 정치 전면에 나설 뜻이 없음을 여러 채널을 통해 민주당에 알려오고 있다.

이 때문에 플랜B를 염두에 두고 있는 일부 민주당 인사들은 이 전 대표를 대신할 인물을 물색하고 있고, 김 전 위원장의 영입을 고려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도 최근 이 대표에 대한 비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옥신각신하고 있다. 당의 진로를 놓고 최종 결단을 내려야 할 사람은 결국 이재명 대표”라며 “(이 대표의)개인적인 사법 리스크와 당과는 관계 없는 일이기 때문에 제대로 구분할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비명계 중진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아시다피시 김 전 위원장이 여기서도(민주당) 저기서도(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맡아봤고, 양쪽에서 모두 선거를 승리로 이끈 경험이 있으신 분”이라며 “그러나 그 이후 김 전 위원장의 정치적 이익은 모두 다른 사람에게 돌아갔다. 거기서 오는 배신감이 무척이나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그를 영입한다면 총선 승리 이후의 열매까지 모두 보장해야 된다. 그 정도의 제안을 해야 김 전 위원장도 민주당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며 “현재로선 김 전 위원장이 (민주당의 제안을)받지 않을 가능성이 다분하지만, 여전히 정치적 욕심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예상했다.

김 전 위원장은 2016년 총선 승리를 이끈 뒤 문 전 대통령과의 기나긴 갈등 끝에 민주당을 탈당한 바 있다. 총선 당시 비례대표 두 번째로 자진 공천한 김 전 위원장은 여의도에 입성한 뒤 각종 현안마다 문 전 대통령과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오랜 갈등을 이어오던 두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 던진 10차 개헌 제안에 오랜 갈등을 터트렸다. 문 전 대통령은 4년 중임제를 주장했고, 김 전 위원장은 의원내각제를 주장한 것이다.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던 둘은 결국 갈라섰다. 

김 전 위원장이 2017년 3월 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하고 야인으로 돌아간 것이다. 탈당 당시 그는 “이 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이상 없기 때문에 당을 떠나고 의원직도 내려놓는다”며 당내 계파 싸움에서 완패한 점을 에둘러 표현했다.

한동안 정계를 떠나있던 김 전 위원장이 정계에 다시 등장한 건 지난 2020년 총선 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미래통합당은 김 전 위원장에게 당의 운명을 맡겼고, 김 전 위원장은 수도권, 청년, 호남이라는 세가지 키워드를 세우고 다시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탄핵 정국과 민주당의 강세 속에 미래통합당은 21대 총선에서 유례없는 대패를 하게 됐고, 김 전 위원장은 이 모든 책임을 안고 물러나야만 했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열매?

그는 지난해 대선에서도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의 선대위원장직을 맡았으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간 벌어진 갈등에 휘말려 선대위를 박차고 나와 그 이후 뚜렷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그동안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에서 일해 성과를 냈으나 양쪽 모두에서 버려진 꼴이 됐다.

김 전 위원장은 이때의 아픔을 잊지 않고 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이 말한 ‘승리 뒤 권한 보장’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조건이다. 만일 민주당이 큰 결단을 내리고 ‘김종인의 민주당’이 될 결심을 세운다면, 김 전 위원장의 민주당 복귀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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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