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반란’ 풍산 물적분할 꼼수

“기껏 투자했더니 껍데기만 남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풍산그룹의 핵심 사업 회사인 ㈜풍산이 소액주주들의 극심한 반대에 직면했다. 물적분할을 결정한 데 따른 후폭풍이다. 사업역량 강화를 위한 선택이라는 회사 측 입장과 주주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소액주주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이다.

㈜풍산이 방산사업 분할 계획을 내놨다. ㈜풍산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전문사업 분야 집중을 통한 기업가치 및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방산사업 분할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오는 31일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친 후 12월1일부터 방산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풍산디펜스(가칭)’가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소액주주 반기
그럴듯한 이유

이번 분할은 ㈜풍산이 신설법인의 발행주식 100%를 소유하는 ‘물적분할’ 방식으로 이뤄진다. 풍산디펜스는 화약 및 화약 원료 제조판매업 등을 영위하며 탄약(스포츠탄) 생산 판매를 담당하게 된다.

분할 이후 ㈜풍산과 풍산디펜스의 총자산은 각각 2조6344억원, 1조2608억원이다. 분할 전 풍산 유휴 현금 절반 이상이 풍산디펜스로 넘어간다. 

㈜풍산 측은 “분할 후 존속회사(풍산)와 신설회사(풍산디펜스)는 각 사업 부문에 집중해 사업 특성에 맞는 신속하고 전문적 의사결정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역량 강화를 통해 사업을 고도화하고자 한다”고 분할 목적을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현대차증권은 이번 물적분할 결정이 사업부의 경쟁력을 높이고, 이차전지와 전기차 소재 등에 대한 투자도 늘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하며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3만8000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방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풍산은 다른 철강·비철금속 업체들의 행보와 달리 성장 투자가 부족했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아왔었다”며 “이번 물적분할을 계기로 성장 투자를 하겠다는 점은 공감되고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물적분할로 인해 풍산디펜스가 향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풍산홀딩스가 관여할 여지는 사실상 없어졌다. 인적분할이었다면 ㈜풍산이 아닌 풍산홀딩스가 풍산디펜스의 최대주주가 되는 상황이었다. 

완강한
반대 의사

물적분할은 이런 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풍산이 분할된 풍산디펜스에 100% 지배력을 유지하게 되므로, 대규모 자금 확충이 필요할 경우 굳이 풍산홀딩스가 증자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

다만 물적분할 방식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저항심리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소액주주의 경우 인적분할에 비해 물적분할이 별다른 이득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풍산 지분은 38.01%(1065만2436주)고, 나머지 지분은 국민연금(8.16%, 228만6907주), 소액주주(55.41%, 2801만2571주)가 나눠 갖고 있다. 최대주주인 풍산홀딩스는 지분 38.00%(1065만주)를 보유 중이다. 


만약 인적분할 방식으로 방산 부문이 떨어져 나갔다면 기존 ㈜풍산 소액주주는 보유 주식 비율에 따라 풍산디펜스 주식을 직접 보유할 수 있었다. 이 경우 풍산디펜스 지분구조는 풍산과 마찬가지로 특수관계인 38.01%, 국민연금 8.16%, 소액주주 54.41%로 정해진다. 

그러나 ㈜풍산이 직접 지배하는 물적분할이 결정되면서 기존 ㈜풍산 소액주주는 풍산디펜스 주식을 소유할 수 없게 됐다. 방산 부문의 안정적인 영업성과를 고려해 ㈜풍산에 투자한 소액주주라면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풍산에서 방산 부문의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풍산 방산 부문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37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7% 올랐다. 총 매출 중 23.0%를 방산 부문이 책임지는 구조다.

방산 부문 떼어내기로
극심한 소액주주 반발

공교롭게도 물적분할은 곧바로 주가 하락을 불러왔다. 지난 7일 보합권에서 오르내리던 ㈜풍산 주가는 장 마감을 앞두고 물적분할 공시가 나오면서 장중 한때 10% 가까이 떨어졌고, 결국 전일 대비 2.09% 내린 3만450원에 마감했다. 지난 14일 장 마감 당시 주가는 2만7750원이다.

㈜풍산은 기존 주주 가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신설법인의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 상장했을 때 흔히 발생하는 모회사 가치 저평가 현상을 피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되자 증권가에서도 주주 가치 하락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상장 상태가 유지된다면 기존 주주 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가 없어 주가에 부정적 측면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존속법인 풍산이 신설법인 풍산디펜스의 지분 100%를 갖고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이번 기업분할로 인한 현 시점에서의 기업가치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풍산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나날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당장은 아닐지언정 풍산디펜스의 상장이 불 보듯 뻔하고, 핵심 사업부가 이탈한다는 것만으로도 주주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무엇보다 금융위원회가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을 발표한 지 3일 만에 물적분할을 공시했다는 점이 소액주주들의 불만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지난 4일 금융위원회는 물적분할 시 주주보호 방안을 상세하게 공시하도록 하고, 반대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상장기업의 주주가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경우, 기업에 주식을 매수해줄 것을 청구하는 권리를 뜻한다. 물적분할을 의결하는 주주총회에서 반대한 주주들은 물적분할이 추진되기 이전의 주가로 주식을 매각할 수 있다.

뜬금없이…
하필 지금?

이 같은 조치는 일반주주들의 권리보호 수단이 미흡하다는 문제 제기에 따라 만들어졌다. 금융위는 연내 제도개선을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풍산은 정부의 개선방안 마련 계획 발표 뒤 사흘 만에 물적분할 계획에 대한 이사회 의결 절차를 마쳐 정부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상당수 소액주주는 정부가 추진하는 물적분할 시 주주보호 조치를 회피하려는 차원쯤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물적분할을 앞둔 타 법인의 소액주주와 ㈜풍산 소액주주간 연계 방안이 공론화되고 있다. 지난 15일 풍산·DB하이텍·한국조선해양 소액주주 연합은 최근 ‘물적분할 반대 주주연합’을 발족시켰다. 2개 이상의 사업부를 지닌 모든 국내 회사가 물적분할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고 물적분할 시 주주들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주연합은 소액주주 보호에 힘을 쏟기로 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고 위반 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개인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이 표면화되면서, 이달 말 열리는 주주총회서 물적분할 안건 통과 여부에 대한 주목도 역시 높아졌다. ㈜풍산이 방산 부문을 분사하기 위해서는 전체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일단 풍산홀딩스가 ㈜풍산 지분을 40% 가까이 보유한 만큼 안건 통과가 유력하다.

다만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 여부가 변수다. ㈜풍산 지분 8.16%%의 지분을 지닌 국민연금이 ‘주주 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진다면 파장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의 반대표 행사는 소액투자자들이 결집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쏟아지는
비난 화살


국민연금이 반대하면 물적분할 안건 통과 여부와는 별개로, ㈜풍산은 소액주주를 등한시했다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최악의 경우 류진 풍산그룹 회장에게까지 비난의 화살이 닿을 수 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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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