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덩어리’ 공공기관 혁신의 민낯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8.17 07:00:00
  • 호수 13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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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는 끝났다” 모든 게 문재인정부 탓?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 공공기관 혁신을 가속화해야 할 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이다. 앞으로 공공기관의 운영 비효율과 방만 경영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또 지난 문재인정부에서 공공기관을 방만 경영했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하지만 윤석열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석열정부가 공공기관의 정원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9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9차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서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윤정부의 공공기관 혁신은 인위적 구조조정‧민영화 등을 배제하고, 생산성·효율성을 중심으로 기관별 혁신계획 수립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전체 공공기관 350개를 대상으로 한다.

축소

윤정부는 그간 비대화된 공공기관의 효율화와 대국민 서비스의 질 제고를 위해 ‘공공기관 혁신’을 국정과제로 선정해 중점 추진 중이다. 지난 5년간 공공기관은 조직·인력과 부채 규모는 확대된 반면, 수익성·생산성 악화로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인력은 2017년 5월 33만4000명에서 지난 5월 44만9000명으로 총 11만5000명이 늘었다. 부채 규모는 84조원 확대됐다.

공기업 영업이익이 하락하고,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관도 대폭 증가했다. 공공기관 인식조사 결과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을 두고 전문가와 국민들은 공공기관 비대화·방만 경영을 큰 문제로 인식했다. 이 같은 인식하에 윤정부는 공공기관 3대 혁신과제를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3대 혁신과제는 ▲생산성 제고를 위한 민간 경합·중복 등 기능 조정, 과다한 조직·인력·복리·후생·불요불급한 자산 등 방만 경영 요소 정비 및 재무건전성 확보 ▲관리 체계 개편을 위한 공공기관 지정 기준 정비 등을 통한 기획재정부 직접 경영 감독기관을 축소, 재무성과 지표 비중 확대 등 경영평가제도 개편 ▲민간과 공공기관 협력 강화를 위한 공공기관 보유 빅데이터·기술·특허 등 개방·공유, 중소기업 ESG 경영 지원 등이다.

이번 혁신 가이드라인의 특징은 ‘민간 경합성 점검 테스트’를 시행해 인위적 구조조정, 민영화 등을 배제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생산성·효율성 제고를 위해 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인력부터 임금까지 전부 잘못된 진단
소극적이었던 전 정부 공공기관 확대

공공기관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5대 분야 효율화를 위해 기관별 혁신 계획을 수립하고, 주무부처 검토를 거쳐 이달 말까지 기획재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가장 우선해서 진행되는 것은 불요불급한 자산매각 등 기관별 특성 및 상황에 따라 가능한 부분부터 즉시 추진한다.

박용석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 연구원 비상임연구위원은 이슈 페이퍼를 발행해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공공기관의 재정·조직·인력·임금 현황에 대한 사실 확인을 통해 윤정부의 공공기관 구조조정 추진 전제가 잘못됐다. 이러한 기능 조정, 인력감축, 임금 조정 및 정책 추진 과정에서 나온 문제점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우선 혁신 가이드라인은 문정부가 공공기관의 방만한 재정 운용·인력 운영이 지속됐다는 전제로 ▲민간 경합·유사 중복 기능의 조정 ▲조직·인력 슬림화 및 정원 감축 ▲예산삭감 및 보수체계 개편 ▲자산매각 및 출자 회사 정리 ▲복리후생 점검·정비 등의 구조조정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윤정부가 공공기관 방만 운영의 핵심 전제로 설정한 부채 증가의 경우 2017년부터 지난해 자산 증가인 169조5억원에 미달해, 오히려 공공기관 부채율은 16.2% 감소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지난 4월에 보도한 바 있다.

공공기관 인력은 지난 5년간 35.3%의 증가율을 보였으나, 공공기관의 비정규직·간접 고용 감소 인력을 반영할 경우 공공기관 전체 인력은 3만8000여명 증가인 8.9%로 그친다. 여기에 정규직화 인력인 10만3619명을 반영하면 공공기관 정규직의 순수 인력 증원 규모는 크지 않다.

또한 공공기관의 평균임금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2% 증가했으나, 동일 기간 총 인건비 누적 인상률인 11.5%와 공공기관 자산 증가율 21.2%에 비해 낮다. 공공기관 1인당 복리후생 예산은 지난 5년간 20.9% 감소했다.

종합하면 추 부총리의 “공공기관으로 파티를 했다”는 말은 잘못된 진단이다. 오히려 지난 5년간 문정부는 재정 긴축 기조로 공공기관의 기능·재정·인력 등의 확대에 소극적이었다.

인위적 구조조정, 민영화 배제한다 했지만…
‘민간경합성 점검 테스트’는 박정부 유산

또 혁신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민간 경합성 점검 테스트’도 문제다. ‘민간 경합성 점검 테스트’는 박근혜정부의 ‘시장성 테스트’를 확대 계승한 것이다. 이는 공공기관의 공공서비스 기능을 축소시키고 철도·에너지·의료 등의 필수 공공서비스의 민영화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즉 윤정부가 혁신 가이드라인에서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민영화로 방향이 흘러가는 것이다.

먼저 공공기관의 인력 감축과 관련해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신규 채용 감소 최소화를 제시하는 것은 모순된 정책이다. 또 공공기관 직원의 임금 추가 삭감 또는 인위적 구조조정을 강요하고 있고, 더 큰 문제는 OECD 국가 평균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 공공기관 고용 비중 축소를 통해 전 사회적인 ‘고용 없는 성장’을 가속화될 위험성이 있다.

우선시돼야 할 공공기관의 임금 수준 및 임금체계 개편은 공공기관의 임금 구조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과 교섭 절차 없이 하향 조정됐다. 

혁신 가이드라인은 자발적 추진 및 상향식 접근으로 이전과는 차별화된 구조조정 추진을 밝혔으나 ▲강력한 구속력이 있는 경영평가제도의 정치적 악용 ▲최소한의 민주적 공론화 절차 생략 ▲공공기관 노조의 개혁 대상화 및 정부정책 동원 전략 등을 통해 이명박·박근혜정부의 역주행을 재현하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윤정부의 국정 방향은 공공정책 추진 과정에서 민주적 국정운영이 실종되는 흐름을 1차로 반영한다. 근본적으로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국정 방향 실현을 위해 공공기관의 기능 축소를 강행하는 흐름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력화


이어 “이는 이윤 극대화가 아닌 국민 권익 극대화를 존립 가치로 설정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윤정부의 공공기관 진단 및 혁신 가이드라인 내용은 공공기관의 공공서비스 기능을 축소하는 것을 혁신이라는 포장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밝혔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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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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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