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직원-검사역 커넥션 신협 ‘청탁 감사’ 의혹

4년 만에 드러난 2600만원의 진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8년부터 시작된 전남의 한 단위신협과 신협중앙회 간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단위신협 직원과 중앙회 검사역 간에 돈이 오고 간 사실이 4년여 만에 드러난 것. 신협 직원은 4촌 이상의 사람과 사적 금전대차를 할 수 없고 검사역은 수검 조합으로부터 식사 제공도 받아서는 안 된다.

신용협동조합(신협)중앙회 대구경북지역본부는 지난달 14~16일, 경북의 한 단위신협에 대한 특별검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검사역이 수검 조합 간부로부터 점심식사로 복요리를 대접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검사팀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간부와 두터운 친분관계가 있어 자리를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밥도 문젠데
돈 오갔다고?

신협중앙회 내부 규정 ‘검사원 복무수칙’에 따르면 “검사원(검사역)은 직무와 관련해 수검 조합으로부터 직접, 간접을 불문하고 사례‧증여(금품‧선물) 또는 식사접대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있다. 부득이한 경우에 3만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공되는 간소한 식사는 가능하지만 그마저도 ‘인근 조합’으로 한정했다. 

지난 8월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 위치한 ‘영광굴비골신협’ 직원과 신협중앙회 검사역 간에 돈 거래가 이뤄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일요시사>가 당시 내용을 토대로 같은 달 5일, 해당 직원에게 문답을 진행한 ‘문답서’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해당 직원은 이날 문답에서 신협중앙회 검사역에게 돈을 송금한 사실을 시인했다. 


문답서에 따르면 당시 영광굴비골신협 군남점 지점장을 맡고 있던 김모 전 차장은 2018월 7월2일과 17일 각각 600만원, 2000만원을 장모 전 신협중앙회 검사역에게 송금했다. 김 전 차장은 장 전 검사역과 업무적으로 통화하는 과정에서 병원비가 필요하다고 해 돈을 빌려줬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차장은 아버지의 계좌를 사용해 돈을 송금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창구를 통해 돈을 송금하려면 계좌 개설 시 등록한 인감 등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김 전 차장은 해당란에 자필로 서명했다. 위임장을 받는 등의 필요한 절차는 지키지 않았다. 

장 전 검사역에게 돈을 송금하고 두 달 뒤인 9월13일 계좌를 해지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당사자가 아닌 대리인이 계좌를 해지할 때는 예금주의 위임장, 인감증명서 및 도장, 통장, 비밀번호가 필요하다. 이 중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책임자에게 승인을 받아 ‘편의취급’ 절차로 처리 가능하다.

아버지 계좌로 두 번 보내
두 달 뒤 계좌 ‘셀프 해지’

문제가 된 부분은 이 편의취급 절차로 처리한 사람이 김 전 차장 본인이라는 점이다. ‘셀프 승인’을 한 셈이다.

김 전 차장은 아버지 계좌를 이용해 차명으로 거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가족이 위임해줘서 처리한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계좌 자체가 가족이 같이 사용하는 것이고 자신은 관리를 맡았다고 덧붙였다. 돈을 송금하고 계좌를 해지할 때 서명으로 처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착오’라고 답했다. 

하지만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김 전 차장이 장 전 검사역에게 돈을 송금한 시기다. 당시 김 전 차장은 상사인 주모 전 영광굴비골신협 전무에 대한 내부고발을 한 상태였고 신협중앙회가 그 내용을 근거로 검사를 나왔다. 장 전 검사역은 당시 검사팀 가운데 한 명이었다. 


실제 장 전 검사역은 5번에 달하는 영광굴비골신협 검사(2017년 5월15~17일, 2017년 10월11~13일, 2018년 2월26~28일, 2018년 8월28~31일, 2018년 11월19~23일)에 모두 참석했다. 이 사건의 전말은 한 직원이 거래전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장 전 검사역과 같은 이름을 발견하면서 드러났다.

영광굴비골신협 직원들에겐 장 전 검사역이 그만큼 각인돼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공교로운 점은 김 전 차장이 주 전 전무의 후배였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주 전 전무가 어떤 이유로든 퇴직할 경우 그 자리에 김 전 차장이 갈 확률이 높았다는 것. 

영광굴비골신협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신협중앙회의 검사, 임직원에 대한 형사고소‧고발, 징계 요구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특히 사건의 중심에 있는 주 전 전무는 지난해까지 면직 요구, 고발 등으로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됐다. 현재도 신협중앙회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가족이라
괜찮다?

사건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부터 앞서 진행된 영광굴비골신협 부문 검사에서 드러난 비위 행위에 대한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2017년 신협중앙회의 부문 검사에서 주 전 전무의 사적 금전대차 기록이 발견됐다.

주 전 전무는 2012년 한 조합원이 급하게 쓸 일이 있다면서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하자 자신의 이름으로 대출을 받아 3000만원을 빌려줬다. 

