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열리는 ‘김만배 게이트’ 막전막후

언론, 법조계…다음은 정관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대장동 의혹’ 핵심 멤버들의 전방위적 로비 정황이 드러났다. 대상은 언론계에 그치지 않았다. 현직 판사와 검찰 고위직 인사 여럿이 연루됐다. 법조계에서는 뇌물죄를 적용해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제 식구를 겨눠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지속적 언급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장동 핵심 멤버들은 사업이 틀어질 위험성에 대비하기 위해 개발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금액으로 수년간 법조·언론계에 전방위적 로비를 시도했다. 중앙 일간지 간부 등 전·현직 기자들은 언론사를 퇴직하고 화천대유 임직원으로 계약한 후 거액의 연봉을 받거나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씨와 수억원대 금전거래를 하기도 했다.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지는 모양새다.

드디어 열리는
판도라의 상자

검찰은 김씨가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호에서 빼낸 자금을 추적 중이다. 이 돈은 김씨가 2019년부터 3년간 자신이 대주주인 회사에서 장기 대여금과 수표 인출 등으로 빼낸 금액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가 빼돌린 자금 중 사용처가 불분명한 금액은 화천대유 80억원, 천화동인 168억원 등 총 248억원이다. 검찰은 대장동 핵심 멤버인 남욱 변호사가 2014년 조성한 40억원대 비자금이 대장동 사업 시작 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측에 대한 뇌물 혐의로 이어진다는 논리를 다졌다.

김만배의 수백억은 대장동 사업이 어그러질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돈으로 해석된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남 변호사의 수십억원대 비자금 중 일부는 박영수 전 특검 측에 흘러 들어갔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팔짱만 끼고 있다. 제 식구 감싸기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정영학 녹취록에는 대장동 멤버들이 언론계에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상세하게 드러난다. 2020년 3월24일, 김씨는 정영학 회계사에게 “너 완전히 지금 운이 좋은 거야”라면서 “수사 안 받지. 언론 안 타지. 비용 좀 늘면 어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기자들 분양도 받아주고 돈도 주고, 응? 회사(언론사)에다 줄 필요 없어. 기자한테 주면 돼”라고 한다.

같은 해 7월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대장동 막느라고 너무 지쳐. 돈도 많이 들고. 보이지 않게”라면서 금품을 돌리며 대장동 관련 비리가 불거지는 걸 막고 있다고 말한다. 김씨는 “끝이 없어. 이놈 정리하면 또 뒤에서 숨어 있다가 다시 나오고”라고 했다.

이어 김씨는 “어차피 광고 내려면 그 정도 내라 그러면 어떻게 해”라고 말하면서 언론사에 광고비를 주는 대신 기자들에게 돈을 주고 대장동 관련 기사 작성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녹취록을 보면, 김씨는 녹취 당일 저녁에도 여러 기자와 만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상당수에게 로비한 정황이 드러난다.

김씨는 “오늘 (기자들이)되게 많이 오는데”라고 말하자 정 회계사가 “형님, 맨날 기자들 먹여 살리신다면서요”라면서 김씨에게 상품권을 건네는 정황이 나온다. 상품권을 확인한 김씨는 “와, 이 정도면 대박인데. 아이, 걔네(기자)들은 현찰이 필요해”라고 했다.

대장동 사업 불발 우려에 기자 수년간 관리
현금·상품권에 아파트 분양까지 사실상 뇌물

이에 정 회계사가 “아, 현찰로 할까요? 다음에는?”이라고 묻자 김씨는 “아니야. 아니야. 그래서 내가 지금 하고 있어”라고 말한다.


