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 동아줄’ 광복절 특사 이중잣대 논란

이호진 전 회장은 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윤석열정부가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을 발표했다. 주요 경제 인사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의문을 표했다. 사면 대상으로 함께 거론되던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사면 대상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 이번 특별사면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뒷말도 나온다. 

법무부는 지난 12일 “2022년 8월15일자로 주요 경제인, 노사관계자, 서민생계형 형사범, 특별배려 수행자 등 1693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광복절 특사 심사에는 다수 경제인이 명단에 올랐다. 최근 경제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경제인을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 배경이다.

경제 회복 
민생 중점

법무부는 “자금 상황 악화 등으로 처벌받은 중소기업인, 소상공인에 대한 적극적 사면을 통해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 문답에서 사면에 관해 “경제 회복과 민생에 중점을 뒀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주요 경제 인사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등이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이 부회장은 국정 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 형을 확정받고 복역하다 2021년 8월 가석방됐다. 형기는 7월에 종료됐지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년 동안 취업이 제한된 상태였다.


장 회장은 2015년 5월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배임으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뒤 2018년 4월 가석방됐다. 같은 해 11월이 형기 만기됐지만, 특경가법상 형 집행 종료 후 5년 동안 취업이 제한돼 현재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신 회장은 국정 농단 사건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사면·복권 대상에 이재용 등 기업인 4명
경제단체 건의 경제인 명단 수십명 달해

경제인 사면과 더불어 조상수 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위원장,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 등 노사관계자 8명도 사면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오랜 기간 정상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하다 일시적 경제력 악화로 범행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는 중소기업인·소상공인 32명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반면 경제인 사면 대상으로 함께 거론되던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사면 대상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특별사면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 

한 재개 관계자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이번 사면이 결정됐는지 모르겠다”면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식의 사면은 여러 기업의 사기를 저하시킨다”고 전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경제 재도약 차원에서 기업인에 대한 전면 사면·복권을 기대했지만, 대기업 총수 4명에 국한돼 다소 아쉬운 감이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기업인 사면을 환영한다면서도 사면 폭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주요 기업인의 사면·복권이 이뤄진 것을 환영한다”면서 “다만 사면의 폭이 크지 않은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불발된 회사는?
경영 활동 차질

강 본부장은 “이번에 사면된 분들이 경제위기를 타개하고 국가의 미래 번영을 이어가기 위해 기업인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해 줄 것으로 본다”면서 “경제계는 기업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더 받을 수 있도록 윤리적 가치를 높이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회장의 경영 복귀가 불발된 회사는 주요 경영 활동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달 박 회장 장남 박준경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면서 이른바 ‘조카의 난’이라고 불리는 경영권 분쟁을 끝내는 것으로 보였으나 회장 복귀가 불발되면서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와의 경영권 분쟁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지난 17일 재계에 따르면 박 전 상무는 최근 일부 주주들과 접촉하면서 다시 경영권 분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21일 열린 금호석유화학 임시주주총회에서는 박준경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통과했다. 당시 최대주주(8.58%)인 박 전 상무는 반대표를 던졌지만 10% 수준의 동의만 받아내는 데 그쳤다. 과거 박 전 상무가 주총에서 30% 넘는 지지율을 끌어냈던 것과는 크게 비교된다.

재계는 이번 임시주총을 계기로 사실상 박 전 상무의 재기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최상의 시나리오?
와르르 무너졌다

박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과 함께 박 회장이 복귀하기만 하면 그룹 경영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분석이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박 회장의 사면이 무산되자 박 전 상무 측도 재기 가능성을 본듯하다. 3세 경영이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초임 사내이사에 직급 역시 부사장 수준인 박 부사장의 홀로서기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내년에는 박 회장이 복귀할 것이라고 점쳐지는 가운데 박 전 상무 입장에서는 내년 초 정기주총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내년 초까지 주주들에게 신임을 얻지 못한다면 3세 경영 본격화와 함께 무대 뒤로 사라져야 하는 처지다.

금호석유화학 내부에서는 광복절 사면이 불발된 상황에서 연말 박 회장 사면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박 전 상무가 또다시 배당금 상향 등 안건을 통해 정기주총에서 주주제안을 할 것으로 관측돼 금호석유화학그룹 총수가 존재감을 내뿜으며 회사를 안정시켜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한편 박찬구 회장은 배임 혐의로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대통령의 사면 없이는 2023년까지 형 집행을 유예하고 있는 신분이다.


사실상 총수 없는 10년을 겪어야 했던 태광그룹은 한시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무너졌고, 태광그룹은 올해도 신사업 투자 계획을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이후 신사업 투자와 M&A 시계가 완전히 멈춘 상태다. 2011년 30위권이었던 태광그룹의 재계 순위는 지난해 49위까지 추락한 상황이다.

기대했지만 ‘외면’
“도대체 기준 뭐냐”

그동안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의 복귀만 전제된다면 다시 활발한 신사업 투자와 M&A를 추진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약 2조원의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태광산업도 이 전 회장 복귀와 함께 돈을 푼다는 계획이었다.

이 전 회장의 복귀 기대는 그가 구속 중이었던 지난해부터 있었다. 태광그룹은 지난해 1980년대 ‘피죤텍스’ TV 광고(CF) 이후 첫 광고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총수 복귀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와 함께 2012년 이후 9년 만에 아라미드 증설, AN합자회사 설립 등 투자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의 특별사면이 무산되면서 설레발을 친 격이 됐다. 결국 그는 주요 경제인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만기출소로 석방됐다.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이 ‘황제 보석’ 등 여론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만기출소한 경제인으로서 올해는 광복절 사면복권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경쟁사들의 중장기 사업전략 발표에도 총수 부재로 입을 다물어야 했던 태광그룹은 올해만큼은 투자를 재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내부에서는 이 전 회장 복귀와 맞물린 투자계획을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이 전 회장이 지난해 이어 올해도 사면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태광은 준비했던 투자계획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투자 결과를 책임질 총수 없이는 돈을 푸는 게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계획 비공개
“총수 없인 안 돼”

2011년 1월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이 전 회장은 두 차례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치면서 2019년 6월에 이르러서야 형이 최종 확정됐다. 재판 진행 중 구속집행정지와 병보석을 반복했던 그는 2020년 12월 재수감돼 지난해 10월 만기출소했다. 이 전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억원 이상 횡령·배임을 저지른 경우에 해당해 대통령이나 법무부의 사면복권 없이는 관련 기업에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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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