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버스 용역 시비’ 부산외대 녹취 조작 진실공방

“소송 지고 증거까지 건드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부산외국어대학교가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패소하자 관련 정보를 조작한 뒤 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단 학교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설득력 있는 근거는 대지 못했다. 학교가 ‘조작 의심 자료’를 보낸 곳은 현재 회사와 법적 분쟁 중인 한 회사. 앞서 학교는 수차례에 걸친 자료 전달 요구를 모두 거부한 것으로 드러나 의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비대면 강의 실시였다. 부산외국어대학교(이하 부산외대)와 A 버스 회사(이하 A사)는 2020년 2월 셔틀버스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3월부터 A사 소속 버스 8대가 셔틀 운행에 나서는 대가로 부산외대가 A사에 매월 일정 대금과 운행거리에 비례하는 유류비를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대금 끊고
강요·갑질

그런데 학생들은 개강 이후에도 등교하지 않았다. 비대면 강의 여파였다. 결국 셔틀버스는 5월 중순이 돼서야 운행을 시작했다. 이마저도 부분 운행이었다. 이에 A사는 3~4월 유류비를 제외한 운영 대금만 받았다. 문제는 운행 중단 사태를 바라보는 양측 시각이 현저하게 달랐다는 점이다. 

학교 측은 셔틀버스를 운행하지 않은 만큼 지급 대금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부산외대는 2020년 8월까지만 대금을 정상 지급하고, 그 이후로는 실제 운행량에 비례한 금액만 법원에 공탁했다. 아울러 앞선 6개월 동안 A사에 관련 대금을 전액 지급한 직원을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반면 A사는 학교 측 요청으로 운영 규모를 운행 상황과 같게 유지했던 만큼, 관련 대금 역시 온전히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양측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가운데, 부산외대의 자체 감사가 시작됐다. A사 대표 B씨는 그해 8월 부산외대 감사실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그는 조사 당시 “처음 운행이 중단됐을 때 학교를 방문해 ‘중단 기간과 재개 시점을 보다 명확하게 알려달라. 이를 근거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해 인건비를 감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먼저 제안했다”며 “하지만 학교는 ‘언제는 차량이 들어갈 것 같다’거나 ‘언제 운행할 것 같다’는 등 계속 운행 준비를 하라는 분위기를 풍겼다. 이에 즉시 운행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B씨 설명에도 학교 입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감사실은 조사 도중 B씨에게 “앞으로는 대금을 일부만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B씨는 “당시 감사실장이 근거도 없이 회사와 총무팀의 유착관계를 의심했다”며 “이외에도 ‘계약 내용 변경에 동의하라’거나 ‘소송을 통해 과지급된 용역비를 환급받을 것’이라는 등 나를 겁박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1시간30분이라는 시간 동안 감사실 직원 3명이 한 일은 정상적인 조사가 아니었다. 강요와 갑질이었다”고 비판했다.

‘일방적 계약 위반’ 유류비 지급 분쟁
정보공개 청구 과정서 정보 왜곡 발견

그날 이후 A사는 학교로부터 대금을 온전히 받지 못했다. 부산외대는 남은 계약기간 6개월 중 3개월간 운행 중지를 지시하고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셔틀버스가 일부 운행된 두 달은 일방적으로 대금을 계산해 법원에 공탁했다. 결국 1년 계약 후반기 동안 A사가 당초 합의한 대금을 받아든 건 단 한 번뿐이었다.

B씨는 “애초에 부산외대 계산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버스 운전사들은 일용직 노동자가 아니다. 모두 우리 회사에 소속된 정규직원들”이라며 “학교 입맛에 따라 버스 운행 여부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직원들에게는 기본급이 꾸준히 지급돼야 한다. 회사로서는 학교 요청에 따라 고용 규모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부담을 줄일 방법을 먼저 제시했음에도 학교가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고선 뒤늦게 막무가내로 계약 변경을 종용한 것은 갑질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B씨는 조사 이후 부산외대 측에 당시 녹음파일과 감사결과 보고서를 공개할 것을 꾸준히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를 넘겨주지 않았다. 결국 그는 부산외대에 관련 내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부산외대는 사학재단이 운영하는 학교지만 정보공개법상 ‘공공기관’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산외대는 B씨가 당시 감사실장을 강요죄로 고소하는 과정에서도 녹취파일 제출을 요구받았다. 이번에도 학교는 불응했고, 감사실장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부산외대의 연이은 거부 행렬은 법원이 B씨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다. B씨는 지난해 부산외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내 목소리”
제공 거부 왜? 

<일요시사>는 해당 재판의 판결문을 입수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부산외대 측은 B씨의 정보공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로 ‘정보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됨’ ‘원고(B씨)에게 이 사건 정보를 공개할 경우 유사한 민원이 증가하게 됨’ ‘원고가 향후 부산외대와의 민형사 분쟁에서 이 사건 정보를 왜곡해 악용할 우려가 있음’ 등을 들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학교 측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정보가 공개될 경우 부산외대 감사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관련 주장을 일축했다.

