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풀리는 수도권 대단지

금리 인상과 아파트 가격 하락 등으로 아파트 분양시장 침체와 미분양 우려로 인한 ‘공급 가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시장에 나오는 단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주택공급 물량이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 연휴가 있는 1월 자체가 비수기인 데다가 금리 인상 등으로 분양시장에 한파가 불면서 건설사들이 분양 일정을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1월과 2월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설 연휴가 끝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까지 전국 4만283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달 예정된 물량은 7386가구 수준이며, 3만가구 이상은 이달 공급된다.

올해 첫 달 분양시장은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 이미 공급된 단지를 포함한 지난달의 전체 분양 물량은 1만7391가구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공급된 4만6347가구보다 무려 2만8956가구(62.4%) 줄어든 수준이다.

그러나 설 이후 수도권 주요 대단지들이 분양에 나서며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이달 분양 예정 물량은 총 3만5748가구로 지난달보다 2배 많다.


실제 수도권 내 1000세대 이상 대단지 아파트 분양이 이어지고 있어 수요자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00세대가 넘는 브랜드 대단지 아파트는 매매 및 전·월세 수요가 꾸준해 환금성이 좋아 자산가치가 높으며 규모가 크면 클수록 상대적으로 관리비가 저렴하다.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 주변 인프라시설도 개선되고,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단지의 상징성도 띤다. 

업계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시장 침체가 짙어진 지난해 4분기(10~12월) 수도권에서 분양한 단지 중 청약 통장이 가장 많이 몰린 상위 5개 단지는 모두 1000세대 이상 규모의 아파트였다.

순위별로 살펴보면 ▲1위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세대, 12월 분양) 2만153건 접수 ▲2위 경기 광주 ‘광주더파크 비스타에시앙’(1690세대, 11월 분양) 6370건 접수 ▲3위 서울 강동구 ‘강동헤리티지자이’(1299세대, 12월 분양) 5723건 접수 ▲4위 경기 평택 ‘평택고덕 대광로제비앙모아엘가’(1255세대, 11월 분양) 5083건 접수 ▲5위 서울 성북구 ‘장위자이레디언트’(2840세대, 12월 분양) 4479건 접수로 조사됐다.

1000세대 이상 대규모 아파트 분양
‘공급 가뭄’ 내 집 마련 기회 될까

1000세대 이상 브랜드 대단지의 높은 선호도는 가격에 적극 반영되고 있다. 부동산 114자료에 따르면 인천 미추홀구에 위치한 ‘인천 더샵 스카이타워’ 1단지 평균 매매시세(2022년 12월 기준)는 3.3㎡당 2133만원이다. 이는 미추홀구 평균 시세인 1246만원보다 71% 높은 수치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위치한 ‘광교자이더클래스’의 평균 매매시세(2022년 12월 기준) 또한 3.3㎡당 3912만원으로, 용인시 수지구의 평균 시세인 2234만원보다 약 75% 높다. 


이는 대단지 브랜드의 아파트에 대한 수요자들의 선호 현상으로, 대단지가 지닌 규모의 가치 때문이다. 브랜드 대단지는 넓은 부지를 바탕으로 중소 단지보다 다양한 커뮤니티시설이 조성되고 조경도 다채롭게 꾸며지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지제역더샵센트럴시티’(지난해 5월 입주)는 총 1999세대 규모의 대단지다. 대단지답게 커뮤니티 공간만 1500평으로 구성된다. 이곳에는 실내 멀티코트, 멀티룸, 작은도서관 등이 들어가 있다. 조경부지 내에는 어린이 물놀이장, 테마산책로 등의 시설도 도입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단지는 규모가 커 지역의 대표 아파트로 상징되며 상품 또한 다양하게 도입돼 입주 만족도가 높아 수요가 풍부하다”며 “넓은 부지가 필요로 한 만큼 공급물량도 한정적이어서 지역 내 대단지 분양은 희소하기 때문에 나올 때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수도권에 공급되는 1000가구 이상 대단지.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새해 주목받는 단지로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189번지 일원에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가 있다.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35개동, 전용면적 39~185㎡, 총 3375가구 규모다. 

