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카타르월드컵 깜짝 스타 조규성

보잘 것 없었던 ‘멸치’ 월드컵 그라운드 누비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벤투 감독이 준비한 비장의 무기였다. 월드컵 무대를 밟은 조규성은 K리그 득점왕의 진가를 어김없이 증명했다. 우루과이전 교체 출전해 예열을 마친 그는 가나전에 선발 출전해 멀티골을 기록했다.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아직 월드컵이 끝나지도 않았지만, 조규성을 향한 국내외 관심이 뜨겁다. 국내 무대를 평정한 그가 더 큰 무대로 나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규성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카타르 알 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가나의 월드컵 조별 예선 H조 2차전 후반전에 2골을 몰아넣었다. 전반전 가나에 2골을 내주고 끌려가던 상황에서 순식간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은 귀중한 득점이었다. 이는 조규성의 18번째 A 매치에서 나온 5~6호 골인 동시에 월드컵에서 터트린 데뷔골이다.

왜소한 체격
급격한 성장

조규성은 후반 13분 교체 투입된 이강인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헤딩으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불과 2분 27초 뒤에는 김진수의 크로스를 또다시 다이빙 헤딩슛으로 꽂아 넣었다. 조규성은 이날 두 골로 역대 월드컵 최단 시간 연속골 4위라는 이색 기록을 거머쥐었다.

또 조규성은 한국 선수 최초로 월드컵 한 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주인공으로 남게 됐다. 아시아 전체로 놓고 봐도 페널티킥 득점 없이 한 경기 멀티 골을 기록한 선수는 조규성이 처음이다.

조규성을 필두로 선수들이 분전했지만, 결국 후반 23분 가나 선수 모하메드 쿠두스에게 추가 골을 허용하면서 한국은 최종 2:3으로 석패했다. 국민들은 아쉬움을 삼키면서도 조규성의 활약에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아울러 조규성의 잘생긴 외모에 국내외 관심이 폭발했다. 조규성이 우루과이전에 교체한 직후부터 온라인상에는 ‘한국 9번’의 이름과 SNS 계정을 찾는 이가 속출했다. 조규성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선 영어·아랍어·스페인어 등 언어를 가리지 않고 “잘 생겼는데 축구도 잘한다” “멋있다”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대회 직전 3만명 정도였던 팔로워는 어느덧 160만명에 육박한다.

이번 대회로 물이 오른 조규성의 기량은 해외에서도 널리 인정받는 사실이다. 조규성은 가나전 선전을 통해 축구 통계 매체들이 주관한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조별 예선 2차전’ 베스트 11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유명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명단에서 조규성은 평점 8.7점을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한 레반도프스키와 함께 2라운드 최고 공격수로 선정됐다. 폴란드 국가대표로 출전한 레반도프스키는 발롱도르 수상자인 카림 벤제마와 함께 현시점 최고의 완성형 공격수로 평가받는 ‘월드클래스’ 선수다.

명단에는 레반도프스키 외에도 앙투안 그리즈만, 브루노 페르난데스, 킬리안 음바페, 테오 에르난데스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후스코어드닷컴>뿐 아니라 또 다른 통계 매체 <소파 스코어> 역시 베스트11에 조규성을 선정했다. 

이렇듯 조규성은 이제 세계대회에서도 통하는 기량을 가진 선수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높은 기대를 받아온 선수는 아니었다. 그의 축구 인생을 돌아보면, 탄탄대로와는 거리가 멀었다. 

조규성은 1998년 1월 경기도 안산에서 태어났다. 조기 축구를 하던 일반인 아버지와 실업 배구선수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조규성은 초등학생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원곡중학교에 진학한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축구부에 들어가 실력을 다졌다. 


하지만 조규성은 중학교 축구부에 들어가고도 경기를 뛰는 날보다 벤치에 앉아 있는 날이 더 많았다. 비교적 작은 덩치가 발목을 잡았다. 빠른 1998년생인 조규성은 동급생들에 비해 성장 속도가 더뎠다. 

가나전 헤더 멀티골 폭발…한국 축구 새 역사
공 잘 차는 만찢남 신드롬 ‘제2의 안정환’

경기에 잘 나오지 못하면서 자연스레 고등학교 진학도 어려워졌다. 다행스럽게도 안양공업고등학교의 이순우 감독이 조규성의 잠재력을 높게 보고 그를 데려갔다. 

이는 조규성의 축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분기점 중 하나로 꼽힌다. 조규성이 안양공고에 입학한 직후 지역 프로팀인 FC 안양이 창단했다. 이듬해에는 안양공고가 FC 안양의 U-18 팀으로 선정됐다. 이에 조규성은 2학년부터 자연스레 K리그 주니어에 참가하는 프로 유스 선수가 됐다.

한국 유소년 축구계에서 프로 산하 팀에 들어가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각종 지원이 뒷받침되고, 프로 지명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고등학교 축구부에 들어가는 것에 비하면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서 고교생 조규성은 큰 행운을 누린 셈이다. 

