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민족대명절 설날이 다가오고 있지만 정국은 여전히 어두운 분위기다. 허니문 기간이 진작 끝났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좀처럼 이렇다 할 묘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내 상황 역시 좋지만은 않다. 3·8 전대를 앞두고 당권주자들끼리의 신경전이 심화하고 있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설을 기점으로 다시 반등할 수 있을까.
물가가 7% 넘게 올랐고, 서민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한국경제가 토끼굴에 빠진 것처럼 어둡고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목전으로 다가온 설날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에 비해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고물가 속에 맞이하는 설날인 탓이 크다.
밥상머리
고물가부터
현재 윤석열정부는 정치, 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고심 중이다. 물가 잡기와 민생 대책을 통한 밥상머리 민심을 잡기 위해 설 플랜을 가동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윤정부에 닥친 경제 상황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훨씬 더 심각한데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취임 초부터 민생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데다, 여전히 경제 상황 앞에는 ‘비상’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거의 매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통해 대책을 논의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맞는 설날은 윤정부를 향한 민심의 척도를 결정할 중요한 시험대다. 윤정부는 물가안정 대책회의 및 국무회의를 거쳐 설 민생 안정대책(15개 부처 합동)을 확정 및 발표했다.
윤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설 성수품 및 개인 서비스 22개 특별점검 품목으로 선정해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16개 농·축·수산물의 공급물량을 1.7배 수준으로 확대해 가격 안정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특별점검 품목에는 무, 배추, 마늘, 사과, 배, 쇠고기, 돼지고기, 밤, 대추, 명태, 오징어 등 농축수산물이, 개인 서비스 분야에서는 찜질방 이용료, 목욕료, 삼겹살, 돼지갈비 등 6개 품목이 선정됐다.
최근 작황 부진까지 겹쳐 가격불안정이 전망되는 채소류와 과실류는 농수산물의 계약 재배 물량과 비축 물량을 집중적으로 공급한다. 축산물의 경우 농협 도축장을 통해 명절 전 공급을 유도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전국 2500개가 넘는 곳에서 설 성수품을 시중가보다 10~30%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직거래 장터와 특판 행사도 개설될 예정이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서의 할인도 예고됐다. 온누리 상품권은 올해 예산이 5000억원 늘어 총 4조원 규모로 발행된다.
모바일 카드형이 함께 신설돼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서민 장바구니 부담을 덜기 위해 대형마트와 협의해 최대 50%까지 할인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정을 마친 상태다. 또 설 역대 최대 규모인 20.8만톤의 성수품을 공급하고, 300억원가량의 농·축·수산물에 대한 할인도 지원한다.
물가·민생 ‘두 마리 토끼’ 잡는다
김 여사도 광폭 행보…득실 계산은?
대형 유통업체와 연계 할인도 진행하고, 우체국, 공영홈쇼핑 등에서도 각종 할인행사를 펼친다. 명절에 걸맞게 신속한 통관과 운송 지원 및 성수품 수급 안정대책반을 일일 운영한다.
이 밖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대체휴일을 포함해 연휴 기간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정책을 시행한다. 귀성 교통비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공연·예술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연휴 기간 경복궁 등 유적지 22개소는 무료로 개방할 계획이다.
맞벌이, 한부모 등을 대상으로 아동 돌봄 서비스도 정상 운영해 돌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도 마련했다.
중소기업을 위한 플랜도 짰다. 자금 수요가 집중되는 설 전후를 기점으로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대출·보증 등 총 21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소·소상공인 대상으로 39조원 규모의 명절 자금 공급, 하도급 대금 조기 지급 및 체불 방지 노력 병행·근로 자녀장려금의 기한 후 신청분(11만가구 총 848억원)을 신속 심사해 조기 지급한다.
설 전 집중처리로 발생한 체불임금에 대한 간이대지급금 지급 시기 역시 현행 14일에서 7일로 단축한다는 방침이다.
설을 앞두고 김건희 여사는 지난 11일, 대구 서문시장 점포를 찾아 소상공인과 새해 인사 및 덕담을 나눴다. 다녀간 자리에서 여러 음식을 지역 상품권과 현금으로 구매했고, 곤약과 어묵 등을 먹었다. 윤 대통령의 최대 리스크로 분류되는 김 여사는 한동안 조용한 내조에 방점을 찍고 침묵을 지킨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에 가까워지자 이제는 공개 행보에 자신감이 붙은 모양새다.
최대 리스크
최고 도우미
정치권에서는 김 여사의 이 같은 명절 행보를 두고 여러 해석들이 나온다. 본격적이며, 공식적인 행보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봉사활동이 주목적이라며 정치적 해석에 선을 긋고 있다. 이번 대구 서문시장 방문 역시 “고물가, 경기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전통시장 상인을 격려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김 여사의 보폭은 상당히 넓어졌다. 지난 2일에는 정치권 인사가 다수 참석한 신년 인사회에 자리했고, 지난 4일에는 윤 대통령 동행 일정 등이 있었다. 이번 방문 역시 윤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다. 새해 첫 순방인 만큼 이목이 쏠린다.
윤 대통령이 지난 2일, <조선일보> 인터뷰서 “대통령 배우자도 할 일이 적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던 만큼 김 여사의 행보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지냈던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가장 많이 하는 지긋지긋한 모습”이라며 작심 비판했다.
