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 주민 및 단체, 법원 가처분에도 시위 ‘눈살’

현수막 부분 수정 후 도로변서 차량 시위 여전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국책사업인 GTX-C 노선의 근거 없는 변경을 주장하는 은마아파트 주민, 대표자회의회 및 재건축 추진위원회 일부 주민들이 법원의 시위 금지 가처분 결정에도 시위 경로와 현수막 문구 등을 일부 변경한 채 상가 등이 밀집한 서울 한남동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일 법원은 현대건설과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이 은마 재건축 추진위 등을 상대로 낸 시위 금지 및 현수막 설치 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일반 시민의 주거지인 기업인 자택 반경 100미터 내에 확성기 등을 통한 소음 유발 및 명예를 훼손하는 현수막 게시가 금지됐고, 반경 250미터 내 근거 없는 비방성 문구 등이 기재된 현수막 등의 게시 또는 이를 부착한 차량 이동 등도 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추진위 측은 법원의 이 같은 결정에도 불구하고 현수막 문구를 부분 변경하고, 기업인 자택에서 최소 260여미터 떨어진 도로변으로 시위 장소를 옮겨 지난 13일부터 차량 시위를 재개했다.

시위가 재개된 한남동 도로변은 상가 등이 밀집한 곳으로 추진위 측 차량 10여대는 인도 쪽 차로 2개를 점거해가며 자신들의 시위 준비를 위해 일반 시민들의 안전 운전을 방해하고 있다. 유턴 차량이 시위 차량들에 가로막혀 여러 차례 앞뒤를 오가며 애를 먹는 등 운전자 안전이 위협받는 모습도 목격됐다.

해외 사례 참고해 시민불편 초래하는 민폐 시위 막을 제도적 장치 필요
은마 재건축 추진위, 가처분 4일만에 현수막 문구·경로 일부 변경해 시위 재개
시위 차량 10여대 차로 막으며 안전 위협…유턴 시 운전자 위험에 노출 우려


또 추진위 측은 조수석에 확성기를 싣고 시위 구호를 큰 소리로 반복 재생해가며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변경된 시위 구간이 2.6Km에 이른다는 점에서 인근 시민들의 불편은 법원 가처분 결정 이전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

추진위 측은 시위가 열리는 도로를 따라 가처분 이전 볼 수 없었던 20여개의 현수막도 새로 설치했다. 주민 등의 신고로 한차례 모두 철거됐지만 곧바로 다시 내걸리면서 이 지역 상인들 사이에서는 생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은마 재건축 추진위 측이 GTX-C 노선 변경의 주무부처인 국토부나 GTX-C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이 아닌 한남동에서 이처럼 민폐 시위를 이어가는 것을 두고 법원 가처분 결정의 취지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남동 주민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지난 19일 유튜브에 올라온 추진위 측 시위 영상에 "불법 현수막에 대해 모두 민원을 넣어놓았다"며 "왜 여기 와서 이 난리를 치느냐"고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도로변 20여개 현수막 새로 등장…확성기 통한 구호 방송 등 소음 피해 여전
한남동 주민, 시위 영상에 “현수막 구청에 신고…왜 한남동서 난리 치나” 댓글

해외의 경우 이처럼 다수 시민의 불편을 볼모로 진행되는 무분별한 민폐 시위는 발붙이기 어렵다.

프랑스의 경우 공공질서를 해칠 가능성이 있어 해산 명령을 내렸는데도 이에 따르지 않으면 징역 1년 또는 최대 1만5000유로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행진 소음은 10m 거리 측정 기준 최대 81 데시벨(dB)을 넘어서는 안 된다. 시위 단속 기준으로 ‘배경 소음도’를 도입한 것도 특징으로 시위 소음은 배경 소음보다 주간(오전 7시~오후 10시)에는 5데시벨, 야간에는 3데시벨을 초과할 수 없다.

대로변 등 인파가 몰려 평소에도 소란스러운 장소보다 주택가 등 평소 소음이 작은 곳에서는 집회 소음 또한 더욱 규제돼야 한다는 취지다.

스페인은 2015년 무분별한 시위를 막기 위해 제정된 ‘시민안전법(the Organic Law on the Protection of Citizens’ Security)’에 따라 공공 안전에 심대한 위협을 끼쳤을 경우 3만유로(약 4100만원)의 벌금에 처해진다. 사전 허가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정해진 집회 장소를 벗어나 행진하면 600유로(약 82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스페인 통계청에 따르면 시민안전법이 통과된 2015년 집계된 공공 무질서 범죄는 총 261건이었지만, 이듬해에는 174건, 2017년 181건, 2018년 149건, 2019년 150건, 2020년 163건으로 줄었다.

지난 2020년 특정 정당 지지자들이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당시 부총리 자택 앞에서 냄비와 팬을 두드리고 확성기를 통해 “스페인을 떠나라”는 구호를 외치는 등 4개월간 거친 시위를 벌이면서, 공과 사의 구분 없이 타인에 피해를 주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금 확산하기도 했다.

해외 선진국, 징역형 및 과태료 부과 등으로 다수의 일반 시민 피해를 최소화
프랑스, 경찰 해산 명령 따르지 않으면 징역 1년 또는 최대 1만5000유로 벌금
스페인, 과격한 시위로 공공 안전에 심대한 위협 끼쳤을 경우 3만유로 벌금

미국은 일괄적인 연방 법규가 아닌 각 주의 법률 또는 조례로 집회·시위를 규제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주에서 공공 도로에서 시위나 행진을 하려면 경찰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고, 보행자 또는 차량 이동에 지장이 크면 행진을 금지할 수 있다.

뉴욕의 경우 확성기를 사용한 시위 개최를 위해서는 집회 신고와 별개로 하루 단위의 소음 허가를 받아야 한다. 관할 경찰서는 주최 측이 이전에 유발한 소음의 정도, 소음 기구의 종류, 집회 장소, 인근 주민의 불편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허가 여부를 결정하고, 만일 소음이 타인의 건강 또는 편안함을 해치면 허가 취소도 가능하다.

한 전문가는 “해외 사례를 적극적으로 참고해 우리도 다수 시민의 불편을 볼모로 삼은 민폐 시위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소음 피해 방지를 위해서는 외국과 같은 과태료 부과 방식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6일, 집회 논란에 대해 최정희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민폐를 끼치면서 집회 및 시위를 갖지 않았다”며 “우리는 합법적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기준 소음을 넘지 않고 시위를 갖고 있다”며 “현재 집회 및 시위는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에서만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은마아파트 세입자, 거주자 입주자대표회 및 추진위원회 등이 함께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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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