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리법석’ 오송역 동아라이크텐, 무슨 일이…

2년 뒤 팔겠다더니…“방 빼” 으름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SM그룹 계열사 대한해운이 청주 오송에 ‘오송역 동아라이크텐’ 조기 분양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에 입주민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된 분양가 때문. 입주민들과 협의 한 번 거치지 않고 강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어 계약갱신청구권 특약 강제, 입주민 길들이기 등의 주장이 제기됐다. 

충북 오송 민간임대아파트 ‘오송역 동아라이크텐’의 조기 매각(분양)과 임대보증금 인상을 두고 시행사인 대한해운과 입주민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대한해운은 임차인대표회의단(임대의)과 충분한 사전협의를 거쳐 조기 매각과 보증금 인상을 결정했다고 하지만, 입주민들은 제대로 된 협의 자리가 한 번도 개최되지 않은 채 이를 강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4억8000만원
“누구 맘대로?

앞서 지난 1월 대한해운은 4년 이후 분양 전환을 안내한 이 아파트 단지의 조기 매각을 결정했다. 분양가는 84㎡ 기준 4억8000만원으로 책정했다. 원래대로라면 이 아파트의 매각 시점은 2024년 5월이다.

이는 즉각 이곳 입주민(임차인)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비슷한 시기인 2020년 입주한 ‘청주 동남힐데스하임 민간임대아파트’(2025년 확정 분양가 약 3억3000만원) 등 청주 신규 아파트 분양가(3.3㎡당 1050만원)보다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주장이다.

이에 이곳 입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결성해 최근 시행사를 향한 집단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갈등이 격화되자 대한해운은 대표이사 날인이 포함된 안내문을 아파트 단지 내 부착했다.

대한해운은 안내문을 통해 “민간임대주택 특별법(민특법)에 따라 건설된 민간임대 아파트로 임차인 모집공고를 통해 ‘분양가격 및 방법은 사업 주체가 결정해 시행한다’는 것을 사전공지한 바 있다”며 “(그런데도)최근 일부 임차인이 지역 언론 및 행정기관 등에 조기 매각 관련 민원을 제기하며 당사가 부당하고 불합리한 행위를 하는 것처럼 왜곡 호도하고 있어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이어 “관계 법령을 준수해 조기 매각 업무를 진행하고 있고, 향후에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며 “특히 민원을 주도하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당사가 일방적으로 조기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지만 지난해 12월 말부터 임대의에 조기 매각 추진 설명을 하고 공문, 안내자료도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민원이 계속될 시 법적 조치도 강구하겠다고 알렸다. 대한해운은 “일부 임차인이 매수 의사를 가진 임차인에게 매수 포기를 강요하고, 매각사무소에 상담 중인 임차인의 상담을 방해하는 등 업무방해 및 임차인 개인의 권리행사를 침해하는 위법행위를 하고 있다”며 “동일 행위가 발생할 경우 부득이하게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입주 2년 만에…SM대한해운 조기 분양 결정
“사전 협의 없이 통보만”입주민들 집단 반발

또 “대한해운은 어떠한 경우에도 안내한 매각가를 임차인대표회의는 물론 비대위와 협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매각가를 조정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다시 한번 명확히 말한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임대의와 비대위는 대한해운과 정상적인 협의를 이룬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대한해운의 ‘안내문에는 근거가 없으니 공고를 즉시 철회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김재석 비대위원장은 “대한해운은 ‘분양가격 및 방법을 사업주체가 결정해 시행한다’고 안내문에 명시했지만, 모집공고에는 명확히 ‘시장 상황을 고려해 분양가격 및 방법은 사업주체가 결정한다’고 돼있다”며 “즉 임대사업자와 임차인 상호 간에는 계약서상 분양가격, 방법을 정하는 데 있어 시장 상황이 반드시 고려돼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하지만 분양가 산정을 어떤 근거로 했는지에 대한 문의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혀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비대위가 민원을 주도하고 매각사무소에서 상담을 방해하는 행위를 했다는 것도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대한해운의 근거 없는 의견으로 비대위 및 입주자는 그런 사실이 절대 없다.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강구한다는 문구는 협박성 발언임이 확실하다. 안내문 철회를 강력히 요청하고 이에 대한 사과문도 게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는 7월31일 2년 계약갱신 기간이 도래하는 가운데 대한해운이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4.3%의 임대보증금 인상 역시 강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끌시끌
잡음투성이

민특법 제52조(임차인대표회의) 4항 4목에는 ‘임대사업자가 20세대 이상 범위에서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한 공동주택에선 임대의를 구성할 수 있다’며 ‘임대의가 구성된 경우, 임대사업자는 임대료 증감에 관해 협의해야 한다’고 돼있다.

