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설의 조건’ 검찰-유동규 빅딜설 실체

충신? 간신? 어떤 유혹에 넘어갔나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일반 살인보다 면식범의 살인이 더 잔인한 경우가 많고, 타국과의 전쟁보다 내전이 더욱 살벌한 경우가 많은 법이다.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측에서 내전이 발발했다. 구속 기한이 만료돼 풀려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 본부장이 이 대표에게 날선 폭로를 연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의 오른팔이었던 그가 갑자기 변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는 약 1200명(민주당 추산)의 민주당 관계자가 모여 ‘민생파탄·검찰독재 규탄대회’를 열고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을 공개 비판했다. 1000명이 넘는 규모의 인파가 국회에 모여 행사를 진행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이후 처음이다.

민주당 1200명
장외투쟁 조짐

이 모임의 주동자라고 여겨지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가의 운명이 달린 안보가 위태롭고 민생과 경제는 파탄 지경인데 컨트롤 타워는 대체 어디에 가 있나”라며 “이런 위기 속에서도 정부는 일부 정치검찰을 앞세워서 공안통치로 야당을 탄압하고 전 정부를 공격하는 데 국가 역량을 소진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날 규탄대회는 전날인 25일부터 이어져왔다. 첫 대회는 국회 본청 내 로텐더홀에서 열렸고 다음날엔 야외로 나와 규탄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측 관계자는 검찰이 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한 후 이날 규탄대회가 계획돼있었다고 언론에 알렸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전날 있었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폭로 때문이라 믿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일 석방된 유 전 본부장은 매일 ‘폭로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와 오랜 시간 함께 일해온 만큼 그의 폭로는 구체적이고 치명적이었다. 

유 전 본부장은 “형제라고 불렀던 사람들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이제는 사실만 이야기하겠다”며 “내가 벌받을 건 받고, 이재명 명령으로 한 건 이재명이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가 나왔다 싶으면 또 하나가, 그리고 또 하나가 나올 것이다. (이 대표를)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라고 다소 수위 높은 발언을 했다. 

그의 ‘폭로 예고’에 다급해진 건 이 대표 측이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폭탄 발언을 하기 바로 전날부터 이 대표 측에 대한 이빨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전격 구속시킨 것이다.

검찰은 김 부원장을 체포한 이유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들었다. 그가 지난해 4~8월경 유 전 본부장, 정민용 변호사, 남욱 변호사 등에게서 총 8억4700만원가량의 불법 자금을 받았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지난해 8월경은 민주당 대선 경선 기간으로, 경선 초기 세가 약했던 이재명 캠프는 정치자금이 절실했던 상황이었다. 돈을 받았다고 의심하는 시기에 김 부원장은 이재명 캠프에서 총괄부본부장을 맡고 있었다.


돈의 액수와 돈을 받은 시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검찰은 그가 받은 8억이 대선 경선 운동에 쓰였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김 부원장의 구속을 두고 정계는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는 중이다. 야권은 ‘야당 탄압’의 일환이라며 반발했고, 여권은 ‘정당한 수사’라는 입장이다. 다만 법조계는 김 부원장 구속에 대한 사실 자체보다 경찰이 그에게 적용시킨 혐의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당초 대장동 수사를 하고 있던 검찰이 뜬금없이 왜 ‘불법 대선자금’ 혐의를 적용했냐는 것이다.

‘오른팔’ 연일 폭로…변심 이유는?
불법 대선자금 판도라 상자 열리나

검찰은 그동안 김 부원장이 성남시의원 재직 시절부터 대장동 관련 사업에 깊게 관여돼있다고 의심해 다각도로 수사를 펼치고 있었다. 대장동 사건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성남도시공사가 개발한 택지의 막대한 이익을 ‘화천대유’라는 회사가 가져간 사건이다.

여기서 남 변호사는 투자자문사 킨앤파트너스와 화천대유 사이의 금전 거래 구조를 만들어낸 ‘설계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남시가 개발한 도시의 개발 이익금 수천억원을 특정 회사에서 가져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여론의 질타는 ‘도시 개발에 관련된 사람들의 도움이 없이 어떻게 가능했겠냐’는 의심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도시개발에 관련된 사람들로는 이 대표의 측근들이 언급됐다.

