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열리는 ‘김만배 게이트’ 막전막후

언론, 법조계…다음은 정관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대장동 의혹’ 핵심 멤버들의 전방위적 로비 정황이 드러났다. 대상은 언론계에 그치지 않았다. 현직 판사와 검찰 고위직 인사 여럿이 연루됐다. 법조계에서는 뇌물죄를 적용해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제 식구를 겨눠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지속적 언급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장동 핵심 멤버들은 사업이 틀어질 위험성에 대비하기 위해 개발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금액으로 수년간 법조·언론계에 전방위적 로비를 시도했다. 중앙 일간지 간부 등 전·현직 기자들은 언론사를 퇴직하고 화천대유 임직원으로 계약한 후 거액의 연봉을 받거나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씨와 수억원대 금전거래를 하기도 했다.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지는 모양새다.

드디어 열리는
판도라의 상자

검찰은 김씨가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호에서 빼낸 자금을 추적 중이다. 이 돈은 김씨가 2019년부터 3년간 자신이 대주주인 회사에서 장기 대여금과 수표 인출 등으로 빼낸 금액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가 빼돌린 자금 중 사용처가 불분명한 금액은 화천대유 80억원, 천화동인 168억원 등 총 248억원이다. 검찰은 대장동 핵심 멤버인 남욱 변호사가 2014년 조성한 40억원대 비자금이 대장동 사업 시작 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측에 대한 뇌물 혐의로 이어진다는 논리를 다졌다.

김만배의 수백억은 대장동 사업이 어그러질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돈으로 해석된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남 변호사의 수십억원대 비자금 중 일부는 박영수 전 특검 측에 흘러 들어갔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팔짱만 끼고 있다. 제 식구 감싸기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정영학 녹취록에는 대장동 멤버들이 언론계에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상세하게 드러난다. 2020년 3월24일, 김씨는 정영학 회계사에게 “너 완전히 지금 운이 좋은 거야”라면서 “수사 안 받지. 언론 안 타지. 비용 좀 늘면 어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기자들 분양도 받아주고 돈도 주고, 응? 회사(언론사)에다 줄 필요 없어. 기자한테 주면 돼”라고 한다.

같은 해 7월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대장동 막느라고 너무 지쳐. 돈도 많이 들고. 보이지 않게”라면서 금품을 돌리며 대장동 관련 비리가 불거지는 걸 막고 있다고 말한다. 김씨는 “끝이 없어. 이놈 정리하면 또 뒤에서 숨어 있다가 다시 나오고”라고 했다.

이어 김씨는 “어차피 광고 내려면 그 정도 내라 그러면 어떻게 해”라고 말하면서 언론사에 광고비를 주는 대신 기자들에게 돈을 주고 대장동 관련 기사 작성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녹취록을 보면, 김씨는 녹취 당일 저녁에도 여러 기자와 만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상당수에게 로비한 정황이 드러난다.

김씨는 “오늘 (기자들이)되게 많이 오는데”라고 말하자 정 회계사가 “형님, 맨날 기자들 먹여 살리신다면서요”라면서 김씨에게 상품권을 건네는 정황이 나온다. 상품권을 확인한 김씨는 “와, 이 정도면 대박인데. 아이, 걔네(기자)들은 현찰이 필요해”라고 했다.

대장동 사업 불발 우려에 기자 수년간 관리
현금·상품권에 아파트 분양까지 사실상 뇌물

이에 정 회계사가 “아, 현찰로 할까요? 다음에는?”이라고 묻자 김씨는 “아니야. 아니야. 그래서 내가 지금 하고 있어”라고 말한다.


