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로 중무장한 ‘똘똘한 한 채’

부동산 시장 침체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가 커지면서 입지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런 사례들을 볼 때 경기 침체기에는 입지가 뛰어난 단지를 선택해야 호황기에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입지 프리미엄을 누릴 대표적인 단지로 초역세권 단지, 원스톱 학세권 단지, 브랜드·대단지 등이 꼽힌다. 먼저 초역세권 입지는 다음과 같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각종 변수가 생기면서 변동성이 적고 보수적인 조건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요건인 입지가 부각되며 ‘초역세권’에 수요자가 몰리고 있다.

보통 역세권은 삶의 편리성 증대와 집의 가치 상승에 영향을 끼쳐 꾸준히 선호도가 높았지만, 최근 불안한 부동산 시장에서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름만 역세권이 아닌 진짜 ‘초역세권’ 단지가 흥행하는 중이다. 좀 더 객관적으로 우위를 차지하는 조건이 주목을 받는 것.

편리성 증대
리스크 줄여

부동산R114 및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최근 6월 전국 아파트의 매매거래량은 총 2만9273건으로 지난해 6월(5만 903건)에 비해 42%가 감소했다. 최근 5월 전국 오피스텔의 거래량은 총 5384건으로 지난해(6064건)에 비해 11% 감소했다. 지난 상반기(1〜6월) 전국 아파트 매매평균가(3.3㎡당) 상승률은 0.13%(2235만원→2238만원)로 지난해 동기간의 상승률이 8.2%(1923만원→2095만원)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를 맞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역세권 단지는 분양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SRT 동탄역에서 도보 1분 거리에 위치한 ‘동탄역 롯데캐슬’ 오피스텔 전용 23㎡는 현재 3억5000만원으로 지난 5월(2억4500만원) 대비 1억500만원이 오른 상태다.


반면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유퍼스트’ 오피스텔 전용 19㎡는 현재 1억6500만원으로 지난 5월(1억5500만원) 대비 10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인근 ‘동탄역 롯데캐슬’과의 시세도 1억8500만원의 차이가 났다.

지하철 5호선 미사역 도보 1분 거리에 위치한 ‘퀸즈미사파크1차’ 오피스텔 전용 23㎡은 현재 2억5000만원으로 형성돼 있지만, 미사역 도보 4분 거리에 위치한 ‘미사역효성해링턴타워’ 오피스텔 전용 20㎡는 1억4000만원으로 비슷한 면적임에도 1억1000만원 차이가 났다. 5호선 미사역에서 1~2분 걸리는 거리에 위치한 ‘힐스테이트 미사역 그랑파사쥬’(11-BL)는 지난 5월 10억5500만원(전용 84㎡)에 거래가 되며 신고가를 달성하기도 했다.

초역세권 단지
원스톱 학세권
브랜드·대단지 

청약시장에서도 초역세권 단지가 큰 호응을 받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경의중앙선 운정역에서 도보 1분 거리에 위치한 ‘힐스테이트 더 운정’ 오피스텔 1단지, 2단지는 평균 10대1로 청약 마감에 성공한 반면, 운정역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위치한 ‘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 1단지는 청약 미달이었다. 2단지는 전매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평균 2.34대1의 다소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충남 천안에서 분양한 ‘천안아산역 미소지움 더테라스’는 역세권으로 지하철역까지 도보로 이동이 가능해 최고 32.7대1, ‘힐스테이트 천안아산역 듀클래스’는 평균 243대1, ‘천안아산역EG the 1’은 평균 34.95대1 등을 기록하며 모두 청약 마감에 성공했다.

인근 지하철역과의 접근성이 낮아 차량 이용 시에만 20분 이상 소요되는 ‘아산탕정 브라운스톤 갤럭시’ ‘신불당 동문 디 이스트 트윈스타’는 청약 미달에 그쳤다.

