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과 채움이 있는 가을 정원 ②안동 봉정사 영산암

닫힌 듯 열린 마당 정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안동 봉정사는 우리나라 목조건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극락전(국보)과 조선 전기 건축양식의 특징을 보여주는 대웅전(국보)으로 유명하다. 부속 암자 영산암(경북민속문화재)도 빼놓을 수 없다. 영산암의 마당 정원이 ‘한국의 10대 정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영산암을 구성하는 크고 작은 전각 6동 가운데 자리 잡은 마당에는 소나무와 배롱나무, 맥문동 같은 화초가 어우러져 무심한 듯 아름다운 정원을 이룬다. 사색의 계절 가을, 영산암 전각 툇마루에 앉아 마당 정원을 바라보는 맛이 각별하다.

한국의 10대 정원

영산암은 일반적인 부속 암자와 달리 본사(本寺)와 이웃해 있다. 봉정사 승려들이 생활하는 요사채 뒤쪽 문으로 나가면 야트막한 언덕 아래 ‘한국의 10대 정원, 봉정사 영산암’ 표지판이 보인다. ‘영화 〈나랏말싸미〉 촬영지’라는 문구도 있다. 고즈넉한 옛 정취를 간직한 영산암에선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동승〉도 촬영했다.

영산은 석가모니가 설법하던 인도의 영축산을 말한다. 영산암의 정문을 겸하는 우화루는 ‘꽃비가 내리는 누각’이란 뜻이다. 부처가 영축산에서 설법할 때 꽃비가 내렸다는 전설에서 따온 이름이다. 우화루의 작은 문으로 허리를 굽혀 들어가면 우리 옛집과 마당이 어우러진 신세계가 펼쳐진다.

3단으로 된 마당 아래쪽에 풀꽃이 있고, 가장 넓은 중간 마당은 바위 위에 솟아오른 소나무를 중심으로 배롱나무와 석등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중간 마당 좌우에 들어선 송암당과 관심당은 우화루 2층과 수평으로 이어져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공간 연출을 보여준다. 우화루의 대청마루가 송암당, 관심당의 툇마루와 연결되는 모양도 독특하다. 우화루 벽체를 일부 없애고 송암당에는 넓은 툇마루를 두어 건물 가운데 ㅁ 자형으로 닫힌 공간이 밖을 향해 열린 모습이다.

다시 짧은 계단을 오르면 우리 고유 신앙을 받아안은 삼성각과 십육나한을 모신 응진전이 보인다. 응진전에 줄지어 앉은 나한상은 중앙의 엄숙한 불상과 달리 저마다 독특한 표정과 자세가 해학적이다. 벽에는 부처를 그린 탱화, 봉황과 학, 매화 등을 그린 민화도 눈길을 끈다.

영산암 마당 정원은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송암당 툇마루에 앉으면 아담한 소나무와 배롱나무, 소박한 풀꽃이 아늑하다. 마당 가운데 서서 삼성각 쪽을 바라보면 하늘로 뻗은 소나무 가지와 바닥의 기암괴석이 선계에 온 듯하다.

응진전 앞에서는 영산암 마당 정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충 보면 5분도 안 걸리는 영산암에 오래 머물러야 하는 까닭이다.

오늘날 남아있는 목조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극락전
국보로 지정된 대웅전을 비롯한 많은 문화재 존재

영산암을 꼼꼼히 살펴봤다면 봉정사를 대표하는 극락전과 대웅전도 둘러봐야 한다. 맞배지붕이 소박한 극락전은 1363년(공민왕 12)에 중창했다는 상량문이 발견되면서 현존하는 우리나라 목조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신라 때부터 이어온 고건축의 몇 가지 특징으로 볼 때, 같은 고려 시대 건축물인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국보)보다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봉정사 대웅전은 극락전보다 화려한 팔작지붕 아래 주불인 석가모니불과 협시불인 관세음보살, 지장보살을 모셨다. 내부의 단청은 고려 시대 기법을 그대로 간직해, 건물과 함께 중요한 회화 자료로 주목받는다. 영산암(봉정사) 관람 시간은 오전 7시~오후 7시(동절기 오전 8시~오후 6시 / 연중무휴), 관람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300원, 어린이 600원이다.

