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형 상가? MZ세대에 물어봐!

주요 시중은행에 이어 인터넷 은행도 줄줄이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어떤 지역이 상가 투자처로 적합할지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의 주담대 변동형 상품 금리가 4%대로 복귀했다.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최근 일부 대출상품의 금리를 낮추기로 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러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인하 흐름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주택시장 주춤
상업시설 인기

올 들어 주택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풍부한 배후수요를 확보한 상업시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구매력이 높은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 직장인이 많다면 고객 유입이 타 상가 대비 안정적이라 인기가 높다.

MZ세대 직장인이 많은 상권 내 상가의 경우 낮은 수준의 공실률을 기록하며 좋은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서울 중대형 상가 평균 공실률은 9.1%를 기록했다. 그러나 젊은 직장인이 많은 상권인 뚝섬(2.6%), 양재말죽거리(4.1%), 도산대로(5%), 교대역(6%) 등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서울 평균보다 3%p 이상 낮았다.

자신을 위해서라면 소비를 아끼지 않는 MZ세대 직장인은 소비 시장에서 꼭 잡아야 하는 소비층으로 급부상 중이다. 관련 업계는 이들을 배후수요로 갖추고 있는 상권은 좋은 분위기를 보이는 게 당연하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해당 상권 내 상가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높아지며 투자 수요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직장인 MZ세대를 배후수요로 갖춘 대표적인 상가로 지식산업센터 내 상업시설이 있다. 수많은 기업이 입주하는 지식산업센터의 특성상 직장인이 많을 수밖에 없고, 직장인 중 상당수가 MZ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식산업센터 내 상업시설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안전한 투자처로 불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익형 부동산 분양시장에서도 지식산업센터 내 상업시설은 많은 수요자가 몰리며 좋은 분양 성적을 보였다. 

일례로 지난해 1월 현대엔지니어링이 경기 과천시에 공급한 ‘과천 센텀스퀘어(과천지식정보타운 6블록 지식산업센터)’의 단지 내 상가는 168대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 호실이 계약 3일 만에 완판 됐다. 같은 해 4월 SK에코플랜트가 시공을 맡은 펜타시티(과천지식정보타운 10블럭 지식산업센터)의 단지 내 상가인 ‘과천 펜타원 스퀘어’ 역시 총 103실이 계약 시작 3일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시중은행 대출금리 인하 흐름
어떤 지역 투자처로 적합할까?

상업시설의 투자수익률은 여전히 시중 금융기관의 투자 상품 수익률보다 높다. 상가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라면 소비활동이 활발한 MZ세대 직장인 인구가 많은 지역을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다만 MZ세대를 배후로 하는 지식산업센터 단지 내 상가 투자 시 주의점도 있다. 주 5일 근무제의 정착으로 상권이 주말과 휴일은 건물 내 상주 인원이 빠져나가 텅 빈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치명적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최근 지어지는 지식산업센터는 업무시설뿐만 아니라 근무자들을 위한 기숙사와 상가까지 함께 조성하면서 내부에 자체적인 선순환 구조를 형성해 ‘윈윈’ 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실제 경기 용인시에 들어선 한 복합지식산업센터는 일대에 이용 고객이 북적이기로 유명하다. 평일 오전에는 지식산업센터 종사자들이 끼니 해결을 위해 저층부에 입점한 음식점을 찾는데다 저녁 시간대에는 지식산업센터 내 기숙사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카페, 코인세탁소, 편의점 등에 방문해서다. 

여기에 SNS상에서 맛집이 몰려 있다는 입소문까지 타면서 주말이나 휴일에도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족단위 고객이 몰리고 있다. 기숙사 거주자들은 입점한 상가를 이용해 별도의 외출 없는 ‘원스톱’ 생활이 가능하고, 종사자들 입장에서도 대형 문구점·택배·은행 등 업무 편의를 높여주는 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상가 역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많다. 입주민 고정 수요를 통해 상가 활성화가 가능하고 주 7일 상권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복합지식산업센터는 대부분이 대규모로 지어져 일대 아파트 등 거주 방문객들의 눈길을 확 사로잡으면서 일대 랜드마크로 자리 잡는 경우가 많아 유동인구 흡수에도 유리하다. 

자체적인 
선순환 구조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출 금리가 인하되면 투자비용인 대출 부담이 낮아져, 부동산 투자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보통의 현상이지만 다만 최근 시장 상황으로 볼 때 아파트보다는 비교적 리스크가 낮은 지식산업센터 단지 내 상가 등이 이러한 수혜를 이어갈 확률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MZ세대 직장인 배후 복합지식산업센터.

 

 

▲시그니처 광교 2차= 한화건설이 시공하는 ‘시그니처 광교 2차’ 지식산업센터가 분양 중이다. 광교택지개발지구 내 도시지원시설용지에 조성되며, 대지면적 7968.30㎡ 부지에 지하 4층~지상 10층, 연면적 3만21 91.80㎡ 규모로 지어진다. 

지식산업센터와 별도 동선으로 계획된 기숙사는 전용면적 39~98㎡, 총 57실 규모로 다양하게 구성된다. 전 타입 2.4m의 높은 천장고를 적용하고, 일부 타입은 5.5m 복층 높이의 천장고, 발코니 및 테라스, 팬트리까지 갖추고 있어 높은 거주 편의성을 제공한다. 또 휴게실, 무인 택배함, 코인세탁실 등의 자체 생활편의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안정적인 
매출 기대

기숙사는 직주근접이 가능한 것은 물론, 개인 생활이 보장되면서도 주거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코리빙’ 주거 형태를 선호하는 젊은 직장인들에게 관심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뛰어난 입지여건도 갖췄다. 지하철 신분당선이 도보권에 있어 상현역을 이용해 서울 강남까지 30분대로 이동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신분당선 신논현-논현-신사역 구간이 연장 개통돼 강남으로의 접근성은 더욱 향상됐다. 호매실 구간 연장 사업도 내년 착공 예정으로 교통망이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서울 접근성이 높은 만큼 서울 도심의 생활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수원·분당·판교 생활권을 공유할 수 있다. 단지 인근에 위치한 풍부한 녹지 공간도 눈길을 끄는 요소다. 가산천 산책로가 건물 바로 앞에 있고, 매봉산 조망도 가능해 쾌적한 업무환경을 누릴 수 있다. 이에 더해 인근 광교호수공원, 광교중앙공원을 이용해 휴식과 가벼운 산책 등의 여가를 즐길 수도 있다.