도보 통학이 가능한 초·중·고교를 품은 원스톱 학세권 단지의 인기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학세권 단지는 안전한 통학 환경과 인근에 학원, 독서실 등 다양한 교육시설이 형성돼 우수한 면학 분위기가 조성되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다. 그중에서도 원스톱 학세권 단지의 경우, 초·중·고교가 가까워 도보 통학이 가능하며, 12년간 이사 걱정 없이 자녀 학업을 마칠 수 있어 최적의 교육환경으로 꼽힌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1~8월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총 22만5486건으로 이 중 20대 6%(1만 3548건), 30대 22.4%(1만 3548건), 40대 24%(5만 4142건), 50대 20.7%(4만 6795건), 60대 7.1%(1만 5951건), 기타 5.9%(1만 3333건)로 나타났다. 

3040대가 전체의 절반 수준인 46.4%였으며, 50대까지 포함하면 70%에 달한다. 학령기 자녀를 가진 3040세대, 나아가 50대까지 주거지 선택에 있어 필수 사항인 학세권 입지를 따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초·중·고교가 가까운 단지는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청약 마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인천 서구 불로동에 공급된 ‘제일풍경채 검단 2차’는 초·중·고교(예정)를 모두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원스톱 학세권 단지라는 장점 때문에 평균 30.31대1의 청약 경쟁률로 전 타입 1순위 마감됐다. 지난 5월 부산 해운대구에 공급된 ‘센텀 아스트룸 SK VIEW’ 역시 초·중·고교와 학원가가 가까운 학세권 단지로, 평균 75.68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1순위 청약을 마쳤다.

집값 상승
완판 성공

학세권 단지의 집값도 상승하고 있다.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에 위치한 ‘꿈마을라이프’ 아파트는 귀인초, 귀인중, 백영고를 도보로 통학할 수 있는 원스톱 학세권 단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전용 110㎡타입은 12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전년 동월 거래가 11억6000만원 대비 1억원 이상 오른 가격이다.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구로주공1차’아파트 역시 구일초, 구일중, 구일고와 인접한 단지다. 지난 4월 전용면적 84㎡ 신고가는 11억2000만원으로, 지난해 3월 실거래가인 9억4500만원 대비 1억7500만원이 올랐다.

브랜드 대단지 아파트와 오피스텔도 마찬가지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서 브랜드 대단지의 인기는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와 같은 모습은 아파트 시장을 떠나 오피스텔 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실제 브랜드 대단지는 비브랜드 및 소규모 단지 대비 우수한 주거환경이 갖춰지고, 가격 상승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이는 모습이 이어지면서 높은 선호도를 이어가고 있다. 먼저 브랜드는 단지 가치 상승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인기를 높이고 있다. 

오피스텔도
꾸준한 인기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이 자사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 중 87.4%가 브랜드가 단지 가치 형성에 ‘영향 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과거에 비해 브랜드가 아파트 선택 시 얼마나 중요해졌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75.7%가 ‘중요해졌다’고 응답했다.

여기에 단지 규모가 클수록 가격 상승률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이어지면서 대단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19년9월~2022년8월) 1500세대 이상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49.63%로 집계되며, 같은 기간 300세대 미만 단지의 상승률(40.35%)을 크게 웃돈 것으로 조사됐다. 오피스텔 또한 500실 이상의 대단지는 같은 기간 18.37%의 가격 상승률을 기록하며, 100실 미만 단지의 상승률(6.40%) 대비 무려 3배가량 높았다.

브랜드 대단지는 꾸준한 청약 열기도 보이고 있다. 부동산R114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기준 1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 일반분양 평균 경쟁률은 15.85대1로, 1000가구 미만 아파트 경쟁률인 8.54대1을 웃돌았다. 오피스텔 역시 ‘더샵 일산엘로이(1976실)’ ‘경서 북청라 푸르지오 트레시엘(1522실)’등의 브랜드 대단지가 각각 3만1238건, 4만3229건의 청약이 이뤄지며 단기간에 계약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입지가 부동산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격언이 있다”며 “대표적인 입지 프리미엄인 초역세권 단지, 원스톱 학세권 단지, 브랜드·대단지 등은 희소성까지 더해 향후에도 선호도가 높다고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수도권에 분양(예정) 중인 입지 프리미엄 단지.