두 달 뒤 해당 조합원은 주 전 전무에게 100만원을 더해 3100만원을 갚았다. 주 전 전무는 이 중 이자 60만원을 포함해 3060만원을 상환했다. 문제는 그가 나머지 40만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 사실을 파악한 신협중앙회는 주 전 전무를 고발했다.

2018년 8월22일 광주지검은 주 전 전무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금융 알선 등)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여기에 김 전 차장은 주 전 전무 등에 대한 17건의 비위 행위를 정리해 신협중앙회에 내부고발을 진행했다. 신협중앙회는 김 전 차장의 내부고발을 근거로 검사를 진행해 주 전 전무 등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주 전 전무는 “내부고발, 공익제보는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사실을 왜곡해 고발하고 제보하는 것도 내부고발, 공익제보라고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후 2018년 8월28~31일 신협중앙회에서 영광굴비골신협에 대한 검사를 나왔다. 김 전 차장이 장 전 검사역에게 돈을 송금하고 한 달 반 뒤에 진행된 일이다. 검사 첫날 영광굴비골신협의 한 조합원이 주 전 전무를 ‘횡령,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유용,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하는 일도 있었다.

해당 사건은 경찰의 불기소-재정신청 끝에 2019년 주 전 전무의 결백이 입증됐다. 


단위신협
잡으려고?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신협중앙회는 ▲CSS(개인의 신상, 직장, 자산, 신용, 금융기관 거래정보 등을 종합 평가해 대출 여부를 결정해주는 자동전산 시스템)에 따라 산정된 대출 가능 범위를 초과해 대출해준 점 ▲동일인에게 신용대출한도를 초과해 돈을 빌려준 점 등을 근거로 들어 주 전 전무를 포함한 임직원 4명에 대해 개선(임원에게 내리는 면직 처분), 면직, 정직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 

주 전 전무는 2019년 8월5일 면직처분을 받아 해고되기에 이른다. 이후 전남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주 전 전무 등이 제기한 구제신청을 받아들여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양형이 과하다는 게 골자였다.

주 전 전무는 “신협중앙회는 나 하나 잡겠다고 온 역량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는 행정소송이 문제로 떠올랐다. 2019년 10월4일 신협중앙회는 신용협동조합 검사및제재에관한규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조합은 필요한 경우 중앙회를 보조 참가자로 신청할 수 있다’에서 ‘중앙회는 징계 관련 소송에 보조 참가를 신청할 수 있고 이 경우 조합은 중앙회의 지도에 따라 공동으로 소송대리인을 선임해야 한다. 다만 조합 자체적으로 소송대리인을 선임할 시 감독이사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한 법원에 서면을 제출 시 중앙회에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로 바꿨다. 

단위신협에서 진행되는 소송에 신협중앙회가 관여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역 단위신협에서 일어난 일로 신협중앙회 내부 규정을 바꾼 것이 아니냐며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협중앙회는 단위신협을 관리·감독할 권한을 갖고 있지만 운영에 있어서는 조합원의 뜻이 먼저여야 한다는 것.

게다가 지역 단위신협은 엄연한 독립법인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도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2017~2018년 5번 진행
임직원 4명 중징계·고발

결국 신협중앙회는 주 전 전무 등 중징계를 받은 3명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이미 중징계를 받은 직원에게 ‘이중 징계’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멈추지 않았다. 총 17건의 비위 행위를 근거로 고발이 이뤄졌는데, 이 중 6건이 기소돼 재판 중이다.

1심 재판부는 주 전 전무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다른 2명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에 김 전 차장과 장 전 검사역의 돈 거래가 드러나면서 영광굴비골신협은 발칵 뒤집혔다. 지난 5월 거래전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한 직원부터 관련자에 대한 조사가 대대적으로 진행 중이다.

검사역은 수검 조합 관계자와 식사만 해도 문제가 되는데 돈이 오간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이 확대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영광굴비골신협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자체적으로 조사가 진행 중이다. 김 전 차장에 대한 형사고발 여부 등에 대해서도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인사위원회 개최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 조사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신협중앙회에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확인 결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들은 바가 없다”면서 “장 전 검사역은 올해 개인사정으로 퇴사했다”고 밝혔다. 직원의 비위 행위가 퇴직 이후에 발각되면 어떻게 처분하느냐는 질문에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퇴직하면 끝이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더 나아가 신협에 대한 소관부처의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협은 금융위원회 소관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을 통해 신협의 자산건전성을 관리한다. 

신협중앙회
“퇴사했다”

주 전 전무는 “규정을 지키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없이 내 잘못이다. 하지만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징계양정이 과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신협중앙회는 단위신협 직원을 동원해 거짓정보를 만들고 그 정보를 이용해 형평성 없는 검사를 진행했다”며 “단위신협을 관리·감독하는 신협중앙회, 신협중앙회를 관리‧감독하는 금융감독원까지 모두 다 잘못돼있다”고 일갈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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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