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직원-검사역 커넥션 신협 ‘청탁 감사’ 의혹

4년 만에 드러난 2600만원의 진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8년부터 시작된 전남의 한 단위신협과 신협중앙회 간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단위신협 직원과 중앙회 검사역 간에 돈이 오고 간 사실이 4년여 만에 드러난 것. 신협 직원은 4촌 이상의 사람과 사적 금전대차를 할 수 없고 검사역은 수검 조합으로부터 식사 제공도 받아서는 안 된다.

신용협동조합(신협)중앙회 대구경북지역본부는 지난달 14~16일, 경북의 한 단위신협에 대한 특별검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검사역이 수검 조합 간부로부터 점심식사로 복요리를 대접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검사팀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간부와 두터운 친분관계가 있어 자리를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밥도 문젠데
돈 오갔다고?

신협중앙회 내부 규정 ‘검사원 복무수칙’에 따르면 “검사원(검사역)은 직무와 관련해 수검 조합으로부터 직접, 간접을 불문하고 사례‧증여(금품‧선물) 또는 식사접대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있다. 부득이한 경우에 3만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공되는 간소한 식사는 가능하지만 그마저도 ‘인근 조합’으로 한정했다. 

지난 8월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 위치한 ‘영광굴비골신협’ 직원과 신협중앙회 검사역 간에 돈 거래가 이뤄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일요시사>가 당시 내용을 토대로 같은 달 5일, 해당 직원에게 문답을 진행한 ‘문답서’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해당 직원은 이날 문답에서 신협중앙회 검사역에게 돈을 송금한 사실을 시인했다. 


문답서에 따르면 당시 영광굴비골신협 군남점 지점장을 맡고 있던 김모 전 차장은 2018월 7월2일과 17일 각각 600만원, 2000만원을 장모 전 신협중앙회 검사역에게 송금했다. 김 전 차장은 장 전 검사역과 업무적으로 통화하는 과정에서 병원비가 필요하다고 해 돈을 빌려줬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차장은 아버지의 계좌를 사용해 돈을 송금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창구를 통해 돈을 송금하려면 계좌 개설 시 등록한 인감 등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김 전 차장은 해당란에 자필로 서명했다. 위임장을 받는 등의 필요한 절차는 지키지 않았다. 

장 전 검사역에게 돈을 송금하고 두 달 뒤인 9월13일 계좌를 해지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당사자가 아닌 대리인이 계좌를 해지할 때는 예금주의 위임장, 인감증명서 및 도장, 통장, 비밀번호가 필요하다. 이 중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책임자에게 승인을 받아 ‘편의취급’ 절차로 처리 가능하다.

아버지 계좌로 두 번 보내
두 달 뒤 계좌 ‘셀프 해지’

문제가 된 부분은 이 편의취급 절차로 처리한 사람이 김 전 차장 본인이라는 점이다. ‘셀프 승인’을 한 셈이다.

김 전 차장은 아버지 계좌를 이용해 차명으로 거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가족이 위임해줘서 처리한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계좌 자체가 가족이 같이 사용하는 것이고 자신은 관리를 맡았다고 덧붙였다. 돈을 송금하고 계좌를 해지할 때 서명으로 처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착오’라고 답했다. 

하지만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김 전 차장이 장 전 검사역에게 돈을 송금한 시기다. 당시 김 전 차장은 상사인 주모 전 영광굴비골신협 전무에 대한 내부고발을 한 상태였고 신협중앙회가 그 내용을 근거로 검사를 나왔다. 장 전 검사역은 당시 검사팀 가운데 한 명이었다. 


실제 장 전 검사역은 5번에 달하는 영광굴비골신협 검사(2017년 5월15~17일, 2017년 10월11~13일, 2018년 2월26~28일, 2018년 8월28~31일, 2018년 11월19~23일)에 모두 참석했다. 이 사건의 전말은 한 직원이 거래전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장 전 검사역과 같은 이름을 발견하면서 드러났다.

영광굴비골신협 직원들에겐 장 전 검사역이 그만큼 각인돼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공교로운 점은 김 전 차장이 주 전 전무의 후배였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주 전 전무가 어떤 이유로든 퇴직할 경우 그 자리에 김 전 차장이 갈 확률이 높았다는 것. 

영광굴비골신협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신협중앙회의 검사, 임직원에 대한 형사고소‧고발, 징계 요구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특히 사건의 중심에 있는 주 전 전무는 지난해까지 면직 요구, 고발 등으로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됐다. 현재도 신협중앙회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가족이라
괜찮다?

사건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부터 앞서 진행된 영광굴비골신협 부문 검사에서 드러난 비위 행위에 대한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2017년 신협중앙회의 부문 검사에서 주 전 전무의 사적 금전대차 기록이 발견됐다.

주 전 전무는 2012년 한 조합원이 급하게 쓸 일이 있다면서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하자 자신의 이름으로 대출을 받아 3000만원을 빌려줬다. 

