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치다꺼리’ 등골 빠지는 롯데케미칼 딜레마

‘자회사 뒷바라지’ 허리 휘는 화학 공룡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롯데케미칼이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에 직면했다.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에 선봉으로 나섰지만, 나빠진 업황에 발목을 잡힌 형국이다. 가뜩이나 힘든 마당에 레고랜드발 악재마저 겹쳤다. 자회사 뒷바라지에 힘이 부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동안 롯데그룹에서 중추 역할을 맡았던 사업 회사는 유통업을 영위하는 롯데쇼핑이었다. 롯데쇼핑은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맡았고, 롯데쇼핑이 만든 토대 위에서 롯데그룹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분주한 행보를 거듭했다.

변방에서
주력으로

하지만 롯데쇼핑의 위상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유통 부문이 침체를 겪은 데다,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수익성 하락이 가속화된 탓이다. 실제로 2018년 4031억원이던 영업이익(별도 기준)이 지난해 861억원으로 급감하는 등 최근 롯데쇼핑의 실적은 완연한 하향세였다. 

롯데쇼핑이 침체를 겪는 사이 무게추는 롯데케미칼로 옮겨졌다. 그룹의 화학 부문을 이끄는 롯데케미칼은 2015년 10월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 인수 이후 롯데그룹의 주력으로 자리매김했다.

롯데케미칼의 위상 강화는 눈에 띄는 실적 상승세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조5000억원대 영업이익(연결기준)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330.3% 증가한 수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친환경 사업에서의 12조원을 포함해 전체 매출을 50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포부를 밝힌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그룹 미래 먹거리 발굴 작업을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올해 초 수소에너지, 배터리 소재, 리사이클 관련 신사업에 진출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는 내용의 중장기 전략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역시 같은 맥락이다. 지난 11일 롯데케미칼은 미국 배터리 소재 지주사 롯데배터리머티리얼즈USA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 계약(지분 53.3%)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이 100% 지분을 보유한 롯데배터리머티리얼즈USA는 국내 및 해외 기업결합신고를 마친 뒤 관련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국내 1위, 세계 4위 동박 생산 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는 올해 상반기에 매출 3885억원, 영업이익 468억원을 기록했다. 국내외 유수의 배터리 회사와의 장기 공급계약 등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계기로 유럽 및 미국 등 주요 시장 선점을 통해 글로벌 배터리 소재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복안이다.

그룹 전체가…
우려의 시선

롯데그룹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통해 2차전지(배터리) 4대 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가치사슬(밸류체인)을 완성하게 됐다. 최근 롯데케미칼은 분리막(PE) 생산 및 배터리 전해액 유기용매(EC, DMC)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롯데알미늄과 롯데정밀화학은 각각 양극박, 동박(솔루스첨단소재 지분투자) 사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외형 확장 속도가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투자금 조달 부담이 가중될 경우 그룹 전체가 위험에 노출될 여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일단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따르는 대가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진 이후 이 같은 우려가 더욱 힘을 받는 모습이다.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는 데 투입한 비용은 2조7000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인수 금액이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나마 롯데케미칼의 튼실한 기초체력은 세간의 우려를 일정 부분 희석시키는 요소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롯데케미칼의 보유 현금(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은 2조8164억원에 달하고, 부채비율과 순차입금의존도는 각각 52.1%, 3.9%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금성 자산을 모두 인수자금으로 쓸 수 없기 때문에 추가 재원 마련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 게다가 최근 본격화된 인도네시아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조성 사업에 대규모 자금 투입이 예정된 만큼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해당 사업을 위해 책정된 금액만 39억달러(약 5조6082억원)에 달한다.

쇼핑 제치고 주춧돌 노릇…순풍 타는가 했더니
곳곳에서 경고음 속출…때 아닌 계열사 뒷수습

올해 들어 한풀 꺾인 성장세는 롯데케미칼의 연이은 대규모 투자에 물음표를 붙이는 또 다른 이유다. 롯데케미칼의 올해 상반기(연결기준) 영업이익은 612억원으로, 전년(1조2178억원) 대비 급감했다. 특히 2분기에는 영업손실 214억원을 냈는데, 원료 가격의 상승과 수요 둔화가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 꼽힌다.

하반기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롯데케미칼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매출 5조1885억원, 영업적자 823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81% 증가가 예상되지만, 영업손실로의 전환이 유력한 분위기다.

재정에 대한 지적마저 나오는 형국이다. 지난 12일 한국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후 롯데케미칼의 재무안전성이 저하되고 신용등급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약화된 영업현금 창출력, 인도네시아 나프타 분해시설(NCC) 투자 계획, 자본적 지출(CAPEX) 증가 추세, 신규 동박 사업에 요구되는 후속 투자 소요 등을 감안하면 롯데케미칼의 재무안전성이 상당 수준 저하될 것으로 본다”며 “인수자금 조달 구조와 그에 따른 재무구조 변화가 중요한 요인이 될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롯데케미칼의 그룹 내 역할이 생각 이상으로 크다는 점도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 단순히 그룹 화학 부문을 주도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타 분야 계열회사의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롯데케미칼의 현실이 악재로 작용할 여지를 남기는 분위기다. 

