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일몰제 뒤에 숨은 더불어민주당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
  • 등록 2022.12.05 15:54:48
  • 호수 14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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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주장하는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국내 산업이 마비되자, 대통령이 업무개시명령 카드까지 꺼내면서 정부와 여당이 절치부심하고 있을 때, 문재인정부에서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만들었던 민주당은 품목 확대만 언급할 뿐 일몰제 폐지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의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하고, 이들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는 제도를 말하며, 일몰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가 지듯이 법률이나 각종 규제의 효력이 일정 기간 후 자동적으로 없어지는 제도를 말한다.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시한(2022년12월31일)을 7개월여 남겨둔 지난 6월 초, 일몰제 폐지를 주장하면서 총파업할 때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은 안전운임제 법제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고, 같은 당 모 중진 의원은 안전운임제 도입이 민주당 혁신의 최전선 과제라고까지 주장했다.

지난 9월 열린 민생특위 때도 민주당은 안전운임제에 대해 국민의힘이 주장한 ‘시한 연장’을 반박하며 ‘시한 폐지(영구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이번 총파업 때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민주당 스스로가 만들었던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포기하고 영구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철회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문정부의 국정과제인 안전운임제를 애초에 왜 일몰제로 택했을까? 그리고 얼마 전까진 왜 일몰제를 폐지하고 영구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을까?


물론 당시 각계의 안전운임제 반대와 안전운임제에 대한 실효성을 검증해야 하는데 3년이라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에 일몰제를 택했고, 다음 단계로 일몰제 폐지를 주장했던 건 십분 이해가 된다.

그러나 문정부에서 2년 이상 시행된 안전운임제 실효성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민주당은 2개월 전까지 일몰제 폐지를 주장하다가 최근 총파업 때는 아무 주장도 하지 않았다. 자칫 화물연대 편만 드는 민주당으로 비춰질까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2개월 전까지의 민주당 주장과 화물연대 주장대로 안전운임제가 정착돼, 이제는 일몰제를 폐지하고 영구화해도 될 때가 됐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현 정부는 안전운임제를 영구화하고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도 기존 품목(컨테이너·시멘트) 외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등 5개 품목을 추가해야 한다는 화물연대의 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국토부는 현행 컨테이너·시멘트에 적용 중인 안전운임제 일몰제가 당초 제도의 목적인 교통안전 개선 효과가 불분명해 3년 연장을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추가로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품목 확대도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가 확대를 요구하는 자동차, 위험물 등의 다른 품목들은 컨테이너·시멘트 대비 차주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적용 필요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국토부는 품목을 확대할 경우 수출입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산업의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 상승 등 소비자와 국민의 부담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화물연대는 무기한 파업에 나섰던 이유를 정부의 합의 불이행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6월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총 8일간의 파업을 종결하는 조건으로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법 개정에 나서기로 약속했지만, 그 후 4개월 이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달 28일에도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총파업 닷새 만에 마주 앉았지만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했다.

사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가 시행된 2020년부터 줄곧 문정부에 일몰제 폐지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2년 동안 문정부와 민주당은 일몰제 폐지 여부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그런데도 화물연대는 지금까지 민주당에 아무런 책임추궁을 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국가적 리스크가 우려돼 자신들이 추진하지 못했던 안전운임제를 현 정부와 여당에 떠맡기고 화물연대 총파업을 통해 문정부의 국정과제였던 안전운임제를 완성시키려는 속셈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화물연대 뒤에, 그리고 일몰제 뒤에 숨은 민주당 같다.

정권이 교체되는 순간 전 정부의 현안도 새 정부의 책임이 되기에 이번 화물연대 사태도 현 정부의 몫이 확실하다. 하지만 문정부가 만들어 놓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후폭풍을 윤석열정부가 맞고 있다고 말하는 자가 많다는 점을 민주당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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