두 달 뒤 해당 조합원은 주 전 전무에게 100만원을 더해 3100만원을 갚았다. 주 전 전무는 이 중 이자 60만원을 포함해 3060만원을 상환했다. 문제는 그가 나머지 40만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 사실을 파악한 신협중앙회는 주 전 전무를 고발했다.

2018년 8월22일 광주지검은 주 전 전무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금융 알선 등)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여기에 김 전 차장은 주 전 전무 등에 대한 17건의 비위 행위를 정리해 신협중앙회에 내부고발을 진행했다. 신협중앙회는 김 전 차장의 내부고발을 근거로 검사를 진행해 주 전 전무 등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주 전 전무는 “내부고발, 공익제보는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사실을 왜곡해 고발하고 제보하는 것도 내부고발, 공익제보라고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후 2018년 8월28~31일 신협중앙회에서 영광굴비골신협에 대한 검사를 나왔다. 김 전 차장이 장 전 검사역에게 돈을 송금하고 한 달 반 뒤에 진행된 일이다. 검사 첫날 영광굴비골신협의 한 조합원이 주 전 전무를 ‘횡령,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유용,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하는 일도 있었다.

해당 사건은 경찰의 불기소-재정신청 끝에 2019년 주 전 전무의 결백이 입증됐다. 


단위신협
잡으려고?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신협중앙회는 ▲CSS(개인의 신상, 직장, 자산, 신용, 금융기관 거래정보 등을 종합 평가해 대출 여부를 결정해주는 자동전산 시스템)에 따라 산정된 대출 가능 범위를 초과해 대출해준 점 ▲동일인에게 신용대출한도를 초과해 돈을 빌려준 점 등을 근거로 들어 주 전 전무를 포함한 임직원 4명에 대해 개선(임원에게 내리는 면직 처분), 면직, 정직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 

주 전 전무는 2019년 8월5일 면직처분을 받아 해고되기에 이른다. 이후 전남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주 전 전무 등이 제기한 구제신청을 받아들여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양형이 과하다는 게 골자였다.

주 전 전무는 “신협중앙회는 나 하나 잡겠다고 온 역량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는 행정소송이 문제로 떠올랐다. 2019년 10월4일 신협중앙회는 신용협동조합 검사및제재에관한규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조합은 필요한 경우 중앙회를 보조 참가자로 신청할 수 있다’에서 ‘중앙회는 징계 관련 소송에 보조 참가를 신청할 수 있고 이 경우 조합은 중앙회의 지도에 따라 공동으로 소송대리인을 선임해야 한다. 다만 조합 자체적으로 소송대리인을 선임할 시 감독이사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한 법원에 서면을 제출 시 중앙회에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로 바꿨다. 

단위신협에서 진행되는 소송에 신협중앙회가 관여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역 단위신협에서 일어난 일로 신협중앙회 내부 규정을 바꾼 것이 아니냐며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협중앙회는 단위신협을 관리·감독할 권한을 갖고 있지만 운영에 있어서는 조합원의 뜻이 먼저여야 한다는 것.

게다가 지역 단위신협은 엄연한 독립법인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도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2017~2018년 5번 진행
임직원 4명 중징계·고발

결국 신협중앙회는 주 전 전무 등 중징계를 받은 3명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이미 중징계를 받은 직원에게 ‘이중 징계’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멈추지 않았다. 총 17건의 비위 행위를 근거로 고발이 이뤄졌는데, 이 중 6건이 기소돼 재판 중이다.

1심 재판부는 주 전 전무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다른 2명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에 김 전 차장과 장 전 검사역의 돈 거래가 드러나면서 영광굴비골신협은 발칵 뒤집혔다. 지난 5월 거래전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한 직원부터 관련자에 대한 조사가 대대적으로 진행 중이다.

검사역은 수검 조합 관계자와 식사만 해도 문제가 되는데 돈이 오간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이 확대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영광굴비골신협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자체적으로 조사가 진행 중이다. 김 전 차장에 대한 형사고발 여부 등에 대해서도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인사위원회 개최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 조사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신협중앙회에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확인 결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들은 바가 없다”면서 “장 전 검사역은 올해 개인사정으로 퇴사했다”고 밝혔다. 직원의 비위 행위가 퇴직 이후에 발각되면 어떻게 처분하느냐는 질문에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퇴직하면 끝이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더 나아가 신협에 대한 소관부처의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협은 금융위원회 소관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을 통해 신협의 자산건전성을 관리한다. 

신협중앙회
“퇴사했다”

주 전 전무는 “규정을 지키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없이 내 잘못이다. 하지만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징계양정이 과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신협중앙회는 단위신협 직원을 동원해 거짓정보를 만들고 그 정보를 이용해 형평성 없는 검사를 진행했다”며 “단위신협을 관리·감독하는 신협중앙회, 신협중앙회를 관리‧감독하는 금융감독원까지 모두 다 잘못돼있다”고 일갈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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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