봉정사에서 자동차로 15분쯤 떨어진 곳에 안동 이천동 마애여래입상(보물)이 있다. 거대한 암벽에 부처의 신체를 선으로 새기고 따로 조각한 머리를 얹은 형태는 고려 시대에 유행한 석불 양식이다. 머리와 몸통을 합해 12.38m에 이르는 거구인데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형태를 유지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찾아와 거대한 부처 앞에서 절을 올리고 소원을 빈다.

봉정사가 자리한 안동은 유교와 선비의 고장이기도 하다. 봉정사에서 멀지 않은 의성 김씨 학봉종택(경북기념물)은 퇴계 이황의 학통을 이어받은 조선 중기 문신 학봉 김성일의 종가다. 김성일은 1568년(선조 1년) 과거에 급제해 정언, 나주목사 등을 역임했다.

임진왜란 직전에는 사신으로 일본에 다녀와서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했으나, 막상 전쟁이 난 뒤에는 최전선에서 의병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어려운 백성을 돕다가 병사했다.

학봉종택은 ㅁ자형 본체를 중심으로 제사를 모시는 사당과 유물을 보관한 운장각, 학봉기념관 등이 들어선 모습이다. 운장각에는 <경연일기> <해서록> 등 보물로 지정된 김성일의 친필 원고와 고문서 수백 점을 보관 중이다.

대표 유물은 학봉종택 입구의 학봉기념관에서 볼 수 있다. 학봉종택에 머물며 종가 음식을 맛보는 고택 체험도 가능하다(예약 필수).

광풍정

학봉종택 인근의 광풍정(경북문화재자료)은 김성일의 제자 장흥효가 지은 누각이다. 조선 중기의 대표적 성리학자 장흥효는 관직에 나가는 대신 평생 이곳에서 학문을 익히며 후학을 양성했다. 현재 건물은 조선 후기에 안동 지역 유림이 고쳐 지은 것이라 한다.

광풍정 뒤쪽에는 암석 위에 세운 제월대라는 누각이 있는데, 광풍정과 위아래로 짝을 이룬 모습이 이채롭다. 광풍과 제월은 ‘비 갠 뒤의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란 뜻으로, 중국 북송의 시인 황정견의 시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봉정사 영산암→광풍정→의성김씨 학봉종택→안동 이천동 마애여래입상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봉정사 영산암→광풍정→의성김씨 학봉종택→안동 이천동 마애여래입상
-둘째 날: 안동하회마을→부용대→안동 병산서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안동관광 www.tourandong.com/public
-봉정사 http://bong jeongsa.org
-학봉종택 www.hakbong.co.kr

문의 전화 
-안동시청 관광진흥과 054)840-6392
-안동관광 054)840-3433
-봉정사 054)853-4181
-학봉종택 054)852-2087

대중교통
[버스] 서울-안동,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5~21회(06: 10~22:00)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안동터미널 정류장에서 310번·급행2번 버스 이용, 봉정사 정류장 하차.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안동터미널 1688-8228
[기차] 청량리역-안동역, KTX 하루 7회(06:00~22:00) 운행, 약 2시간 소요. 안동역 정류장에서 310번·급행2번 버스 이용, 봉정사 정류장 하차.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풍기톨게이트→소백로 봉화·풍기 방면→죽령로 봉화·영주·안동 방면→경북대로 안동 방면→풍산태사로 봉정사·서후 방면→봉정사길 봉정사 방면→봉정사

숙박 정보 
학봉종택: 서후면 풍산태사로, 054)852-2087, www.hak bong.co.kr
죽헌고택: 서후면 태장죽헌길, 010-5217-2174, https://andongtour.modoo.at

식당 정보
온계종택(삼백당): 도산면 온혜중마길, 010-2988-3435, www.한옥체험.한국 
토담집(생오리구이·오리불고기): 서후면 봉정사길, 054)843-32 06
석송가든(잉어찜·어탕): 안동시 제비원로, 054)841-7000
안동유진찜닭(찜닭): 안동시 번영1길, 054)854-6019


주변 볼거리 
임청각, 월영교, 탈춤공원, 하회세계탈박물관, 영호루 등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