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표’ 사정기관 새 단장 플랜

반년 내내 물갈이…엇갈린 희비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윤석열정부 출범 반년 만에 주요 사정기관들의 새 단장이 얼추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검찰에 이어 경찰·국정원도 고위직 대규모 물갈이가 단행됐다. 일각에선 정부가 검찰을 중심으로 한 사정기관 서열 재편을 끝냈다고 분석한다. 정권이 다른 사정기관들의 힘을 빼고, 검찰을 ‘원톱’으로 띄우기 위해 이들을 활용할 방법을 찾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검찰이 주도하는 야권 사정국면은 점차 공고해지는 분위기다.

윤석열정부는 취임 반년 만에 검찰을 중심으로 사정기관 서열을 재편하는 데 성공했다. 출범 직전 검수완박법이 통과되면서 계획이 틀어지기도 했지만, 결국 당초 의도한 바를 대체로 이뤄낸 형국이다.

꽂아넣고
갈아엎고

검찰 요직에는 ‘윤 대통령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들어섰다. 다른 사정기관에 대해서도 정부가 인사권을 꽉 쥐고 흔드는 모양새다. 그 결과 감사원은 정치 중립성 의무 위반 논란에 휩싸였고, 경찰과 국정원은 안팎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 정권부터 검찰과 경쟁 관계에 놓인 경찰의 난맥상이 두드러진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2·3급 간부 보직인사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100여명에 달하는 간부가 보직을 받지 못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요직을 거쳤던 인물도 대거 ‘대기발령’ 상태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정부 때 임명된 1급 간부 전원이 퇴직한 지 석 달 만이다. 


김규현 국정원장은 지난 9월 초 1급 간부 20여명을 교체한 직후부터 2·3급 인사작업에 착수했다. 관련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김 원장은 직무평가와 내부 감찰 등을 통해 대공업무 등 정보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은 인사들을 주요 보직에 배치했다. 

반면 전 정권의 시책을 뒷받침하는 업무에 투입됐던 인사에겐 보직을 부여하지 않았다. 대북 관계 지원부터 간첩 수사·대북 공작 분야를 맡았던 간부들이 된서리를 맞은 셈이다. 아울러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과 가까웠던 것으로 분류된 인사들도 무보직 신세로 전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기관의 대규모 인사에서 대기발령으로 남은 이들은 통상 교육·지원 부서 등 한직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윤정부 출범 직후부터 국정원 물갈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국정원 물갈이는 정권교체마다 관례처럼 이뤄져왔다. 

김영삼정부는 집권 초반인 1994년 국정원(당시 국가안전기획부, 안기부) 직원 300여명을 대기발령했다. 국회에는 정보위원회를 설치해 외부 감시장치를 마련했다. 김대중정부는 안기부를 국정원으로 바꾸면서 직원 10% 이상을 줄였다. 10년 만에 정권을 넘겨받은 문정부는 국정원 내부에 ‘적폐 청산TF’를 설치하고 고강도 개혁과 활동범위 조정 등을 단행했다. 

‘검찰 원톱’ 서열 재편 완료
경찰·국정원은 대규모 인사

윤정부는 김 원장 취임 이후 국정원에 감찰심의관 자리를 신설해 현직 부장검사를 파견했다. 국정원은 감찰심의관을 앞세워 전 정권 때 진행된 북한 관련 업무에 관해 강도 높은 내부 감찰을 진행해왔다. 

그간 감사원과 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귀순 어민 북송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든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국정원은 지난 7월 초,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서 전 실장은 귀순 어민 사건 당시 정부합동조사를 강제로 조기 종료시킨 혐의를, 박 전 원장은 서해 사건 관련 첩보를 무단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정부는 이와 전 정권 대북 업무를 한데 묶어 국정원 인사 정리 명분으로 삼은 셈이다. 아울러 국정원은 검수완박으로 타격을 입은 검찰의 입지 회복용 제물로 쓰이는 모양새다.

검찰은 윤정부 들어 국정원 관련 사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발 일주일 만에 국정원 청사에서 압수수색을 단행한 데 이어 서욱 전 국방부 장관·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서 전 실장 등을 잇달아 구속수사했다. 검찰은 박 전 원장도 조만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이번 국정원 물갈이 양상이 앞선 ‘경찰 길들이기’와 겹쳐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권이 인사권을 쥐고 수뇌부를 압박하는 구도를 짠다는 점에서 방식이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윤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줄곧 “경찰을 휘어잡으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5월12일 임명 직후 행안부 장관 산하에 ‘경찰제도 개선 자문 위원회’를 꾸리라고 지시했다. 즉각 꾸려진 자문위는 바로 다음날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한 달 동안 총 4차례 회의한 끝에 경찰국 신설 방안을 발표했다.

공을 넘겨받은 정부는 발표 후 약 열흘 만에 국무회의에서 경찰국을 신설하는 시행령을 의결했다. 경찰국은 경찰 고위 간부 인사권을 쥔 채로 지난 8월2일 출범했다. 아울러 이 장관은 지난 6월 당시 경찰청장 후보군으로 꼽히던 치안정감 승진·내정자 6명과 일대일 면담을 가진 뒤 “필요하다면 경찰청장 후보 면접을 보겠다”고 발언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윤석열 사단
야권 사냥꾼

당시 경찰 내부에서는 “처음에는 경찰 길들이기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길들이기가 아니라 통제한다고 선포한 것 아니냐”는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

정치권에선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경찰의 정권 충성 경쟁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들은 참사 당일 경찰 수뇌부가 대통령 퇴진 시위 통제와 대통령 관련 시설 경호에 과도한 인력을 배치한 이유가 인사권을 쥔 정권에 잘 보이려는 속셈에 있었다고 의심한다. 

