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재명 결별 시나리오

대표 버려야 당이 산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버려야 살 수 있을까.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 나오는 몇몇 의심의 눈초리는 ‘이 대표를 버리자’는 쪽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리스크에서 끝나지 않고 점점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나와 있는 건에 대한 방어에도 버거웠던 민주당은 이 대표의 ‘쌍방울 사건’까지 재조명되자 지쳐가는 모양새다.

당에서 버려지는 대표도 있을까. 국민의힘의 윤리위원회가 이준석 전 대표를 징계하며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보여준 바 있다. 그러나 아직도 국민의힘은 내홍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지난 8월 이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며 ‘주호영 비대위’가 해산한 바 있고, 해산 뒤 다시 출범한 ‘정진석 비대위’에 대해서 이 대표가 또 다시 가처분 신청을 내며 국민의힘은 다시 재판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준석 
오버랩?

이 대표가 ‘끝까지’ 가처분 신청할 것을 예고한 터라, 여의도 전문가들은 이번 가처분 결과가 나오더라도 국민의힘 내홍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사상 초유의 일들이 연이어 터지며 여당은 현재 정당 업무가 마비된 상태다. 전당대회로 정당하게 뽑은 당 대표를 당 내부에서 징계한 사태는 이 대표의 사례가 처음이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경우도 매한가지다.

지난달 말, 민주당은 정기 전당대회를 열고 초선의 이재명 의원을 대표로 선출한 바 있다.


약 한 달간 진행된 전당대회에서 양 계파의 집안싸움은 계속 벌어졌다. 이 대표의 출마를 반대하는 ‘비명(비 이재명)계’는 갖가지 방법으로 이 대표의 당선을 저지하려 노력했고 ‘세대교체론’을 주장한 젊은 의원들이 하나 둘 전대에 뛰어들며 이 대표의 힘을 빼려 애썼다.

그러나 결과는 이 대표의 압승이었다. 이 대표는 세간의 견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선거운동에 뛰어들어 당원들의 마음을 샀고 ‘강한 리더’를 열망하던 민주당 지지자들의 한을 풀어줬다.

이 대표 본인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됐을 뿐 아니라 최고위원들까지 그의 측근들로 채워지며 ‘힘 있는’ 야당 대표가 될 듯이 보였다.

치열했던 계파 싸움도 전당대회 후 잦아드는 분위기다.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일단 선거가 끝나고 나면 후보나 대표를 밀어주는 민주당 특유의 분위기가 작용한 탓이다. 비명계 의원들은 그동안 이 대표를 향해했던 모진 쓴소리를 ‘일단 멈춘’ 상태다. 

그러나 이 대표의 리더십을 흔드는 ‘적’은 당 밖에 있었다. 그의 적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검찰이다. 갖가지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는 측근들이 잇따라 구속되며 궁지에 몰려있는 상태다. 

지난달 말, 뇌물죄 관련으로 구속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현 킨텍스 대표이사)가 가장 최근 사례다.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그동안 말이 많았던 쌍방울 그룹과 이 대표 간의 ‘연결고리’로 인식된 인물이다. 

재판을 맡은 김영록 수원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 전 지사의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전 부지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사법 리스크 방어 포화 상태
급물살 타는 쌍방울 스모킹건

그는 부지사를 지내던 2018부터 2020년까지 쌍방울그룹으로부터 법인카드와 차량 3대를 제공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금액으로 따지면 총 2억5000여만원이다. 또 이 전 부지사의 측근이 실제 근무하지 않았음에도 쌍방울로부터 9000여만원 상당의 급여를 부정 취득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와 쌍방울의 관계에는 그의 아들도 엮여있다. 아들 이모씨는 졸업 예정자 신분으로 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연예기획사에 입사해 약 1년간 임금을 받았다. 검찰은 이를 재계와 정계가 유착한 ‘취업 특혜’의 전형이라고 보고 이씨를 수사선상에 일찌감치 올려놓은 바 있다.

이외에도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법인카드로 병원비와 휴대폰 통신비, 가전제품 구매, 자동차 수리, 여행경비, 배달음식 결제 등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하고 있고, 법원은 관련 자료들을 주요 증거로 채택했다.

쌍방울이 이렇게 이 전 부지사의 각종 지출을 책임진 이유는 그가 ‘북한 관련 사업의 키맨’로 통했기 때문이다.