명실상부 이 대표의 오른팔로 자리매김한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실장부터 유 전 본부장, 그리고 김 부원장 등이다. 검찰은 해당 의심들을 바탕으로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따라서 검찰이 김 부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집행할 때 정계에선 검찰이 드디어 ‘대장동 단서’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간의 예측과는 달리 검찰이 문제삼은 것은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받은 대선 후원금이었다.

대장동 수사에 집중하고 있었던 수사팀이 대선자금부터 수사하는 것을 보고 법조계는 “유 전 본부장이 구체적인 증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유 전 본부장의 증언을 토대로 불법 대선자금을 밝혀낸 뒤, 연결고리를 찾아내 대장동까지 칠 것이라는 예측을 하는 것이다.


검찰은 최장 20일인 구속 기간 동안 김 부원장에게 8억원의 사용처와 이 대표와의 연결고리를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또 돈을 건넨 사람 중 남 변호사가 포함된 것으로 미뤄볼 때, 대장동 수사에 대한 연결고리도 함께 알아낼 전망이다.

특히, 남 변호사가 8억원을 건넨 이후 김 부원장에게 부동산 신탁회사 설립과 경기 안양시 개발사업을 위한 탄약고 이전을 청탁했다는 진술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져 수사는 더욱 탄력받는 모양새다.

연결고리
시나리오

지난 1년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던 ‘대장동 수사’가 유 전 본부장의 결정적인 진술로 구체화되며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유 전 본부장이 검찰에 협력적인 자세를 취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힘을 받는 추측은 그가 검찰과 형량 거래, 이른바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을 했다는 의심이다. 실제로 유 전 본부장이 석방될 때, 검찰은 그에 대한 추가 구속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수차례 받았다. 검찰은 석방 이유로 “법원이 위례 신도시 개발 의혹 사건을 기존 대장동 사건과 병합하지 않기로 해 석방된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이 병합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구속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다른 사건을 찾아내 연장하던 그동안 검찰의 관례를 비춰볼 때,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구속에 의지가 약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이 일부러 유 전 본부장을 풀어줬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전날 김 부원장을 구속하면서 ‘유 전 본부장을 풀어주고, 김 부원장을 구속하는’ 그림이 연출됐다.

우호적이지 않던 시절에 풀어준 것이 아니라 수사에 매우 협조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석방한 것으로 볼 때 민주당 측은 ‘검찰과 유 전 본부장 사이의 모종의 사법거래가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친명(친 이재명)계의 좌장격 인물로 알려진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유동규씨가 구속돼있다가 재판 도중 석방됐는데, 속된 말로 거래가 있지 않았겠냐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 동의하에 석방됐는데 그 진술의 신빙성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유 전 본부장을 대장동 일당과 친밀한 관계로 묶었는데, 김 부원장은 이들과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유동규씨 신병 확보와 관련해 검찰청에서 기자들과 차장 검사의 티타임이 있었는데 ‘병합이 돼야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이렇게 말했다”며 “병합이 안 되면 구속영장 관련해선 되는 게 없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병합과 구속영장이 하나의 전제조건이고 필수조건이냐”고 일침했다.

8억원 타고
대장동으로

민주당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그의 석방 문제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의 혐의를 ‘뇌물죄’가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적용한 것을 두고 “검찰이 형량이 비교적 낮은 ‘정치자금법’을 적용해 유 전 본부장을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뇌물죄는 액수에 따라 10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중죄다.

그에 반해 정치자금법의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법정형이 정해져 있다. 정치자금법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례 중 형량을 비교적 길게 받았다고 일컬어지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300만원(뇌물 약 9억원 수수 추산)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실 뇌물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는 사람은 ‘뇌물죄’나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형량에 큰 차이가 없다”며 “내가 알기론 약 1000만원 정도 벌금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뇌물을 받은 쪽은 어떤 혐의를 적용받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정치자금법으로 처벌받는 쪽이 훨신 형량이 감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전 본부장은 뇌물을 주고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따라서 뇌물 수수 의혹이 뇌물죄로 처벌받는다면 5년 이상, 최대 무기징역까지 각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뇌물죄’가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만큼 심각한 위기에서는 빠져나왔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유 전 본부장과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의 사이를 주목한다. 김 전 처장은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를 받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인물이다.