변동성 적고 보수적 조건
희소성 더해 선호도 높아

▲진접역 투웨니퍼스트 르메트로=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초역세권 입지 들어서는 오피스텔 ‘진접역 투웨니퍼스트 르메트로’가 분양한다. 지하 6층~지상 10층 규모로 건립되며, 구성은 총 128실 규모의 오피스텔과 근린생활시설 71실이다. 층간 및 생활 소음 방지 효과가 있는 세탁실 펜트리문이 설치된다. 역세권으로 유동인구가 풍부한 점을 고려해 보안 시스템이 설치된 것도 장점이다. 

진접역은 최근 개통된 4호선 연장선인 진접선을 필두로 수도권 동북부 지역을 지나는 GTX-B노선, 9호선, 별내선 등 다양한 철도노선이 계획돼 있다. 인근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과 마트 등이 자리해 있다. 주곡초, 진접초, 별내초, 주곡중, 풍양중, 진접중, 진접고 등 풍부한 교육시설도 있다.

▲하남 맨티움= 경기 하남시 덕풍동 767번지 일대에 후분양 타운하우스 ‘하남 맨티움’이 공급 중이다. 대지면적 4533.80㎡, 연면적 3867.1433㎡, 지상 1층~4층(4층 다락 및 테라스/서비스 면적), 10개동, 36세대로 이뤄진다. 이달 준공으로 즉시 입주가 가능하다. 주차대수는 총 38대. 타입은 84Tape(110㎡) 25세대, 77Tape(101㎡) 11세대로 구성된다. 

수직 복층형 구조로 층간소음 걱정 없이 아이들을 키우기 좋은 구조다.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는 세대에도 독립된 공간으로 이뤄져 추천된다. 단지형 타운하우스 세대특화로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공동주택 층간소음에서 자유로우며 다락 및 테라스의 제공으로 서비스 면적이 특화해 육아 및 반려동물을 키우기에 적합하다. 주방가구, 욕실가구, 붙박이장, 모든 액세서리 가구가 한샘으로 시공했다. 

5호선 하남 풍산역과 이마트가 도보권에 위치해 있으며, 도보 7분 이내에 초·중·고를 원스톱으로 이용 가능한 학세권 단지다. 미사한강공원 및 경정공원이 인접해 쾌적한 자연환경을 갖췄다. 이마트 하남점은 물론 코스트코 하남점, 스타필드 하남점이 근접해 있으며 하남 시민 나룰도서관, 행정복지타운 등의 생활인프라도 조성돼있다.

 


▲인덕원 자이 SK VIEW=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에 선보인 ‘인덕원 자이 SK VIEW(뷰)’의 동호수 지정 선착순 분양을 진행한다. 지하 4층~지상 최고 29층, 20개동, 총 2633가구다. 앞서 지난 9월 청약에서 일반공급 기준 5.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선착순 분양은 거주 지역에 상관없이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통장의 사용 없이 잔여가구 중 마음에 드는 동호수를 지정 계약할 수 있다. 당첨 사실이 인정되지 않고 재당첨 제한도 없다. 

모락산 자락에 있으며 단지 바로 앞에 백운공원, 언덕공원, 약수공원 등이 있다. 의왕국민체육센터, 내손체육공원과 같은 체육시설도 이용 가능하다. 평촌신도시와 인접해 있어 쇼핑시설과 은행, 병원, 대형마트 등 생활편의시설 이용도 쉽다. 주변 교육시설로는 내손초, 백운초, 갈뫼중, 백운고 등이 있으며 평촌 학원가도 이용 가능한 거리에 있다. 

마음에 드는 
동호수 지정

단지 내부에 주차장을 지하에 배치하는 대신 지상공간에는 녹지와 휴식공간, 어린이 놀이터 등을 곳곳에 마련했다. 커뮤니티 시설은 다목적체육관, 다목적라운지, 피트니트 센터, 실내 골프연습장, GX룸, 탁구장, 필라테스, 실내놀이터, 문화 강좌실, 사우나 등이 조성된다. 

추가적인 교통호재도 풍부하다. 대표적으로 인덕원역에 GTX-C 노선이 있는데 동두천부터 왕십리, 인덕원을 지나 수원까지 연결되는 노선이다. 인덕원과 동탄을 잇는 복선전철(인동선)과 월곶~판교 복선전철(월판선)도 계획 및 추진 중이다. 입주는 2025년 5월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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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