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표’ 사정기관 새 단장 플랜

반년 내내 물갈이…엇갈린 희비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윤석열정부 출범 반년 만에 주요 사정기관들의 새 단장이 얼추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검찰에 이어 경찰·국정원도 고위직 대규모 물갈이가 단행됐다. 일각에선 정부가 검찰을 중심으로 한 사정기관 서열 재편을 끝냈다고 분석한다. 정권이 다른 사정기관들의 힘을 빼고, 검찰을 ‘원톱’으로 띄우기 위해 이들을 활용할 방법을 찾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검찰이 주도하는 야권 사정국면은 점차 공고해지는 분위기다.

윤석열정부는 취임 반년 만에 검찰을 중심으로 사정기관 서열을 재편하는 데 성공했다. 출범 직전 검수완박법이 통과되면서 계획이 틀어지기도 했지만, 결국 당초 의도한 바를 대체로 이뤄낸 형국이다.

꽂아넣고
갈아엎고

검찰 요직에는 ‘윤 대통령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들어섰다. 다른 사정기관에 대해서도 정부가 인사권을 꽉 쥐고 흔드는 모양새다. 그 결과 감사원은 정치 중립성 의무 위반 논란에 휩싸였고, 경찰과 국정원은 안팎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 정권부터 검찰과 경쟁 관계에 놓인 경찰의 난맥상이 두드러진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2·3급 간부 보직인사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100여명에 달하는 간부가 보직을 받지 못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요직을 거쳤던 인물도 대거 ‘대기발령’ 상태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정부 때 임명된 1급 간부 전원이 퇴직한 지 석 달 만이다. 


김규현 국정원장은 지난 9월 초 1급 간부 20여명을 교체한 직후부터 2·3급 인사작업에 착수했다. 관련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김 원장은 직무평가와 내부 감찰 등을 통해 대공업무 등 정보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은 인사들을 주요 보직에 배치했다. 

반면 전 정권의 시책을 뒷받침하는 업무에 투입됐던 인사에겐 보직을 부여하지 않았다. 대북 관계 지원부터 간첩 수사·대북 공작 분야를 맡았던 간부들이 된서리를 맞은 셈이다. 아울러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과 가까웠던 것으로 분류된 인사들도 무보직 신세로 전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기관의 대규모 인사에서 대기발령으로 남은 이들은 통상 교육·지원 부서 등 한직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윤정부 출범 직후부터 국정원 물갈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국정원 물갈이는 정권교체마다 관례처럼 이뤄져왔다. 

김영삼정부는 집권 초반인 1994년 국정원(당시 국가안전기획부, 안기부) 직원 300여명을 대기발령했다. 국회에는 정보위원회를 설치해 외부 감시장치를 마련했다. 김대중정부는 안기부를 국정원으로 바꾸면서 직원 10% 이상을 줄였다. 10년 만에 정권을 넘겨받은 문정부는 국정원 내부에 ‘적폐 청산TF’를 설치하고 고강도 개혁과 활동범위 조정 등을 단행했다. 

‘검찰 원톱’ 서열 재편 완료
경찰·국정원은 대규모 인사

윤정부는 김 원장 취임 이후 국정원에 감찰심의관 자리를 신설해 현직 부장검사를 파견했다. 국정원은 감찰심의관을 앞세워 전 정권 때 진행된 북한 관련 업무에 관해 강도 높은 내부 감찰을 진행해왔다. 

그간 감사원과 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귀순 어민 북송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든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국정원은 지난 7월 초,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서 전 실장은 귀순 어민 사건 당시 정부합동조사를 강제로 조기 종료시킨 혐의를, 박 전 원장은 서해 사건 관련 첩보를 무단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정부는 이와 전 정권 대북 업무를 한데 묶어 국정원 인사 정리 명분으로 삼은 셈이다. 아울러 국정원은 검수완박으로 타격을 입은 검찰의 입지 회복용 제물로 쓰이는 모양새다.

검찰은 윤정부 들어 국정원 관련 사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발 일주일 만에 국정원 청사에서 압수수색을 단행한 데 이어 서욱 전 국방부 장관·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서 전 실장 등을 잇달아 구속수사했다. 검찰은 박 전 원장도 조만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이번 국정원 물갈이 양상이 앞선 ‘경찰 길들이기’와 겹쳐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권이 인사권을 쥐고 수뇌부를 압박하는 구도를 짠다는 점에서 방식이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윤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줄곧 “경찰을 휘어잡으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5월12일 임명 직후 행안부 장관 산하에 ‘경찰제도 개선 자문 위원회’를 꾸리라고 지시했다. 즉각 꾸려진 자문위는 바로 다음날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한 달 동안 총 4차례 회의한 끝에 경찰국 신설 방안을 발표했다.

공을 넘겨받은 정부는 발표 후 약 열흘 만에 국무회의에서 경찰국을 신설하는 시행령을 의결했다. 경찰국은 경찰 고위 간부 인사권을 쥔 채로 지난 8월2일 출범했다. 아울러 이 장관은 지난 6월 당시 경찰청장 후보군으로 꼽히던 치안정감 승진·내정자 6명과 일대일 면담을 가진 뒤 “필요하다면 경찰청장 후보 면접을 보겠다”고 발언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윤석열 사단
야권 사냥꾼

당시 경찰 내부에서는 “처음에는 경찰 길들이기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길들이기가 아니라 통제한다고 선포한 것 아니냐”는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

정치권에선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경찰의 정권 충성 경쟁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들은 참사 당일 경찰 수뇌부가 대통령 퇴진 시위 통제와 대통령 관련 시설 경호에 과도한 인력을 배치한 이유가 인사권을 쥔 정권에 잘 보이려는 속셈에 있었다고 의심한다. 