민특법상 대한해운과 임대의가 보증금 인상안에 대한 협의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관련 논의가 없었다는 것이 임대의의 주장이다.

앞서 대한해운은 임대보증금을 ▲84형 1억8900만원~1억9300만원→1억9712만원~2억129만원(약 810만원 인상) ▲77A 1억7400만원~1억7800만원→1억8148만원~1억8565만원(1억8300만원 인상) ▲77B 1억7600만원~1억8000만원→1억8356만원~1억8774만원(765만원 인상)된다고 안내했다.

김 위원장은 “민특법상 협의가 필요한 사안임에도 일방적인 보증금 인상 강행에 항의 공문을 발송했다”며 “그러자 대한해운은 ‘임대의 회장과 부회장이 매각사무소에 방문해 협의했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확인해보니 해당 사무실에 아파트 시설 개장을 문의하려 방문한 것이었고 그때 대한해운 직원이 ‘4.3% 보증금이 인상될 테니 알아두시라’고 했던 것”이라며 “이를 충분한 협의라고 하는 시행사의 태도가 당황스럽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해운 관계자는 “조기 매각을 추진하고 이에 대한 분양가격을 정하는 것은 시행사의 권한”이라며 “위법 사항을 진행하는 것도 아니고, 조기 분양을 원하는 임차인들은 분양계약을 진행하면 된다. 아니라면 계약을 갱신해 4년간 임대권을 보장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충분한 협의?
“한 번도 없어”


이어 “임대보증금 인상은 국가통계포털 및 렌트홈에서 2020년 5월과 올해 2월 소비자물가지수를 비교해 결정했다”며 “주택 임차료·주거시설 유지보수비·기타 주거 관련 서비스 등을 가중평균한 결과 4.3% 차이가 있어 해당 수치만큼 보증금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차인대표회장에 임대차 재계약 안내문을 전했고, 각 세대와 공용게시판에 이를 안내했다”며 “매각사무실서 임차인대표회의에게 협의를 진행했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청주시도 임대사업자가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사업자는 계약서 특약 조건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강제할 수 없다”며 “모든 임대차 계약 체결 내용은 법적 허용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청주시 주택관리팀 관계자도 “계약서 작성 시 특약사항으로 갱신청구권을 강요하는 표준임대차계약서는 법에 위반된다”며 “해당 임대사업자에게 시정명령을 조치한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대위와 청주시 등에 따르면 대한해운 측은 내부 법률 검토를 통해 청주시와 국토부의 법령 유권 해석이 잘못됐다며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한해운이 시의 시정명령 조치에 따르지 않아 행정처분이 내려질 경우 소송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한해운의 ‘입주민 길들이기’ 주장도 제기됐다. 대한해운이 전세대출 연장 시 요구되는 문서 중 하나인 권리침해유무확인서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


계약갱신청구권 특약 논란도…엇갈린 해석
권리침해유무확인서 발급 거부…길들이기?

금융권 관계자는 “권리침해유무확인서는 제2금융권 등 일부 은행에서 임대아파트 전세대출 시 제3자 채권자들이 압류나 가압류 사실 여부 등 임대보증금을 담보로 대출받은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문서”라며 “이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으면 대출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대한해운 측이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발급을 거부하고 있으며, 이는 오는 7월31일까지 대출만료(계약만료)가 되는 입주민들에게 압박을 넣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비대위는 “입주민 대부분이 조건 등 개인사정으로 제1금융권에서 대출받을 수 없는 상황에 전략적으로 권리침해유무확인서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계약만료일이 얼마 남지 않은 입주민들을 길들이려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이 대출만료일까지 이어진다면 입주민들은 8월부터 약 3개월간 연체료를 납부해야 되고, 그 이후에는 임대사업자가 퇴거 조치를 시킬 것임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민원을 접수 받은 청주시는 이날 이범석 청주시장 등이 참석한 입주민들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권리침해유무확인서로 빚어진 입주민과 임대사업자 간의 갈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근복 청주시 주택토지국장은 “권리침해유무확인서 발급 거부는 위법 소지가 없기 때문에 시가 끼어들 수 없는 문제”라며 “다만 입주민들에게 당장 시급한 문제인 만큼 금융권에 보다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고 임대사업자와 대화를 추진하는 등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양가 근거
묵묵부답 일관

대한해운 측은 “임차인 전세대출 연장 시 금융기관에서 요구하는 권리침해유무확인 사항은 임대인의 의무사항이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대차계약 사실 또는 거주 사실 등 회사가 확인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는 당사가 확인불가한 내용에 대해 실질적으로 법적 보증(민·형사상 책임)의 의미를 갖는 확인을 요구하는 아무런 근거가 없고 과도한 요구로, 동의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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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