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재명 결별 시나리오

대표 버려야 당이 산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버려야 살 수 있을까.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 나오는 몇몇 의심의 눈초리는 ‘이 대표를 버리자’는 쪽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리스크에서 끝나지 않고 점점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나와 있는 건에 대한 방어에도 버거웠던 민주당은 이 대표의 ‘쌍방울 사건’까지 재조명되자 지쳐가는 모양새다.

당에서 버려지는 대표도 있을까. 국민의힘의 윤리위원회가 이준석 전 대표를 징계하며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보여준 바 있다. 그러나 아직도 국민의힘은 내홍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지난 8월 이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며 ‘주호영 비대위’가 해산한 바 있고, 해산 뒤 다시 출범한 ‘정진석 비대위’에 대해서 이 대표가 또 다시 가처분 신청을 내며 국민의힘은 다시 재판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준석 
오버랩?

이 대표가 ‘끝까지’ 가처분 신청할 것을 예고한 터라, 여의도 전문가들은 이번 가처분 결과가 나오더라도 국민의힘 내홍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사상 초유의 일들이 연이어 터지며 여당은 현재 정당 업무가 마비된 상태다. 전당대회로 정당하게 뽑은 당 대표를 당 내부에서 징계한 사태는 이 대표의 사례가 처음이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경우도 매한가지다.

지난달 말, 민주당은 정기 전당대회를 열고 초선의 이재명 의원을 대표로 선출한 바 있다.


약 한 달간 진행된 전당대회에서 양 계파의 집안싸움은 계속 벌어졌다. 이 대표의 출마를 반대하는 ‘비명(비 이재명)계’는 갖가지 방법으로 이 대표의 당선을 저지하려 노력했고 ‘세대교체론’을 주장한 젊은 의원들이 하나 둘 전대에 뛰어들며 이 대표의 힘을 빼려 애썼다.

그러나 결과는 이 대표의 압승이었다. 이 대표는 세간의 견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선거운동에 뛰어들어 당원들의 마음을 샀고 ‘강한 리더’를 열망하던 민주당 지지자들의 한을 풀어줬다.

이 대표 본인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됐을 뿐 아니라 최고위원들까지 그의 측근들로 채워지며 ‘힘 있는’ 야당 대표가 될 듯이 보였다.

치열했던 계파 싸움도 전당대회 후 잦아드는 분위기다.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일단 선거가 끝나고 나면 후보나 대표를 밀어주는 민주당 특유의 분위기가 작용한 탓이다. 비명계 의원들은 그동안 이 대표를 향해했던 모진 쓴소리를 ‘일단 멈춘’ 상태다. 

그러나 이 대표의 리더십을 흔드는 ‘적’은 당 밖에 있었다. 그의 적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검찰이다. 갖가지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는 측근들이 잇따라 구속되며 궁지에 몰려있는 상태다. 

지난달 말, 뇌물죄 관련으로 구속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현 킨텍스 대표이사)가 가장 최근 사례다.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그동안 말이 많았던 쌍방울 그룹과 이 대표 간의 ‘연결고리’로 인식된 인물이다. 

재판을 맡은 김영록 수원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 전 지사의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전 부지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사법 리스크 방어 포화 상태
급물살 타는 쌍방울 스모킹건

그는 부지사를 지내던 2018부터 2020년까지 쌍방울그룹으로부터 법인카드와 차량 3대를 제공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금액으로 따지면 총 2억5000여만원이다. 또 이 전 부지사의 측근이 실제 근무하지 않았음에도 쌍방울로부터 9000여만원 상당의 급여를 부정 취득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와 쌍방울의 관계에는 그의 아들도 엮여있다. 아들 이모씨는 졸업 예정자 신분으로 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연예기획사에 입사해 약 1년간 임금을 받았다. 검찰은 이를 재계와 정계가 유착한 ‘취업 특혜’의 전형이라고 보고 이씨를 수사선상에 일찌감치 올려놓은 바 있다.

이외에도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법인카드로 병원비와 휴대폰 통신비, 가전제품 구매, 자동차 수리, 여행경비, 배달음식 결제 등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하고 있고, 법원은 관련 자료들을 주요 증거로 채택했다.

쌍방울이 이렇게 이 전 부지사의 각종 지출을 책임진 이유는 그가 ‘북한 관련 사업의 키맨’로 통했기 때문이다.

