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 공공기관 혁신을 가속화해야 할 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이다. 앞으로 공공기관의 운영 비효율과 방만 경영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또 지난 문재인정부에서 공공기관을 방만 경영했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하지만 윤석열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석열정부가 공공기관의 정원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9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9차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서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윤정부의 공공기관 혁신은 인위적 구조조정‧민영화 등을 배제하고, 생산성·효율성을 중심으로 기관별 혁신계획 수립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전체 공공기관 350개를 대상으로 한다.
축소
윤정부는 그간 비대화된 공공기관의 효율화와 대국민 서비스의 질 제고를 위해 ‘공공기관 혁신’을 국정과제로 선정해 중점 추진 중이다. 지난 5년간 공공기관은 조직·인력과 부채 규모는 확대된 반면, 수익성·생산성 악화로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인력은 2017년 5월 33만4000명에서 지난 5월 44만9000명으로 총 11만5000명이 늘었다. 부채 규모는 84조원 확대됐다.
공기업 영업이익이 하락하고,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관도 대폭 증가했다. 공공기관 인식조사 결과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을 두고 전문가와 국민들은 공공기관 비대화·방만 경영을 큰 문제로 인식했다. 이 같은 인식하에 윤정부는 공공기관 3대 혁신과제를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3대 혁신과제는 ▲생산성 제고를 위한 민간 경합·중복 등 기능 조정, 과다한 조직·인력·복리·후생·불요불급한 자산 등 방만 경영 요소 정비 및 재무건전성 확보 ▲관리 체계 개편을 위한 공공기관 지정 기준 정비 등을 통한 기획재정부 직접 경영 감독기관을 축소, 재무성과 지표 비중 확대 등 경영평가제도 개편 ▲민간과 공공기관 협력 강화를 위한 공공기관 보유 빅데이터·기술·특허 등 개방·공유, 중소기업 ESG 경영 지원 등이다.
이번 혁신 가이드라인의 특징은 ‘민간 경합성 점검 테스트’를 시행해 인위적 구조조정, 민영화 등을 배제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생산성·효율성 제고를 위해 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인력부터 임금까지 전부 잘못된 진단
소극적이었던 전 정부 공공기관 확대
공공기관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5대 분야 효율화를 위해 기관별 혁신 계획을 수립하고, 주무부처 검토를 거쳐 이달 말까지 기획재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가장 우선해서 진행되는 것은 불요불급한 자산매각 등 기관별 특성 및 상황에 따라 가능한 부분부터 즉시 추진한다.
박용석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 연구원 비상임연구위원은 이슈 페이퍼를 발행해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공공기관의 재정·조직·인력·임금 현황에 대한 사실 확인을 통해 윤정부의 공공기관 구조조정 추진 전제가 잘못됐다. 이러한 기능 조정, 인력감축, 임금 조정 및 정책 추진 과정에서 나온 문제점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우선 혁신 가이드라인은 문정부가 공공기관의 방만한 재정 운용·인력 운영이 지속됐다는 전제로 ▲민간 경합·유사 중복 기능의 조정 ▲조직·인력 슬림화 및 정원 감축 ▲예산삭감 및 보수체계 개편 ▲자산매각 및 출자 회사 정리 ▲복리후생 점검·정비 등의 구조조정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윤정부가 공공기관 방만 운영의 핵심 전제로 설정한 부채 증가의 경우 2017년부터 지난해 자산 증가인 169조5억원에 미달해, 오히려 공공기관 부채율은 16.2% 감소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지난 4월에 보도한 바 있다.
공공기관 인력은 지난 5년간 35.3%의 증가율을 보였으나, 공공기관의 비정규직·간접 고용 감소 인력을 반영할 경우 공공기관 전체 인력은 3만8000여명 증가인 8.9%로 그친다. 여기에 정규직화 인력인 10만3619명을 반영하면 공공기관 정규직의 순수 인력 증원 규모는 크지 않다.
또한 공공기관의 평균임금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2% 증가했으나, 동일 기간 총 인건비 누적 인상률인 11.5%와 공공기관 자산 증가율 21.2%에 비해 낮다. 공공기관 1인당 복리후생 예산은 지난 5년간 20.9% 감소했다.
종합하면 추 부총리의 “공공기관으로 파티를 했다”는 말은 잘못된 진단이다. 오히려 지난 5년간 문정부는 재정 긴축 기조로 공공기관의 기능·재정·인력 등의 확대에 소극적이었다.
인위적 구조조정, 민영화 배제한다 했지만…
‘민간경합성 점검 테스트’는 박정부 유산
또 혁신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민간 경합성 점검 테스트’도 문제다. ‘민간 경합성 점검 테스트’는 박근혜정부의 ‘시장성 테스트’를 확대 계승한 것이다. 이는 공공기관의 공공서비스 기능을 축소시키고 철도·에너지·의료 등의 필수 공공서비스의 민영화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즉 윤정부가 혁신 가이드라인에서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민영화로 방향이 흘러가는 것이다.
먼저 공공기관의 인력 감축과 관련해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신규 채용 감소 최소화를 제시하는 것은 모순된 정책이다. 또 공공기관 직원의 임금 추가 삭감 또는 인위적 구조조정을 강요하고 있고, 더 큰 문제는 OECD 국가 평균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 공공기관 고용 비중 축소를 통해 전 사회적인 ‘고용 없는 성장’을 가속화될 위험성이 있다.
우선시돼야 할 공공기관의 임금 수준 및 임금체계 개편은 공공기관의 임금 구조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과 교섭 절차 없이 하향 조정됐다.
혁신 가이드라인은 자발적 추진 및 상향식 접근으로 이전과는 차별화된 구조조정 추진을 밝혔으나 ▲강력한 구속력이 있는 경영평가제도의 정치적 악용 ▲최소한의 민주적 공론화 절차 생략 ▲공공기관 노조의 개혁 대상화 및 정부정책 동원 전략 등을 통해 이명박·박근혜정부의 역주행을 재현하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윤정부의 국정 방향은 공공정책 추진 과정에서 민주적 국정운영이 실종되는 흐름을 1차로 반영한다. 근본적으로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국정 방향 실현을 위해 공공기관의 기능 축소를 강행하는 흐름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력화
이어 “이는 이윤 극대화가 아닌 국민 권익 극대화를 존립 가치로 설정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윤정부의 공공기관 진단 및 혁신 가이드라인 내용은 공공기관의 공공서비스 기능을 축소하는 것을 혁신이라는 포장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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