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타는 여행 ③부안 위도

귀여운 고슴도치와 함께하는 힐링 여행

위도는 격포항에서 직선거리로 14㎞ 떨어진 곳에 있고, 여객선을 타면 50분 정도 걸린다. 부안군에서 가장 큰 섬인 위도는 지구와 사람이 품은 오랜 역사와 이야기,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생태가 살아 있다. 파장금선착장에 내리면 귀여운 고슴도치 조형물이 반갑게 맞이한다. 위도는 고슴도치가 누워 있는 모습을 닮아 고슴도치 위(蝟) 자를 쓴다.

위도 여행은 일주하는 게 좋다. 해안일주도로는 20㎞가 넘는다. 절벽에서 바다가 보이고, 파도 소리 들리는 해변과 오붓한 마을도 지난다.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다. 여객선이 들어오는 시각에 맞춰 출발하는 위도공영버스는 문화관광해설사였던 백은기씨가 운전대를 잡는다.

위도 일주

구수한 사투리로 풀어내는 위도의 유일한 평야 이야기, 배우 배용준이 다녀간 이야기 등은 이 버스를 타야 들을 수 있다. 버스가 섬을 한 바퀴 도는 데 50분쯤 걸린다.

차를 타고 위도 일주에 나서보자. 파장금항에서 얼마 가지 않은 언덕에 서해훼리호참사위령탑이 있다. 1993년 10월, 위도에서 격포로 향하던 서해훼리호가 침몰해 292명이 목숨을 잃었다. 잠시 들러 애도의 시간을 가져도 좋겠다.

언덕을 내려서면 위도면 소재지다. 이곳에 위도관아(전북유형문화재)가 있다. 조선 숙종 때(1682년) 관아 건물로, 지금은 공무를 보던 동헌만 남았다.


위도면 소재지 서쪽으로 위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위도해수욕장이 있다. 활처럼 휜 해변이 1㎞나 이어진다. 수심이 얕고 파도가 잔잔하고 부드러운 모래밭이 펼쳐져 해수욕하기에 제격이다. 해안을 감싸는 산세가 부드럽고, 툭 터진 바다 저편에는 왕등도가 아스라이 보인다.

위도에는 깊은금, 논금, 미영금 등 아담한 해수욕장도 있다. 고운 모래가 깔린 위도해수욕장과 달리 파도에 휩쓸리고 깎인 몽돌 해변이라 파도 소리도 다르다.

해안일주도로 곳곳에 전망대가 있다. 위도해수욕장과 깊은금해수욕장 중간쯤에 자리한 왕등낙조 전망대가 볼 만하다. 왕등낙조는 위도8경에 들며, 왕등도로 떨어지는 아름다운 일몰의 장관을 말한다. 깊은금해수욕장에서 미영금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는 물개바위와 거북바위 전망대가 가깝다. 위도의 해안 절벽과 바위가 만든 동물 형상이다.

논금해수욕장을 지나면 전막리, 대리, 소리, 치도리 등 마을을 따라 해안일주도로가 이어진다. 대리마을은 동백꽃 모양이어서 지붕을 짙은 분홍색으로 칠한 집이 많다. 벽화도 눈에 띈다. ‘위도의 전설’로 불리는 조기 파시,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섬마을 콘서트 벽화 등이 인상 깊다. 대리마을은 위도띠뱃놀이(국가무형문화재)로도 유명하다.

바다에 기대 사는 위도 사람들이 정월 초 산신과 용왕신에게 띠배를 띄우고 풍어와 마을의 평안을 기원한 굿이다. 마을 가장 안쪽에 위도띠뱃놀이전수관이 있다.

해수욕장과 전망대를 보며 힐링
퇴적활동으로 탄생한 자연 절경 감상

일제강점기까지 조기 파시의 거점이던 치도리는 흑산도, 연평도와 함께 3대 파시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규모가 엄청났다. 치도리 앞 내치도와 외치도가 천혜의 방파제 역할을 했고, 위도 남쪽으로 최대 조기 어장인 영광군 칠산바다가 가까웠기 때문이다.


거친 파도와 바람이 몰아치면 어선 1000여척이 모여들었다니, 파시 규모만큼이나 화려하고 번잡한 파시촌이 형성됐을 터. 개도 지폐를 물고 다녔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대리와 치도리 사이에 위도치유의숲이 있다. 위도는 제주도와 함께 치유의숲이 있는 섬이다. 2층 규모의 치유센터, 숲속의집 4동, 무장애 덱(420m), 치유의숲길 5개 코스로 구성된다. 무장애 덱을 따라 오르면 내치도와 외치도, 멀리 격포항이 한눈에 잡힌다. 치유센터 1층에 명상실이 있는데,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바다가 절로 힐링이 될 만큼 아름답다. 지난 4월에 문을 연 위도치유의숲은 11월까지 무료로 운영한다.