이외에도 대장동 멤버들이 언론계를 관리한 정황은 여럿 등장한다. 김씨는 대장동 사업 이후 경기도 분당 오리역 인근의 LH 사옥 부지를 매입해 개발하는 사업을 계획했다. 김씨는 녹취록에서 이 사업이 성공하면 자신이 가져갈 이익이 최소 3000억원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언론에 대장동 관련 특혜가 언급되면 사업이 무산될 수 있기에 로비를 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1월6일, 정영학 녹취록에서 김씨는 대장동 사업을 재빠르게 마무리해야 한다고 정 회계사에게 강조한다. 개발업자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준공을 받은 후에야 번 돈을 전부 빼갈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씨는 “준공이 늦어지면 이익이 얼마 남니, 뭐니, 지역신문이나 터지면 어떻게 해. 응? 너랑 나랑. 응?”이라면서 “지금까지(기사를) 돈으로 막았는데…기자들 떠들면 어떻게 해”라고 우려했다. 이어 “지회도 떠들고”라고 말했는데, 정 회계사는 자필로 ‘지회’란 단어에 ‘신문사 모임’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김씨가 돈으로 관리하던 기자 모임인 ‘지회’가 실제 존재한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해당 사실이 드러나자 2019∼2020년 김씨에게 총 9억원을 받은 <한겨레신문> 간부 기자 A씨는 이번 사건으로 전날 해고 조치됐다. A씨는 물론 김씨와 금전을 거래한 <중앙일보> 간부 B씨, <한국일보> 간부 C씨가 만일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유리한 기사를 보도하도록 했다면 배임수재죄로 볼만하다는 해석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는 최근 B씨 명의의 은행 계좌에 김씨가 추가로 1억원을 보낸 사실을 파악했고 B씨는 이날 사표를 냈다.

김씨는 대장동 업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을 목적으로 수시로 고위 법조인들을 만나왔다. 2013년을 전후로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남 변호사와 자금책 조우형씨 등을 수사할 당시, 김씨와 <머니투데이> 사회부 법조팀 출신이자 천화동인 7호 소유자인 배성준씨가 각자의 역할을 분담해서 수사를 무마한 정황이 녹취록에도 등장한다.

뇌물 리스트
수사 어디까지?

2013년 3월5일에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터지면 대장동 사업 못해” “그 당시에 그걸 다 깔끔히 막았잖아”라며 자신이 수사를 무마했단 취지로 말한다. 그러면서 김씨는 “형이 공적으로 쓴 것 말고 사적으로 쓴 돈이 더 많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적으로 들어간 돈 따지면 형이 더 받아야 해”라고도 말한다.

여기서 김씨가 언급하는 ‘공적으로 들어간 돈’의 정체에 대해 정 회계사는 “로비한 돈”이라고 적어놨다. 대화가 이뤄진 2013년 시점을 감안하면, 이날 김씨가 막았다는 수사는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에 대한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수사였던 걸로 보인다.

당시 검찰은 대장동 업자들이 최 의장에게 1억원의 뇌물을 준 것으로 보고 수사했지만, 결국 무혐의로 종결됐다.

김씨의 법조인 로비 정황은 남 변호사의 진술에서도 확인된다. 2021년 10월20일, 검찰이 작성한 남 변호사 피의자신문조서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검찰에 “(김만배가)판·검사들하고 수도 없이 골프를 치면서 100만원씩 용돈도 줬다고 들었다. 골프 칠 때마다 500만원씩 가지고 간다고 했고, 그 돈도 엄청 썼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남 변호사는 “이 사건 터지고 나서 국회에 있는 <조선일보> 기자와 통화했는데, 윤석열 밑에 있는 검사들 중 김만배한테 돈 받은 검사가 워낙 많아서 이 사건 수사를 못할 거라 했다”고 강조했다.

정영학 녹취록에는 그가 자필로 남긴 ‘대장동 로비 인맥도’도 있다. 이 인맥도는 정 회계사가 2012년 8월~2014년 7월에 녹음한 녹취록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인맥도의 정중앙엔 김씨가 있다. 녹취록에는 김수남 전 검찰총장, 윤갑근 전 고검장, 신경식·강찬우 전 검사장 등 고위 법조인 4명이 등장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윤 전 고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을, 나머지 3명은 수원지검장을 지냈다.

2012년 8월18일 정 회계사가 “원래 그쪽하고 좀 친하신 사이?”라고 묻자, 남 변호사는 “(만배 형이)김수남 검사장하고 정말 친하대요”라고 답한다. 남 변호사는 배씨로부터 ‘김만배와 김수남이 깐부’일 정도로 친하단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한다.

