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국정감사는 의정 활동의 ‘꽃’이라 불린다. 국회의원들은 약 3주간 조사한 자료들을 토대로 피감기관에 마음껏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국감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치열한 여야 대치로 파행만 거듭되고 있는 탓이다. 그동안 열심히 자료를 조사한 의원들은 ‘말할’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이번 국정감사 기간 동안 숨어있는 현안을 찾아내 재조명하는 ‘릴레이 인터뷰’ 시간을 마련했다.
유독 초선 의원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제21대 국회에서 참신한 시각으로 주목을 끄는 사람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여성가족부 소속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은 동료 의원들이 주목하지 못하는 곳부터 들여다보려고 노력한다.
‘응달’ 없는 예술계를 만들겠다는 슬로건으로 의정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유 의원과의 일문일답.
-애니메이션 업계에선 최초로 국회에 입성하셨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문화·예술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습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애니메이션 업계에 오랜 시간 있었고요. 애니메이션 업계는 산업계 콘텐츠 중에서도 어렵기로 소문난 곳입니다. 저는 제 사명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국회의원으로서 가장 소외돼있는 계층을 누구보다 먼저 들여다보는 것이요. ‘응달’ 없는 문화·예술계를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응달’을 없애는 데 현장 경험이 도움이 됐나요?
▲네 도움이 확실히 되죠. 현장을 알지 못하면 절대 모르는 것들이 있거든요. 저 같은 경우에는 현장에 있을 때도, 그리고 지금도 현장 사람들을 많이 만나려고 노력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숨어있는 현안을 찾아냅니다.
-지난해는 여당으로, 이번에는 야당으로 국감에 참여하십니다. 차이점이 있나요?
▲저도 그 부분을 많이 생각해봤는데요. 초선이라 그런지 몰라도 이건 여·야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지금 들어서 있는 정권이 어떤 정권이냐에 따라서 입장이 생기는 거지, 여당이냐 야당이냐는 제게 그렇게 중요한 부분은 아닙니다.
만약 제가 지금 여당 소속이었더라도 오늘 제가 질의할 내용이 크게 바뀌진 않을 것 같습니다. 누가 어떤 방향을 가지고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서 제 태도가 바뀌는 것이죠.
-온라인 암표 문제를 이번 국감에 화두로 꺼내셨던데?
▲온라인 암표가 큰 문제인 이유는 암표가 국민들의 ‘문화 향유권’을 침해하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똑같이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암표상들이 침해하고 있는 거에요. 예를 들어 이번 부산 BTS 공연이 무료인데 그 티켓마저 웃돈을 얹어서들 판매하고 있어요. 가격이 400만원까지 나가는 것도 봤어요.
“응달 없는 예술계, 내가 만들겠다”
온라인 암표상 처벌법 발의 준비
이게 말이 안 되잖아요. BTS팬 연령층이 10~20대일 텐데... 그 돈을 누가 지불할 수 있겠어요? 문화를 향유하는 데도 빈부격차가 일어나는 거죠. 코로나 때문에 몇 년간 공연을 볼 기회를 제한당했는데, 다시 한번 ‘돈’이라는 이유 때문에 기회가 제한되는 셈이죠.
-지금 현행법으로 온라인 암표상들을 처벌할 수 있나요?
▲더 기가 막힌 건 이 온라인 암표상들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전무한 상태라는 점입니다. 아시다시피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것들은 현행법으로 처벌이 가능한데요. 온라인은 없어요. 그래서 법률 발의를 준비하고 있어요. 최근 들어 온라인 암표에 제재에 관한 법률이 10개 정도가 발의됐는데요. 이 법안을 반대하는 의원님들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무난히 통과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의원님이 생각하시는 적절한 해결 방법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행돼야 할 것은 문체부가 관련 예산을 편성하고, 부정 판매 방지를 위해 소임을 다하는 거에요. 사실 온라인 암표 문제를 해결할 책임은 문체부에 있습니다. 그런데 문체부에서 온라인 암표 거래 피해 규모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더라고요.
이를 위해 예산을 편성하고 전수조사할 인력을 배치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우선 실태조사와 예방책을 마련한 다음 어떤 법안을 만들지 전문가들과 상의해서 결정할 생각입니다.
-코로나19로 피해 본 문화·체육 업계에 대한 보상도 주장하셨던데?
▲제가 문체부에 계속해서 코로나로 인한 피해 규모를 요청해 받아봤어요. 2020년부터 현재까지 피해액이 115조7000억원에 달하더라고요. 그중에서 스포츠계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고요. 그런데 여기에는 프리랜서 예술가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빠져 있어요.
여가부 폐지는 졸속
대안 제시 선행돼야
프리랜서 비율이 굉장히 높은 곳이 문화계거든요? 소상공인에 대한 조사는 철저히 되는데, 프리랜서 분들에 대한 조사가 거의 안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 이 프리랜서 예술가라는 ‘응달’을 없애고 싶어요. 그들에 대한 보상도 지속해서 주장할 생각입니다.
-문체위뿐 아니라 여가위에서도 간사를 맡고 계시던데
▲하필 어제(지난 5일) 윤석열정부가 여가위를 폐지 하겠다고 선언해서 지금 굉장히 복잡한 상태에요. 제가 지금 여가위 간사를 맡고 있는데요. 참 모순되고 아이러니한 상황에 여가위에 들어왔어요.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는 사람이 장관을 맡고 있는 그런 상황이요.
-최근 발표한 ‘여가부 폐지’에 대해선?
▲저의 입장은 하나입니다. 한 부처를 그렇게 졸속으로 폐쇄할 수는 없어요. 지금은 대통령이, 그전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그랬죠. 말 한마디로 바로 다음 날 여가부 폐지를 공식화했어요. 사회적 공론화도 중요하겠지만 이게 꼭 여가부가 아니어도 하나의 부처를 폐지하는데 이렇게 급하게 가서 될까요? 왜 폐지해야 하고 또 폐지한다면 그 대안은 뭔지를 제시해야죠.
들어보니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다른 부처로 이관하겠다는 게 대안 같은데, 그러면 여가부 폐지 자체도 모순 아닌가요? 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그대로 두되 부처만 폐지하겠다? 이건 폐지가 아니잖아요. 저는 여가부가 하고 있는 기능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계속 입장을 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