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재명 결별 시나리오

대표 버려야 당이 산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버려야 살 수 있을까.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 나오는 몇몇 의심의 눈초리는 ‘이 대표를 버리자’는 쪽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리스크에서 끝나지 않고 점점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나와 있는 건에 대한 방어에도 버거웠던 민주당은 이 대표의 ‘쌍방울 사건’까지 재조명되자 지쳐가는 모양새다.

당에서 버려지는 대표도 있을까. 국민의힘의 윤리위원회가 이준석 전 대표를 징계하며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보여준 바 있다. 그러나 아직도 국민의힘은 내홍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지난 8월 이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며 ‘주호영 비대위’가 해산한 바 있고, 해산 뒤 다시 출범한 ‘정진석 비대위’에 대해서 이 대표가 또 다시 가처분 신청을 내며 국민의힘은 다시 재판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준석 
오버랩?

이 대표가 ‘끝까지’ 가처분 신청할 것을 예고한 터라, 여의도 전문가들은 이번 가처분 결과가 나오더라도 국민의힘 내홍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사상 초유의 일들이 연이어 터지며 여당은 현재 정당 업무가 마비된 상태다. 전당대회로 정당하게 뽑은 당 대표를 당 내부에서 징계한 사태는 이 대표의 사례가 처음이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경우도 매한가지다.

지난달 말, 민주당은 정기 전당대회를 열고 초선의 이재명 의원을 대표로 선출한 바 있다.


약 한 달간 진행된 전당대회에서 양 계파의 집안싸움은 계속 벌어졌다. 이 대표의 출마를 반대하는 ‘비명(비 이재명)계’는 갖가지 방법으로 이 대표의 당선을 저지하려 노력했고 ‘세대교체론’을 주장한 젊은 의원들이 하나 둘 전대에 뛰어들며 이 대표의 힘을 빼려 애썼다.

그러나 결과는 이 대표의 압승이었다. 이 대표는 세간의 견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선거운동에 뛰어들어 당원들의 마음을 샀고 ‘강한 리더’를 열망하던 민주당 지지자들의 한을 풀어줬다.

이 대표 본인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됐을 뿐 아니라 최고위원들까지 그의 측근들로 채워지며 ‘힘 있는’ 야당 대표가 될 듯이 보였다.

치열했던 계파 싸움도 전당대회 후 잦아드는 분위기다.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일단 선거가 끝나고 나면 후보나 대표를 밀어주는 민주당 특유의 분위기가 작용한 탓이다. 비명계 의원들은 그동안 이 대표를 향해했던 모진 쓴소리를 ‘일단 멈춘’ 상태다. 

그러나 이 대표의 리더십을 흔드는 ‘적’은 당 밖에 있었다. 그의 적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검찰이다. 갖가지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는 측근들이 잇따라 구속되며 궁지에 몰려있는 상태다. 

지난달 말, 뇌물죄 관련으로 구속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현 킨텍스 대표이사)가 가장 최근 사례다.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그동안 말이 많았던 쌍방울 그룹과 이 대표 간의 ‘연결고리’로 인식된 인물이다. 

재판을 맡은 김영록 수원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 전 지사의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전 부지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사법 리스크 방어 포화 상태
급물살 타는 쌍방울 스모킹건

그는 부지사를 지내던 2018부터 2020년까지 쌍방울그룹으로부터 법인카드와 차량 3대를 제공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금액으로 따지면 총 2억5000여만원이다. 또 이 전 부지사의 측근이 실제 근무하지 않았음에도 쌍방울로부터 9000여만원 상당의 급여를 부정 취득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와 쌍방울의 관계에는 그의 아들도 엮여있다. 아들 이모씨는 졸업 예정자 신분으로 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연예기획사에 입사해 약 1년간 임금을 받았다. 검찰은 이를 재계와 정계가 유착한 ‘취업 특혜’의 전형이라고 보고 이씨를 수사선상에 일찌감치 올려놓은 바 있다.

이외에도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법인카드로 병원비와 휴대폰 통신비, 가전제품 구매, 자동차 수리, 여행경비, 배달음식 결제 등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하고 있고, 법원은 관련 자료들을 주요 증거로 채택했다.

쌍방울이 이렇게 이 전 부지사의 각종 지출을 책임진 이유는 그가 ‘북한 관련 사업의 키맨’로 통했기 때문이다.

