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펀드’ 향한 두 가지 시선

백기사 vs 흑기사, 어떤 게 진짜 모습?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강성부 펀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경영 개선이라는 대의는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충분했고, 어느새 행동주의 펀드는 개미 투자자들의 흑기사로 자리매김한 양상이다. 다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긍정적인 건 아니다. 단기적 이익을 위해 과도한 요구를 내세운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는 강성부 대표가 2018년 설립한 토종 사모펀드다. 대중에게는 흔히 ‘강성부 펀드’로 불리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를 목표로 하는 행동주의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증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KCGI라는 이름이 수면 위로 부각된 시발점이었다. 2019년 11월 한진칼 지분 9%를 확보해 2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꾸준히 보유주식 수를 늘렸고, KCGI는 이듬해 5월 한진칼 지분을 15.98%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토대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KCGI는 2019년 5월29일 ‘경영권 분쟁 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 무렵 KCGI는 서울지방법원에 검사인 선임을 청구했다. 약 한 달 전 이사회에서 조원태 대표이사를 ‘회장’에 선임하는 안건이 적법하게 상정됐는지, 그렇지 않다면 회장이라는 명칭을 보도자료와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기재한 경위 등을 조사해야 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또한 KCGI는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퇴직금을 지급했는지, 퇴직금 지급 규정에 대한 주총 결의 여부 등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양호 회장의 퇴직금은 조 회장 일가의 상속세 재원이라는 점에서 관련 업계에서는 KCGI가 조 신임 회장의 승계를 흔들기 위한 시도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이후 KCGI는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3자 연합’을 결성해 조 회장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그러나 3년 넘게 이어진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결국 조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다. 지난해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자격을 강화하는 안건 등 KCGI가 낸 주주제안은 모두 부결됐다. 

이후 KCGI는 한진칼 주식을 호반건설에 전량 매각하는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다만 KCGI에 득보다 실이 컸다고 보긴 힘들었다. KCGI라는 이름이 각인될 수 있었던 계기이자,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인식 제고의 기회가 됐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간 행동주의 노선을 지향한 펀드는 부정적인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들에게는 먹튀, 탐욕 등의 수식어가 뒤따랐던 탓이다.

하지만 주주가치 증대를 앞세운 KCGI의 요구는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탐탁지 않은 시선과 맞물리면서 큰 반향을 이끌어냈다. 심지어 행동주의 펀드가 소액주주의 대변자이자 자본시장의 수호자쯤으로 비춰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었다.

소액주주
대변


인지도를 높인 KCGI는 최근 들어 한층 활발해진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올 초 결정된 메리츠자산운용 인수 결정이 대표적이다.

KCGI 컨소시엄은 지난달 6일 메리츠금융지주 보유 메리츠자산운용 보통주 100%인 264만6000주를 인수하는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매각가는 400억~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자산운용의 자산 규모는 3조원에 달한다.

KCGI는 영남지역 향토 건설사인 화성산업과 컨소시엄을 이뤘고, 화성산업은 2대주주가 될 예정이다. 화성산업이 인수작업에 참여한 것은 미래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존 리 전 대표의 불명예 퇴진으로 메리츠자산운용의 신뢰도가 타격을 입자, 그룹 차원에서 매각을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지난해 6월 존 리 전 대표가 차명 투자 의혹으로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으면서 논란을 겪었고, 존 리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메리츠자산운용 인수 소식이 공표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KCGI는 또 한 번 의미심장한 행보를 드러냈다. 오스템임플란트 보유 주식 늘리기가 바로 그것이다. 

어느새 M&A 시장 큰 손
활약만큼 커지는 우려

지난해 12월21일 오스템임플란트는 에프리컷홀딩스가 지분 5.58%(83만511주)를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매입 금액은 1073억원 규모다. 에프리컷홀딩스는 기존에 71만7903주를 가지고 있었는데, 장내에서 11만2608주를 신규로 취득했다. 에프리컷홀딩스는 KCGI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고, 지분 취득 목적은 ‘경영권 영향’이다.

이를 계기로 KCGI는 오스템임플란트 3대주주로 올라섰다. 오스템임플란트 최대주주는 지분 20.6%를 보유한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특수관계인 포함)이다. 기관 지분은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 7.18% ▲KB자산운용 5.04% ▲국민연금 5.04% 등을 포함하면 23%대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KCGI는 또 한 번 오스템임플란트 주식 사들이기에 나선 상태다. 지난달 27일 오스템임플란트는 에프리컷홀딩스가 장내 매수를 통해 자사 주식 5만9002주를 추가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에프리컷홀딩스의 오스템임플란트 보유 주식은 97만9254주에서 103만8256주로 늘어났고, 지분율은 6.57%에서 6.92%로 상승했다.

앞서 KCGI는 지난달 19일 오스템임플란트에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 “후진적인 거버넌스 탓에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며 최 회장의 퇴진과 함께 독립적인 이사회를 구성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오너 리스크로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의 ‘흑기사’를 자처한 모양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해 1월 코스닥 사상 최대인 2215억원의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신뢰도에 커다란 흠집이 생긴 바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최대주주 측도 곧바로 사모펀드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와 MBK파트너스를 ‘백기사’로 끌어들여 대응에 나섰다.


지난달 25일 UCK와 MBK파트너스는 공동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를 통해 경영권 인수를 목적으로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 장외 시장에서 239만∼1117만주(지분 15.4∼71.8%)를 주당 19만원에 오는 24일까지 공개매수한다는 계획이다.

UCK는 나흘 전 최 회장의 보유주식 가운데 144만2421주(잠재발행주식 총수의 약 9.3%)를 공개매수 가격과 같은 가격으로 매수하는 주식 매매계약 및 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UCK가 오스템임플란트 주식 15.4%를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최 회장으로부터 인수하는 주식과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 6% 등을 포함해 최소 34.3%로 최대주주가 된다.

진짜 모습
무엇?

금융투자업계에서는 KCGI와 유사한 토종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행동주의 노선을 표방한 사모펀드는 경영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주주권 행사를 최우선 가치로 내건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가 등장하면 주가가 오르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 영역이 늘어난 것은 지난 정부에서 ‘대주주 의결권 3% 룰’ 등 이른바 경제민주화 법안이 대거 채택된 영향이 크다. 감사·감사위원 선임 등에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상법 규정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임, 소수 주주권 행사의 선택적 적용 명문화 이후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헤지펀드 활동이 크게 늘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대거 주식시장에 진입한 개인투자자들이 행동주의 활동에 지지를 나타내는 추세다. 기업의 ‘ESG 경영’에 대한 커진 관심도 행동주의 펀드의 입지를 넓힌 요인이다.


다만 행동주의 기능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행동주의 펀드가 단기적 이익을 위해 기업을 공격하거나 보유 지분 이상으로 기업 경영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다수의 행동주의 펀드에서는 단기간 주식을 집중 매집해 주가를 높이고 수익을 내면 손을 털어버리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목격된 바 있다. 불합리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표면상 목적과 달리 실리를 추구하면 떠나는 행태가 더 많다는 것이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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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