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진 쳤나? 안철수 “총선 후 대표직서 사퇴하겠다”

“제 모든 진정성은 정권교체”
명예 대표론엔 부정적인 입장

[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16일 “총선 직후 당 대표직서 물러나겠다”며 사실상 배수진을 쳤다. 안 후보 입장에선 이번 국민의힘 당권 도전마저 미역국을 마시게 될 경우, 정치적 입지가 심하게 좁아질 수 있는 만큼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모양새다.

안 후보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서 진행자의 전날 TV조선 TV 토론회 관련 발언 배경을 묻는 질문에 “제 모든 진정성이 정권교체에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다”며 “제가 대선에 출마하려고 (당 대표직을)이용하겠다는 마음이 아닌 걸 국민들은 아실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일부 안 후보의 지지자들 사이에선 안 후보가 이번 3·8 전대서 당권을 잡지 못할 경우 국민의힘에서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배신자로 낙인찍혀 탈당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는 “제가 처음 정권교체를 시작했던 사람이니 총선서 승리해서 국회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다면 제 소임은 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22대 총선까지 약 13개월 동안만 국민의힘 지휘봉을 잡아 총선을 진두지휘해 승리로 이끈 뒤 여대야소 정국으로 만든 뒤 이른바 ‘아름다운 퇴장’을 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는 당헌당규로 보장돼있는 2년의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하차의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셈이다.

최근 국민의힘 내부서 제기된 이른바 ‘당정일체론’에 대해선 “당정일체라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상호보완적이고 서로 협력관계로 가야 된다는 것은 당헌에도 나와 있고 그렇게 가는 게 맞다”고 답했다.


이어 “사실 용산보다는 당이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더 많아 민심을 훨씬 더 잘 알 것”이라며 “용산서 민심과 다른 그런 결정이나 행보를 보였을 때 그에 대해 정확하게 지적하고 보다 더 좋은 민심에 맞는 것들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 대표론’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했다.

안 후보는 “전당대회 와중인데 자칫하면 국민들께서 대통령이 당무 개입한다는 그런 인상을 줄 수 있다”며 “대통령을 전대에 끌어들이는 게 내년 총선 승리에 과연 도움이 될 것인가, 저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가 선출되고 난 후 그때도 이런 요구들이 있다고 한다면 당원들의 뜻을 모으고 총선에 도움이 될 것인가, 어느 정도 될 것인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건의드리는 게 맞다”며 “(전대 이후에는)고려해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진행자의 TV 토론회 점수를 묻는 질문에는 “마음 같아선 10점 주고 싶지만 9점이나 8점”이라고 답변했다.

안 후보 입장에서는 최근 최대 경쟁자로 평가받고 있는 김기현 후보가 자신을 앞선다는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상황인 만큼 어떻게든 반등의 모멘텀을 반드시 확보해야만 한다.

게다가 앞으로 예정돼있는 TV 토론회가 그에게는 득보다는 실이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지층 일각에선 당장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안 후보는 지난 14일, 부산 국제컨벤션센터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서 배우자인 김미경 교수가 지난해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했던 점을 언급하면서 “저는 국민의힘에서 뼈를 묻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이른바 ‘철새 정치인’ ‘외부인’이라는 당원들의 인식을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 후보는 “당의 혁신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다. 공정한 공천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이 원한다면 어디든 출마하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붙으라면 기꺼이 붙겠다”고 ‘험지 출마론’ 수용을 시사했다.

또 김 후보의 낮은 인지도를 겨냥해 “당 대표는 당의 얼굴이다. 국민이 누군지도 모르고 자기 것도 없이 어딘가에 기대 얹혀사는데 거대 민주당과 싸워 이긴다는 건 어림도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수도권 및 2030 청년층의 당원이 급증한 것을 감안한 듯 안 후보는 “수도권서 이기려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보수를 기반으로 중도와 2030세대 마음까지 잡는 확장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우리가 먼저 변하고 혁신해서 우리는 개혁, 민주당은 반개혁의 구도를 세워야 한다. 우리가 먼저 미래 대 과거에서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며 “시대착오적인 진영정치를 부수고 실용 정치로 청년층 마음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9대 대선후보 TV 토론회 당시 안 후보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제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입니까?”라는 질문 등의 질문으로 입길에 오르면서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던 바 있다.

게다가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유권자들에게 잘 전달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안 후보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이 때문에 ‘안초딩(초등학생)’이라는 호칭도 붙었다.

2017년 19대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후보로 나섰던 홍 시장은 “TV 토론 뒤 SNS를 보니 별명들이 생겼다”면서 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 후보를 ‘안초딩’이라고 불렀다.

5년 후인 2021년 2월18일, 홍 시장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안 후보와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후보단일화 TV 토론회를 두고 “지난 대선 때 토론하는 것을 보고 ‘안초딩’이라고 놀렸던 것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나마 안 후보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당원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 → 당원투표 100%’ ‘과반 특표자 없을 시 결선투표’의 변경 룰이 다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당원 비중이 지난 2021년, 6·11 전대 당시에 비해 수도권 및 2030세대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 후보 캠프 쪽에선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실제로 2년 전엔 TK(대구․경북)과 PK(부산․경남) 선거인단 수가 약 16만8000명으로 과반을 차지했었으나 현재는 39%로 다소 감소했다. 37.7%인 수도권 선거인단 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당심이 전 같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전대룰 변경에 대해 “민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구조”라며 특히 비윤(비 윤석열)계 인사들 사이에서 반발이 심했던 데다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들의 주도로 이뤄졌던 만큼 당원들이 어느 계파에 좀 더 힘을 실어줄 지는 뚜껑을 열아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후보는 안 후보의 연속 이틀 ‘총선 후 대표직 사퇴’ 약속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서 “공천을 다 마쳤고 선거를 다 마쳤는데 계속 대표할 필요가 없으니 그런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권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될 텐데 왜 그렇게 우회적으로 꼼수처럼 비칠 수 있는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준석계 천하람 후보도 YTN라디오 인터뷰서 “안 후보가 총선이 끝난 후 대선을 준비하겠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당을 원만하게 안정적으로 이끌 자신이 없느냐는 점에서 비판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kangjoom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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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