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30년 혼자 일한 강현욱 제주의대 교수

“실수 않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교수실에서 1분 남짓 걸으면 부검실에 도착한다. 부검을 기다리는 망자가 있는 곳이다. 같은 층에 있지만 생과 사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제주도 유일의 법의학자는 부검실로 향하는 짧은 순간 망자에게 기도를 한다. 

소나기일까. 제주의대에 도착한 순간 세찬 비가 내렸다. 머리꼭지가 달궈질 만큼 뜨거운 햇빛이 쏟아지다가 갑자기 날씨가 바뀌었다. 비를 피해 의대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 4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아무도 마주치지 않았다. 교수실에 도착해 노크를 하니 “네”하는 목소리가 울렸다. 목이 긴 워커를 신은 교수가 취재진을 반겼다. 강현욱 제주의대 교수였다. 

넘기 힘든

강 교수는 제주도에 딱 1명 있는 법의학자다. 1997년부터 현재까지 30년 가까이 혼자 일하고 있다. 유일한 법의학자라 자리를 비우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서 지원을 온다. 부친이 돌아가셨을 때 등 특별한 사정을 제외하곤 제주도에서 부검을 했다.

지난해 8월30일 제주의대에서 강 교수를 만나 물었을 때 현재까지 약 7000건의 부검을 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1991~1994년 제주도에서 일하다가 다시 서울로 간 뒤 1997년 제주도에 내려와 정착했다. 그는 “제주도에서 3년 동안 근무한 기억이 크게 작용했다. 서울에서 부검하다 보니 제주도에 있을 때와 비교되는 부분이 있었다. 공조체제라고 할 수 있는데 제주도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제주도가 갖는 매력이 있더라”고 말했다. 


여타 지역의 법의학자가 말한 부분과 상반되는 답이었다. 지난해 7월1일 경주에서 열린 대한법의학회 학술대회에서 법의학자와 수사기관 간의 공조가 잘 진행되지 않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왔던 바 있다. 강 교수는 그와 정반대되는 이유로 제주도에 정착했다고 밝힌 것이다. 

“경찰이건 검찰이건 어떤 사건과 관련해 법의학적 의견이 필요하거나 요청할 자료가 있으면 직접 전화를 걸어옵니다. 반대로 저도 현장사진 보강 등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직접 소통합니다. 이런 시스템이 굉장히 효율적으로 돌아갑니다.”

그는 “사람이 왜 사망했는지 밝히는 과정에서 부검은 아주 작은 부분이다. 어떤 상황에서 발견됐고 생활 반경이 어디였는지 등의 요소가 굉장히 많이 작용한다. 수사를 통해 나온 자료가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만일 (수사기관과)소통이 안 된다면 부검 감정서를 애매하게 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제주도에 1명뿐인 법의학자
원활한 공조체제에 정착해

그러면서도 강 교수는 수사기관과의 공조가 원활히 이뤄지는 것과 제주도에 법의학자가 1명뿐인 점은 별개라고 강조했다. 혼자이기에 위험한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

강 교수는 “나는 부검 자체를 혼자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최소 2명이 맡아서 한쪽으로 의견이 치우치지 않게 토론해서 결론을 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국내 법의학자는 60여명에 불과하다. 대한법의학회 자료에 따르면 이 가운데 실제 부검 인력은 절반 정도에 그친다. 국과수 법의관이나 대학에 소속된 법의학 교수가 말 그대로 ‘갈려 나가는’ 이유다. 법의학자가 부족하고 법의학을 하려는 사람도 부족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법의학계는 현재까지 숱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검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실제 검시제도 개선은 법의학계의 숙원으로 알려져 있다. 검사가 독점하고 있는 검시권한을 법의학자 등 이른바 ‘죽음 전문가’에게 나누자는 게 골자다. 현재까지 검시제도 관련 법안이 7번 발의됐지만 6번은 ‘임기 만료폐지’ 수순을 밟았고 현재 남은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의 법안은 ‘제자리걸음’ 중이다. 

강 교수는 이 부분에 있어서도 조금 다른 답을 내놨다. 제도에 앞서 인력 충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법의학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지점이다. ‘제도를 만들어야 인력이 충원된다’ ‘인력이 있어야 제도를 논의할 수 있다’는 의견이 공존한다. 

“국가에서 검시 관련 기관을 만든다고 문제가 없을까요? 분명히 다른 문제가 파생될 겁니다. 그 기관도 어딘가에 종속될 거고 어떤 명령체계를 따를 거고 이 과정에서 불의의 사고가 나거나 누군가가 공권력에 희생되는 예전과 같은 사례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큰 집을 짓는다고 집안의 문제가 해결될까요? 그렇지 않아요. 절대 그렇지 않을 겁니다.”

이어 “기관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검시 관련 인력이 충분하게 확보돼야 한다. 그 이후에 ‘자, 이제 우리가 효율적으로 가기 위해 틀을 만들자’로 가는 게 맞다. 국가의 선결과제는 근본적으로 일이 돌아갈 수 있도록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의학에 많은 학생이 관심을 갖지만 결국 끝까지 남아있지 않는 현실을 개탄했다. 

강 교수는 현실의 벽을 언급했다. 법의학을 하려는 의사도 모두 직업인이고 생활인이기 때문에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강 교수는 “예를 들어 국가가 부검에 대해 ‘쌍커풀 수술’ 만큼만 비용을 지불해도 5년 이내 법의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10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제도보다는 인력 충원 먼저
플랑크톤 연구 꼭 해보고파

“의대 6년 졸업하고 인턴, 레지던트 끝내고 남자는 군대 다녀오고 하면 30대가 됩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가정이 생겨요. 인턴, 레지던트 다 하고 전문의 따고 세부 전공까지 마친 후 나와 의대를 졸업하고 바로 개업하는 친구를 비교해보면요, 가족부터 먼저 반대합니다. 그렇다고 선택을 강요할 수 없잖아요. 법의학을 하는 의사도 생활인이거든요.”

강 교수 역시 34세에 엄청난 고민을 했다. 이미 병리 전문의를 따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 생활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고민하다가 사법고시 공부를 해보기도 했다.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은 ‘어떻게 살 것인가’. 공중보건의 때 부검을 하면서 몰입하고 몰두했던 기억이 그를 법의학자로 이끌었다.

강 교수는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법의학이 가진 매력이 있다. 사건 하나하나가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가, 왜 죽었는가를 훑고 조사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 자체가 흥미진진하다.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앞으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강 교수는 플랑크톤 연구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제주도에서는 물에 빠져 사망하는 익사체가 많이 발견된다. 수사기관과 유족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망자가 어디서 빠졌는지 그 장소다.

해류와 날씨 상황에 따라 사체가 흘러갈 수 있기 때문에 발견 장소보다는 사고 장소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법의학적 자료는 아니지만 제주 주변의 플랑크톤 분포를 계절별로 조사한 10년가량의 자료가 있는 것을 알게 됐어요. 특정 지역에만 존재하는 플랑크톤이 있더라고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적하면 이 사람이 어디서 입수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꼭 연구해보고 싶은 부분입니다.”

현실의 벽

강 교수는 매번 부검실로 향할 때마다 기도한다. “오늘 당신 부검하러 가는데 혹시라도 중요한 걸 누락하거나 잘못 판단하는 일이 없도록 나를 좀 도와달라.” 강 교수는 “(부검을 할 때마다)조심스럽다. 항상 겁나고 오류가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도 그는 인터뷰를 마치고 부검실로 향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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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