8월이면 꼭 만나봐야 할 꽃도 있다. 배롱나무꽃과 위도 상사화다. 배롱나무는 위도의 유일한 절집인 내원암 앞마당에 있다. 한여름이면 수령 300년 된 배롱나무가 화사한 분홍빛 꽃을 피워 장관이다. 위도 상사화는 흰 꽃이 피는 토종 상사화다. 8월 말부터 9월 초에 위도해수욕장, 상사화동산 등 곳곳에서 만개한다.

위도로 가는 여객선은 격포항여객터미널에서 하루 6회 운항하며, 50분 정도 걸린다. ‘여객선 반값 운임 지원 사업’으로 부담 없이 위도에 다녀올 수 있다(어른 기준 4500원).

채석강과 적벽강(명승)은 부안을 대표하는 감성 여행 명소이자, 전북 서해안권 국가지질공원에 속한다. 채석강은 수많은 책을 켜켜이 쌓은 듯 거대한 절벽이 압권이다. 드넓은 호수에 퇴적 활동과 화산활동으로 생긴 격포리층에 거친 파도와 바람의 침식 활동으로 지금의 모습이 됐다. 그야말로 억겁의 세월이 빚은 자연의 극치다.

해식대지에는 파도가 휘감고 돌아 만든 돌개구멍도 있다. 어떤 돌개구멍에는 말미잘과 해초가 하늘거리고, 썰물 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도 있어 테라리엄 수조를 연상케 한다. 크게 한 삽 떠서 집에 가져가고 싶다.

적벽강은 퇴적 활동으로 탄생한 격포리층에 화산활동으로 용암이 덮이며 생긴 수직 주상절리 절벽이다. 켜켜이 쌓인 뒤에 깎인 채석강과 사뭇 다르다. 암맥 사이로 방해석이 관입한 방해석 암맥, 후춧가루를 뿌린 듯한 페퍼라이트도 적벽강에서 볼 수 있다.

부안누에타운

주상절리가 가득한 사자바위에 있는 부안 격포리 후박나무 군락(천연기념물)과 수성당(전북유형문화재)도 둘러보자.

부안누에타운은 누에와 뽕나무를 주제로 한 생태 체험관이다. 뽕나무와 오디, 누에는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누에는 비단을 만드는 실을 제공하는 중요 자원이다. 체험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고치에서 실을 뽑아내는 물레 체험을 한다. 작은 고치에서 하얀 실이 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누에고치 공작, 오디뽕비누 만들기, 누에 기르기 사육 세트, 해충퇴치팔찌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유료로 진행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위도(해안일주도로 일주)→채석강→적벽강(수성당)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변산해수욕장 전망대→적벽강(수성당)→채석강→위도(위도해수욕장, 위도치유의숲)
-둘째 날: 위도(해안일주도로 일주)→부안누에타운→내소사→줄포만갯벌생태공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부안문화관광 www.buan.go.kr/tour/index.buan
-변산반도국립공원 www.knps.or.kr
-변산반도닷컴(채석강, 적벽강) www.ibuan.co.kr
-부안누에타운 www.buan.go.kr/nuetown

문의 전화
-부안군청 문화관광과 063)580-4449 
-변산반도국립공원(채석강, 적벽강) 063)582-7808
-부안누에타운 063)580-4082

대중교통
[버스/여객선] 서울-부안,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0회(06:50~19:4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부안종합버스터미널에서 격포행 버스 이용, 격포항여객터미널에서 위도행 여객선 하루 6회(07:55~17:05) 운항.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부안종합버스터미널 1666-2429, 부안여객 063)581-1803, 격포항여객터미널 063)581-1997(대원카훼리호), 063)581-0023(파장금카훼리호), 위도매표소 063)581-0122(대원카훼리호), 063)581-7414(파장금카훼리호)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부안 IC→부안·격포 방면 국도30호선 34.2㎞ 직진, 격포 방면 우측 도로→격포 방면 우회전 240m 직진, 우회전 870m 직진→격포중앙길 격포항 방면 좌회전→격포항여객터미널

숙박 정보
-친환경펜션: 위도면 벌금길, 010-6340-4388, www.widops.kr
-위도오잠빌: 위도면 벌금길, 010-9811-8853, https://ozamvil.modoo.at
-위도이야기펜션: 위도면 벌금안길, 010-4052-4027, https://widostory.modoo.at
-날마펜션: 위도면 날마통길, 063)583-0949, www.날마펜션.kr
-나비의꿈한옥펜션: 진서면 석포리, 010-9282-7651

식당 정보
-위도반점(탕수육): 위도면 위도로, 063)583-8885
-그곳에가면(꽃게라면): 위도면 깊은금안길, 063)582-2630, www.ok114.co.kr/0635822630
-그래그집(아나고주물럭): 위도면 깊은금안길, 063)583-1538
-어부김밥커피(꼬시래기김밥): 변산면 변산해변로, 063)583-8812
-봄해언니네(꽃게알덮밥): 변산면 격포안길, 0507-1317-9043
-변산물회·해물국밥(해물국밥): 변산면 송포길, 063)582-8146


주변 볼거리
매창공원, 직소폭포, 개암사, 모항 솔섬, 부안청자박물관, 부안청림천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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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