양재대로, 영동대로, 삼성로가 인접해 강남권역 내 이동이 편리하다. 다음 달 재개교 예정인 개포초를 비롯해 일원초, 양전초, 개원중, 경기여고 등 학교가 밀집해 있고 대치동 학원가도 가깝다.

▲휘경자이 디센시아=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자이 디센시아’도 주목받고 있다. 휘경3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을 통해 공급되는 이 단지는 지하 3층에서 지상 최고 35층, 14개동, 1806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조합원 물량을 제외하면 710가구가 일반 분양된다. 

청약 통장
많이 몰려

당초 지난해 9월 공급될 계획이었지만 6개월째 일정이 밀렸다. 주택시장 침체와 청약시장 위축 때문이다. 단지는 동대문구의 재개발 사업 ‘이문휘경뉴타운’에 들어선다. 뉴타운 내 가구 수는 1만3000여가구에 달한다. 7개 뉴타운 구역 가운데 휘경 1구역과 2구역이 입주를 끝냈다.

▲더샵 아르테= 포스코건설은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일대에 ‘더샵 아르테’를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최고 29층, 10개동, 총 1146가구 규모로 들어선다. 이 가운데 전용면적 39~84㎡ 770가구가 일반 분양된다. 전용면적별로는 39㎡ 60가구, 59㎡ 465가구, 74㎡ 157가구, 84㎡ 88가구로 구성된다. 

지역 대표
랜드마크

인천지하철 2호선 석바위시장역이 단지에서 100m 내에 위치해있다. 인주대로와 문학IC, 도화IC를 통해 제1경인고속도로, 제2경인고속도로 진입이 수월하다. 특히 수도권광역급행철도인 GTX-B노선이 계획돼있고 인천지하철 1호선과 2호선 환승역인 인천시청역이 인접해 추후 GTX-B노선이 개통하면 서울 도심까지 30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다. 

단지 주변에는 석바위공원과 인천중앙공원을 포함해 6개 공원이 위치해있다. 구월서초, 석암초, 동인천중, 인천고가 도보권 내 위치하며, 주안도서관이 단지 바로 옆에 있어 우수한 교육환경을 지니고 있다. 


지역 주요 편의시설 이용도 편리하다. 인천광역시교육청, 인천시청, 인천지방법원, 인천문화예술회관 등 다수의 공공행정기관도 차로 10분 거리 내에 있다. 또 홈플러스 구월점, 롯데백화점 인천점, 인천종합버스터미널 등 생활 인프라시설 접근성도 좋다. 

단지 내에는 전기차 충전용 과금형 콘센트가 주차장 기둥에 추가적으로 설치된다. 스마트홈 서비스인 아이큐텍(AiQ TECH)으로 조명, 난방, 가스 차단 및 환기 등을 외부에서도 제어할 수 있다. 승강기 내부에는 UV-C LED 살균 조명을 설치해 미세한 바이러스 및 세균을 제거한다. 

첫 달 숨 고르는 모양새
설 이후 숨통 트일 전망

이 밖에 피트니스·실내골프연습장 등으로 구성된 스포츠존,  독서실 및 북카페로 조성된 에듀존, 어린이집·게스트하우스 등이 들어서는 퍼블릭존도 있다. 주차장 웰컴라이팅 및 대기전력 차단 시스템 등 에너지 설비를 효율적으로 설계했다. 단지 출입부터 주차장, 세대 출입까지 3중으로 지켜주는 ‘3선 보안 시스템’등을 적용했다.

▲힐스테이트 평택 화양= 현대엔지니어링은 경기 평택 화양지구 5BL에서 ‘힐스테이트 평택 화양’을 분양한다. 단지는 지하 2층~지상 31층, 14개동, 전용면적 72~84㎡ 1571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전체 가구가 남향 위주로 배치됐다.

대단지에 걸맞은 규모의 조경과 커뮤니티가 계획됐다. 대지 면적 중 조경 면적을 40% 이상 배치해 녹지 공간을 극대화했는데, 단지 중심부에는 약 1700평 규모의 중앙 공원 조성이 예정됐다. 조경에는 평택 지역 특색을 담은 소나무를 중점적으로 활용했고, 중앙 광장에는 이팝나무와 배롱나무 등으로 특색 있는 공간 조성을 계획했다.


