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설의 조건’ 검찰-유동규 빅딜설 실체

충신? 간신? 어떤 유혹에 넘어갔나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일반 살인보다 면식범의 살인이 더 잔인한 경우가 많고, 타국과의 전쟁보다 내전이 더욱 살벌한 경우가 많은 법이다.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측에서 내전이 발발했다. 구속 기한이 만료돼 풀려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 본부장이 이 대표에게 날선 폭로를 연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의 오른팔이었던 그가 갑자기 변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는 약 1200명(민주당 추산)의 민주당 관계자가 모여 ‘민생파탄·검찰독재 규탄대회’를 열고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을 공개 비판했다. 1000명이 넘는 규모의 인파가 국회에 모여 행사를 진행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이후 처음이다.

민주당 1200명
장외투쟁 조짐

이 모임의 주동자라고 여겨지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가의 운명이 달린 안보가 위태롭고 민생과 경제는 파탄 지경인데 컨트롤 타워는 대체 어디에 가 있나”라며 “이런 위기 속에서도 정부는 일부 정치검찰을 앞세워서 공안통치로 야당을 탄압하고 전 정부를 공격하는 데 국가 역량을 소진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날 규탄대회는 전날인 25일부터 이어져왔다. 첫 대회는 국회 본청 내 로텐더홀에서 열렸고 다음날엔 야외로 나와 규탄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측 관계자는 검찰이 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한 후 이날 규탄대회가 계획돼있었다고 언론에 알렸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전날 있었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폭로 때문이라 믿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일 석방된 유 전 본부장은 매일 ‘폭로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와 오랜 시간 함께 일해온 만큼 그의 폭로는 구체적이고 치명적이었다. 

유 전 본부장은 “형제라고 불렀던 사람들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이제는 사실만 이야기하겠다”며 “내가 벌받을 건 받고, 이재명 명령으로 한 건 이재명이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가 나왔다 싶으면 또 하나가, 그리고 또 하나가 나올 것이다. (이 대표를)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라고 다소 수위 높은 발언을 했다. 

그의 ‘폭로 예고’에 다급해진 건 이 대표 측이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폭탄 발언을 하기 바로 전날부터 이 대표 측에 대한 이빨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전격 구속시킨 것이다.

검찰은 김 부원장을 체포한 이유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들었다. 그가 지난해 4~8월경 유 전 본부장, 정민용 변호사, 남욱 변호사 등에게서 총 8억4700만원가량의 불법 자금을 받았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지난해 8월경은 민주당 대선 경선 기간으로, 경선 초기 세가 약했던 이재명 캠프는 정치자금이 절실했던 상황이었다. 돈을 받았다고 의심하는 시기에 김 부원장은 이재명 캠프에서 총괄부본부장을 맡고 있었다.


돈의 액수와 돈을 받은 시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검찰은 그가 받은 8억이 대선 경선 운동에 쓰였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김 부원장의 구속을 두고 정계는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는 중이다. 야권은 ‘야당 탄압’의 일환이라며 반발했고, 여권은 ‘정당한 수사’라는 입장이다. 다만 법조계는 김 부원장 구속에 대한 사실 자체보다 경찰이 그에게 적용시킨 혐의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당초 대장동 수사를 하고 있던 검찰이 뜬금없이 왜 ‘불법 대선자금’ 혐의를 적용했냐는 것이다.

‘오른팔’ 연일 폭로…변심 이유는?
불법 대선자금 판도라 상자 열리나

검찰은 그동안 김 부원장이 성남시의원 재직 시절부터 대장동 관련 사업에 깊게 관여돼있다고 의심해 다각도로 수사를 펼치고 있었다. 대장동 사건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성남도시공사가 개발한 택지의 막대한 이익을 ‘화천대유’라는 회사가 가져간 사건이다.

여기서 남 변호사는 투자자문사 킨앤파트너스와 화천대유 사이의 금전 거래 구조를 만들어낸 ‘설계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남시가 개발한 도시의 개발 이익금 수천억원을 특정 회사에서 가져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여론의 질타는 ‘도시 개발에 관련된 사람들의 도움이 없이 어떻게 가능했겠냐’는 의심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도시개발에 관련된 사람들로는 이 대표의 측근들이 언급됐다.

명실상부 이 대표의 오른팔로 자리매김한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실장부터 유 전 본부장, 그리고 김 부원장 등이다. 검찰은 해당 의심들을 바탕으로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따라서 검찰이 김 부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집행할 때 정계에선 검찰이 드디어 ‘대장동 단서’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간의 예측과는 달리 검찰이 문제삼은 것은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받은 대선 후원금이었다.