이 전 부지사는 17대 총선에서 서울 중랑구갑에 당선돼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당시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가깝게 지내며 참여정부 시절 ‘실세 의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국회의원 시절 북한을 방문하며 ‘대북통’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방북 이후 각종 남북 교류 협력 업무를 도맡아했던 그는 이후 북한과의 사업에서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쌍방울은 북한 관련 사업에 매우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다. 실제로 2019년 중국 선양에서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및 민족경제협력연합회를 주최했고, 희토류 등 지하자원 개발사업에 대한 경제 합의서를 작성했다. 

해당 합의서가 작성됐다는 뉴스가 보도되자 당시 쌍방울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검찰은 쌍방울의 북한 관련 사업에 도움을 준 것이 이 전 지사가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부지사
도지사

검찰이 그를 강하게 의심한 이유는 쌍방울이 북한으로부터 이권을 챙기던 시기가 하필 이 전 지사가 경기도 부지사를 하던 시기와 겹치기 때문이다.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남북화해와 교류 시대에 발맞춰 경기도의 역할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이 대표가 도지사 시절 신설한 새로운 직책이다.

평화부지사는 각종 남북교류 협력사업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특별한 권한을 갖는다.


쌍방울이 북한과 관련해서 특혜를 챙긴 점과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로부터 금품 등의 대가를 받은 점은 아직 사실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사법부는 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대표와 이 전 지사, 그리고 쌍방울 그룹 간의 상관관계다. 이번 이 전 부지사의 구속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이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검찰의 수사가 꽤 많이 진척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쌍방울이 북한 관련 각종 이권을 챙겼다고 의심받는 시기는 이 전 지사의 부임 시기 겹칠 뿐만 아니라 이 대표의 도지사 부임 시기와도 겹친다. 이 전 부지사를 부지사와 킨텍스 대표이사 자리에 임명한 사람도 이 대표 본인이다. 

이 전 부지사와 쌍방울그룹 간의 유착관계가 주목받자 이 대표와 쌍방울그룹 간의 유착관계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미 논란이 됐던 ‘변호사비 대납 사건’이다.

이 대표는 제7회 지방선거 직후인 2018년 허위사실 유포죄로 인한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은 바 있다. 이 대표를 고발한 깨어있는시민연대당은 지난해 10월 이 대표를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들이 고소한 사건은 1·2·3심을 거쳐 약 2년간 이어졌고 끝내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무죄를 받기 위해 이 대표는 대규모 변호인단을 선임했다. 일각에서는 당시 사용한 변호사비만 2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추산하기도 한다.


한 시민단체는 해당 변호사비를 쌍방울그룹이 내줬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쌍방울그룹이 이 대표의 변호사비 23억원을 내줬다는 내용이 제기되자 언론은 이 대표와 쌍방울그룹 간의 상관관계에 주목한 바 있다. 

쌍방울과
북한 사업

잇따른 측근들의 구속과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기소에 민주당은 일관되게 ‘야당 탄압 기소’라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허위사실 공포 혐의’로 기소당한 직후인 지난달 8일 브리핑에서 “대통령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기소는 처음일 것”이라며 “군사정권보다 더한 검사정권의 정치탄압”이라고 밝혔다.

다음 주인 14일에는 이 대표 본인이 직접 “정쟁, 야당 탄압, 정적 제거 이런 데 국가 역량을 소모하지 말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민생 개선에 주력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본인의 사건 수사에 과한 몰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그대로 전달한 것이다.

