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한국인 최연소 PGA 우승 20세 김주형

허세 아닌 기세…우즈보다 빠르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첫 홀부터 큰 실수를 범하고도 평정심을 유지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20세의 어린 골프선수에게 쿼드러플 보기의 ‘충격’은 오히려 약이 된 듯하다. 김주형은 쿼드러플 보기 이후 오히려 집중력을 되찾으며 선전했다. 마지막 날에는 완벽한 경기력을 뽐내며 역전 우승을 일궜다. 한국 최연소 PGA 우승 기록을 경신하는 순간이었다.

김주형은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의 세지필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윈덤 챔피언십 최종 합계 20언더파 260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4라운드에서 9언더파를 몰아친 결과였다.

흔들린 시작
완벽 마무리

연이은 ‘강행군’이었다. 이번 시즌 김주형은 차기 시즌 PGA투어 출전권을 획득하기 위해 잰걸음을 이어왔다. 김주형은 지난달 스코티시 오픈에서 3위를 차지하며 PGA투어 임시 특별회원 자격을 얻었다. 세계랭킹 상위권 선수 대부분이 참가해 ‘페덱스컵’ 포인트 배점이 높은 대회였다.

임시 특별회원은 PGA투어 무제한 출전이 가능하다.

김주형은 디 오픈 대회를 치른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3M 오픈, 로켓 모기지 오픈에 출전했다. 윈덤 대회까지 5주 연속으로 대회에 참가한 셈이다. 긴 이동거리에 더운 날씨까지. 아무리 젊은 피라고 하더라도 체력적 부담이 우려되는 일정이었다.

그런데도 김주형은 지난주 로켓 모기지 오픈에서 단독 7위라는 호성적을 거뒀다. 차기 시즌 PGA투어 출전권을 사실상 확보했음에도, 그는 정규 시즌 마지막 대회인 윈덤 대회 출전을 강행했다. 혹시 모를 변수를 완벽히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시작은 불안했다. 1라운드 1번 홀에서 샷 미스가 나왔다. 김주형은 고전 끝에 쿼드러플 보기를 범했다. 한 홀에서 무려 4타를 잃은 것인데, 프로 수준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일이다.

체력 부담 속에 출전했던 잃을 것 없는 대회로 시작부터 최악의 실수까지 범했다면 포기할 법도 했다. 하지만 김주형은 포기하지 않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후 1번 홀 이후로 단 한 개의 보기도 허용하지 않았다. 대신 버디만 7개를 잡아내며 1라운드를 3언더파로 마쳤다.

김주형의 약진은 2라운드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2라운드에서 6언더파를 몰아쳤다. 단숨에 선두권으로 올라선 김주형은 악천후 속 펼쳐진 3라운드에서 더 줄이며 공동 3위를 수성했다.

컷 통과로 PGA투어 출전권은 이미 확보한 상황. ‘톱(TOP)10’만 기록해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김주형은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쿼드러플 보기’ 딛고 역전 우승 성공
임시 회원에서 정식 회원으로 발돋움

김주형은 최종 4라운드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과시했다. 앞선 라운드에선 다소 흔들렸던 샷은 점차 정교해졌고 높은 퍼트 정확도도 눈길을 끌었다.

김주형은 2번 홀부터 6번 홀까지 매 홀 버디 이상을 기록했다. 5번 홀에서 터진 이글까지 묶어 5개 홀에서 단숨에 6타를 줄였다. 당시 2타 앞서 있던 임성재를 제친 것도 모자라 격차를 벌리기 시작했다.

후반에도 집중력이 빛났다. 김주형은 무리하지 않고 파를 잡는 전략을 취했다. 이미 벌려둔 격차를 활용하는 경기 운영이었다. 하지만 버디 기회가 왔을 땐 놓치지 않았다. 김주형은 3~4타 차이를 줄곧 유지해냈고, 결국 ‘챔피언 조’ 경기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 우승으로 김주형은 여러 기록을 새로 썼다. 그는 20세 1개월17일로 역대 한국인 PGA 우승자 중 가장 어리다. 김주형의 ‘우상’인 타이거 우즈보다도 빨랐다. 우즈는 20세 9개월6일의 나이에야 첫 우승을 맛봤다.

PGA투어 전체에선 조던 스피스(미국, 19세11개월14일)에 이어 2번째로 어린 우승자가 됐다. 김주형은 PGA투어 최초의 2000년 이후 출생 우승 선수이기도 하다.

또 PGA투어 역대 처음으로 1라운드 첫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기록하고도 역전 우승에 성공한 주인공이 됐다. 앞서 김주형은 한국남자프로골프투어(KPGA) 코리안투어 최연소 우승(18세21일), KPGA 입회 후 최단 기간 우승(3개월17일) 등 국내 각종 기록을 갈아치운 바 있다.