그럼에도 조규성은 고교 시절 축구를 그만두는 걸 진지하게 고민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도 여전히 작았던 체구가 또 걸림돌이 됐다. 조규성은 지난 1월 국가대표 전지훈련장에서 당시 상황을 직접 회상했다. 

그는 “중학생 때 키가 1m60㎝대였다. 안양공고 2학년 때 ‘축구로 대학 진학이 힘들겠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받았다”며 “어머니에게 ‘겨울까지만 마지막으로 해보고 안 되면 공무원 준비할게요’라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절실했던 조규성은 훈련에 매진했다. 당시 그는 새벽 5시부터 훈련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키가 갑자기 1m80㎝대까지 자랐다. 지금 조규성의 키는 1m89㎝에 달한다. 졸업반이 된 조규성은 키도 기량도 모두 급격하게 성장했다. 

조규성은 팀 성적의 수직 상승을 견인했다. 안산공고는 전년도 K리그 주니어 A 권역에서 17위를 기록했지만, 이듬해 조규성의 활약에 힘입어 4위까지 도약했다. 조규성은 여러 승부처에서 큰 신장을 활용한 헤더 골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자신의 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준 조규성은 FC 안양의 우선 지명을 받아 광주대학교에 진학했다. 1학년 때는 중앙 수비수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바꾸며 출전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는 감독이 교체되면서 벤치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전화위복이 됐다. 새로 부임한 이승원 감독은 조규성의 공격적 재능에 주목했다. 결국 조규성은 이 감독의 지도에 따라 공격수로 변신했다. 공격 부문의 재능이 만개했고, 과거 후방에서 뛴 경험이 큰 자산으로 남았다. 

수려한 외모
스타성 장착


공격수 조규성은 기본적인 득점력을 갖춘 동시에, 안정적인 전개와 번뜩이는 위치 선정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왕성한 활동량과 큰 키를 활용한 제공권 장악도 강점이다. 이를 기반으로 조규성은 대학 무대에서 인정받는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3학년 때는 팀의 2018 U리그 8권역 우승에 기여했다.

조규성은 2019년 1월4일 FC 안양을 통해 프로 무대에 입문했다. 그는 안양공고 출신 중 최초로 FC 안양 1군에 우선 지명으로 입단한 선수가 됐다. 데뷔 시즌 33경기 14골 4도움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프로 무대 정착을 알렸다. 득점 3위를 기록하면서 당해 K리그2 베스트11에도 이름을 올렸다. 

다음 시즌에는 K리그1의 강호 전북 현대로 이적하면서 전 소속팀인 안양에 8억8000만원이라는 구단 사상 최고 이적료를 안겨줬다. 이적 후에는 시즌 34경기 8골 3도움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해 김천 상무FC 소속으로 뛰었다. 시즌 중 27경기 8골 3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2 베스트11 공격수 부문 후보에 선정됐다. 조규성은 입대 이후 오히려 기량이 한층 상승했다. 본래 강점이었던 왕성한 활동량과 좋은 연계에 높은 골 결정력과 피지컬까지 탑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같은 성장은 결국 지난해 9월, 생애 처음으로 성인 국가대표팀에 발탁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조규성은 올해 커리어하이 시즌을 기록했다. 시즌 도중 친정팀 전북으로 복귀(전역)한 조규성은 두 팀을 오가며 리그를 폭격했다. 그는 이번 시즌 35경기 21골 5어시스트, 리그 17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단골 우승팀인 전북에서도 13년 만에 나온 득점왕이었다.


국가대표팀 안에서의 입지도 점차 올라갔다. 파울루 벤투 축구 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9월 레바논과의 카타르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조규성을 처음 출전시킨 이후로 꾸준히 발탁했다.

이때는 기량이 완전히 올라오기 전인 상무 시절이었다. 조규성이 매번 발탁되자 의문부호가 자연스레 따라붙었다. 벤투 감독은 조규성의 선발 이유로 제공권과 기술적인 움직임을 꼽았다. 벤투 감독은 조규성이 다양한 전술에 녹아들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평소에는 국가대표 주전 골잡이 황의조와 유사한 유형으로 뛰지만, 때로는 타깃형 스트라이커로 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규성은 데뷔 초 황의조처럼 공간으로 빠져 나가는 공격 패턴을 주로 구사했다. 하지만 점차 최전방에서 버텨주고 공을 지켜내는 등 연계 관여도를 높이는 역할을 맡게 됐다. 탄탄한 피지컬과 안정적인 연계 능력이 뒷받침되면서 장점이 극대화됐다.

조규성의 이 같은 움직임은 국가대표팀의 전술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조규성이 넓혀둔 공간을 손흥민·황인범 등이 마음껏 활용하면서 다양한 공격 패턴을 구현하는 게 가능해졌다. 

이와 관련해 조규성은 “K리그1 강팀 전북, K리그2 강팀 김천에서 뛰다 보니 공간이 안 생겨서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 벤투 감독님도 ‘앞에서 많이 싸워주고 버텨줘야 한다’고 강조하셨다”고 밝혔다.