이외에도 대장동 멤버들이 언론계를 관리한 정황은 여럿 등장한다. 김씨는 대장동 사업 이후 경기도 분당 오리역 인근의 LH 사옥 부지를 매입해 개발하는 사업을 계획했다. 김씨는 녹취록에서 이 사업이 성공하면 자신이 가져갈 이익이 최소 3000억원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언론에 대장동 관련 특혜가 언급되면 사업이 무산될 수 있기에 로비를 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1월6일, 정영학 녹취록에서 김씨는 대장동 사업을 재빠르게 마무리해야 한다고 정 회계사에게 강조한다. 개발업자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준공을 받은 후에야 번 돈을 전부 빼갈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씨는 “준공이 늦어지면 이익이 얼마 남니, 뭐니, 지역신문이나 터지면 어떻게 해. 응? 너랑 나랑. 응?”이라면서 “지금까지(기사를) 돈으로 막았는데…기자들 떠들면 어떻게 해”라고 우려했다. 이어 “지회도 떠들고”라고 말했는데, 정 회계사는 자필로 ‘지회’란 단어에 ‘신문사 모임’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김씨가 돈으로 관리하던 기자 모임인 ‘지회’가 실제 존재한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해당 사실이 드러나자 2019∼2020년 김씨에게 총 9억원을 받은 <한겨레신문> 간부 기자 A씨는 이번 사건으로 전날 해고 조치됐다. A씨는 물론 김씨와 금전을 거래한 <중앙일보> 간부 B씨, <한국일보> 간부 C씨가 만일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유리한 기사를 보도하도록 했다면 배임수재죄로 볼만하다는 해석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는 최근 B씨 명의의 은행 계좌에 김씨가 추가로 1억원을 보낸 사실을 파악했고 B씨는 이날 사표를 냈다.

김씨는 대장동 업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을 목적으로 수시로 고위 법조인들을 만나왔다. 2013년을 전후로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남 변호사와 자금책 조우형씨 등을 수사할 당시, 김씨와 <머니투데이> 사회부 법조팀 출신이자 천화동인 7호 소유자인 배성준씨가 각자의 역할을 분담해서 수사를 무마한 정황이 녹취록에도 등장한다.

뇌물 리스트
수사 어디까지?

2013년 3월5일에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터지면 대장동 사업 못해” “그 당시에 그걸 다 깔끔히 막았잖아”라며 자신이 수사를 무마했단 취지로 말한다. 그러면서 김씨는 “형이 공적으로 쓴 것 말고 사적으로 쓴 돈이 더 많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적으로 들어간 돈 따지면 형이 더 받아야 해”라고도 말한다.

여기서 김씨가 언급하는 ‘공적으로 들어간 돈’의 정체에 대해 정 회계사는 “로비한 돈”이라고 적어놨다. 대화가 이뤄진 2013년 시점을 감안하면, 이날 김씨가 막았다는 수사는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에 대한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수사였던 걸로 보인다.

당시 검찰은 대장동 업자들이 최 의장에게 1억원의 뇌물을 준 것으로 보고 수사했지만, 결국 무혐의로 종결됐다.

김씨의 법조인 로비 정황은 남 변호사의 진술에서도 확인된다. 2021년 10월20일, 검찰이 작성한 남 변호사 피의자신문조서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검찰에 “(김만배가)판·검사들하고 수도 없이 골프를 치면서 100만원씩 용돈도 줬다고 들었다. 골프 칠 때마다 500만원씩 가지고 간다고 했고, 그 돈도 엄청 썼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남 변호사는 “이 사건 터지고 나서 국회에 있는 <조선일보> 기자와 통화했는데, 윤석열 밑에 있는 검사들 중 김만배한테 돈 받은 검사가 워낙 많아서 이 사건 수사를 못할 거라 했다”고 강조했다.

정영학 녹취록에는 그가 자필로 남긴 ‘대장동 로비 인맥도’도 있다. 이 인맥도는 정 회계사가 2012년 8월~2014년 7월에 녹음한 녹취록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인맥도의 정중앙엔 김씨가 있다. 녹취록에는 김수남 전 검찰총장, 윤갑근 전 고검장, 신경식·강찬우 전 검사장 등 고위 법조인 4명이 등장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윤 전 고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을, 나머지 3명은 수원지검장을 지냈다.

2012년 8월18일 정 회계사가 “원래 그쪽하고 좀 친하신 사이?”라고 묻자, 남 변호사는 “(만배 형이)김수남 검사장하고 정말 친하대요”라고 답한다. 남 변호사는 배씨로부터 ‘김만배와 김수남이 깐부’일 정도로 친하단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한다.