2012년 8월은 최 전 의장이 대장동 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내사(수사 직전 단계)를 받고 있던 때였다. 또 녹취록에는 ‘형, 내가 대장동 사업에 참여하고 있어’라면서 수사하지 말 것을 청탁한 정황이 담겨있다. 남 변호사가 김씨로부터 들은 얘기를 다시 정 회계사에게 설명하는 상황이다.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에게 “(김만배에 따르면)김수남 검사장이 어디서 무슨 얘기까지 들었는지는 자세하게 얘기는 안 하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쭉 하면서, 그래서 만배형이 형(김수남), 저 그 최 회장님하고 내가 이 사업 대장동…”이라고 말한다.

이어 남 변호사는 “근데 뭐 (최윤길)땅이 (대장동에)있다는 얘기도 있고 뭐, 시행사에서 돈 받았다는 얘기도 있고 뭐, 별 얘기가 다 있는데…그런 것 아니야. 그런 거 없어. 그런 줄 아시오. 그랬더니. (김수남이) 응, 알았다. 뭔 말인지”라고 답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씨가 현재 변호사인 김 전 총장의 이름값을 이용하거나 실제 수사 무마 청탁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김 전 총장은 ‘50억 클럽’에서도 이름이 등장한 바 있다.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에게 “(김만배)다음 주에 한 번 들어가실 것 같아요. 윤갑근 차장 만나러”라고 말한다. 이때 윤 전 고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이었다. 당시 최 전 의장 내사는 성남지청에서 맡았다. 그러나 윤 전 고검장은 김씨와의 수사 무마 청탁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50억 클럽 수사 제자리…박영수·김수남 봐주나
“지난해부터 알았다” 전방위 로비 의혹도 묻히나

윤 전 고검장은 “김씨와 아는 사이는 맞지만 그 당시에 미팅을 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강 전 검사장은 대장동 핵심 멤버 중 일부가 2015년 수원지검의 수사를 받을 때 수원지검장이었다. 당시 이들의 변호를 맡은 건 박영수 전 특검이다. 남 변호사는 당초 ‘횡령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검찰이 남 변호사를 재판에 넘기는 과정에서 ‘횡령’ 혐의를 지웠다. 이후 남 변호사는 재판에서 물러났다.

강 전 검사장은 퇴직 후 2018년, 자신이 속한 로펌에서 화천대유의 법률 자문을 맡아 구설에 올랐다. 녹취록을 보면, 김씨가 정 회계사와 대화하면서 ‘사실은 박영수나, 강찬우에 대한 자문료도 남욱이 다 부담해야 한다’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인맥도에 나오는 고위 법조인으로 김만배 ‘50억 클럽’에도 들어간 김 전 총장의 경우, 녹취록에 관련 사건과 청탁 과정이 비교적 자세히 언급된다. 김씨의 ‘허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남 변호사는 지난해 11월21일 열린 대장동 재판에서 “사실 확인을 한 적은 없지만, 김씨로부터 김 전 총장께 최 전 의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잘 봐 달라, 이런 얘기를 했다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외에도 검찰 대장동 수사팀은 김씨가 2017년 당시 부장판사였던 변호사 및 판사와 술자리를 가진 뒤 비용을 지불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술집 직원으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의 경우 따로 술을 마신 뒤 김씨가 사후 정산했다는 진술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사자인 판사는 최근 언론을 통해 “잠깐이라도 들러 인사나 하고 가라는 연락을 받고 술자리 중간에 동석해, 길지 않은 시간 머물렀던 기억이 있다”며 “중간에 자리를 떴으므로 술값을 누가 계산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같은 사실을 지난해부터 알고 있었다.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가 아닌 대부분 서면조사로 강도가 약한 수사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진퇴양난 검
여론전 대비

서울중앙지검 한 검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내부가 어수선하다. 지난해부터 알고 있던 내용인데 이걸 어떻게 수사해야 하나 난감해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을 제외한 검찰의 50억 클럽 수사는 사실상 멈춰있다. 최근 드러난 김씨의 법조·언론계 전방위 로비 수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