대장동 수사에 집중하고 있었던 수사팀이 대선자금부터 수사하는 것을 보고 법조계는 “유 전 본부장이 구체적인 증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유 전 본부장의 증언을 토대로 불법 대선자금을 밝혀낸 뒤, 연결고리를 찾아내 대장동까지 칠 것이라는 예측을 하는 것이다.


검찰은 최장 20일인 구속 기간 동안 김 부원장에게 8억원의 사용처와 이 대표와의 연결고리를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또 돈을 건넨 사람 중 남 변호사가 포함된 것으로 미뤄볼 때, 대장동 수사에 대한 연결고리도 함께 알아낼 전망이다.

특히, 남 변호사가 8억원을 건넨 이후 김 부원장에게 부동산 신탁회사 설립과 경기 안양시 개발사업을 위한 탄약고 이전을 청탁했다는 진술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져 수사는 더욱 탄력받는 모양새다.

연결고리
시나리오

지난 1년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던 ‘대장동 수사’가 유 전 본부장의 결정적인 진술로 구체화되며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유 전 본부장이 검찰에 협력적인 자세를 취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힘을 받는 추측은 그가 검찰과 형량 거래, 이른바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을 했다는 의심이다. 실제로 유 전 본부장이 석방될 때, 검찰은 그에 대한 추가 구속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수차례 받았다. 검찰은 석방 이유로 “법원이 위례 신도시 개발 의혹 사건을 기존 대장동 사건과 병합하지 않기로 해 석방된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이 병합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구속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다른 사건을 찾아내 연장하던 그동안 검찰의 관례를 비춰볼 때,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구속에 의지가 약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이 일부러 유 전 본부장을 풀어줬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전날 김 부원장을 구속하면서 ‘유 전 본부장을 풀어주고, 김 부원장을 구속하는’ 그림이 연출됐다.

우호적이지 않던 시절에 풀어준 것이 아니라 수사에 매우 협조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석방한 것으로 볼 때 민주당 측은 ‘검찰과 유 전 본부장 사이의 모종의 사법거래가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친명(친 이재명)계의 좌장격 인물로 알려진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유동규씨가 구속돼있다가 재판 도중 석방됐는데, 속된 말로 거래가 있지 않았겠냐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 동의하에 석방됐는데 그 진술의 신빙성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유 전 본부장을 대장동 일당과 친밀한 관계로 묶었는데, 김 부원장은 이들과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유동규씨 신병 확보와 관련해 검찰청에서 기자들과 차장 검사의 티타임이 있었는데 ‘병합이 돼야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이렇게 말했다”며 “병합이 안 되면 구속영장 관련해선 되는 게 없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병합과 구속영장이 하나의 전제조건이고 필수조건이냐”고 일침했다.

8억원 타고
대장동으로

민주당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그의 석방 문제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의 혐의를 ‘뇌물죄’가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적용한 것을 두고 “검찰이 형량이 비교적 낮은 ‘정치자금법’을 적용해 유 전 본부장을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뇌물죄는 액수에 따라 10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중죄다.

그에 반해 정치자금법의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법정형이 정해져 있다. 정치자금법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례 중 형량을 비교적 길게 받았다고 일컬어지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300만원(뇌물 약 9억원 수수 추산)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실 뇌물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는 사람은 ‘뇌물죄’나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형량에 큰 차이가 없다”며 “내가 알기론 약 1000만원 정도 벌금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뇌물을 받은 쪽은 어떤 혐의를 적용받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정치자금법으로 처벌받는 쪽이 훨신 형량이 감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전 본부장은 뇌물을 주고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따라서 뇌물 수수 의혹이 뇌물죄로 처벌받는다면 5년 이상, 최대 무기징역까지 각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뇌물죄’가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만큼 심각한 위기에서는 빠져나왔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유 전 본부장과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의 사이를 주목한다. 김 전 처장은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를 받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인물이다.

