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주고 차 주고 다 주는 아파트

아파트 커뮤니티시설(공동 이용시설)이 진화하고 있다. 골프연습장과 사우나는 이미 분양 아파트 단지의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했고, 고급 커뮤니티시설과 입주민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변화가 거세지고 있다. 

신축 단지들의 커뮤니티시설로 피트니스, 키즈카페, 골프장, 독서실 등은 이제 기본이다. 최근에는 라운지와 카페테리아, 루프톱, 영화관, 수영장, 스트릿 몰 등 다양하고 차별화된 특화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커뮤니티시설은 애물단지였다. 헬스장과 독서실, 노인정 등으로 시설이 한정적인 데다, 규모와 장비도 구색 갖추기에 불과해 입주민들의 이용도 적고, 관리비를 축내는 시설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차별화된 
특화시설

코로나19 이후 커뮤니티시설의 위상이 달라졌다. 입주민들의 생활 반경이 줄고, 멀리 나가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문화·여가 활동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단지 내에서 취미 생활부터 업무까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다채로운 시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차별화한 커뮤니티시설은 아파트 단지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형성하고,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커뮤니티시설이 아파트 단지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되면서 건설업계는 특화된 커뮤니티시설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커뮤니티시설 상품성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2020년 11월 GS건설은 국내 건설업계 최초 커뮤니티 통합 서비스 브랜드인 ‘자이안 비(XIAN vie)’를 출시했다.


이후 CGV·금영엔터테인먼트·아워홈·자란다·째깍악어·놀담·클래스101·모빌리티 등 각 업계 선두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아파트 커뮤니티를 ‘라이프타임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GS건설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서초그랑자이’에 국내 최초로 CGV 골드클래스급 영화관을 도입했다. 입주민들은 영화를 비롯해 뮤지컬, 오페라, 클래식, 스포츠 생중계 등 각종 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자이가 추구하는 아파트는 입주민이 마치 내 집처럼 꾸민 ‘커스터마이징 아파트’다.

자이는 이를 위해 ‘큐레이팅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이 단지의 커뮤니티시설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주거 서비스 외 다양한 문화, 교육, 식음 전 분야의 큐레이팅 서비스로 입주민 취향에 맞춰진 아파트로 변신 중이다. 

예를 들어 SPC가 개발하는 ‘오픈 커피 스테이션’은 산지별 최상의 커피와 ‘자이 시그니처 블렌드’ 커피를 제공한다. 최신 트렌드나 고급 취향을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종전의 방식을 넘어 입주자들의 취향에 따른 커뮤니티 콘텐츠를 제공해 자이 입주민은 단지 안에서 자신만의 소비 경험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키즈카페, 영화관, 수영장, 캠핑장…
단지 내 커뮤니티시설 단지 인기몰이

HDC현대산업개발이 충북 음성에 첫선을 보인 ‘음성 아이파크’에는 차별화된 커뮤니티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힐링 공간인 캠핑장을 비롯해 골프연습장, 사우나, 피트니스센터 등이 조성된다. 자녀를 위한 독서실과 스터디, 키즈라운지도 제공된다. 

아이들을 위한 특화 커뮤니티시설이 들어서는 단지도 있다. 입주를 시작한 ‘양주옥정 유림노르웨이숲’이 대표적이다. 옥정신도시 최초로 단지 내 실내 놀이터와 온실하우스(보타닉 가든)를 마련하고 어린이집, 키즈 도서관, 맘스라운지 등 키즈 중심의 커뮤니티시설을 갖췄다.


실내 놀이터는 업계 1위 플레이타임 그룹의 ‘리틀 챔피언’을 도입해 ‘리틀 노르웨이숲’이라는 약 661 ㎡(200평) 규모의 키즈카페를 기획했다.

입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커뮤니티시설 고급화·차별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개포 래미안 포레스트’는 어린이집, 도서관, 작은도서관 등 기본적인 주민 공동 시설을 비롯해 여러 커뮤니티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골프장부터 스크린골프·기구 필라테스·헬스(PT)·사우나 시설과 카페테리아, 레스토랑, 키즈룸, 게스트하우스, 공유 오피스까지 운영하고 있다. 또 다양한 GX 프로그램(요가·줌바·방송·라인댄스·바둑교실 등)을 제공 중이다. 

특히 ‘숲레스토랑’은 입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 2021년 7월 신세계푸드와 위탁계약을 맺고 입주민들에게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까지 조·중식을 제공하고 있다. 입주민 기준 한 끼 식사 가격은 7000원으로, 중식과 양식, 아시안 푸드 등 호텔 뷔페급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 100여년 전통의 커피 브랜드인 ‘라바짜’ 원두로 만든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은 단돈 2000원으로 입주민들이 자주 찾는 시설 중 하나다. 2만권의 책이 있는 도서관과 키즈룸을 비롯해 최상층인 35층에 자리한 ‘스카이라운지’와 ‘하늘도서관’에도 입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고급화된 커뮤니티시설로 중무장한 단지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 아파트에는 놀이터, 노인정 등 기본적인 휴게 시설이 전부였지만 최근에는 수요자 입맛에 맞는 수영장, 쇼핑몰, 사우나, 피트니스센터 등 특화 단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스러운
이미지 형성

이어 “비슷한 입지와 평면에서 차별화된 커뮤니티시설이 입주 후 아파트 가치를 높이는 경우가 많으며 커뮤니티시설을 인근 거주민도 이용할 수 있게 될 경우 좋은 공동시설을 갖춘 아파트를 중심으로 지역 시세도 높아지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수도권에 분양(예정) 중인 커뮤니티 강점 단지.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GS건설이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양평12구역을 재개발하는 ‘영등포자이 디그니티’가 본격적인 분양 절차에 들어간다. 지하 2층~지상 최고 35층, 4개동, 총 707가구다. 일반물량은 전용면적 59~84㎡ 185가구다. 전용면적별로 보면 59㎡A 34가구, 59㎡B 40가구, 59㎡C 9가구, 84㎡A 32가구, 84㎡B 35가구, 84㎡C 35가구다.