다만 경찰국은 10·29 참사 이후 존재 명분에 큰 타격을 입었다. ‘정부 책임론’을 논할 때 인사권과 충성 경쟁 간의 연결고리가 지속적으로 언급되면서다. 비록 철회되기는 했지만, 한때 내년 예산이 전액 삭감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경찰에 가하는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우여곡절을 겪긴 했어도, 경찰국과 인사권은 아직도 정부 손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안팎으로 곤경에 처해있는 경찰은 당분간 별다른 대응을 보이기 어려울 전망이다.

경찰은 경찰국 설치 논란이 불거진 이후로 잇달아 부침을 겪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경찰 안팎의 비판 세례로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는 논란 당시 경찰국 설치를 사실상 방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참사 발생 당시에는 미흡한 대처가, 이후 진상조사 국면에서는 책임을 현장 일선으로 돌리는 듯한 행보가 도마에 올랐다.

아울러 최근에는 몇 달간 억눌려 있던 경찰국 설치 반대 여론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최근 윤 청장이 경찰청 중앙징계위원회에 류삼영 총경을 중징계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류 총경은 울산중부경찰서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7월 행안부 경찰국 설립에 반발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최한 인물이다. 


감·검
원투펀치

부산경찰청 16개 경찰관서 직장협의회 회장단(이하 직장협)은 지난 6일 ‘류삼영 총경 중징계 요구에 대한 입장문’에서 “경찰국 설치가 정당한 것인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세미나 형식의 회의를 개최한 것이 복무규정 위반이라고 징계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직장협은 “경찰 조직 내 현안이 있을 경우 경찰관들이 공식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총경회의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외에도 현직 경찰 간부들이 잇달아 수사선상에 오르내리는 점도 경찰 내부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고 있다.

반면 일찌감치 전열을 재정비한 검찰은 어느덧 사정국면을 주도하고 나섰다. 

윤정부는 지난 5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하루 만에 단행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와 한 달 뒤 열린 첫 정기인사에서 ‘검찰 빅4’로 불리는 요직에 이른바 ‘윤석열 사단’을 전면 배치했다. 

당시 임명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신자용 법무부 감찰국장·김유철 대검 공공수사부장·신봉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은 모두 윤석열 라인의 ‘코드인사’로 분류된다.


검찰 안팎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전반적인 인사는 탕평책처럼 진행됐다. 하지만 전 정권 관련 수사가 유력한 일선 검찰청에는 어김없이 특수통 출신 검사장들이 자리했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동부지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대전지검, 국회를 관할하는 서울남부지검 등은 모두 윤석열 사단의 지휘를 받고 있다. 

이들에게 공을 넘긴 건 또 다른 사정기관인 감사원이다. 감사원은 윤정부 출범 이후 줄곧 정치 중립성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유병호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표적 감사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 일각에서는 윤정부가 검찰과 감사원을 ‘원투펀치’로 쓰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감사원이 감사를 통해 위법 사항을 밝히고 고발하면 검찰이 사건을 이어받아 수사하는 식이다.

검, 검수완박 버텨내고 야권 정조준
전 정권·이재명 넘어 전방위 타격

아울러 검찰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관한 수사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장동 의혹의 ‘키맨’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가 입을 열면서 의혹 규명이 급물살을 탔다. 검찰은 여세를 몰아 민주당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구속했다. 

이외에도 검찰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같은 당 노웅래 의원 등 야권을 겨냥한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연결점이 많다고 해서 의도성을 예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래도 그 여부를 떠나 검찰의 전방위적 야권 수사가 둘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겠나. 검찰은 조직 역량을 다시금 입증하고, 정부는 야권 비위 사실이 밝혀지면서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고 짚었다.

검찰은 특수본 수사 및 국정조사 결과에 따라 존재감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남아있다. 진상규명이 ‘용두사미’에 그치면 검찰의 진상규명 경험·역량을 다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1404호 ‘열리는 이태원 국조’ 몰래 웃는 검찰 속내). 향후 총선에서 여권이 승리한다면 정권 내 수사권 복구까지 바라볼 수 있다. 

정부가 경찰국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사회 각계에서는 치안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정권의 시선이 국정원을 향하면서 비슷한 우려가 반복되고 있다.

박 전 원장은 지난 6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정권교체 때마다 정치보복이 일어나선 안 된다”며 “이렇게 일괄적으로 비리도 없는 27명의 1급 부서장이 4~5개월간 대리인 체제로 가면 이 나라의 안보 공백이 온다”고 말했다.

치안·안보
공백 우려

그러면서 대기발령을 받은 인사들에 관해 “박근혜정부에서 잘나갔던 인사들이 국내 정보 수집·분석이 폐지돼 정치 관련 일을 하지 않으니까 굉장히 한직에 가 있었다”며 “나중에 알고 유능하기 때문에 다 좋은 보직을 줬다. 제가 그 사람들을 발탁하지 않았으면 지금 더 좋은 보직으로 와서 잘 일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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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