이 전 부지사는 17대 총선에서 서울 중랑구갑에 당선돼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당시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가깝게 지내며 참여정부 시절 ‘실세 의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국회의원 시절 북한을 방문하며 ‘대북통’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방북 이후 각종 남북 교류 협력 업무를 도맡아했던 그는 이후 북한과의 사업에서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쌍방울은 북한 관련 사업에 매우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다. 실제로 2019년 중국 선양에서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및 민족경제협력연합회를 주최했고, 희토류 등 지하자원 개발사업에 대한 경제 합의서를 작성했다. 

해당 합의서가 작성됐다는 뉴스가 보도되자 당시 쌍방울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검찰은 쌍방울의 북한 관련 사업에 도움을 준 것이 이 전 지사가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부지사
도지사

검찰이 그를 강하게 의심한 이유는 쌍방울이 북한으로부터 이권을 챙기던 시기가 하필 이 전 지사가 경기도 부지사를 하던 시기와 겹치기 때문이다.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남북화해와 교류 시대에 발맞춰 경기도의 역할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이 대표가 도지사 시절 신설한 새로운 직책이다.

평화부지사는 각종 남북교류 협력사업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특별한 권한을 갖는다.


쌍방울이 북한과 관련해서 특혜를 챙긴 점과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로부터 금품 등의 대가를 받은 점은 아직 사실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사법부는 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대표와 이 전 지사, 그리고 쌍방울 그룹 간의 상관관계다. 이번 이 전 부지사의 구속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이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검찰의 수사가 꽤 많이 진척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쌍방울이 북한 관련 각종 이권을 챙겼다고 의심받는 시기는 이 전 지사의 부임 시기 겹칠 뿐만 아니라 이 대표의 도지사 부임 시기와도 겹친다. 이 전 부지사를 부지사와 킨텍스 대표이사 자리에 임명한 사람도 이 대표 본인이다. 

이 전 부지사와 쌍방울그룹 간의 유착관계가 주목받자 이 대표와 쌍방울그룹 간의 유착관계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미 논란이 됐던 ‘변호사비 대납 사건’이다.

이 대표는 제7회 지방선거 직후인 2018년 허위사실 유포죄로 인한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은 바 있다. 이 대표를 고발한 깨어있는시민연대당은 지난해 10월 이 대표를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들이 고소한 사건은 1·2·3심을 거쳐 약 2년간 이어졌고 끝내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무죄를 받기 위해 이 대표는 대규모 변호인단을 선임했다. 일각에서는 당시 사용한 변호사비만 2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추산하기도 한다.


한 시민단체는 해당 변호사비를 쌍방울그룹이 내줬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쌍방울그룹이 이 대표의 변호사비 23억원을 내줬다는 내용이 제기되자 언론은 이 대표와 쌍방울그룹 간의 상관관계에 주목한 바 있다. 

쌍방울과
북한 사업

잇따른 측근들의 구속과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기소에 민주당은 일관되게 ‘야당 탄압 기소’라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허위사실 공포 혐의’로 기소당한 직후인 지난달 8일 브리핑에서 “대통령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기소는 처음일 것”이라며 “군사정권보다 더한 검사정권의 정치탄압”이라고 밝혔다.

다음 주인 14일에는 이 대표 본인이 직접 “정쟁, 야당 탄압, 정적 제거 이런 데 국가 역량을 소모하지 말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민생 개선에 주력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본인의 사건 수사에 과한 몰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그대로 전달한 것이다.