준비된
스트라이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조규성의 좋은 경기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벤투 감독은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조규성에게 몇 가지 더 전수해주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조규성은 이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지난해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치러진 이라크와의 월드컵 최종 예선 6차전에서 첫 풀타임 경기를 완벽하게 마쳤다. 강점인 왕성한 활동량과 공중볼 경합 능력이 돋보였고, PK까지 얻어내는 등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이후로도 조규성은 최종 예선 7차전과 각종 평가전에 출장하며 최종 명단 승선이 일찌감치 예견됐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조규성은 주전보다는 ‘백업 자원’으로 분류됐다. 국가대표팀에서 수년간 최전방 공격수 주전 자리를 꿰찬 황의조의 벽은 높았다.

조규성은 잇달아 선발되면서도 차선책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대회 직전까지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면서 황의조와 충분히 주전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점차 힘을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규성은 이를 결과로 증명해냈다.

조규성은 가나전 직후 “나도 솔직히 별거 없는 선수인데 월드컵이라는 세계적 무대에서 골도 넣었다”며 “끝까지 자신을 믿고 열심히 꿈을 위해 쫓아가면 이런 무대에서도 골을 넣을 수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어린 선수들도 꿈을 갖고 열심히 하면 된다. 지금은 이런 세계적 무대에서 골을 넣을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그런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대회가 채 끝나지도 않았지만, 조규성을 향한 관심은 이미 뜨겁다. 특히 유럽 축구계 일각에서는 조규성 영입 의사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럽리그들은 스트라이커 기근 현상에 허덕이고 있다.

양발을 모두 활용하고 유럽 리그에서도 제공권을 발휘할만한 신장을 가진 조규성은 실제로도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게 중론이다. 더군다나 한국 선수들의 커리어를 위협하는 병역 문제가 이미 해결된 점 역시 유럽 진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벤투호 골잡이’에 쏟아지는 관심
완성형 공격수 유럽 기회 잡을까?

이와 관련해 이영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우루과이와 첫 경기가 끝나고 유럽의 아주 괜찮은 구단 테크니컬 디렉터(기술이사)가 스카우트와 관련해 연락이 왔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연락이 온 구단이 어디인지는 직접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기술이사가 저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함께 뛰었던 친구”라고 귀띔했다. 이에 여론은 연락의 출처가 독일 분데스리가 소속 구단일 가능성을 높게 치고 있다.

독일 언론 <푸스발 뉴스>에 따르면 이영표와 도르트문트에서 뛰었고 현재 구단의 테크니컬 디렉터를 맡고 있는 사람은 독일 도르트문트의 기술이사 제바스티안 켈, 그리고 헝가리 페렌츠바로시의 기술이사 허이날 터마시 등 2명이다.

이 부회장은 “이게 두 골 넣기 전에 왔던 연락이었는데, 이제 두 골을 넣었으니까 유럽 팀들에서 훨씬 더 조규성 선수에 관해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튀르키예 언론사 <탁빔>에서는 ‘터키 페네르바흐체 SK와 프랑스 스타드 렌 FC가 조규성 영입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탁빔>은 과거 김민재의 페네르바흐체 시절 바이아웃 조항 내용을 처음으로 보도한 언론사로, 공신력이 비교적 높다는 평이다.

페네르바흐체와 조규성의 현 소속팀 전북 간에 선수 거래가 활발했던 점도 눈에 띈다. 올해 들어 전북 유스 소속의 조진호(3월), 이건혁(11월)이 잇달아 페네르바흐체로 이적했다. 도중에 다른 팀을 거치긴 했지만, 김민재 역시 전북에서 2년간 뛴 경험이 있다.

다만 원 소속팀 전북과 김상식 감독이 조규성의 이적을 쉽사리 허용할지가 의문이다. 전북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리그 5연패를 달성했지만, 올해는 우승컵을 놓쳤다. 이에 절치부심해 다음 시즌 우승컵 탈환을 노리고 있다. 이 가운데 득점왕 조규성의 이적을 허용한다면 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조규성에게도 아직 증명할 요소가 조금 남아있다. 조규성은 괄목할만한 침투와 공간 능력을 가지고도 페널티 박스 안 쉬운 찬스를 더러 놓친다는 단점을 여러 번 지적받았다.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세밀한 플레이 보강에 관한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또 페널티킥을 잘 차기는 하지만, 득점 중 페널티킥 골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있다. 조규성은 이번 시즌 리그와 컵대회에서 기록한 18골 중 7개를 페널티킥으로 넣었다. 조규성이 해외리그로 이적하고도 페널티킥 키커로 발탁될지 확신할 수 없다.

만약 페널티킥을 차지 않는다면, 지표처럼 득점력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빅리그
초읽기?

조규성은 10여년간의 선수생활 동안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왔다. 막다른 길이라 여겼던 난관에서 늘 기대 이상의 도약을 보여줬다. 이제 또 다른 증명의 장 앞에 섰다. 국민들은 조규성이 이번 월드컵에서도 보여준 것처럼 앞으로 크게 도약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jeongun15@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