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도 승객도 뿔난 ‘택시비 인상’ 속사정

불러도 오지 않는…돌고 도는 해결책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온갖 대책에도 요지부동이다. 서울시가 결국 떠난 택시 기사들을 돌려세우기 위해 ‘요금 인상’ 카드를 꺼냈다. 생활물가가 날로 치솟는 와중에 내린 고육지책이다. 시민 반발은 당연하다 해도, 기사들 역시 회의적인 것은 예상 밖이다. 게다가 서울시가 골몰한 복안이 점차 구색을 갖추는 와중에, 일각에선 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는 최근 ‘심야 승차난 해소를 위한 택시요금 조정안 의견 청취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택시 기본요금을 내년 기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인상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3년 만에
요금 인상

조정안에는 기본거리를 현행 2㎞에서 1.6㎞로 줄이고 거리요금 기준을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으로 1m 축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시간요금도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조정됐다.

심야 택시 대란에 대한 별도 처방도 제시됐다. 심야 할증시간은 현재 자정부터 다음 날 오전 4시인데 이를 연말부터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로 2시간 늘린다는 방침이다. 20%로 일률 적용하던 심야 할증률을 시간대별로 20%에서 최대 40%까지 확대한다.

심야 탄력요금제 도입과 기본요금 인상 등을 묶으면 중형 택시요금은 기존 대비 19% 이상 인상될 전망이다. 이 같은 요금 인상안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불거진 ‘택시 대란’의 해결책으로 풀이된다.


코로나 유행으로 택시 수요가 줄면서 영업 수입이 급감하자 당시 많은 택시 기사가 배달‧택배업 등으로 전직했다. 특히 법인 택시 기사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택시 기사들이 심야 운행을 선호하는 경우는 드물다. 취객 손님 응대와 야간 운전 등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심야 택시 공급은 운행 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개인택시보다 당번제로 기사를 배정하는 법인 택시가 대부분 도맡아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법인 택시 기사가 대폭 감소하다 보니 심야 택시 공급은 주간에 비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유행이 정점을 지나면서 일각에선 다시 택시 공급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택시 수입은 코로나 유행 이전에 비해 떨어지고, 택시 업계는 계속해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서울 택시 평균 영업수입은 2019년 평시보다 9.5% 감소했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기준 수도권의 법인 택시 가동률은 유행 이전과 비교해 30~40% 쪼그라든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서울시는 문제 해결을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심야 부재 해제, 심야 전용 택시 확대, 각종 인센티브 제공, 임시 승차대 설치 등 다방면에 걸친 해결책을 시행한 바 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여전히 택시 공급은 코로나 이전 수준 대비 4000~5000대 부족한 상황이다. 서울시가 사실상 최후의 수단인 요금 조정안을 꺼내 들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문제는 서울시 조정안이 시민과 택시 기사, 그 어느 쪽에게도 환영받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금리와 물가가 폭등하는 이 시국에 요금을 올린다고 하니, 뿔난 시민과 조정안 효과에 회의적인 택시 기사 모두가 서울시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코로나 정점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기사들
장시간 노동·저임금 구조 해결에 사활 걸려

실제로 지난 5일 서울시가 택시 대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공청회에선 고성이 오가는 등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발제와 패널 토론 후 질의응답을 진행하려 했지만 청중석에서 진행을 방해하면서 끝내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다.

이날 공청회엔 개인 택시 기사들과 법인 택시 관계자 등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모순적이게도 공청회에서 오간 발언들은 주로 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내용이었다.

서인석 서울시 택시정책과장은 “심야전용 택시를 비롯해 공급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어서 다음 단계인 요금 인상을 고민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서 과장은 “기존 요금이 단거리 승객을 홀대하는 요금으로 설계돼있어 장거리를 유도하는 결과를 초래한 측면이 있다”며 “이를 개선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서 과장에 따르면 심야할증은 택시 대란이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연말연시부터 적용된다. 기본요금 인상은 소비자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택시 수요가 적은 내년 2월부터 적용한다.