‘아직까지’는 민주당도, 이 대표 본인도 한마음 한뜻으로 ‘야당 탄압’이라 주장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 전 지사의 구속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를 의심하는 눈초리도 생겨나고 있다. 검찰이 사건을 수사하며 새로운 사실이 끊임없이 나오자 하나 둘 “이쯤되면 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미 기소가 완료된 ‘허위사실 공표죄’에 더해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김혜경씨 법카 의혹’ ‘두산 제3자 뇌물공여 의혹’ 등만으로도 민주당은 검찰의 공세를 방어하기 벅찬 상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당대회 후 민주당은 사실 ‘억지로’ 하나가 된 상황이다. 비명계의 불만이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을 뿐 언제든지 다시 위로 올라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검찰의 수사를 민주당 내부에서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현재 민주당의 공식 입장은 ‘야당 탄압’이지만, 이게(이 대표에 대한 혐의가) 계속 나오면 달라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즉, 지금까지는 민주당이 하나가 돼 이 대표를 보호하고 나서는 중이지만, 이 전 부지사까지 구속되며 쌍방울 문제가 터지는 것을 보고 몇몇 의원들이 ‘반신반의’하는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몇몇 민주당 전문가는 내년 총선을 비명계가 중심이 돼 ‘민주당이 이 대표를 버리는’ 시나리오도 그리고 있다. 어차피 공천받는 것이 불투명한 의원들이 전격적으로 대표를 버리고 비상 체제로 다시 돌아가길 원한다는 분석 아래서다.

이들의 명분은 민주당의 ‘낮은’ 지지율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여당으로서, 더 나아가 정당으로서의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이준석 대표의 가처분 신청과 더불어 잇따른 윤핵관들(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논란은 당 내부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

게다가 윤 대통령의 계속되는 헛발질에 지지율은 계속 추락하는 중이다. 가뜩이나 사상 최소 차이로 당선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해서 빠지는 추세고, 이는 정당지지율에도 반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 ‘빠진’ 지지율을 민주당은 그대로 가져오고 있지 못하고 있다.

“다음 총선 생각하면 가능성 충분”
국민의힘 사례 보니…가능하다?

심지어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앞서는 결과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보수 매체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공정에 의뢰해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40.9%의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은 38.6%의 지지를 받았다.

정상적인 절차로 지도부를 구성한 민주당이 비상 체제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국민의힘에 근소하게 뒤진 것이다.

이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난무하지만, 많은 사람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크게 발목을 잡는 중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홍 문제가 연이어 터짐에도 민주당 대표의 비리 문제가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대선 기간에 나타난 양상과 매우 흡사하다.

당시 국민의힘의 대선후보였던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허위 이력서’ 문제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지지율 추락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이는 지지율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 대표 또한 아들과 배우자 문제가 터지며 같은 비리 문제에 시달렸기 떄문이다. 많은 의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끝내 당선됐다.

민주당은 이때의 악몽이 다음 총선에서도 반복되기를 바라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지지율 부진’과 ‘대표 사법 리스크’ 등의 이유로 이 대표를 버릴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전당대회로 뽑힌 대표를 무슨 수로 버릴 수 있을까.

‘검찰 수사 방관’과 ‘체포 동의안 찬성’ ‘윤리위 징계’ 등의 방법이 있다. 현재 검찰에 당 차원에서 압박을 넣고 있는 민주당은 매주 두세 개 가량의 검찰 관련 논평을 내놓고 있다. 이에 지지자들은 크게 동요하는 중이며 의회 권력과 사법 권력 간의 대치로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수사 당국에 큰 부담이다.

또 이 대표에 대한 면책특권을 발동시키지 않는 방법도 있다. 현행법에 따라 국회의원은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회기가 아니거나 회기 중이라도 동료 의원들이 체포 동의안에 찬성한다면 구속이 가능하다. 체포 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참석에 과반 동의로 가결될 수 있다.

지난해 있었던 이상직 전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 가결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9월 국회는 체포 동의안을 무기명 투표에 부쳐 출석 의원 251명 중 찬성 139표로 통과시켰다. 이 전 의원은 결국 영장을 피해갈 수 없었다.

검수완박 사건으로 민심을 잃어 지방선거에서 대패한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의 구속을 필사적으로 막는 모습을 보여주면 똑같은 패배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 본인 역시 지난달 28일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 자리에서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폐지해 거짓 선동을 못하게 하자”고 발언해 주의를 끈 바 있다.

당 차원의 ‘윤리위 징계’ 카드도 남아있다. 친명 지도부로 채워진 현재 민주당에서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사례를 볼 때 물리적으로 대표 징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안고 가면
총선 패배?

따라서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이 대표를 버릴 결정을 내린다면 그에 대한 ‘당원권 정지’나 더 나아가 ‘제명’이 가능한 상태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약 1600만표를 받은 이 대표를 버린다는 것은 당 차원에서 큰 손실인 게 분명하다. 그러나 총선 패배의 그림자가 계속해서 짙어진다면, 민주당은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큰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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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