김주형은 윈덤 대회를 통해 PGA투어 정식 회원이 됐다. 향후 2시즌간 PGA투어 출전권을 보장받는다. 그의 영어 이름은 톰 김이다. 애니메이션 <토마스 더 트레인(토마스와 친구들)>의 주인공인 장난감 기차 ‘토마스’의 이름을 땄다. 김주형이 각별히 좋아하는 캐릭터라고 알려졌다.

미국 언론은 김주형을 버디 트레인이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높은 적응력
두둑한 배짱

김주형은 17세 때 프로 골프선수가 됐다. 선수 생활 초반에는 주로 아시안 투어에서 활동하다 2020년 코로나 유행을 계기로 국내로 돌아왔다. 지난해 KPGA와 아시안투어에서 동시에 상금왕에 올랐다.

올 시즌에는 처음부터 PGA투어 진출을 목표로 잡았다. 해외 투어에 나선 그는 아시안 투어에서 2승을 거두고, PGA 챔피언십과 US오픈 등 메이저대회에 참가했다. 결국 그는 임시 특별회원 자격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임시 회원 자격이 대회 출전에 큰 도움을 준 건 아니었다. 김주형은 시즌 말에 다다라 임시 특별회원이 됐다. 플레이오프를 제외하면 남은 대회는 3개뿐.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주형이 특별회원이 될 점수를 얻은 건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는 얻어낸 기회를 십분 활용했다.

김주형은 이번 시즌 PGA투어 9개 대회에 참가했다. 그중 메이저대회를 제외한 순수 PGA 투어 대회는 6개뿐이었다. 지난 12일부터 나흘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TPC 사우스 윈드에서 열리는 페덱스 세인트주드 챔피언십에 나섰다. PGA투어 플레이오프 첫 대회다.

기세는 한껏 오른 상태다. 임시 특별회원 자격으로 출전한 김주형이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 출전할 방법은 ‘우승’이 유일했다. 김주형은 누구도 쉽게 낙관할 수 없었던 ‘경우의 수’를 뚫고 티켓을 확보했다. 김주형의 자신감이 ‘허세’가 아니라 ‘기세’인 이유다.

플레이오프 대회는 PGA투어가 메이저대회 이외의 대회에도 흥미를 높이기 위해 만든 제도다. 정규 시즌 성적을 기준으로 페덱스컵 포인트 상위 125위 안쪽에 진입한 선수만이 출전 자격을 부여받는다. 플레이오프 대회는 내로라하는 PGA투어 선수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만이 나설 수 있는 무대라는 의미다.

갓 스물이 된 김주형에게는 큰 경험이 될 대회다.

참가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출전 명단이 화려하다. 이번 시즌 4승을 쓸어담고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한 스코티 셰플러(미국)부터, 캐머런 스미스(호주), PGA투어 2승을 챙긴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톱랭커가 모두 나선다.

다음 도전
어디까지?

이들은 대부분 지난주 열린 윈덤 대회를 건너뛰었다. 이미 플레이오프 출전권을 확보한 상황에서 무리하기보다는 휴식을 취하는 전략이었다.

PGA투어 2시즌 출전권을 확보한 김주형은 앞으로 톱랭커들과 수없이 경쟁해야 한다. 더 큰 목표를 이뤄내려면 경쟁을 뚫고 우승을 노려야 한다. 김주형에게 이번 플레이오프는 향후 2시즌의 메이저대회를 준비하는 ‘모의고사’인 셈이다.

김주형의 강점은 높은 적응력과 두둑한 배짱이다. 그는 어린 나이부터 이미 세계 곳곳을 다니며 골프를 배워왔다. 지난달 스코티시 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선 잰더 슈펠레‧패트릭 캔틀레이(미국), 토미 플릿우드(잉글랜드) 등과 우승 경쟁을 벌였다.

같은 대회에 출전했던 스미스와 조던 스피스(미국)는 공동 10위로 오히려 김주형보다 순위가 낮았다.

압박감도 크게 줄었다. 김주형은 임시 특별회원 자격을 얻은 이후로도 PGA투어 출전권을 확보하기 위해 5주 연속 대회에 출전했다. 체력적 부담에 압박감까지 더해져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하지만 김주형은 압박감을 내려놓고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그는 사실상 PGA투어 출전권 획득을 확정하고 참가한 윈덤 대회에서 보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정상에 올랐다.

