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구 중구 소재의 봉산문화회관은 ‘2023 유리상자-아트스타’ 전시공모 선정 작가전을 개최하고 있다. 유리상자는 전시 공간 밖에서 관람객이 유리를 통해 안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된 곳으로 생활 속 예술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봉산문화회관은 이 유리상자를 예술가의 정신을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 활용했다.
2023 유리상자 전시공모 선정작 첫 번째 전시로 김진주, 최령은 작가의 ‘인공식물’전이 봉산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두 작가는 2021년 9월 ‘공간 확장’이라는 주제를 두고 유리상자를 투명한 수조로 변형해 희미한 삶의 간극에 대해 기계적 메커니즘을 이용한 키네틱 아트 형식을 구현하는 계획을 선보였다.
상처받은
당시 심사위원은 미술대학을 갓 졸업한 신진작가의 패기와 도전이 묻어나고 용기와 실험정신이 깃든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유리상자 공모 취지와 부합한다는 것. 두 작가는 공모 작품으로 선정된 뒤 구체적인 실현 과정에서 전시장 구조의 특성, 공간의 이해와 활용 방법 등에 대해 담당자와 지속적인 소통을 진행했다.
두 작가의 관심은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해 삶의 방식에 대한 의문까지 다양한 철학적 사유에 닿아 있다. 생명은 예술가나 과학자, 철학자의 주된 탐구 영역으로 쉽게 정의내릴 수 없다. 실제 두 작가의 작업노트에는 많은 고민의 흔적이 남아 있다.
유리를 통해 내부 볼 수 있는
생활 속 예술공간으로 각광
이들은 작업노트에 “어떤 현상이 발생했을 때 생기게 되는 틈, 우리는 살아가면서 그 수많은 공백과 간격을 지나치게 된다. 그러나 이 빈틈은 결과값에 집중하도록 훈련받은 우리에게는 가장 잊히기 쉬운 공간”이라며 “우리는 숨 가쁘게 변화하는 현대사회가 희미하게 지나치도록 강요하는 것에 주목하려 한다.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아주 근본적인 질문부터 삶의 기준이나 목적까지 역설적인 물음표를 던져보고자 한다”고 적었다.
이들은 관측자가 매개자를 통해 바라보는 존재론적 의미를 형상화시키는 과정에서 살아있는 유기체에 기계적 메커니즘을 적용해 움직이는 물리 법칙을 역설적으로 이용해 생명에 대한 의미를 보여주고자 했다. 그러면서 털실로 엮은 원통형 몸체에 빛을 밝혀 실존적 의미가 내포된 설치작업을 선보였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역설적 물음 던져
심해의 이름 모를 생명체를 닮은 이 설치작업은 상반되고 모순된 이질성이 결합한 모습으로 유리상자 안과 밖의 세계를 분리해 관측자로 하여금 또 다른 공간으로 인식하도록 한다. 뿌리가 땅에 박혀 있지 않고 부유하는 식물의 형상과 심장 같이 빛나는 영혼의 불빛은 외롭고 상처받은 현대인의 모습과 맞닿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동일한 하나의 공간으로 관람객을 투영하게 하는 것이다.
서희주 인문예술공동체 아르케 대표는 “두 작가의 작품과 그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은 우리에게 ‘다름’과 ‘차이’의 이해를 토대로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제시한다”며 “그 지혜는 살아있음의 무거움에서 ‘인공식물’의 유영처럼 천천히 우리를 해방시킬 것”이라고 평했다.
현대인
봉산문화회관 관계자는 “두 작가가 말하는 삶과 삶을 이어주는 공백은 형태가 다를지 몰라도 누구나 경험하는 여정”이라며 “김진주, 최령은 작가의 ‘인공식물’ 전시를 통해 삶을 바라보는 자세부터 생명에 대한 고찰까지 새로운 생각의 전환을 싹 틔울 수 있는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달 26일까지.
[김진주는?]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서양화 전공 졸업
2023 유리상자-아트스타Ⅰ김진주×최령은(2023)
청년미술육성프로젝트 ‘모호한 균열’(2021)
[최령은은?]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서양화 전공, 미디어아트 전공 졸업
2023 유리상자-아트스타Ⅰ김진주×최령은(2023)
대구현대미술 2022 ‘대안길을 나서다’(2022)
TODAY&TORROW: 2021(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