2012년 8월은 최 전 의장이 대장동 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내사(수사 직전 단계)를 받고 있던 때였다. 또 녹취록에는 ‘형, 내가 대장동 사업에 참여하고 있어’라면서 수사하지 말 것을 청탁한 정황이 담겨있다. 남 변호사가 김씨로부터 들은 얘기를 다시 정 회계사에게 설명하는 상황이다.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에게 “(김만배에 따르면)김수남 검사장이 어디서 무슨 얘기까지 들었는지는 자세하게 얘기는 안 하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쭉 하면서, 그래서 만배형이 형(김수남), 저 그 최 회장님하고 내가 이 사업 대장동…”이라고 말한다.

이어 남 변호사는 “근데 뭐 (최윤길)땅이 (대장동에)있다는 얘기도 있고 뭐, 시행사에서 돈 받았다는 얘기도 있고 뭐, 별 얘기가 다 있는데…그런 것 아니야. 그런 거 없어. 그런 줄 아시오. 그랬더니. (김수남이) 응, 알았다. 뭔 말인지”라고 답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씨가 현재 변호사인 김 전 총장의 이름값을 이용하거나 실제 수사 무마 청탁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김 전 총장은 ‘50억 클럽’에서도 이름이 등장한 바 있다.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에게 “(김만배)다음 주에 한 번 들어가실 것 같아요. 윤갑근 차장 만나러”라고 말한다. 이때 윤 전 고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이었다. 당시 최 전 의장 내사는 성남지청에서 맡았다. 그러나 윤 전 고검장은 김씨와의 수사 무마 청탁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50억 클럽 수사 제자리…박영수·김수남 봐주나
“지난해부터 알았다” 전방위 로비 의혹도 묻히나

윤 전 고검장은 “김씨와 아는 사이는 맞지만 그 당시에 미팅을 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강 전 검사장은 대장동 핵심 멤버 중 일부가 2015년 수원지검의 수사를 받을 때 수원지검장이었다. 당시 이들의 변호를 맡은 건 박영수 전 특검이다. 남 변호사는 당초 ‘횡령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검찰이 남 변호사를 재판에 넘기는 과정에서 ‘횡령’ 혐의를 지웠다. 이후 남 변호사는 재판에서 물러났다.

강 전 검사장은 퇴직 후 2018년, 자신이 속한 로펌에서 화천대유의 법률 자문을 맡아 구설에 올랐다. 녹취록을 보면, 김씨가 정 회계사와 대화하면서 ‘사실은 박영수나, 강찬우에 대한 자문료도 남욱이 다 부담해야 한다’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인맥도에 나오는 고위 법조인으로 김만배 ‘50억 클럽’에도 들어간 김 전 총장의 경우, 녹취록에 관련 사건과 청탁 과정이 비교적 자세히 언급된다. 김씨의 ‘허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남 변호사는 지난해 11월21일 열린 대장동 재판에서 “사실 확인을 한 적은 없지만, 김씨로부터 김 전 총장께 최 전 의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잘 봐 달라, 이런 얘기를 했다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외에도 검찰 대장동 수사팀은 김씨가 2017년 당시 부장판사였던 변호사 및 판사와 술자리를 가진 뒤 비용을 지불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술집 직원으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의 경우 따로 술을 마신 뒤 김씨가 사후 정산했다는 진술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사자인 판사는 최근 언론을 통해 “잠깐이라도 들러 인사나 하고 가라는 연락을 받고 술자리 중간에 동석해, 길지 않은 시간 머물렀던 기억이 있다”며 “중간에 자리를 떴으므로 술값을 누가 계산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같은 사실을 지난해부터 알고 있었다.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가 아닌 대부분 서면조사로 강도가 약한 수사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진퇴양난 검
여론전 대비

서울중앙지검 한 검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내부가 어수선하다. 지난해부터 알고 있던 내용인데 이걸 어떻게 수사해야 하나 난감해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을 제외한 검찰의 50억 클럽 수사는 사실상 멈춰있다. 최근 드러난 김씨의 법조·언론계 전방위 로비 수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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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