대장동개발사업 당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임무를 맡았던 부서에 근무했고, 유 전 본부장과 함께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의도적으로’ 삭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석방 사례 이례적…혐의도 ‘정치자금법’
여 “배신감” 야 “검과 형량 거래 의심”

김 전 처장의 사망 소식이 보도되자, 세간의 이목은 이 대표에게 쏠렸다. 그의 재판과 관련된 참고인들이 이미 여럿 죽었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한 매체에 출연해 “(김문기 전 처장을)재직 때 몰랐고 하위 직원이었다. 그때 당시 팀장이었을 텐데 제가 이분을 알게 된 것은 경기지사가 됐을 때 기소된 다음에 알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후 김 전 처장과 해외순방을 다녀온 동영상이 퍼지고, 그와 만난 현장 사진이 수차례 등장하면서 이 대표는 ‘거짓말 논란’에 휩싸여야 했다.

김씨의 유족은 지난 2월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8년 동안 충성을 다하면서 봉사한 아버지 죽음 앞에 조문이나 어떠한 애도의 뜻도 안 비쳤다”며 “저희 가족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나왔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분명히 아는 사이였고, 인연도 굉장히 오래 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유 전 본부장의 생각과 일치한다. 유 전 본부장은 “왜 변심했느냐”는 취채진 질문에 “(이 대표가)김문기를 몰라? (나랑)셋이 호주에서 같이 골프 치고 카트까지 타고 다녔으면서”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세계에는 의리 그런 게 없더라. 내가 지금까지 착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며 이 대표에게 실망한 기색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그는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몰랐다고 한 점에 크게 실망했고, 그 때문에 본인도 의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결심했다.

국민의힘은 유 전 본부장의 변심은 검찰의 사법 거래 때문이 아니라, 김 전 처장을 모른다고 주장한 이 대표의 ‘말’ 때문이라 강하게 믿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유 전 본부장과 김 전 처장의 관계다.

사실 김 전 처장을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끌어들인 인물은 유 전 본부장이다. 검찰 측 주장에 따르면, 김 전 처장과 이 대표의 관계는 이 대표가 정계에 데뷔하기 전부터 이어져왔다.

이후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되며 정계에 데뷔하자 김 전 처장은 그의 하위 직원으로 일하기 시작했고, 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통틀어 약 10차례 대면 보고와 회의를 진행했다.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사이라는 것이 국민의힘과 유 전 본부장의 주장이다.

유 입만
바라보다

폭로를 결심한 이유가 배신감 때문이든, 사법 거래 때문이든 칼날은 이 대표를 향해 빠르게 날아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정치생명은 끝났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가운데, 정계와 언론은 유 전 본부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플리바게닝이란?

현재 국내에 정식으로 도입되지 않은 제도지만, 미국과 프랑스, 일본, 영국 등에서 광범위하게 쓰고 있는 ‘형량 거래 제도’다.

특히 미국 같은 경우 형사 사건의 90% 이상이 이 제도를 통해 기소가 이뤄지고 있다.

플리바게닝 제도를 도입하면 결정적인 증언과 단서를 제공받아 범죄자를 효과적으로 색출할 수 있다는 효과를 볼 수 있고, 공익 제보를 통해 피의자가 사회에서의 갱생의 기회를 더욱 폭넓게 보장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진실을 추구하는 재판이 ‘거래’로 얼룩진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한국에서는 2010년 법무부가 수사 협조자에 대한 형별 감경의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된 적이 있으나 반대 의견이 많다는 이유로 국무회의에서 유보시켰다.

공식적인 플리바게닝 도입은 무산됐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오래전부터 암암리에 ‘형법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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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