분양가는 전용 59㎡가 8억5800만~8억6900만원, 전용 84㎡는 11억5150만~11억6430만원으로 책정됐다. 

입주민들
만족도↑

양천구 목동과는 안양천을 사이에 두고 자리했다. 현대백화점 목동점, 이대목동병원, 목동종합운동장 등이 반경 2㎞ 이내다. 오목교 건너편 목동 학원가를 다닐 수 있다는 점은 학부모라면 눈여겨볼 만한 부문이다. 단지가 들어서는 양평동도 목동에 견줄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롯데마트, 코스트코를 도보로 15분 내외에 이용할 수 있고, 당중초·문래중·관악고교가 도보 10분 거리에 있다. 안양천 둔치에는 다양한 체육시설도 마련돼 있다. 

교통여건도 좋다. 단지 입구 바로 앞에 서울 지하철 5호선 양평역이 자리했다. 2호선과 5호선 환승역인 영등포구청역은 도보로 15분이면 이용 가능하다. 또 영등포로, 서부간선도로, 경인고속도로, 올림픽대로를 통해 여의도를 비롯한 서울 전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주차장은 지하에 마련하고 지상엔 운동시설, 어린이 놀이터 등을 마련했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조성되는 커뮤니티시설엔 피트니스 센터, 필라테스, 골프연습장, 다목적실, 독서실 등이 들어선다.

청약통장 가입 기간 12개월 이상, 지역별, 면적별 예치금을 충족한 만 19세 이상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거주자는 보유 주택 수와 세대주 여부 관계없이 1순위 청약이 가능하다. 

▲힐스테이트 평택 화양= 현대엔지니어링이 ‘힐스테이트 평택 화양’을 분양한다. 경기 평택시 화양지구 일원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 2층~지상 31층, 14개 동으로 1571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전용면적별로는 72㎡ 149가구, 76㎡ 76가구, 84㎡A 929가구, 84㎡B 315가구, 84㎡C 102가구로 구성됐다. 

특히 전체 가구가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 이하 중·소형 타입으로, 남향 위주로 배치된다. 지대가 높고 화양지구 내에서 유일하게 최고 31층으로 시공될 예정에 있어 일부 고층부에서는 서해바다와 서해대교를 조망할 수 있는 ‘오션뷰’ 프리미엄까지 누릴 수 있다.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
고급 특화 서비스 제공

대단지에 걸맞은 조경과 약 1100여평 규모의 커뮤니티시설이 들어서며 시설 안에는 피트니스, GX룸, 스크린골프장, 골프연습장이 조성돼 실내에서도 간편하게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된다.

계약 조건은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로 중도금 대출에는 무이자 혜택을 제공해 계약자들의 부담감을 덜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검단신도시 금강펜테리움 3차 센트럴파크= ㈜금강주택은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서 ‘검단신도시 금강펜테리움 3차 센트럴파크’를 분양한다.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AA23블록에 위치하는 검단신도시 금강펜테리움 3차 센트럴파크는 지하 3층~지상 최고 25층, 10개동, 총 1049세대 규모의 대단지로 조성된다. 타입별 분양 세대수는 74㎡ 386세대, 84㎡A 120세대, 84㎡B 226세대, 98㎡A 192세대, 98㎡B 125세대 등이다.

단지는 우수한 교통, 교육, 생활인프라와 쾌적한 자연환경까지 모두 갖춘 ‘다세권’ 아파트로 뛰어난 정주여건을 자랑한다. 우선 인천 1호선 연장 신설역(102역)이 가깝고,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김포한강로 등을 통해서도 수도권 각지로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다. 

서부권 급행철도(GTX-D) 노선이 계획 중에 있고, 드림로~국도39호선(예정), 검단~경명로 간 도로(예정), 원당~태리 간 광역도로(예정) 등의 사업도 진행 중이어서 다양한 도로망도 갖출 예정이다. 여기에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까지 완공될 시 수도권은 물론 서울 서북부 지역으로의 접근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원스톱 안심통학 ‘학세권’ 단지를 갖출 전망이다. 단지 내 어린이집이 있고 초·중·고등학교 부지도 계획돼있다. 골프연습장, 피트니스, 작은도서관 등 커뮤니티도 들어선다. 신설역을 중심으로 상업지구(예정)와 커낼콤플렉스(예정)도 형성될 전망이다.

7000원으로
호텔 뷔페급

아울러 녹지가 3면을 감싸고 있는 대표적인 ‘숲세권’ 아파트다. 황화산이 단지와 맞닿아 있고 단지 바로 앞에 대규모 근린공원과 어린이공원(예정)도 조성될 예정이어서 영구적인 녹지조망(일부세대)과 함께 쾌적한 주거환경이 기대된다. 이 밖에도 신설역을 중심으로 형성될 상업지구(예정)와 커낼콤플렉스(예정)가 단지와 인접해 다양한 편의시설과 문화시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검단신도시 내 계획된 종합의료시설 부지도 가까워 우수한 의료 환경도 갖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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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