다만 경찰국은 10·29 참사 이후 존재 명분에 큰 타격을 입었다. ‘정부 책임론’을 논할 때 인사권과 충성 경쟁 간의 연결고리가 지속적으로 언급되면서다. 비록 철회되기는 했지만, 한때 내년 예산이 전액 삭감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경찰에 가하는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우여곡절을 겪긴 했어도, 경찰국과 인사권은 아직도 정부 손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안팎으로 곤경에 처해있는 경찰은 당분간 별다른 대응을 보이기 어려울 전망이다.

경찰은 경찰국 설치 논란이 불거진 이후로 잇달아 부침을 겪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경찰 안팎의 비판 세례로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는 논란 당시 경찰국 설치를 사실상 방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참사 발생 당시에는 미흡한 대처가, 이후 진상조사 국면에서는 책임을 현장 일선으로 돌리는 듯한 행보가 도마에 올랐다.

아울러 최근에는 몇 달간 억눌려 있던 경찰국 설치 반대 여론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최근 윤 청장이 경찰청 중앙징계위원회에 류삼영 총경을 중징계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류 총경은 울산중부경찰서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7월 행안부 경찰국 설립에 반발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최한 인물이다. 


감·검
원투펀치

부산경찰청 16개 경찰관서 직장협의회 회장단(이하 직장협)은 지난 6일 ‘류삼영 총경 중징계 요구에 대한 입장문’에서 “경찰국 설치가 정당한 것인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세미나 형식의 회의를 개최한 것이 복무규정 위반이라고 징계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직장협은 “경찰 조직 내 현안이 있을 경우 경찰관들이 공식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총경회의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외에도 현직 경찰 간부들이 잇달아 수사선상에 오르내리는 점도 경찰 내부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고 있다.

반면 일찌감치 전열을 재정비한 검찰은 어느덧 사정국면을 주도하고 나섰다. 

윤정부는 지난 5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하루 만에 단행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와 한 달 뒤 열린 첫 정기인사에서 ‘검찰 빅4’로 불리는 요직에 이른바 ‘윤석열 사단’을 전면 배치했다. 

당시 임명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신자용 법무부 감찰국장·김유철 대검 공공수사부장·신봉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은 모두 윤석열 라인의 ‘코드인사’로 분류된다.


검찰 안팎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전반적인 인사는 탕평책처럼 진행됐다. 하지만 전 정권 관련 수사가 유력한 일선 검찰청에는 어김없이 특수통 출신 검사장들이 자리했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동부지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대전지검, 국회를 관할하는 서울남부지검 등은 모두 윤석열 사단의 지휘를 받고 있다. 

이들에게 공을 넘긴 건 또 다른 사정기관인 감사원이다. 감사원은 윤정부 출범 이후 줄곧 정치 중립성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유병호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표적 감사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 일각에서는 윤정부가 검찰과 감사원을 ‘원투펀치’로 쓰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감사원이 감사를 통해 위법 사항을 밝히고 고발하면 검찰이 사건을 이어받아 수사하는 식이다.

검, 검수완박 버텨내고 야권 정조준
전 정권·이재명 넘어 전방위 타격

아울러 검찰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관한 수사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장동 의혹의 ‘키맨’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가 입을 열면서 의혹 규명이 급물살을 탔다. 검찰은 여세를 몰아 민주당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구속했다. 

이외에도 검찰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같은 당 노웅래 의원 등 야권을 겨냥한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연결점이 많다고 해서 의도성을 예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래도 그 여부를 떠나 검찰의 전방위적 야권 수사가 둘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겠나. 검찰은 조직 역량을 다시금 입증하고, 정부는 야권 비위 사실이 밝혀지면서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고 짚었다.

검찰은 특수본 수사 및 국정조사 결과에 따라 존재감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남아있다. 진상규명이 ‘용두사미’에 그치면 검찰의 진상규명 경험·역량을 다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1404호 ‘열리는 이태원 국조’ 몰래 웃는 검찰 속내). 향후 총선에서 여권이 승리한다면 정권 내 수사권 복구까지 바라볼 수 있다. 

정부가 경찰국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사회 각계에서는 치안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정권의 시선이 국정원을 향하면서 비슷한 우려가 반복되고 있다.

박 전 원장은 지난 6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정권교체 때마다 정치보복이 일어나선 안 된다”며 “이렇게 일괄적으로 비리도 없는 27명의 1급 부서장이 4~5개월간 대리인 체제로 가면 이 나라의 안보 공백이 온다”고 말했다.

치안·안보
공백 우려

그러면서 대기발령을 받은 인사들에 관해 “박근혜정부에서 잘나갔던 인사들이 국내 정보 수집·분석이 폐지돼 정치 관련 일을 하지 않으니까 굉장히 한직에 가 있었다”며 “나중에 알고 유능하기 때문에 다 좋은 보직을 줬다. 제가 그 사람들을 발탁하지 않았으면 지금 더 좋은 보직으로 와서 잘 일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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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