커뮤니티 시설도 약 1111평 규모로 들어선다. 큰 규모인 만큼 시설도 다양하게 들어서는데, 입주민들의 다양한 라이프사이클에 맞출 수 있도록 체육시설은 물론 취미활동시설, 자녀를 위한 시설들이 고루 계획됐다. 

정주여건도 우수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블록에서는 초·중·고등학교 계획부지까지 모두 도보로 이동 가능하다. 또 근린공원과 가깝고, 유동인구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심상업용지와 병원, 공공청사 부지까지는 반경 1.5㎞로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있어 쾌적한 생활환경이 기대된다. 

걸맞은 
커뮤니티

인근에 교통호재도 풍부하다. 단지 가까운 곳에 서해선(예정)과 포승평택선(예정)이 연결될 ‘안중역’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해선은 향후 경부고속선(KTX)과 연결될 계획으로 서울역까지도 약 40분대로 이동 가능해질 전망이다. 가까운 곳에 포승IC(예정)도 예정돼 제2서해안고속도로 진입도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분양 조건도 우수하다. 청약 시 ‘비규제 프리미엄’과 함께 ‘계약금 정액제’와 ‘중도금 대출 무이자’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수원성 중흥S-클래스= 중흥건설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 349-1번지 일원에 ‘수원성 중흥S-클래스’를 분양한다. 단지는 총 1154가구로 구성되며 이 중 592세대가 일반분양 대상이다. 단지 내 다채로운 숲과 정원, 산책로, 쉼터의 조경과 함께 다목적 체육관, 어린이집, 작은도서관 등 생활에 여유를 더해주는 커뮤니티가 마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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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특검 ‘북풍 공작’ 수사 시나리오