 

 

▲엠큐브 스퀘어 다산= 경기 남양주 다산 지금 공공주택지구 자족 1블럭에 들어서는 ‘엠큐브 스퀘어 다산’ 지식산업센터가 분양한다. 연면적 약 19만99 30.69㎡, 지하 3층~지상 8층 규모로 조성된다. 총 4개동, 연면적 6만여평의 복합 업무 공간으로 오피스·기숙사·상가·창고 등으로 구성된다. 주차대수는 법정 대비 182.56%인 1455대다.

무한한 공간 확장의 ‘큐브’ 콘셉트에 착안해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공간 가치 확장형’ 지식산업센터다. ‘Another Level Workplace’란 콘셉트를 내세우며 기존에 볼 수 없었던 고급스러운 업무공간이 되겠다는 계획이다.

한강 뷰와 트인 전망을 넓은 창으로 누릴 수 있는 프리미엄 오피스로, 럭셔리 인테리어가 적용되는 집무실과 하이엔드 럭셔리 주거공간을 갖추고 있다. 입주사들의 부족한 저장 공간을 해소하기 위해 충분한 지하창고를 확보하고 있다.


잡아야 하는 소비층으로 급부상
개성 강한 20~30대 수요자 몰려

반경 1.5㎞ 이내 8개 아파트 단지 및 남양주시청, 법원, 남양주경찰서가 위치하고 있다. 단지에서 700m 이내 초인접수요에 해당하는 약 6700세대가 있다. 이주자택지 1090세대를 포함한 세대로 풍부한 고정수요와 인접수요 2만3000명 등 추가적으로 유입 인구를 통해 풍부한 배후수요를 확보하고 있는 성장 지역이다. 

다산신도시는 서울과 근접한 수도권 동북부에 위치해 서울 접근성이 우수하다. 왕숙지구, 별내신도시, 구리갈매지구, 양정역세권 중심에 들어서 주요 도심 및 산업단지로 편리하게 이동이 가능하다. 엠큐브 스퀘어 다산은 다산신도시에서도 우수한 입지에 위치해 있어 뛰어난 교통 여건과 향후 개발호재까지 누릴 것으로 보인다.

 

 

▲메타피아=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 첨단산업단지에 처음으로 들어서는 대규모 지식산업센터 ‘메타피아’가 분양 중이다. 지하 1층~지상 7층, 연면적 4만7557.70㎡ 규모로 지식산업센터를 포함한 라이브 오피스와 기숙사, 근린생활시설 등을 갖췄다. 사업장까지 차량 진입으로 신속하고 효율적인 물류 이동이 가능한 스마트 드라이브인&도어 투 도어 시스템으로 설계됐다. 또, 라이브 오피스 및 기숙사 테라스 설계 특화를 통해 쾌적하고 여유로운 주거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내포신도시는 충남도청사를 비롯해 120여개의 공공·행정기관, 통합 행정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 첨단산업단지에는 40여개 기업과 기관이 들어선 상태다. 충남 혁신도시 지정으로 공공기관 이전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군은 지역 발전과 미래 산업을 선도할 ‘내포신도시 미래 신산업 국가산업단지’ 유치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메타피아는 전국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지리적 이점과 개발호재 등에 힘입어 한 달 새 분양률 30%를 기록, 상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식산업센터 특성상 업무 효율을 높이는 인프라는 물론 휴게공간 등이 다양하게 조성되며, 청약이 자유로운데다 다양한 세제혜택과 전매 제한 등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 역시 인기를 더하고 있다.


최근 금리가 크게 인상된 상황에서 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과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임대료를 통한 안정적인 수입과 향후 가치 상승을 통한 시세 차익도 거둘 수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일반적으로 상가나 오피스텔에 비해 분양가가 저렴하며, 또 법인의 경우 70~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적은 비용으로 투자가 가능하다. 기업 이전 및 신·증설기업은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최초 입주업체는 취득세 50%, 재산세 37.5%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전매 제한도 없다. 메타피아가 속한 첨단산업단지는 충남 홍성군 일원의 126만㎡ 부지에 산업시설용지와 산학협력시설용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코리빙’ 
주거 형태

내포 첨단산업단지에는 AI데이터 센터 유치, 수소에너지 전환 규제자유특구 지정, 국내 최초 대체 자동차 부품 인증지원센터 구축 등 다양한 개발 호재가 맞물려 있다. 교통 및 주거 편의성도 높다.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홍성역이 위치해 있다. 응봉로, 충남대로, 도청대로를 통해 증곡전문농공단지, 응봉산업단지, 삽교전문농공단지 등 산업단지로의 이동이 편하다.

서해안고속도로와 통하는 해미IC, 당진~영덕 고속도로의 예산 수덕IC가 인접해 전국 어디든 이동하기 손쉽다. 주변에는 다목적 운동시설을 갖춘 나루공원과 하산공원 등 녹지 공간과 다양한 편의시설이 인접해 있고, 혁신도시 내에 조성된 터라 직주 근접성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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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