이 전 부지사는 17대 총선에서 서울 중랑구갑에 당선돼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당시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가깝게 지내며 참여정부 시절 ‘실세 의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국회의원 시절 북한을 방문하며 ‘대북통’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방북 이후 각종 남북 교류 협력 업무를 도맡아했던 그는 이후 북한과의 사업에서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쌍방울은 북한 관련 사업에 매우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다. 실제로 2019년 중국 선양에서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및 민족경제협력연합회를 주최했고, 희토류 등 지하자원 개발사업에 대한 경제 합의서를 작성했다. 

해당 합의서가 작성됐다는 뉴스가 보도되자 당시 쌍방울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검찰은 쌍방울의 북한 관련 사업에 도움을 준 것이 이 전 지사가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부지사
도지사

검찰이 그를 강하게 의심한 이유는 쌍방울이 북한으로부터 이권을 챙기던 시기가 하필 이 전 지사가 경기도 부지사를 하던 시기와 겹치기 때문이다.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남북화해와 교류 시대에 발맞춰 경기도의 역할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이 대표가 도지사 시절 신설한 새로운 직책이다.

평화부지사는 각종 남북교류 협력사업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특별한 권한을 갖는다.


쌍방울이 북한과 관련해서 특혜를 챙긴 점과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로부터 금품 등의 대가를 받은 점은 아직 사실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사법부는 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대표와 이 전 지사, 그리고 쌍방울 그룹 간의 상관관계다. 이번 이 전 부지사의 구속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이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검찰의 수사가 꽤 많이 진척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쌍방울이 북한 관련 각종 이권을 챙겼다고 의심받는 시기는 이 전 지사의 부임 시기 겹칠 뿐만 아니라 이 대표의 도지사 부임 시기와도 겹친다. 이 전 부지사를 부지사와 킨텍스 대표이사 자리에 임명한 사람도 이 대표 본인이다. 

이 전 부지사와 쌍방울그룹 간의 유착관계가 주목받자 이 대표와 쌍방울그룹 간의 유착관계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미 논란이 됐던 ‘변호사비 대납 사건’이다.

이 대표는 제7회 지방선거 직후인 2018년 허위사실 유포죄로 인한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은 바 있다. 이 대표를 고발한 깨어있는시민연대당은 지난해 10월 이 대표를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들이 고소한 사건은 1·2·3심을 거쳐 약 2년간 이어졌고 끝내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무죄를 받기 위해 이 대표는 대규모 변호인단을 선임했다. 일각에서는 당시 사용한 변호사비만 2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추산하기도 한다.


한 시민단체는 해당 변호사비를 쌍방울그룹이 내줬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쌍방울그룹이 이 대표의 변호사비 23억원을 내줬다는 내용이 제기되자 언론은 이 대표와 쌍방울그룹 간의 상관관계에 주목한 바 있다. 

쌍방울과
북한 사업

잇따른 측근들의 구속과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기소에 민주당은 일관되게 ‘야당 탄압 기소’라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허위사실 공포 혐의’로 기소당한 직후인 지난달 8일 브리핑에서 “대통령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기소는 처음일 것”이라며 “군사정권보다 더한 검사정권의 정치탄압”이라고 밝혔다.

다음 주인 14일에는 이 대표 본인이 직접 “정쟁, 야당 탄압, 정적 제거 이런 데 국가 역량을 소모하지 말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민생 개선에 주력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본인의 사건 수사에 과한 몰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그대로 전달한 것이다.