대장동개발사업 당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임무를 맡았던 부서에 근무했고, 유 전 본부장과 함께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의도적으로’ 삭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석방 사례 이례적…혐의도 ‘정치자금법’
여 “배신감” 야 “검과 형량 거래 의심”

김 전 처장의 사망 소식이 보도되자, 세간의 이목은 이 대표에게 쏠렸다. 그의 재판과 관련된 참고인들이 이미 여럿 죽었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한 매체에 출연해 “(김문기 전 처장을)재직 때 몰랐고 하위 직원이었다. 그때 당시 팀장이었을 텐데 제가 이분을 알게 된 것은 경기지사가 됐을 때 기소된 다음에 알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후 김 전 처장과 해외순방을 다녀온 동영상이 퍼지고, 그와 만난 현장 사진이 수차례 등장하면서 이 대표는 ‘거짓말 논란’에 휩싸여야 했다.

김씨의 유족은 지난 2월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8년 동안 충성을 다하면서 봉사한 아버지 죽음 앞에 조문이나 어떠한 애도의 뜻도 안 비쳤다”며 “저희 가족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나왔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분명히 아는 사이였고, 인연도 굉장히 오래 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유 전 본부장의 생각과 일치한다. 유 전 본부장은 “왜 변심했느냐”는 취채진 질문에 “(이 대표가)김문기를 몰라? (나랑)셋이 호주에서 같이 골프 치고 카트까지 타고 다녔으면서”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세계에는 의리 그런 게 없더라. 내가 지금까지 착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며 이 대표에게 실망한 기색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그는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몰랐다고 한 점에 크게 실망했고, 그 때문에 본인도 의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결심했다.

국민의힘은 유 전 본부장의 변심은 검찰의 사법 거래 때문이 아니라, 김 전 처장을 모른다고 주장한 이 대표의 ‘말’ 때문이라 강하게 믿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유 전 본부장과 김 전 처장의 관계다.

사실 김 전 처장을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끌어들인 인물은 유 전 본부장이다. 검찰 측 주장에 따르면, 김 전 처장과 이 대표의 관계는 이 대표가 정계에 데뷔하기 전부터 이어져왔다.

이후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되며 정계에 데뷔하자 김 전 처장은 그의 하위 직원으로 일하기 시작했고, 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통틀어 약 10차례 대면 보고와 회의를 진행했다.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사이라는 것이 국민의힘과 유 전 본부장의 주장이다.

유 입만
바라보다

폭로를 결심한 이유가 배신감 때문이든, 사법 거래 때문이든 칼날은 이 대표를 향해 빠르게 날아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정치생명은 끝났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가운데, 정계와 언론은 유 전 본부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플리바게닝이란?

현재 국내에 정식으로 도입되지 않은 제도지만, 미국과 프랑스, 일본, 영국 등에서 광범위하게 쓰고 있는 ‘형량 거래 제도’다.

특히 미국 같은 경우 형사 사건의 90% 이상이 이 제도를 통해 기소가 이뤄지고 있다.

플리바게닝 제도를 도입하면 결정적인 증언과 단서를 제공받아 범죄자를 효과적으로 색출할 수 있다는 효과를 볼 수 있고, 공익 제보를 통해 피의자가 사회에서의 갱생의 기회를 더욱 폭넓게 보장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진실을 추구하는 재판이 ‘거래’로 얼룩진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한국에서는 2010년 법무부가 수사 협조자에 대한 형별 감경의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된 적이 있으나 반대 의견이 많다는 이유로 국무회의에서 유보시켰다.

공식적인 플리바게닝 도입은 무산됐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오래전부터 암암리에 ‘형법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무속 중독?’ 김건희 조언 그룹 대해부