이날 발제를 맡았던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선임연구원은 택시요금이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신규 인력 유입이 줄어 개인 택시가 먼저 고령화됐고, 법인 택시가 빠른 속도로 뒤쫓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안 연구원은 “개인 택시는 기존에 50대가 주축이었지만 60대 이상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5년 이상에 걸쳐 진행된 반면 법인 택시는 불과 1~2년 사이에 이런 과정을 겪고 있다”며 “고령화는 단순히 개인 택시의 문제가 아니라 법인 택시 기사들이 빠르게 떠나가는 문제와도 연관돼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전액관리제, 원급제를 시행했지만 현재 법인 택시 처우는 근로시간을 근로기준법에 준하도록 한 택시발전법 11조의2를 위반하는 동시에 최저임금 위반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학계도 택시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며 입을 모았다.

추상호 홍익대 교수는 “원가 상승을 반영해 택시요금을 조정해야 한다”며 “총운행 시간과 요금 인상에 따른 수요 감소를 함께 분석해서 요금 인상폭을 결정해 인건비와 원가 상승, 처우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용주 국민대 교수 역시 “택시요금이 낮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데 이번 인상 폭이 생각보다 높지 않은 탓에 요금을 올려도 공급이 늘지 않을 수 있다”며 “원가 반영으로 요금이 올라가기 때문에 서비스가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장시간 노동
최저임금뿐?

반면 현장의 승객과 기사 사이에선 이번 서울시 조정안에 대해 주로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택시요금 인상을 비판하는 승객들은 “인상 시점이 적절치 않다”거나 “승차 거부 등 불친절한 서비스 수준은 그대로면서 가격(요금) 인상만 요구한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반응에 일부 기사들은 이미 부담감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한 개인 택시 기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택시 업계에 대한 국민 여론이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인상 논의가 더욱 여론을 악화시키진 않을지 걱정”이라며 “막상 따져보면 (조정안이)수입을 크게 늘려주지도 않는다. 부담은 부담대로 지고, 수입은 거기서 거기인 상황을 누가 반기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번 조정안이 택시 추가 공급에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개인과 법인 택시를 가리지 않고, 본질적인 공급 감소 원인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일침이 이어졌다.

그는 “개인 택시 기사들이 겪는 고충은 제도의 경직성에 있다. 야간과 달리 주간에는 여전히 부제가 시행되고 있으니 심야에 운행할 생각이 들어도 잘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또 플랫폼 택시와 비교해 요금 탄력성이 너무 떨어진다. 플랫폼 대형 택시는 지금도 심야에 많게는 두 배, 세 배까지 요금을 받게 두면서, 우리는 기껏해야 40%로 늘려주겠다고 하니 ‘역차별’이란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법인 택시에 대해선 “운행요금 인상 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뿐더러, 이 몫을 회사가 대부분 가져가게 둔다면 결국 기사 수입은 제자리 아닌가. 이 부분을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업계로)돌아오는 기사가 드물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서울시는 요금 인상 이외에도 택시 공급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일부가 과거에 폐지됐거나 사장된 제도를 부활시키는 방향인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앞서 논란이 불거져 사라진 제도를 단순히 공급 부족을 명분으로 다시 가져오는 건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택시 공급 부족 사태를 해결할 열쇠로 ‘택시리스(임대)제’ ‘인센티브제 부활’ 등을 꼽았다. 이 중 택시리스제(법인 택시업체의 면허임대업)는 현행법상 위법이지만, 규제샌드박스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재도입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규제샌드박스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해주는 제도다.

실제로 최근 서울시가 ‘택시리스제’ 추진의 일환으로 준비한 ‘사용자인증택시’는 규제샌드박스 승인의 마지막 단계라고 볼 수 있는 ‘관계부처 조율’과 ‘심의위원회 심의’ 절차만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인증 택시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 가접수된 시기는 지난 5월 말. 통상 규제샌드박스가 기본 검증 절차에만 5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진행이 일사천리인 셈이다. 

중고 제도
해법 될까?

사용자인증 택시는 야간 택시 대상 안면인식·음주측정을 거쳐야만 택시의 시동이 걸리는 기술을 법인 택시에 접목한 아이템이다. 사용자인증 택시가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는다면 그동안 법으로 금지됐던 택시리스제가 부활할 길이 열린다.

서울시는 택시리스제 재도입을 통해 경제적 이유로 택배나 음식 배달업 등으로 이동한 법인 택시 기사들을 불러 모으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오 시장은 지난 8일 연합뉴스TV <뉴스17>에 출연해 “택시요금 인상만으로는 (택시대란 해소에)충분할지 알 수 없다”며 “본질적인 해법은 택시수입금 전액관리제(월급제)를 옛날의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수입금 전액관리제란 법인 택시 기사가 하루 종일 번 모든 돈을 회사에 입금하고, 실적과 무관하게 정해진 급여를 받도록 한 일종의 ‘월급제’로 2020년 1월부터 시행됐다.