겹겹이 악재
산 넘어 산

지난 18일 롯데건설은 운영자금 2000억원을 확보하기 위해 신주 171만4634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롯데지주의 손자회사인 롯데건설에서 단기 운영자금이 부족해지자, 롯데케미칼 등이 자금 지원에 나선 모양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롯데지주→롯데케미칼→롯데건설로 이어지며, 롯데건설 지분 43.79%를 보유한 롯데케미칼은 이번 증자 결정으로 870억원가량을 투입해야 한다.

또한 롯데케미칼은 지난 20일 공시를 통해 롯데건설에 내년 1월18일까지 단기자금 5000억원을 6.39% 이율로 대여한다고 공시했다. 대여금은 연결기준 지난해 말 자기자본의 3.24% 규모다.


이 같은 일련의 조치는 ‘레고랜드 사태’와 연관돼있다. 롯데건설은 서울 둔촌 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참여 중인데, 최근 강원도 레고랜드 채권 채무불이행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해당 사업의 PF 차환 발행이 어려워졌다. 

롯데케미칼 입장에서 롯데건설 지원은 남는 게 없는 결정이나 마찬가지다. 한창 투자금을 끌어오기도 모자란 판국에, 자회사로 현금이 유출된 양상이다. 

롯데건설의 자금 여력이 개선되지 않으면 롯데케미칼은 최악의 경우 빌려준 돈을 제때 받지 못할 수 있다. 이 여파는 롯데그룹 전반에 미치게 된다. 롯데케미칼이 그룹 계열회사 전체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지렛대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8일 16만6000원이었던 롯데케미칼 주가는 이후 꾸준히 하락하더니, 지난 26일에는 14만4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던 2020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내 코가 
석자인데…

주가 하락이 심상치 않자 롯데케미칼 경영진은 주가 방어에 나서야 했다. 지난달 25일 롯데케미칼은 김교현 대표이사 등 경영진 16명이 최근 총 2760주의 회사 주식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취득 평균단가는 약 16만1000원으로, 약 4억4000만원 규모다. 롯데케미칼 측은 책임경영 강화 및 주주가치 향상을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heaty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변은 없었다”<br> 이재명, 21대 대통령 당선

“이변은 없었다”
이재명, 21대 대통령 당선

[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4일, 전날 전국적으로 실시됐던 제21대 대통령선서서 49.42%(1728만7514표)의 지지를 받아 당선을 확정지었다. 오전 5시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개표가 100% 완료된 상황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41.15%(1439만5639표)를 8.27%의 차이로 따돌리고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골든 크로스’로 접전을 펼칠 것이라는 국민의힘 예상과는 달리 다소 여유 있는 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40대 기수론’으로 관심을 모았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8.34%(291만7523표)의 지지를 받는 데 그치면서 선거비용 절반을 보전받을 수 없게 됐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0.98%(34만4150표),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0.10%(3만5791표)를 기록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개표 초반부터 우세를 보였다. 30%의 개표 상황서 이미 지상파 방송 3사는 그의 당선 유력을 보도하기 시작했으며 오후 11시40분경에는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이 대통령은 과반 특표는 실패했지만, 총 1728만여표를 받으며 역대 대선 최다 득표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지역별로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해 광주, 대전, 세종, 충청, 전라, 제주 등 전국 다수 지역서 1위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대선서 이 대통령 당선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서울, 세종, 충청권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들은 지난 20대 대선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밀렸던 데 반해 이 대통령은 모두 김 후보에게 우세인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 이재명 47.13% VS 김문수 41.55% ▲경기 이재명 52.20% VS 김문수 37.95% ▲인천 이재명 51.67% VS 김문수 38.44%로 이 대통령이 모두 앞섰다. ‘캐스팅 보터’로 불리는 대전·세종 및 충청권에서도 충남 47.68%, 충북 47.47%를 기록해 김 후보에 우위를 보였다. 세종서도 55.62%를 얻어 김 후보(33.21%)와 큰 격차를 보였다. 지역별로 보면 ▲대전 이재명 48.50% VS 김문수 40.58% ▲세종 이재명 55.62% VS 김문수 33.21% ▲충남 이재명 47.68% VS 김문수 43.26% ▲충북 이재명 47.47% VS 김문수 43.22%로 각각 집계됐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한 파면으로 열린 조기 대선 성격상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가 나왔던 바 있다. 이런 연유로 과연 김 후보가 이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적잖은 관심이 쏠렸다. 무엇보다 비상계엄의 여파를 직격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던 서울 및 수도권 유권자들의 표가 이 대통령에게로 향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오전 12시가 넘어 인천 계양구 자택서 나와 배우자 김혜경 여사와 서울 여의도 소재의 더불어민주당 당사로 이동해 선거대책위원회를 찾아 격려했다. 이후 국회의사당 앞에 마련돼있는 연단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그는 대국민 연설을 통해 “다시는 군사 쿠데타가 없도록 반드시 지켜내갰다”며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회복시키는 일,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일, 평화롭고 공존하는 안정된 한반도를 만드는 일을 나머지 사명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를 지지하지 않은 그분들도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혐오와 대결을 넘어 존중하고 공존하고 협력하면서 함께 어우러져 행복하게 살아가는 진정한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중앙선관위가 당선인을 선언하면 공식적으로 대통령 임기 및 직무를 시작하게 된다. 북핵 문제를 비롯,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정책, 선거로 인한 국론 분열, 민생 경제 등 이 대통령이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산적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