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의 재발견 ④경주 불국사와 석굴암

다시 쓰는 수학여행기

경주의 다른 이름은 ‘대한민국 수학여행 1번지’다. 경주라는 두 글자에 수학여행을 떠올리는 이가 얼마나 많은가. 수학(修學)은 ‘학문을 닦는다’라는 뜻이지만, 돌이켜보면 우리는 추억만 쌓고 왔다. 그래서 경주로 다시 떠나본다. 당시 못 채운 ‘수학’의 꿈을 품고.

수학여행 대표 코스 불국사(사적)부터 시작이다. 매표소에서 일주문과 천왕문을 거쳐 불국사로 오르는 길, 오래전 기억이 가물가물 되살아난다. 대웅전(보물)으로 가는 길목의 돌계단 앞에 이르자 기억은 선명해진다. 우뚝한 범영루를 중심으로 양쪽에 계단이 있다. 그때는 챙겨 보지 못한 안내문이 눈에 띈다. 동쪽 자하문 앞 계단이 청운교와 백운교(국보), 극락전으로 향하는 안양문 앞 계단이 연화교와 칠보교(국보)다. 수학여행 때 단체 사진을 찍던 청운교와 백운교는 지금도 불국사 인증 사진 명소다.

인증 사진 명소

청운교와 백운교, 연화교와 칠보교는 신라 재상 김대성이 불국사를 짓기 시작한 751년(경덕왕 10년)에 건립한 것으로 추정한다. 청운교와 백운교는 다리 아래 속세와 위쪽 부처 세계를 이어준다는 의미가 있다. 청운교와 백운교는 전체 34계단, 연화교와 칠보교는 18계단이다. 규모는 다르지만, 계단 형태로 만든 다리라는 점과 다리 아래가 무지개 모양인 점 등은 비슷하다. 전자는 웅장함이, 후자는 섬세함이 돋보인다.

양쪽 돌계단 다리 모두 보존을 위해 출입이 금지된 상태라 옆길을 통해 대웅전으로 가야 한다. 대웅전 뜰에 들어서자마자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다보탑과 석가탑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무리 역사에 관심 없는 이라도 두 탑을 보는 순간, 탄성을 내지른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탑 모두 국보다. 석가탑의 문화재 명칭은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이지만, 우리에겐 원래 이름 석가여래상주설법탑을 줄여서 부르는 석가탑이 익숙하다.

뜰 동쪽과 서쪽에 마주 선 두 탑 역시 751년(경덕왕 10년)에 건립한 것으로 추측한다. 높이는 다보탑 10.29m, 석가탑 10.75m로 비슷하나 생김새는 확연히 다르다. 동쪽의 다보탑은 특수한 탑 형태를, 서쪽의 석가탑은 일반적인 형태를 취한다. 수학여행 때 두 탑 앞에서 어느 게 다보탑이고 석가탑인지 헷갈린다는 학생이 종종 있었다. 선생님은 10원짜리 동전을 꺼내 보이며 “10원짜리 동전에 나오는 탑이 다보탑이다”라고 하셨다. 요즘 아이들은 10원짜리 동전을 볼 일이 별로 없겠지만, 1970~1990년대 학생들에게 다보탑은 10원짜리 동전에 나오는 친숙한 탑이다.


다보탑과 석가탑은 강탈과 도굴의 아픔을 겪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다보탑을 해체·보수하면서 사리와 사리장치를 비롯한 유물이 모두 사라졌다. 기단 돌계단 위에 있던 돌사자도 넷 중 하나만 남았다. 1960년대 도굴로 손상된 석가탑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여러 유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때 발굴된 유물은 불국사 삼층석탑 사리장엄구라는 이름으로 국보에 지정됐으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로 알려진 <무구정광대다라니경>도 포함한다.

우리나라 대표 문화 관광 도시
초중고 수학여행 단골코스

사리장엄구는 현재 불국사 천왕문 인근에 세운 불국사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수학여행 때 박물관에 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자책할 필요 없다. 불국사박물관은 2018년에 개관했으니 이전 수학여행객은 기억 못 하는 게 당연하다. 다시 찾은 불국사에서 국보로 지정된 여러 유물도 살펴볼 수 있어 더욱 알차다.

불국사에서 나와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린다. 불국사와 세트 코스인 석굴암 석굴(국보)은 751년(경덕왕 10년)에 만들기 시작해 774년(혜공왕 10년)에 완성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효성이 지극한 김대성이 현세와 전생의 부모를 위해 각각 불국사와 석굴암을 창건했다고 한다.

토함산 중턱에 화강암으로 석굴을 만들고 본존불을 모셨다. 내부는 직사각형 전실과 원형 주실, 두 곳을 연결하는 통로로 구성된다. 온화한 본존불을 중심으로 전실과 주실 벽면에 여러 불상을 정교하게 새겼다. 문화재 보존을 위해 유리 너머로 본존불과 부조를 감상할 수밖에 없다. 석굴암 내부는 사진 촬영을 금지한다.
불국사와 석굴암은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공동 등재됐다. 입장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주말·공휴일 오전 8시부터 / 연중무휴), 관람료는 각각 어른 6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이다(만 70세 이상·부모 동반 7세 이하 무료). 불국사박물관 관람료 별도.

