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머리도 그렇게 나쁘지 않을 텐데 묻는 말 중심으로 핵심을 답해 달라.”(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6일 국회 대정부질문) “묻는 말이 이상하니까 이렇게 말씀드린다.”(한동훈 법무부 장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속행된 국회 대정부질문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두고 부딪혔다.
정 의원은 이날 한 장관을 향해 “장관님, 김 여사와 친합니까”라고 묻자 한 장관은 “아니다. 친하다 말다 할 그런 관계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김 여사와)카카오톡 332건을 했다. 안 친한데 왜 자주 하느냐”는 질문에는 “언제적 이야기를 하시는지 모르겠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한 것이고 제가 여러번 설명드렸다”고 답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김건희 여사 녹취록을 보니 ‘한동훈, 한동훈’ 하던데 서로 반말하느냐”고 물었고 한 장관은 “의원님은 안 보는 자리서 ‘한동훈님, 한동훈님’ 그러느냐? 저한테 한 이야기가 아니지 않느냐. 그냥 이름 부를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김 여사를 어떻게 부르느냐”는 질문엔 “평소에 대화하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받아쳤다.
정 의원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10년이 지나서 수사 안 하는 거냐”고 묻자 한 장관은 “지난 정부서 민주당이 고발한 건”이라며 “민주당이 선택한 수사팀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2년 동안 집중적으로 수사했다. 왜 그때 기소 안 했느냐”고 응수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서 이겨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뭉개고 있는 것이냐”고 재차 질문했고 한 장관은 “지난 정부서 정권을 잡고 있을 때 진행한 수사”라며 “지난 정부 수사팀에서 증거자료를 잡았던 것이고 그렇게 중요한 증거라면 지난 정부 당시에 소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이 “저는 이 사안에 대해 잘 모른다. 검찰이 투명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항변하자 정 의원은 “불리한 건 모르는군요”라고 비꼬기도 했다.
한 장관은 “제가 이 사안을 하나하나 말한다면 이재명 사안도 하나하나 말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받아쳤다.
두 사람의 설전 도중 귀를 의심할만한 질의응답도 오갔다.
정 의원은 김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을 거론하는 도중 “김 여사는 회원 유지를 ‘멤버 유지(member yuji)’라고 썼는데 아무리 심해도 너무 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 부분에 대해선 저에게 물어볼 건 아니다”라는 한 장관의 답변이 나오자 그는 “그럼 윤 대통령에게 물어봐주시던가”라고 추궁했다.
한 장관이 “의원님께서 (직접)물어보시라”고 권하자 정 의원은 “전화번호 좀 주세요”라고 응수했다.
또 “장관님, 모든 아내는 법 앞에 평등하다. 맞는 말이죠”라는 질문에 “무슨 말이냐”고 되묻자 정 의원은 “모르면 통과”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 의원의 “모르면 통과” 발언은 마치 예능 오락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같은 편 패널에게 정해진 시간 내에 문제를 내서 맞추는 이른바 ‘스피드게임’을 연상하게끔 하기에 충분했다. 국회 대정부질문 역시 정해진 시간에 국무위원들이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이지만 두 사람 간의 질문과 대답은 국내 정치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국회법에 따르면 대정부질문서 의원들의 질문 시간은 20분을 초과할 수 없으며 교섭단체 간 합의로 20분 이내로 정해진다.
정가에선 이날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 의원이 해당 분야와는 전혀 상관없는 질의에 집중하거나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제기에만 몰두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게다가 증인으로 출석한 국무위원과 ‘말장난 수준’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정 의원과 한 장관의 대정부질문 언론 보도에 댓글 형식으로 불편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되게 깐족거리네. 아무리 국회의원이 갑이라지만 질문 수준도 참 어이없다”고 비판했다. 다른 누리꾼도 “질의하는 수준 좀 봐. 국정 현안이나 정책 질의가 아닌 철지난 시장 잡담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구체적으로 무슨 답변을 원하는지 물어봐야 답을 할 것 아니냐. 70년대 초등학교 애들 수준으로 말장난이나 하고 소리 치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