‘아직까지’는 민주당도, 이 대표 본인도 한마음 한뜻으로 ‘야당 탄압’이라 주장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 전 지사의 구속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를 의심하는 눈초리도 생겨나고 있다. 검찰이 사건을 수사하며 새로운 사실이 끊임없이 나오자 하나 둘 “이쯤되면 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미 기소가 완료된 ‘허위사실 공표죄’에 더해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김혜경씨 법카 의혹’ ‘두산 제3자 뇌물공여 의혹’ 등만으로도 민주당은 검찰의 공세를 방어하기 벅찬 상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당대회 후 민주당은 사실 ‘억지로’ 하나가 된 상황이다. 비명계의 불만이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을 뿐 언제든지 다시 위로 올라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검찰의 수사를 민주당 내부에서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현재 민주당의 공식 입장은 ‘야당 탄압’이지만, 이게(이 대표에 대한 혐의가) 계속 나오면 달라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즉, 지금까지는 민주당이 하나가 돼 이 대표를 보호하고 나서는 중이지만, 이 전 부지사까지 구속되며 쌍방울 문제가 터지는 것을 보고 몇몇 의원들이 ‘반신반의’하는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몇몇 민주당 전문가는 내년 총선을 비명계가 중심이 돼 ‘민주당이 이 대표를 버리는’ 시나리오도 그리고 있다. 어차피 공천받는 것이 불투명한 의원들이 전격적으로 대표를 버리고 비상 체제로 다시 돌아가길 원한다는 분석 아래서다.

이들의 명분은 민주당의 ‘낮은’ 지지율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여당으로서, 더 나아가 정당으로서의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이준석 대표의 가처분 신청과 더불어 잇따른 윤핵관들(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논란은 당 내부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

게다가 윤 대통령의 계속되는 헛발질에 지지율은 계속 추락하는 중이다. 가뜩이나 사상 최소 차이로 당선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해서 빠지는 추세고, 이는 정당지지율에도 반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 ‘빠진’ 지지율을 민주당은 그대로 가져오고 있지 못하고 있다.

“다음 총선 생각하면 가능성 충분”
국민의힘 사례 보니…가능하다?

심지어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앞서는 결과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보수 매체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공정에 의뢰해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40.9%의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은 38.6%의 지지를 받았다.

정상적인 절차로 지도부를 구성한 민주당이 비상 체제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국민의힘에 근소하게 뒤진 것이다.

이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난무하지만, 많은 사람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크게 발목을 잡는 중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홍 문제가 연이어 터짐에도 민주당 대표의 비리 문제가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대선 기간에 나타난 양상과 매우 흡사하다.

당시 국민의힘의 대선후보였던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허위 이력서’ 문제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지지율 추락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이는 지지율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 대표 또한 아들과 배우자 문제가 터지며 같은 비리 문제에 시달렸기 떄문이다. 많은 의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끝내 당선됐다.

민주당은 이때의 악몽이 다음 총선에서도 반복되기를 바라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지지율 부진’과 ‘대표 사법 리스크’ 등의 이유로 이 대표를 버릴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전당대회로 뽑힌 대표를 무슨 수로 버릴 수 있을까.

‘검찰 수사 방관’과 ‘체포 동의안 찬성’ ‘윤리위 징계’ 등의 방법이 있다. 현재 검찰에 당 차원에서 압박을 넣고 있는 민주당은 매주 두세 개 가량의 검찰 관련 논평을 내놓고 있다. 이에 지지자들은 크게 동요하는 중이며 의회 권력과 사법 권력 간의 대치로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수사 당국에 큰 부담이다.

또 이 대표에 대한 면책특권을 발동시키지 않는 방법도 있다. 현행법에 따라 국회의원은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회기가 아니거나 회기 중이라도 동료 의원들이 체포 동의안에 찬성한다면 구속이 가능하다. 체포 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참석에 과반 동의로 가결될 수 있다.

지난해 있었던 이상직 전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 가결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9월 국회는 체포 동의안을 무기명 투표에 부쳐 출석 의원 251명 중 찬성 139표로 통과시켰다. 이 전 의원은 결국 영장을 피해갈 수 없었다.

검수완박 사건으로 민심을 잃어 지방선거에서 대패한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의 구속을 필사적으로 막는 모습을 보여주면 똑같은 패배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 본인 역시 지난달 28일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 자리에서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폐지해 거짓 선동을 못하게 하자”고 발언해 주의를 끈 바 있다.

당 차원의 ‘윤리위 징계’ 카드도 남아있다. 친명 지도부로 채워진 현재 민주당에서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사례를 볼 때 물리적으로 대표 징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안고 가면
총선 패배?

따라서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이 대표를 버릴 결정을 내린다면 그에 대한 ‘당원권 정지’나 더 나아가 ‘제명’이 가능한 상태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약 1600만표를 받은 이 대표를 버린다는 것은 당 차원에서 큰 손실인 게 분명하다. 그러나 총선 패배의 그림자가 계속해서 짙어진다면, 민주당은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큰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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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