‘아직까지’는 민주당도, 이 대표 본인도 한마음 한뜻으로 ‘야당 탄압’이라 주장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 전 지사의 구속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를 의심하는 눈초리도 생겨나고 있다. 검찰이 사건을 수사하며 새로운 사실이 끊임없이 나오자 하나 둘 “이쯤되면 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미 기소가 완료된 ‘허위사실 공표죄’에 더해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김혜경씨 법카 의혹’ ‘두산 제3자 뇌물공여 의혹’ 등만으로도 민주당은 검찰의 공세를 방어하기 벅찬 상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당대회 후 민주당은 사실 ‘억지로’ 하나가 된 상황이다. 비명계의 불만이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을 뿐 언제든지 다시 위로 올라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검찰의 수사를 민주당 내부에서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현재 민주당의 공식 입장은 ‘야당 탄압’이지만, 이게(이 대표에 대한 혐의가) 계속 나오면 달라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즉, 지금까지는 민주당이 하나가 돼 이 대표를 보호하고 나서는 중이지만, 이 전 부지사까지 구속되며 쌍방울 문제가 터지는 것을 보고 몇몇 의원들이 ‘반신반의’하는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몇몇 민주당 전문가는 내년 총선을 비명계가 중심이 돼 ‘민주당이 이 대표를 버리는’ 시나리오도 그리고 있다. 어차피 공천받는 것이 불투명한 의원들이 전격적으로 대표를 버리고 비상 체제로 다시 돌아가길 원한다는 분석 아래서다.

이들의 명분은 민주당의 ‘낮은’ 지지율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여당으로서, 더 나아가 정당으로서의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이준석 대표의 가처분 신청과 더불어 잇따른 윤핵관들(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논란은 당 내부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

게다가 윤 대통령의 계속되는 헛발질에 지지율은 계속 추락하는 중이다. 가뜩이나 사상 최소 차이로 당선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해서 빠지는 추세고, 이는 정당지지율에도 반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 ‘빠진’ 지지율을 민주당은 그대로 가져오고 있지 못하고 있다.

“다음 총선 생각하면 가능성 충분”
국민의힘 사례 보니…가능하다?

심지어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앞서는 결과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보수 매체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공정에 의뢰해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40.9%의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은 38.6%의 지지를 받았다.

정상적인 절차로 지도부를 구성한 민주당이 비상 체제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국민의힘에 근소하게 뒤진 것이다.

이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난무하지만, 많은 사람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크게 발목을 잡는 중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홍 문제가 연이어 터짐에도 민주당 대표의 비리 문제가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대선 기간에 나타난 양상과 매우 흡사하다.

당시 국민의힘의 대선후보였던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허위 이력서’ 문제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지지율 추락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이는 지지율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 대표 또한 아들과 배우자 문제가 터지며 같은 비리 문제에 시달렸기 떄문이다. 많은 의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끝내 당선됐다.

민주당은 이때의 악몽이 다음 총선에서도 반복되기를 바라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지지율 부진’과 ‘대표 사법 리스크’ 등의 이유로 이 대표를 버릴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전당대회로 뽑힌 대표를 무슨 수로 버릴 수 있을까.

‘검찰 수사 방관’과 ‘체포 동의안 찬성’ ‘윤리위 징계’ 등의 방법이 있다. 현재 검찰에 당 차원에서 압박을 넣고 있는 민주당은 매주 두세 개 가량의 검찰 관련 논평을 내놓고 있다. 이에 지지자들은 크게 동요하는 중이며 의회 권력과 사법 권력 간의 대치로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수사 당국에 큰 부담이다.

또 이 대표에 대한 면책특권을 발동시키지 않는 방법도 있다. 현행법에 따라 국회의원은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회기가 아니거나 회기 중이라도 동료 의원들이 체포 동의안에 찬성한다면 구속이 가능하다. 체포 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참석에 과반 동의로 가결될 수 있다.

지난해 있었던 이상직 전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 가결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9월 국회는 체포 동의안을 무기명 투표에 부쳐 출석 의원 251명 중 찬성 139표로 통과시켰다. 이 전 의원은 결국 영장을 피해갈 수 없었다.

검수완박 사건으로 민심을 잃어 지방선거에서 대패한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의 구속을 필사적으로 막는 모습을 보여주면 똑같은 패배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 본인 역시 지난달 28일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 자리에서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폐지해 거짓 선동을 못하게 하자”고 발언해 주의를 끈 바 있다.

당 차원의 ‘윤리위 징계’ 카드도 남아있다. 친명 지도부로 채워진 현재 민주당에서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사례를 볼 때 물리적으로 대표 징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안고 가면
총선 패배?

따라서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이 대표를 버릴 결정을 내린다면 그에 대한 ‘당원권 정지’나 더 나아가 ‘제명’이 가능한 상태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약 1600만표를 받은 이 대표를 버린다는 것은 당 차원에서 큰 손실인 게 분명하다. 그러나 총선 패배의 그림자가 계속해서 짙어진다면, 민주당은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큰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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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