이어 “원고에게 이 사건 정보를 공개한다는 이유만으로 유사한 민원이 증가한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부산외대가 정보공개법상 공공기관에 해당하는 이상 정보공개에 관한 민원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원고가 이 사건 정보를 왜곡해 이용하리라는 근거가 없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사건 정보를 여전히 가지고 있는 피고(부산외대)로서는 이를 수정·반박할 기회가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B씨가 청구한 정보 중 직원 인적사항을 제외한 모든 정보의 공개거부 처분을 취소했다. B씨는 법적 다툼에서 이기고 나서야 본인 목소리가 함께 담긴 녹음파일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녹음파일을 들어본 그는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기억하고 있던 당시 대화 중 일부가 녹음파일에서는 빠져 있었다. B씨는 녹음파일이 편집·조작된 것을 확신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삭제된 부분은 10곳에 달했다. B씨가 녹음파일을 확인한 시점은 조사가 있었던 날로부터 불과 5개월도 지나지 않은 때였다. 존재했던 대화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없던 대화를 열 곳이나 만들며 착각한 것으로 치부하기는 상식적으로 어렵다.

더군다나 B씨는 “빠진 대화 주제들을 지금까지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조사 당일 주차 문제로 예정보다 10분가량 늦게 도착했었다. 그런데 녹취파일과 함께 받은 녹취록에 명시된 시각은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또 삭제된 내용 대부분은 하필 학교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만한 발언들”이라고 지적했다.

“확인 불가”
전면 부인

부산외대는 녹음파일 편집 사실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학교 측은 지난해 초 B씨에게 보낸 공문에서 “해당 파일은 삭제·편집한 바 없는 원본임을 확인한다”며 “원본이 아니라면 증거를 제시하라”고 밝혔다.

B씨는 녹음파일의 편집·조작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음향 감정까지 받았다. 감정서에 따르면 녹음파일에서는 녹취 후 편조작 시 발생 가능한 현상이 다수 발견됐다. 일명 ‘배경 잡음’이 비정상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이 반복해서 관찰된 것이다.

대부분의 현상에 대해서 “다른 요인을 배제할 수 없어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는 전제가 달렸지만, 감정서는 배경 잡음의 비정상적 변화를 5건 이상 지적하고 있다.

예컨대 감정서는 녹취파일 31분44초 시점에 대해 “B씨 발화 시 배경 잡음이 급격히 감소되는 특이점과 함께 그 전후 근접부에서도 간헐적으로 유사한 현상이 발생한다”며 “이는 해당 음성부를 여타 재가공해 편집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다. 다만 녹취기기의 주파수 응답 특성을 알 수 없어 단정하기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파형과 주파수 분석에서도 미심쩍은 부분이 발견됐다. 감정 소견에는 “스펙트로그램상 음향 정보의 과다 지속과 그 연관 현상으로 배경 잡음의 순간적 특성 변화가 관찰되는 바, 이는 원본 녹취 후 여타 편집 시 발현된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고 적혀 있다.

이어진 총평에서는 “녹취록상 기재 발화 내용 및 발화자 특정에 오류 가능성이 관찰되고, 음향정보 전반에서 특이점이 관찰되는 등 감정 대상물로서의 온전성에 결함을 보인다”고 평했다.

B씨는 감정 결과를 부산외대에 통보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계속해서 녹취파일 편집·조작 사실을 부인했다. 이에 B씨는 지난달 초 부산외대에 “책임 있는 사과와 변상이 없다면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10군데 삭제…편집·조작 확신” 주장
음향 감정 결과에도 “전혀 사실무근”

부산외대는 “감사실에 당시 직원이 남아있지 않아 조작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B씨는 “부산외대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녹음파일 재검증을 해보자는 제안에도 응하지 않았다. 사실 확인이 불가한 게 아니라, 그 의지가 없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일요시사> 취재 결과 당시 교직원 대부분은 자리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부산외대 재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계약기간 만료로 퇴사한 계약직 감사반장을 제외한 감사실장과 감사직원은 현재 각각 다른 부서로 발령받아 근무 중이다.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은 사건의 사실관계를 단순히 ‘부서 변경’을 이유로 확인할 수 없다는 학교 측 입장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요시사>는 부산외대에 제기된 의혹에 관한 입장을 직접 문의했다. 부산외대 관계자는 “당시 근무했던 직원 중 2명이 여전히 교내서 근무 중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나간 직원이 A사에 파일을 전달한 당사자다. 그래서 사실관계 파악이 어렵다고 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학교 측도 편집·조작 사실이 없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 부분까진 파악이 잘 안 되는 것은 맞다”며 “그래도 우리는 그 파일이 원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쪽에 남아있는 것과 동일하다”고 답했다. 

부산외대 측은 앞선 대금 지급 논란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A사와 부산외대는 현재 대금 지급을 놓고 민사 재판을 벌이고 있다.

A사는 계속해서 법적 절차를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감사실장 강요죄 혐의는 녹음파일 제출과 이의신청을 통해 다시 고소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음향 감정에 소요된 비용 등도 법적 대응을 통해 받아낸다는 구상이다.

“강력히 대응”
결국 법정으로

B씨는 “법원 판결에 따라 제공한 증거를 조작한 건 사법부 기만 행위”라며 “이에 대한 부산외대 책임을 제대로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전적인 부분은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면 된다. 추가적인 법적 절차를 밟는 게 돈을 돌려받기 위한 포석은 아니다”라며 “다만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는지 답을 듣고 싶다. 그들이 왜 일부 녹음을 삭제한 것인지 알고 싶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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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창성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