‘무속 중독?’ 김건희 조언 그룹 대해부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여사의 ‘무속 중독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김 여사에게 공적 사안마다 조언해 주는 무속 인물 7~8명이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건진법사, 천공 등이 아닌 명리학자 류모씨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분위기다. 윤석열 캠프 출신 여권 인사들도 김 여사의 무속 중독 논란과 관련해 여러 차례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언했으나 컨트롤되지 않았다고 한다. 개인이 사주를 보거나 점을 보는 건 욕먹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부인이 공적 사안에 대해 무속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대통령실과 윤석열 캠프 출신 복수의 여권 인사들은 과거 김건희 여사의 무속 중독 논란에 대해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지금은 다르다. 터질 게 터졌다며 한숨부터 나오고 있다. 위기 상황 의지 지속 서울 강남구 광평로 한 빌딩서 H 학술원을 운영하는 류모 원장은 대구·경북 지역서 활동해 왔다. 대중 강연과 지역 일간지 기고, 언론사와 보수 유튜버 등에도 출연해 정치인들의 사주풀이 등으로 활발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 안철수 대선후보 사퇴’ 등을 예측해 정치권에서는 나름 알려진 인물이다. 류 원장에게 먼저 연락을 취한 건 김 여사다. 류 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주를 예측하면서 본인의 자택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로 초대하게 된 것이다. 류 원장은 김 여사와 5번 이상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은 김 여사가 류 원장에게 자동으로 삭제되는 타이머가 설정된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질문하면 이에 답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류 원장은 지난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빚던 갈등에 대해 김 여사에게 “천운이 좋으니까 살아난다”고 답했고,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직후에 대선에 출마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당연히 나가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 여사가 이준석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하길래 ‘하극상을 벌일 사람’이지만 슬슬 달래서 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고 주장했다. 류 원장은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는 “지난해 12월에는 김 여사가 ‘저 감옥 가나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은둔하면 된다. 당신도 많이 깨달아야 한다. 제발 좀 나서지 마라. 위기인 것은 분명하나 아직 기운이 좋아 (감옥에)가지는 않는다고 충고했다”고 했다. 윤 당선 예측하자 아크로비스타로 류 초대 정치적 위기마다 5번 텔레그램 상담 진행 당시 김 여사에게는 악재가 잇따라 터졌다. 지난해 11월27일 <서울의소리> 보도를 통해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에게 명품백을 받는 영상이 공개됐고, 보름 뒤인 12월14일에는 <뉴스타파>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 김 여사가 직접 증권사 직원과 통화해 주문하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류 원장의 조언이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실제로 김 여사는 이후 153일 동안 공식 활동을 자제했다. 류 원장은 “나 말고도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분야별로 7~8명 더 있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캠프 출신 한 여권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일반 사람들이 강남이나 종로서 사주나 전생운을 보듯이 김 여사도 가볍게 보는 거라고 여겨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줄 알았다. 3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며 “터질 게 터지고 있는 셈이다. 윤 대통령이 결정해야 할 일을 김 여사가 개입해 ‘누구한테 들었는데 그건 이렇게 해야 한다더라’라고 말하는 과정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대통령실 직원 이력서를 김 여사가 본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이력서를 봤다면 조처해야 하는 문제고 무당을 통해 그 이력서의 인물이 어떤지 평가한다는 풍문까지 있다”며 “영부인이 설마 인사에 개입했겠느냐며 넘겼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합리적 의심이 가시질 않는다”고 말했다. 류 원장 이전 무속 논란의 진앙지는 건진법사 전모씨라고 할 수 있다. 전씨는 윤석열 캠프 네트워크본부 고문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인물이다. 전씨의 딸은 지난 2013년부터 코바나컨텐츠 행사를 담당했고 2년 뒤 한 화장품회사의 대표를 역임했다. 중국 진출을 염두에 뒀던 이 회사는 한한령과 코로나19 등 상황 악화로 2017년을 전후로 사업을 철수했다. 미국유학생 출신인 전씨의 처남 김모씨는 네트워크본부 활동을 장악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본인과 가족이 함께 대선 캠프서 일한다는 것은 캠프 내 실세의 지시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무속의 진앙지 전씨의 무속 활동에는 산 채로 소가죽을 찢는 행사로 물의를 빚은 지난 2018년 수륙대제 및 국태민안 대동굿 등불교 축제가 있다. 이 행사에 대한 항의 게시물을 보면 대한불교종정협의회, 한국불교일광조계종과 함께 연민복지재단과 전씨의 딸이 대표로 있는 화장품 회사가 공동으로 행사를 주최했다. 전씨 외에도 김모 교수와 대통령실에 들어간 지인 자녀·친인척들이 차례차례 논란이 됐다. 황 회장 아들 황모씨(시민사회수석실 5급 행정관)에 이어 같은 지역 전기공사업자 우모씨의 아들(시민사회수석실 9급 행정요원, 현재 퇴사) 문제가 불거졌다. 