내란 특검 ‘북풍 공작’ 수사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이 가장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는 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외환 혐의’다.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군 수뇌부가 북한과의 전쟁을 유도하려 했는지를 밝혀내는 게 핵심이다. 일부는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특검은 군이 평양에 무인기를 보낸 게 윤 전 대통령의 지시였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에게 ‘V(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라고 들었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이 확보한 군 장교 녹취록의 일부 내용이다. 조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군 수뇌부가 북한과의 전쟁을 유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조 특검팀은 이 녹취록 외에도 외환 혐의 입증이 가능한 다수의 물적 증거를 확보한 상황이다. 잃어버린 무인기 조 특검팀은 지난해 10월과 12월 소형 정찰 드론 2대가 사라졌다는 국방부 감사관실 조사 보고서를 확보했다. 조 특검팀이 확보한 국방부 감사관실 보고서는 지난달 말 작성됐다. 드론작전사령부가 지난해 10월15일과 12월19일 각각 백령도와 속초 대대에서 소형 정찰 드론 기체 2대를 잃어버려 찾지 못했다며 그 사유를 ‘원인 미상’이라고 기록한 게 핵심이다. 드론 소실 시점은 같은 해 10월 북한 외무성이 한국 무인기가 삐라(대북 전단)를 살포했다고 발표한 시기(10월 3·9·10일)와 11월 초 북한 함경남도 차호 잠수함 기지로 드론을 보냈다는 군 내부 제보 시점과 비슷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부승찬 의원실은 “차호 잠수함 기지까지 (드론을) 간신히 보낼 수 있었다”며 “매뉴얼 제원상 (최대 항속거리가) 500㎞지만 그 이상도 가능하다”는 군 현역 장교 증언을 확보했다. 보고서에서 국방부 산하 국립과학연구소가 드론사에 무상 증여한 소형 정찰 드론 중 고장나거나 소실된 것은 총 8대다. 이 중 2대는 2023년 10월 ‘원인 미상 엔진 정지’ ‘공기 속도 센서 결함’ 등으로 고장 사유가 기록돼있다. 지난해 1월과 6월, 10월 무인기 파손 역시 구체적인 사유가 적혀있다. 11월7일 난기류와 강풍 때문에 추락한 드론은 속초·양양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0월15일, 12월19일 잃어버린 드론은 회수하지 못했고 사유 역시 ‘원인 미상’ 처리됐다. 군수품관리법에 따라 무인기가 소실되면 그 이유 등을 정확히 기록해 국방부에 신고해야 한다. 특검팀은 드론 2기 소실 경위와 사후 조사가 부실한 이유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앞서 국방부 감사관실은 평양·연천 등에서 발견된 드론과 동일 기종을 지난 1월22일 전수조사했다. 백령도는 북한이 지난해 10월19일 평양에서 ‘추락한 드론’의 동체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륙 지점이라고 발표한 곳이다. 윤 “평양에 무인기 보내라” 지시 의혹 특검 “V가 북 반응 좋아해” 녹취 확보 국방부는 드론사 예하 김포·백령도·연천·속초 가운데 백령도 대대는 방문 조사를 하지 않고 유선 조사만 했다고 한다. 장부에 기록된 내용과 재고 상황이 정확한지 현장에서 실물을 확인한 다른 부대와 달리 백령도는 보고받은 사진을 바탕으로 조사했다. 특검팀은 드론사 관계자를 소환해 ‘북풍 몰이’ 목적으로 평양 등에 드론을 보냈는지 여부와 소실 배경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경위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특검팀은 앞서 ‘평양 드론 침투’ 의혹과 관련 “김용대 사령관이 V(윤 전 대통령) 지시다. 국방부와 합참 모르게 해야 된다(고 했다)” “삐라(전단) 살포도 해야 하고, 불안감 조성을 위해 일부러 (드론을) 노출할 필요가 있었다”는 내용의 현역 장교 녹취록을 확보했다. 녹취록엔 당시 북한의 위협적 반응에 “VIP와 장관이 박수치며 좋아했다. 너무 좋아해서 사령관이 ‘또 하라’고 그랬다” “11월에도 무인기를 추가로 보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녹취록에는 “(무인기를) 의도적으로 (북한에) 노출할 생각이 있었지만 떨어뜨릴 생각은 없었다”면서도 “(무인기가 개조되면서) 기체 불안정성 때문에 추락에 대한 가능성은 항상 품고 있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비행 자체에 대한 부담은 크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기체 성능 자체가 안 되어서 손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도 했다. 군 측은 지금까지 평양 드론 침투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또 군은 작전에 사용된 드론 추락을 염려하기도 했다. 본래 설계와 다르게 자체 개조됐기 때문이라는 게 부 의원실의 판단이다. 외환 혐의 규명 필요 부 의원실이 지난 5월 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제출받은 ‘북 전단 무인기 비교 분석’ 자료는, 북한에 떨어진 무인기와 연구소가 드론작전사령부에 납품한 무인기와 유사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충격 방지를 위한 ‘랜딩폼’ 부품이 빠지고 전단 살포를 위한 전단통이 개조돼 붙어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애초 전단 살포 목적으로 설계되지 않은 무인기 구조를 변경하면서 기체가 불안정해져, 전단 살포 시 추락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무인기는 소음이 너무 커서 군사작전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외환 혐의는 지금까지 검경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조사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특검팀은 지난 1일 국방과학연구소 항공기술연구원 정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드론사 간부들이 줄소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검팀은 드론 평양 침투 외에도 외환 행위 고소·고발 사건과 북한의 공격을 유도해 전쟁 또는 무력충돌을 야기하려고 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할 수 있다. 