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의 정치적 ‘스승’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그는 5·18민주화운동 때 김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 이후 1985년부터 김 전 대통령의 비서 생활을 시작해 퇴임할 때까지 약 20년간 ‘DJ 정신’을 배운 그는 ‘화해와 용서, 통합의 정신’이 지금 민주당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변화와 혁신, 쇄신 바람이 불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에 5선의 중진 설훈 의원이 뛰어들었다. 세대교체를 줄곧 지지해온 그의 출마를 두고 당내는 술렁였다. 설 의원 본인이 교체돼야 할 바로 ‘그 세대’이기 때문이다. 설 의원은 출마 이유를 “이재명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일요시사>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설 의원과의 일문일답.
-이재명 의원의 출마 때문에 출마하셨다고요?
▲대선과 지선의 패배, 인천 계양을의 무리한 공천 과정이 이재명 의원의 ‘세 가지 잘못’입니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책임을 지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당 대표 출마가 책임지는 자세는 아닙니다. 저는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거듭 만류했습니다.
이 의원이 안 나오면 저도 나오지 않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러나 결국 이 의원이 당 대표에 출마했고 곧바로 저 역시 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이 의원 출마를 만류하는 이유가 더 있을까요?
▲이 의원이 출마하면 당은 필연적으로 분열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당을 위해서, 본인의 미래를 위해서 출마해선 안 된다고 설득하고 또 설득했습니다. 그런데도 결국 이 의원은 출마했습니다. 책임지기 위해 출마했다지만 저는 개인 욕심 때문에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당 차원에서 보면 대단히 아쉬운 결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이라도 이 의원이 사퇴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분당이 현실화될 것이라 보시나요?
▲분당은 일어나선 안됩니다. 민주주의와 민생, 평화를 외치는 사람이 하나로 뭉쳐야 세상이 바뀔 수 있고 민생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의원이 대표가 되면 분당될 위험성은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이 의원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는 소위 ‘개딸’이라고 불리는 분들께서 이 사람, 저 사람을 싸잡아 ‘수박(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을 뜻하는 은어)’으로 폄하하고 다 자르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DJ에게 배운 통합과 화합 지금 필요하다”
“대표 되면 모두 품을 것…분당 저지하겠다”
이런 분위기에서 어떤 정치인이 자기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한 집단에서 자유로운 의견이 오고 가기 힘들어지고 소통이 단절되면 분열이 오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미 그런 조짐이 너무나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 의원이 대표가 된다면 더 심해질 것입니다. 그러다가 결국 분당으로 가지 않을까 우려가 큽니다.
어떻게 제가 분당을 그냥 두고만 보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분당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감히 말씀드립니다. 저 설훈은, 달리는 폭주기관차를 막기 위해 철길에 뛰어드는 심정으로 전당대회에 출마한 것이라고 말입니다.
-세대교체가 최고의 화두입니다. 설 의원님은 세대교체를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요즘 97그룹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이들의 역할이 점점 팽창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향후 민주당의 10년, 20년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인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세대는 당에서 키워 나가야 할 귀한 자산입니다. 이번에 젊은 세대들이 당 대표 후보 출마 선언을 한 것도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혁신적이고 진취적인 의견과 공약이 많이 제시되고, 생산적인 토론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대표가 된다면 이들에게 많은 역할을 줄 것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역량을 쌓아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97그룹뿐만 아니라 2030세대, 3040세대의 젊은 정치인들에게도 기회를 열어주고 교육의 장도 많이 펼쳐 놓겠습니다.
-지금 민주당에서 변화시켜야 할 1순위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는 쇄신의 방향은 바로 ‘언로’를 틔우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 한반도 평화, 민생과 통합의 기치 아래 다양한 의견을 모아나가며 발전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자유롭게 의견들을 표출하기 어려운 구조가 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즉, ‘다양성’의 기치가 약해진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민주당이 발전하려면 토론과 논쟁이 활성화된 분위기를 형성해야 합니다. 이런 분위기가 철학과 정책을 발전시킨다고 믿습니다.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되는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앞으로 다양성이 보장된 민주당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설 의원님도 특정 계파 중 일원인데, 당 통합에 자신 있으신가요?
▲제가 당 대표가 되면 우리 당 모두를 품어 안을 것입니다. 이 의원을 지지했든 안 했든 모든 당 구성원을 묶어낼 것입니다. 능력에 따라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것입니다. 사심을 완전히 배제하고 공정하게 당을 운영해나갈 생각입니다.
저는 민주당 구성원 모두가 민주당의 주인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의견이 나오면 충분히 토론해서 반영해야 한다고 봅니다. 의견이 자유롭게 오고가는 정당을 만들고, 구성원을 하나로 묶어나가는 작업을 세련되게 해낼 것입니다. 안정적이고 화합된 당을 만들어 총선, 대선 승리를 이끌어낼 힘이 저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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