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 동아줄’ 광복절 특사 이중잣대 논란

이호진 전 회장은 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윤석열정부가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을 발표했다. 주요 경제 인사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의문을 표했다. 사면 대상으로 함께 거론되던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사면 대상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 이번 특별사면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뒷말도 나온다. 

법무부는 지난 12일 “2022년 8월15일자로 주요 경제인, 노사관계자, 서민생계형 형사범, 특별배려 수행자 등 1693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광복절 특사 심사에는 다수 경제인이 명단에 올랐다. 최근 경제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경제인을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 배경이다.

경제 회복 
민생 중점

법무부는 “자금 상황 악화 등으로 처벌받은 중소기업인, 소상공인에 대한 적극적 사면을 통해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 문답에서 사면에 관해 “경제 회복과 민생에 중점을 뒀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주요 경제 인사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등이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이 부회장은 국정 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 형을 확정받고 복역하다 2021년 8월 가석방됐다. 형기는 7월에 종료됐지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년 동안 취업이 제한된 상태였다.


장 회장은 2015년 5월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배임으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뒤 2018년 4월 가석방됐다. 같은 해 11월이 형기 만기됐지만, 특경가법상 형 집행 종료 후 5년 동안 취업이 제한돼 현재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신 회장은 국정 농단 사건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사면·복권 대상에 이재용 등 기업인 4명
경제단체 건의 경제인 명단 수십명 달해

경제인 사면과 더불어 조상수 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위원장,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 등 노사관계자 8명도 사면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오랜 기간 정상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하다 일시적 경제력 악화로 범행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는 중소기업인·소상공인 32명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반면 경제인 사면 대상으로 함께 거론되던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사면 대상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특별사면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 

한 재개 관계자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이번 사면이 결정됐는지 모르겠다”면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식의 사면은 여러 기업의 사기를 저하시킨다”고 전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경제 재도약 차원에서 기업인에 대한 전면 사면·복권을 기대했지만, 대기업 총수 4명에 국한돼 다소 아쉬운 감이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기업인 사면을 환영한다면서도 사면 폭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주요 기업인의 사면·복권이 이뤄진 것을 환영한다”면서 “다만 사면의 폭이 크지 않은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불발된 회사는?
경영 활동 차질

강 본부장은 “이번에 사면된 분들이 경제위기를 타개하고 국가의 미래 번영을 이어가기 위해 기업인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해 줄 것으로 본다”면서 “경제계는 기업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더 받을 수 있도록 윤리적 가치를 높이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회장의 경영 복귀가 불발된 회사는 주요 경영 활동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달 박 회장 장남 박준경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면서 이른바 ‘조카의 난’이라고 불리는 경영권 분쟁을 끝내는 것으로 보였으나 회장 복귀가 불발되면서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와의 경영권 분쟁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지난 17일 재계에 따르면 박 전 상무는 최근 일부 주주들과 접촉하면서 다시 경영권 분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21일 열린 금호석유화학 임시주주총회에서는 박준경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통과했다. 당시 최대주주(8.58%)인 박 전 상무는 반대표를 던졌지만 10% 수준의 동의만 받아내는 데 그쳤다. 과거 박 전 상무가 주총에서 30% 넘는 지지율을 끌어냈던 것과는 크게 비교된다.

재계는 이번 임시주총을 계기로 사실상 박 전 상무의 재기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최상의 시나리오?
와르르 무너졌다

박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과 함께 박 회장이 복귀하기만 하면 그룹 경영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분석이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박 회장의 사면이 무산되자 박 전 상무 측도 재기 가능성을 본듯하다. 3세 경영이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초임 사내이사에 직급 역시 부사장 수준인 박 부사장의 홀로서기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내년에는 박 회장이 복귀할 것이라고 점쳐지는 가운데 박 전 상무 입장에서는 내년 초 정기주총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내년 초까지 주주들에게 신임을 얻지 못한다면 3세 경영 본격화와 함께 무대 뒤로 사라져야 하는 처지다.

금호석유화학 내부에서는 광복절 사면이 불발된 상황에서 연말 박 회장 사면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박 전 상무가 또다시 배당금 상향 등 안건을 통해 정기주총에서 주주제안을 할 것으로 관측돼 금호석유화학그룹 총수가 존재감을 내뿜으며 회사를 안정시켜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한편 박찬구 회장은 배임 혐의로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대통령의 사면 없이는 2023년까지 형 집행을 유예하고 있는 신분이다.


사실상 총수 없는 10년을 겪어야 했던 태광그룹은 한시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무너졌고, 태광그룹은 올해도 신사업 투자 계획을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이후 신사업 투자와 M&A 시계가 완전히 멈춘 상태다. 2011년 30위권이었던 태광그룹의 재계 순위는 지난해 49위까지 추락한 상황이다.

기대했지만 ‘외면’
“도대체 기준 뭐냐”

그동안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의 복귀만 전제된다면 다시 활발한 신사업 투자와 M&A를 추진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약 2조원의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태광산업도 이 전 회장 복귀와 함께 돈을 푼다는 계획이었다.

이 전 회장의 복귀 기대는 그가 구속 중이었던 지난해부터 있었다. 태광그룹은 지난해 1980년대 ‘피죤텍스’ TV 광고(CF) 이후 첫 광고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총수 복귀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와 함께 2012년 이후 9년 만에 아라미드 증설, AN합자회사 설립 등 투자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의 특별사면이 무산되면서 설레발을 친 격이 됐다. 결국 그는 주요 경제인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만기출소로 석방됐다.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이 ‘황제 보석’ 등 여론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만기출소한 경제인으로서 올해는 광복절 사면복권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경쟁사들의 중장기 사업전략 발표에도 총수 부재로 입을 다물어야 했던 태광그룹은 올해만큼은 투자를 재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내부에서는 이 전 회장 복귀와 맞물린 투자계획을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이 전 회장이 지난해 이어 올해도 사면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태광은 준비했던 투자계획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투자 결과를 책임질 총수 없이는 돈을 푸는 게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계획 비공개
“총수 없인 안 돼”

2011년 1월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이 전 회장은 두 차례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치면서 2019년 6월에 이르러서야 형이 최종 확정됐다. 재판 진행 중 구속집행정지와 병보석을 반복했던 그는 2020년 12월 재수감돼 지난해 10월 만기출소했다. 이 전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억원 이상 횡령·배임을 저지른 경우에 해당해 대통령이나 법무부의 사면복권 없이는 관련 기업에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ktikt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