김주형은 이번 대회까지 총 6주 연속 경기에 나서는 중이다. 체력 부담은 어느덧 ‘상수’가 됐다. 하지만 윈덤 대회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극복한 것처럼, 자신감과 집중력이 최고조에 오른 김주형에게 체력 문제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던 스피스 이어 2번째 어린 우승자
체력적 한계 딛고 플레이오프도 기대

이번 대회에는 기존 정규 시즌 대회보다 더 많은 페덱스컵 포인트가 걸려 있다. 통상 대회 우승자는 500점을 받는다. 하지만 이번 대회 우승자는 그 4배인 2000점을 획득한다. 우승자 이외의 상위 랭커들도 더 많은 점수를 받게 된다.

이 대회 결과는 다음 주에 열리는 플레이오프 2차전 BMW 챔피언십 출전과 직결된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125명 중 55명이 탈락하고, 상위 70명만 2차전에 진출한다. 같은 방식으로 BMW 챔피언십을 거쳐 최종 투어 챔피언십에 나서는 선수는 절반 이하인 30명이다.

김주형의 세계랭킹도 급등했다. 김주형은 대회 종료 후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평균 3.8837점을 기록하며 21위에 안착했다. 한 주 만에 34위에서 순위가 13계단이나 올랐다.

플레이오프 선전도 점쳐졌다. PGA투어는 홈페이지에서 세인트주드 챔피언십 파워랭킹을 공개했다. 김주형은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욘람(스페인)보다도 한 계단 위다.

PGA투어는 김주형을 “쿼드러플 보기로 1라운드 1번 홀을 시작하고도 5타 차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골프에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20세 선수”라고 평했다. 

페덱스 랭킹 34위인 김주형은 1라운드를 35위 셉 스트라카, 36위 케빈 키스너와 같은 조로 출발했다. 평소 끈끈한 결속력을 자랑한다는 PGA투어 ‘코리안 브러더스’ 중에서도 네 살 차이인 임성재와 김주형은 ‘골프 형제’라고 불릴 정도로 가깝다. 김주형에게 우즈가 우상이라면 임성재는 옆에서 본받고 따르는 친한 형이다. 

김주형은 우승 직후 임성재를 두고 “성재 형처럼 우승하고 싶었다”며 “평소 ‘형, 이거 이런 느낌 어때요?’ ‘형, 이런 공 칠 때 어떻게 해요”’라고 물으면 형은 참 자상하게 가르쳐준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형에게 많이 감사하다. 제가 한 번 밥을 사야 한다”고도 전했다.

빛나는 오늘
기대되는 내일

당시 임성재는 동생 김주형에게 역전패를 당하고도 환하게 웃었다. 그는 “승부의 세계에서는 늘 이기고 지는 일이 반복된다”며 “PGA투어 특별 임시 회원 신분인 김주형이 우승해 정말 행복하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정말 자랑스럽다”며 칭찬했다. 둘은 윈덤 대회에서 각각 우승, 준우승하면서 새로운 진기록을 일궈냈다. PGA투어에서 한국 국적 선수가 우승·준우승을 독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경기당 3억원’ 돈방석 앉은 김주형

김주형이 PGA투어 9경기에 출전해 33억원을 벌어들였다. 단순 계산하면 대회당 3억원 이상을 챙긴 셈이다.

김주형은 지난 8일 끝난 PGA투어 정규시즌 최종전인 윈덤 챔피언십에서 우승상금 131만4000달러(한화 약 17억원)를 받았다.

시즌 상금은 252만9338달러(약 33억원)까지 늘었다. 김주형은 상금 랭킹 44위에 올랐다.

김주형은 지난해 10월 CJ컵부터 본격적으로 PGA투어 경기에 나섰다.

그는 지난주 윈덤 챔피언십까지 9개 대회에서 컷을 8번 통과했으며 최종 10위 안쪽에는 3번이나 드는 등 호성적을 거뒀다.

김주형은 더 많은 상금이 걸린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 출전 중이다.

현재 페덱스컵 랭킹은 34위.

2차전인 BMW챔피언십까지는 무난히 출전할 것으로 점쳐진다.

만약 30명만 출전할 수 있는 투어 챔피언십까지 뛸 수 있다면, 지금까지 벌어들인 상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전망이다.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1~2차전에는 각각 1500만달러(약 196억원)씩 상금이 걸려 있다.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 상금은 추후 결정된다.

하지만 김주형은 돈에 크게 연연하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김주형은 최근 PGA투어 관련 인터넷 라디오방송 <siriusXM>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얼마나 번 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계좌를 확인하지 않았다”며 “타이거 우즈도 그랬을 것이다. 플레이를 잘하면 모든 건 따라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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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