국립경주박물관도 빼놓으면 안 된다. 신라의 천년 역사와 문화유산을 한눈에 살펴보는 곳으로 신라역사관, 신라미술관, 특별전시관, 월지관, 어린이박물관, 옥외 전시장 등을 갖췄다. 신라역사관에는 금관총, 황남대총, 천마총에서 나온 국보·보물급 유물이 상당수 전시된다. 교과서에서 봄 직한 신라 시대 금관 같은 문화재가 눈앞에 있으니 신기하다. 옥외 전시장에도 성덕대왕신종(국보), 고선사지 삼층석탑(국보) 등 귀한 유물이 많으니 놓치지 말자.

신라 시대 고분군 대릉원(사적)은 역사 학습장이자 산책 코스로 훌륭하다. 평지에 봉긋봉긋 솟아오른 고분이 고도(古都) 경주의 위상을 보여준다. 고분 사이 산책로를 걷는 발걸음에 기품이 실린다. 내부 관람이 가능한 천마총, 거대한 쌍분인 황남대총, 신라 13대 왕 미추이사금의 무덤인 미추왕릉(사적)이 주요 볼거리다. 황남대총과 목련이 어우러지는 포인트는 전국구 포토 존으로 사랑받는다.


첨성대 야경

첨성대(국보)도 수학여행 단체 사진 단골 코스다. 선덕여왕 때 만든 것으로 추정하는 관측대로, 높이 약 9m다. 부채꼴 돌을 27단으로 차곡차곡 쌓아 원통 부분을 올리고, 정상부에는 돌을 정(井) 자형으로 놓았다. 첨성대는 별을 보던 장소인 만큼 밤에 더 신비롭다. 달빛과 조명이 은은한 첨성대 야경으로 경주 여행을 마무리하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불국사→석굴암→국립경주박물관→대릉원→첨성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불국사→석굴암→경주월드→동궁과 월지→첨성대
둘째 날: 국립경주박물관→월정교→황리단길→대릉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불국사 www.bulguksa.or.kr
-석굴암 http://seokguram.org
-국립경주박물관 https://gyeongju.museum.go.kr
-경주문화관광 www.gyeongju.go.kr/tour/index.do

문의 전화
-불국사 054)746-9913
-불국사관광안내소 054)746-4747
-석굴암 054)746-9933
-국립경주박물관 054)740-7500
-대릉원 054)750-8650

대중교통
[버스] 서울-경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12회(06:50~  22:00) 운행, 약 3시간3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7~8회(07:00~17:20) 운행, 약 4시간 소요. 고속버스·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0번·11번 시내버스 이용, 불국사 정류장 하차, 불국사(불이문 매표소)까지 도보 약 7분. 불국사나 불국사매표소 정류장에서 12번 시내버스 이용, 석굴암주차장 정류장 하차, 석굴암(매표소)까지 도보 약 3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경주시교통정보센터 054)779-6849, http://its.gyeongju.go.kr [기차] 서울역-신경주역, KTX 하루 17~20회(05:15~21:30) 운행, 2시간~2시간50분 소요. 신경주역 정류장에서 700번 시내버스 이용, 불국사 정류장 하차, 불국사(불이문 매표소)까지 도보 약 7분. 불국사나 불국사매표소 정류장에서 12번 시내버스 이용, 석굴암주차장 정류장 하차, 석굴암(매표소)까지 도보 약 3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경주시교통정보센터 054)779-6849, http://its.gyeongju.go.kr

자가운전
불국사·석굴암 / 경부고속도로→경주 IC에서 경주·경주국립공원 방면→배반네거리에서 울산·불국사 방면 우회전→산업로 8.1㎞ 이동→불국사 방면 좌회전→불국로→불국사→불국로 방면 좌회전 후 직진→석굴로·석굴암 방면 좌회전→석굴암

숙박 정보
-불국사한옥팜스테이: 경주시 진티길, 010-5489-1742, http://불국사한옥.com
-신라부티크호텔프리미엄: 경주시 강변로, 054)745-3500, http://sillaboutique.co.kr
-황남관한옥호텔: 경주시 포석로, 054)620-5000, http://hwangnamguan.co.kr

식당 정보
-불국사밀면(밀면+석쇠불고기): 경주시 불국장터길, 054)773-6161
-함양집 보불로점(한우물회): 경주시 보불로, 054)746-9990
-시즈닝(파스타): 경주시 첨성로99번길, 054)774-7477, www.instagram.com/__seasoning

주변 볼거리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 경주 계림, 경주동궁원, 경주엑스포대공원, 보문정 등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