여기에 윤 대통령 외가 쪽 6촌의 대통령실 근무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윤 대통령 외가 6촌으로 삼성 출신인 최모씨는 선대위 회계팀장을 지냈고 대통령 부속실 선임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씨의 제자로 지난 대선 당시 코바나컨텐츠에 상주하다 ‘김건희 목덜미 영상’으로 알려진 역술인 심모 박사는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가 폭로한 ‘김건희 녹취록’서 등장한다. 그는 이 기자와의 연락서 자신이 황씨라고 주장했다. 전씨는 대선 전 불거진 네트워크본부 논란으로 인해 축출됐다. 전씨는 서울 용산구의 한 모처서 지난 2022년 6월까지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들과 자주 소통해 왔으나 이후 강남서 늦은 저녁에만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 중 이른바 ‘MB 라인’으로 분류되는 정치권 관계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낙원동 쪽에 MB 청와대 인사들이 사무실을 차렸다. 인수위 네트워크 본부 출신 40여명이 들어가 있을 때부터 알려진 얘기”라며 “김 여사와 연락이 끊기면서 ‘MB 라인’ 인사들과만 소통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류 원장 외에도… 김 여사와 전씨의 사이가 틀어진 이유는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의 읍소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YS계로 알려진 N씨가 전씨와 같이 활동하면서 이권과 인사청탁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소위 ‘지라시’로 돈 데 이어 정치권에서는 전씨와 N씨의 불화설까지 들렸다. 윤석열 캠프 출신 한 인사는 “서울 한 건설사에서 마련한 땅 임대료를 두고 둘이 싸웠다. 특히 지방선거 시즌 강남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인사가 두 사람을 믿고 경쟁하다가 제3자가 공천을 받았다는 뒷말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전씨의 영향력이 가라앉자 ‘MB계’ 국민의힘 중진들이 N씨에게 줄을 섰다는 얘기는 2년 전에 언급됐다. 특히 그가 특정 지역 인맥을 활용해 경찰 인사에 개입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른바 ‘왕따’가 된 전씨는 지난해까지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이용해 세무조사나 인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처럼 행세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전씨로부터 청탁을 받았단 고위 공직자의 이름까지 떠돌았다. 전씨가 고위 공무원을 상대로 한 중견기업 세무조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구체적인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윤석열 캠프 출신 여권 인사들은 전씨 외에도 김 여사에게 조언하는 무속인이 더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굿당의 당주이자 70대 할머니인 A씨가 그 주인공이다. 김 여사는 A씨로부터 자신과 어머니이자 윤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가 구속 위기에 있을 때 여러 차례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A씨는 약 10년 전부터 김 여사와 알고 지냈다. 소위 ‘무정 스님’으로 알려진 심모씨와도 밀접한 관계가 형성된 인물이다. 심씨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결혼을 주선한 장본인이며 윤 대통령에게 ‘검사’ 직업까지 지정해준 멘토였다. 원주 굿당 당주 ‘영빨’로 김 측근 관리? 측근 주장 대부분 이권 개입·청탁 의혹 연루 심씨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건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의 개인 일정표가 공개되면서다. 지난 2011년 8월 등이 포함된 일정표에 심씨는 ‘무정 스님’이란 호칭으로 여러 차례 등장했다.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는 “2년 전 캠프서 전씨 말고도 김 여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이권을 차지하려던 인물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때 A씨가 김 여사에게 ‘걔는 영빨이 부족해서 안 된다’며 여러 차례 물갈이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인사도 “어머니인 최씨가 2021년 7월에 구속되기 전 김 여사가 명태균씨를 비롯한 A씨로부터 조언을 여러 번 구했다. 어떻게 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등 상당히 많이 의지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명씨가 최근까지 김 여사와 소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위 ‘영빨’로 김 여사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명씨의 지인은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녹취서 “지금 당선인(윤 대통령)이 아예, 진짜, 완전히 광화문 그쪽으로 (이전)할 모양인가 보네”라고 물었고 명씨는 “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김건희 여사에게)거기 가면 뒈진다 했는데, 본인 같으면 뒈진다 하면 가나”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청와대 이전을 위한 대통령 집무실 후보로 광화문 정부청사를 거론한 바 있는데, 명씨 본인이 김 여사에게 대통령 집무실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조언했다는 주장이다. 명씨는 지인과의 대화서 김 여사에게 ‘무속적인 조언’을 했다고 밝히기도 한다. 명씨는 “내가(김 여사에게) 뭐라 했는지 알아요”라며 “본인이 영부인 사주가 들어앉았고, 그 밑에 대통령 사주가 안 들어왔는데”라고 했다. 명씨는 “내가 3월9일이라서 당선된다고 그랬다. 꽃 피기 전에는 윤석열이가 당선이(되고), 피면 이재명이를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감으로 승부수? 명씨는 또 “내가 이랬잖아. 그 청와대 뒷산에, 백악산(북악산)은 좌로 대가리가 꺾여있고, 북한산은 오른쪽으로 꺾여있다니까”라며 청와대 기운이 좋지 않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해당 대화서 명씨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광화문 사무실 15층서 청와대를 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