김 여사는 ‘논문표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아직 여러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데 새로운 리스크가 터질 때마다 윤 대통령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아직 김 여사의 수사는 현재 미진한 상태라는 지적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 “수사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윤 대통령은 되려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야권은 김 여사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는 중이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언급될 때마다, 민주당은 김 여사를 함께 물고 늘어진다.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만큼 앞으로 김 여사에 대한 공격 화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이경 상근부대변인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판에서 김 여사는 무려 320회가 넘게 인용됐다. 현재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김 여사 특검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김 여사 리스크는 확실한 윤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라는 게 중론이다.
총선 전까진…
레이스 한계?
일각에선 김 여사의 광폭 행보를 두고 정치적 행보로 해석하고 있는데 ‘대통령 행세’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윤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정치 이벤트는 3·8 전당대회로 차기 국민의힘 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다. 윤정부와 발을 맞춰야 하는 정부여당 대표가 어느 인물이 되느냐에 따라 국정운영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정부는 22대 총선 전까지는 ‘여소야대’ 정국으로 인해 국정운영에 매번 발목을 잡힐 우려가 크다. 게다가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총선에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민의힘에는 친윤(친 윤석열) 세력이 많지 않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비롯해 친윤이 당내 주류임에는 확실하나, 비윤(비 윤석열)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본격적인 전대 레이스가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계파간 당권주자들의 신경전이 거세다.
윤핵관은 당내 반발과 민심의 반발까지 맞아가며 친윤 후보에게 유리한 룰(당원투표 100%)까지 만들었으나 크게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우선 윤 대통령과 윤핵관이 김기현 의원을 밀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확실하게 우위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김 의원은 아예 윤 대통령 따라잡기에 나섰다. 지난 11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서 윤 대통령의 대선 당시 트레이드마크였던 어퍼컷 세리머니를 재연하고, 윤석열 북까지 때렸다. 이를 두고 완벽한 윤심 향방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안철수, 조경태, 윤상현, 나경원 등 현재까지 자천타천 당권주자로 언급되는 인물만 10명이 넘는다. 권성동, 장제원 등 이미 몇몇 인물들이 교통정리를 당하긴 했지만 당내 혼란은 여전히 지속 중이다. 특히 비윤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속속 정리되기 시작했다.
차기 당 대표가 윤 세력 결정
전당대회 닥치면 더욱 분화?
현재 당권주자들의 공공의 적은 김 의원이다. 특히 안철수 의원은 최근 윤정부 연대 보증인임을 자처하고 있지만 윤핵관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안 의원은 수도권에서만 4선을 지낸 윤상현 의원과 연대해 ‘수도권 대표론’을 앞세우며 김 의원을 견제 중이다.
차기 당 대표가 어느 인물이 되느냐에 따라 22대 총선 공천권에 지대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대 후 공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친윤 인사가 선출될 경우 공천 과정에서 비윤과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반면 비윤 인사가 공천권을 휘둘러도 친윤 그룹의 반발은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친윤과 비윤계는 겉으로만 하나를 외치기 바쁜 상태로 당권주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저마다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강조하지만 아직까지는 역부족인 모양새다. 윤심에서 조금만 어긋나면 바로 정리 수순이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차기 총선이 그만큼 중요한 만큼 반드시 자기 세력이 필요하다. 이미 주요 조직위원장에는 검사 출신 인물 및 자신의 사람들이 위치하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지역구를 다져 총선 승리는 물론, 세력을 꾸리겠다는 것으로 의지로 풀이된다.
차기 총선서 국민의힘이 패배하더라도 자신의 그룹을 만들어 놓는다면 이들은 윤 대통령을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차기 최고위원들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보통 전대서 최고위원 후보들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해왔다. 그러나 이번 전대에서는 최고위원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앞서 국민의힘은 최고위원 역시 당헌·당규를 개정해 4명만 당 대표에게 반기를 들 경우, 대표를 끌어내리는 게 가능해졌다. 최고위원 후보들 역시 친윤, 비윤, 이준석계로 갈라져 싸우고 있는 상태다. 최고위원 후보들 중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은 친윤으로 분류되고,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이준석계, 현역 의원인 지성호 의원은 안 의원과 러닝메이트임을 내세운다.
친윤 그룹
확장 시도
전대가 가까워질수록 친윤과 비윤 그룹의 대립구도는 한층 더 극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계파 싸움이 지속될수록 민심과는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당내서 제기된다.
또 대통령실에서 당무와 관련된 듯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낼수록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설날을 전후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또 달라질 것”이라며 “민심을 획득하면 앞으로의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다”고 전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실 설 선물은?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설 선물에 경북 의성의 떡국 떡, 전남 신안의 곱창 김 등을 포함시켰다.
설날에 걸맞은 떡국 한 그릇 세트다.
대통령실은 지난 12일 “설 선물은 쌀을 비롯해 농수산물의 소비를 촉진하고 지역의 화합을 바라는 의미에서 구성됐다”고 밝혔다.
떡국 떡을 비롯해 강원 인제 황태체, 충남 청양 표고채, 경남 통영 멸치 등도 함께 포함돼있다.
메시지 카드는 늦은 나이에 한글을 배운 홍죽표 어르신의 서체로 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설 선물은 가계 원로, 호국영웅과 유가족 및 사회적 배려 계층 등 인사 15000명에게 전달된다.
또 종합 2위를 달성한 국제 기능 올림픽 참가자, 국회 반대체 특위 관계자들도 포함됐다.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의 소망을 담아 희망찬 걸음을 내딛는다. 어렵고 힘들어도 국민을 위한 길을 가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올해 위대한 국민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이루고 따뜻한 설을 보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