오 시장은 “택시 대란의 본질은 택시영업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택배 일을 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커서 택배업으로 옮겨간 택시 기사들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라며 “시장원리에 따라 돈을 더 벌 수 있게 하면 택시영업 숫자가 늘어날 테니 요금을 올리기로 한 것이지만, 그 요금이 다 기사들에게 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기사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 현재의 고장 난 인센티브 시스템을 옛날 방식으로 바꾸자고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는데, 국토부는 아직도 월급제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택시 월급제 개선을 국토부에 건의하는 한편 자체 실태조사에도 착수했다. 서울시 소재 일반택시(법인)업체 254개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문제점과 개선사항을 모아 이달 말 국토부에 추가로 의견을 전할 예정이다.

그는 “택시리스제도 제안했는데, 국토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하지는 않는 것 같다”며 “일단 연말까지 국토부가 내놓은 해법대로 해보고 안 되면 내년에 (서울시의 제안을)검토한다는 것인데, 서울시는 모든 방법을 동시에 동원해야 대란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힘줘 말했다.

서울시, 고심 끝에 각종 복안 꺼냈지만
기사도 승객도 모두 입 모아 부정 평가 

업계에선 일찌감치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도 어려운 택시 기사들의 여건이 더욱 악화되고, 오히려 떠난 기사들의 복귀가 더욱 더뎌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들은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법인 택시 리스제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심야 택시난 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법은 택시요금체계 개선이고 택시리스제는 대안이 될 수 없는 ‘택시업계 죽이기’에 불과하다”며 제도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추진하는 ‘과거식 해법’이 택시 업계의 과거 고질병 재발에 일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오 시장이 제안한 ‘인센티브제’는 곧 ‘사납금 제도의 부활’로 풀이된다. 이렇게 된다면 승차 거부·난폭운전 등의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납금제는 택시업계의 가장 고질적인 악습 중 하나다. 택시 운행 실적과 무관하게 택시회사는 매일 기사에게 정해진 돈을 떼간다. 회사는 고정된 수익을 얻고, 기사는 해당 금액을 뺀 수익을 가져간다. 만약 택시 기사가 사납금을 채우지 못한다면 주 40시간 기준 최저임금 수준으로 책정된 기본급에서 미달 금액을 공제한다.

실적에 따른 수익 감소 부담은 온전히 택시 기사가 짊어지는 불공정한 구조가 두드러진다.

과거 일부 택시 기사들은 사납금 제도 아래서 승차 거부‧난폭 운전 등의 문제를 일삼았다. 근무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함이다. 이에 정치권은 2019년 택시 사납금을 불법화했다. 택시 운행에 따른 영업 부담을 회사와 기사가 함께 지는 구조를 구축해 택시 문제를 줄여보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현장의 전언에 따르면 불법화된 사납금은 지금도 이름만 바뀐 채 남아있다. 과거엔 하루 5.5시간의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책정되던 기본급이 주 40시간 기준으로 변경돼 늘어나자, 택시회사들은 일제히 사납금을 대폭 올렸다. 과거 하루 13만원 수준이던 사납금이 현재는 20만원 안팎까지 치솟았다.

변형된 사납금은 법원과 노동청 등에서 지속적으로 무효 판단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적발이 쉽지 않은 탓에 여전히 암암리에 시행된다는 설명이다.

한 법인 택시 기사는 “불법으로 규정해놔도 편법으로 이어가며 기사들을 쥐어짜는데, 이를 합법화하면 대놓고 착취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과거 택시리스제가 금지된 맥락도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줄을 잇는다. 택시리스제는 계약체결자와 운행자가 동일인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이 같은 허점 때문에 임대 택시는 과거 살인이나 성폭력 등 강력 범죄에 수차례 악용된 바 있다.

결국 택시리스는 금지됐고, 현행법상 이를 위반한 택시회사는 영업정지·감차 등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공급 부족만으로는 명분이 떨어지고, 되레 위험도만 높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구제 방안일까
악습 부활일까

한 업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앞서 이런 제도들이 사라진 데엔 질 낮은 서비스 제공·범죄 위험성 등의 이유가 있었다”며 “단순히 공급이 부족하다고 다시 살릴 순 없다. 논의에 앞서 문제에 대한 해결책부터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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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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