결국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통해 꼬리가 잡힌 ‘북풍 공작’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경찰이 노 전 사령관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수첩에는 비상계엄 당시 ‘수거(체포)’해야 할 명단이 적혔고 “NLL·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아예 북에서 나포 직전 격침 시키는 방안” 등이 담겼다. 또 수첩에는 북한과의 접촉 방법도 “비공식 방법, 무엇을 내어줄 것인가, 접촉 시 보안 대책은?”이라고 구체적으로 적혔다. 북한이 날려 보낸 ‘오물 풍선 원점 타격’으로 전쟁 상황을 연출해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1월 국회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10월 정도로 기억하는데 김용현 전 장관이 ‘북한 오물 풍선 상황이 발생하면 원점을 강력하게 타격하겠다. 합동참모본부 지통실(지휘통제실)에 직접 내려가서 지휘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급박한 계획 변경 비상계엄 선포 뒤 노 전 사령관이 지휘하는 수사2단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직원 조사 임무를 맡기로 했던 김봉규 정보사 대령도 지난해 11월2일 경기 안산시의 한 카페에서 노씨가 “비상계엄 관련해서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고 “언론에 특별한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말, 당시 해외 출장 중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에게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 하루 전날을 콕 집어 조기 귀국을 종용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두 인물의 검찰 수사 기록을 보면 계엄 9일 전이던 지난해 11월24일 일요일,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 이때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에게 자신이 곧 해외 출장을 간다는 사실을 알렸다. 문 전 사령관은 같은 해 11월25일부터 29일까지 대만 출장이 예정돼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노 전 사령관이 흥분하면서 화를 냈다. 그는 문 전 사령관에게 “이 중요한 시기에 무슨 해외 출장을 가느냐”며 “출장을 당장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문 전 사령관은 황당해하며 “이미 약속된 일”이라고 맞섰다. 그러자 노 전 사령관은 “늦어도 수요일 밤까지는 귀국하라”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수요일 밤’은 11월27일이다. 하루 뒤인 28일은 북한이 33번째 오물 풍선을 부양한 날이었다.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실제 귀국 비행기표를 11월27일 수요일로 변경했다. 하지만 기상 악화 등의 변수가 생기며 이날 귀국하지 못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북한 오물 풍선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무렵, 정보사 대령들에게 ‘오물 풍선 원점 타격’ 필요성을 언급한 사실도 확인된다. 김 대령은 검찰 조사에서 “노상원 전 사령관도 오물 풍선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며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내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해야 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방첩사, 비상계엄 당일까지 위기감 고조 합참, 북 원점 타격·대응 김 지시 거부 지난해 11월 초, 노 전 사령관은 김 대령과 문 전 사령관을 안산 상록수역으로 불러 앞서 지시한 인원 선발이 다 됐는지를 확인했다. 그는 이때도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리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하고 지원 세력을 타격할 수 있어서 너희가 임무 수행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이 같은 계획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도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은 북한의 32번째 오물 풍선 부양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해 11월17일 지상작전사령부에 “오물 풍선이 군사분계선을 넘을 시 경고 사격을 하고, 북한이 화기 도발을 하면 지체 없이 원점을 타격하도록 대응 계획을 세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공수처는 박모 방첩사 대령의 진술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이재학 방첩사 대령의 검찰 진술에도 “상황이 위중하니 부대에 위치해 있으라”는 얘기를 사령부로부터 들었다. 그는 “그전까지 북한 오물 풍선이 30여회 정도 떴는데, 그날따라 이상했다. 오물 풍선이 국지전으로 확대될 수 있어서 사령관이 상황을 위중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지난달 군사 재판에서 북한 오물 풍선 대응과 연결된 ‘국지전 시나리오’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법원에 출석해 “그때 상황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12월 1~2일쯤 사령관 되는 군인들이 가장 걱정한 건 북한 쓰레기 풍선이었다”며 “방첩사령관으로서 쓰레기 풍선에서 삐라가 떨어지는데 그걸 수거해 분석하는 게 방첩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군들은 북한 오물 풍선 때문에 뭔 일 터지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이 태반이었고, 걱정스러워서 (장군들과) 통화를 했다”고도 증언했다. 그러나 당시 합참은 김 전 장관이 내린 경고 사격 지시에 소극적인 입장이었고, 오히려 다른 방식을 김 전 장관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내부의 이 같은 기류는 합참에 파견된 박 대령을 통해 여 전 사령관에게 보고됐다. 국지전 도발했다 반면 여 전 사령관은 북한 오물 풍선 대응 지침을 전파하는 방식으로 방첩사 내부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12·3 내란 사태 당일에는 “적 오물 풍선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라며 주요 간부들에게 준비 태세 확립을 강조하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